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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과 주장] 인순이 씨 예술의전당 대관 불허에 대한 쟁점들

“대중예술차별” VS “클래식은 소수 문화”

김소연 편집장

가수 인순이 씨가 지난 3일 예술의전당 대관이 불허된 데에 대해 “대중가수에 대한 차별이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저널에서는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하여 인순이 씨와 예술의전당 측의 입장은 물론 네티즌들의 의견을 정리해서 보도하는가 하면 각종 포털은 주요뉴스로 관련기사를 노출하고 있으며 토론방에서도 비중 있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공연장 대관 문제를 놓고 이렇게 많은 이들이 논쟁에 참여하는 것은 공연문화에 대한 관심의 환기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논란의 당사자로서의 곤혹스러움이 있겠지만, 노이즈 마케팅도 마케팅의 한 기법인 시절에, 이슈의 중심에 선 예술의전당 측에도 이번 논란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만을 놓고 보자면 얻은 것이 적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보다 뉴스 댓글이나 토론방 게시판에서 벌어지는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다. 물론 논란은 인순이 씨의 문제제기, 즉 예술의 위계에 대한 논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예술의 위계에 대한 논란은 사실 꽤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이슈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인터넷 여론의 특성상 개개의 의견들에는 논란 양측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와 문화적 취향 등이 뒤엉켜 있다. 하지만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공연문화의 변화된 지형을 드러내는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클래식은 보호해야 할 소수문화’라든가 음악의 장르에 따른 전문공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들이 그러하다.




대중예술 차별” VS “그 자체가 위계를 인정하는 것”

인순이 씨는 기자회견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투쟁하자는 게 아니라 대중예술을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실히 인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자리”라고 밝힘으로써 예술에 대한 위계가 이번 사안의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인순이 씨의 주장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은 ‘인순이 씨는 훌륭한 가수 이고 따라서 대중가수라는 이유로 배척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지로 요약될 수 있다. 가수 김장훈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예술의 전당을 대중문화에 개방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수가 아니라 관객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연 전통예술원 교수는 공연장의 가치는 대중과 아티스트의 소통에 있으며 관객이 원하고 아티스트가 원한다면 대중가수에게도 합리적이고 타당한 심의절차를 거쳐 대관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예술의전당을 대중가수에게 개방하는 것이 대중예술을 예술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논지 자체가 ‘클래식=고급예술’이라는 예술에 대한 위계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90년대 이후 대중예술과 고급예술의 경계에 대한 실험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고 또 현재도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미 장르 간 벽 허물기는 뉴스거리도 못 된다”는 것.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견이 펼쳐지는 댓글이나 토론방 등을 보면 고급예술, 대중예술에 대한 위계화된 통념이 여전히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을 예술의 위계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비판 역시 적지 않다. 도리어 두 의견이 팽팽이 맞서고 있는 논쟁의 구도가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그렇게 완고하지 않다는 반증으로 읽히기도 하다.




클래식의 권위주의” VS “클래식은 보호해야 할 소수문화”

한편 예술의전당은 인순이 씨의 대관 불허는 대중가수 차별이 아닌 적절한 절차에 의한 심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예술의전당은 극장의 설계에서부터 클래식 전용 극장으로 지어졌고 그러한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이러한 입장에 대해 “대중문화에 대한 차별”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클래식 전용극장=고급예술의 권위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데 이에 반대 입장 중에는 고급예술이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을 위해 클래식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훨씬 폭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또 그것으로 상업적 성공까지 거머쥐는 대중가수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대중가수 콘서트 티켓 가격은 10만원 대 이지만 많은 클래식 연주회는 1~2만원이면 볼 수 있다”는 것. 도리어 클래식이 보호해야 할 소수문화라는 것이다.

한 보도에 따르면 인순이 씨의 기자회견에 대해서 클래식 공연 관계자는 "경합 탈락을 했다고 모두 차별이라고 기자회견을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인순이의 경우 대중가수이기 때문에 더 쉽게 대중에게 자신의 불만을 얘기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편치 않은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대중음악도 전문 공연장이 필요하다”
VS “클래식 공연장이 대중예술 전문공연장은 아니다”

한편 “클래식 전용극장에 대중음악 가수가 왜 굳이 서려는가”라는 비판에 대중음악계에서도 할 말이 많다. 대중음악 전용극장이 전무한 현실에서 대부분은 체육관 등에 장비를 설치해서 공연을 치루고 있는 현실이다. 막대한 음향장비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소모적인 일이 반복되는 것은 물론 전문적인 설비를 갖춘 전문공연장에 비해 공연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음향설계가 다르기 때문에 클래식 전문공연장이 곧 대중음악 전문공연장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예술경영을 전공했다는 한 네티즌은 자연음을 기준으로 설계된 극장에서 스피커로 증폭된 음향이 사용될 경우 음향판 등에 손상이 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네티즌은 축구전용구장이 없다고 야구장에서 축구하겠다고 하면 되겠느냐는 비유를 하기도 한다. 예술의전당 측에서 강조하는 것도 극장의 설계 자체가 클래식 음악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음악 공연장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란의 과정에서 4일 유인촌 문화부장관은 대중문화산업총연합회와의 간담회에서 “가수들이 마음 놓고 콘서트를 할 수 있는 전용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우리 모두 “정확한 대관 심사기준을 알고 싶다”

이번 논란에서 예술의전당은 클래식 전문공연장으로서의 운영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논란의 발단은 예술의전당에서 제공한 측면이 있다. 인순이 씨도 언급했던 조용필 씨의 콘서트는 99년에서 2004년까지 수년간 지속되었다. 또한 문제가 된 오페라극장에서는 예술의전당이 제작에도 참여한 뮤지컬 <맘마미아> 장기공연을 수년 계속해 왔다. 이외에도 <명성왕후> <렌트> 등 뮤지컬 공연들이 한달 이상 장기공연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번 심사결과에 대해 의혹을 보내는 것이 뮤지컬은 가능하면서 대중음악 콘서트는 왜 안 되냐는 것.

예술의전당은 국내 공공극장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극장의 하나이다. 그러나 높은 재정자립도가 대중적 장르의 고급화 전략으로 수익성을 위주로 한 대관과 기획공연 때문이라는 지적이 공연계에서는 이미 있어왔다.

예술의전당 측이 강조했던 클래식 전문 공연장이 극장 공연프로그램으로 확고하게 예술계와 대중들에게 알려졌다면 이번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가장 큰 수혜자는 역시 예술의전당인 것 같다. 이번 논란에서 브랜드 인지도만이 아니라 예술의전당이 강조하는 클래식 전문공연장이의 필요성의 여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수익성이나 대중성에 흔들리지 않고 최고 공연장으로서 좋은 공연에 매진할 여론의 힘을 얻었으니 말이다.


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 편집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소위 위원,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극평론을 쓰고 있다. ‘상업지구 대학로를 다시 생각하다’‘이 철없는 아비를 어찌할까’ 등의 비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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