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우리에게 적합한 모금방법 찾기

개인후원에서 발견한 ‘프린지’들

오성화_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

재원조성을 위해 우리가 해온 활동은 결국 ‘모금’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우리에게 적합한 것인지 검토하고 샘플사례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프린지의 활동이 모금을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후원요청 행위를 주저하게 하는 스탭들의 마음속 안개는 무엇인지, 프린지는 어떤 모금 방법론이 적합한지, 어떤 윤리로 모금활동을 전개해야 하는지 하나씩 배우고 깨닫게 되었다.
 

2012년 12월 14일. 프린지에게 기적 같은 선물이 주어졌다. 전문예술법인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에서 서울프린지네트워크가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가 예술경영의 우수사례라고? 프린지를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이 영광스러운 상은 예술'경영'에서 시작되고 있는 '모금활동'에 대한 주목이라고 생각한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전문예술단체이자 비영리민간단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기업으로, 무엇보다도 독립예술축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사무국으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매년 매출이 마이너스인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포기하지 않고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수익사업을 만들어야 하는 기이한 재정 구조를 갖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 15년간의 꾸준한 활동으로 흔들림 없는 단체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민간단체가 살아남기에 우리의 문화예술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단체의 비전, 그것을 만들어가는 사람, 이 둘을 현실화시키는 기반마련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제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프린지를 끊임없이 긴장시키는 요소는 바로 '재원조성'이었다.

축제의 역사가 쌓이더라도 공공기금과 기업후원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재원조성에 있어 고정값이 아니었다. 공공기금신청과 기업후원 유치를 위해 여러 노력을 했지만, 국가나 기업의 정책이 바뀌어 가차 없이 지원 중단 통보를 받으면 없던 힘마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2009년 겨울을 시작으로 프린지는 본격적인 '내부 돌아보기'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2009년 연차보고서

▲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2009년 연차보고서

Step 1. 너 자신을 알라

처음으로 연간 활동을 정리한 '2009년 연차보고서' 제작 과정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미션과 비전, 세부사업, 조직문화와 같은 내용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예술단체로서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퍼트리고, 찾아내고 싶은지,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해왔으며 그 일은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자연스레 검토하게 된 것이다. 동시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시작한 '재원조성컨설팅'은 프린지 내부 시선에서 벗어나 관객의 시선, 사회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선으로 우리를 설명하는 언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사회적 기업' 인증을 비롯한 고용노동부의 점검 과정에서 과연 우리가 지속가능한 조직인가를 적나라하게 점검하고 우리의 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10년 하반기부터 2012년까지 재원조성을 위해 해온 활동은 결국 '모금'이라는 사회적 행위가 우리에게 적합한 것인지 검토하고 사례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프린지의 활동이 모금을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후원요청 행위를 주저하게 하는 스탭들의 마음속 안개는 무엇인지, 프린지는 어떤 모금 방법론이 적합한지, 어떤 윤리로 모금활동을 전개해야 하는지 하나씩 배우고 깨달았다.

 

Step 2. 기부와 모금을 위한 기획활동을 진행하라

모금명분서와 후원회원 신청서를 제작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었다. 호감 기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후원 및 협찬 요청을 시도했다. 동시에 겁도 없이 거리로 나서 "프린지에 후원하세요"라는 말을 외치기도 했고, 시민들이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기부할 수 있게 작가들의 작품과 연계하기도 했다. 문화계 대표 인사들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응원 영상메시지도 만들었고, 오랜 후원자들께 감사예우로 수제초콜릿을 선물하고 감사파티를 열었다. 온라인 모금사이트를 통해 티끌 모아 태산, 작은 돈들의 힘을 경험했고, 'Na+ 인디스트'라는 파티를 통해 지난 15년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자원활동가들을 만나는 홈 커밍데이도 진행했다. 이와 더불어 기부금 마련을 위한 워크숍, 관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문화예술계 모금활동에 대해 대화하며 축제에 대한 의견까지 나누었다.

이러한 모금활동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정기 후원회원은 100명을 넘어섰고 모금활동은 축제 안에서 신나는 캠페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지만, "모금업무, 잘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었다. 모금활동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 모두 부족했던 것이다. 공연기획․축제기획과는 또 다른 기획력이 모금활동에는 필요하다는 것을 2년간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모금기획은 일시적인 이벤트 기획이 아닌 소위 '피드백'이라는, 이벤트 이후의 업무가 잘 설계되고 계획되어야 했다. 내부점검에서 얻은 소중한 가치들과 재미난 아이디어를 밀접하게 연결시키지 못했고, 이를 동의하고 공유하는 모금문화가 프린지 내부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프린지의 모금활동 모습 Na+인디스트 파티 모습
▲ 프린지의 모금활동 ▲ Na+인디스트 파티
 

Step 3. 잠재기부자 발굴을 위한 프로세스를 개발하라

2013년 현재, 프린지는 어떤 사람들과 만나 무엇을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분석을 통해 프린지만의 '잠재기부자 발굴 프로세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가치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잠재기부자 발굴'이 당장 기부가 가능한 그룹과 대상을 찾고, 파악하는 과정이라고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론에 따른 전략보다는 우리가 그동안 만나온 사람들, 앞으로 만날 사람에 대한 '관계망'을 깊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 고민은 그동안 서울프린지네트워크가 제 이름답게 실천해 온 방향과도 일치한다. 예술이 좋아 모인 사람들, 그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누었던 이야기와 시간들을 모금 전략의 근거로 삼을 수 있었다.

잠재기부자를 찾는 수많은 성공사례와 체계적인 전략들이 많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관계망'을 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하기로 하였다. 예술가를 향한 열린 마음이, 이들의 활동을 즐겨 찾고 응원하는 이들과도 교류하며 그 힘을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후원으로 이어가는 것. 그것은 단순히 후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울프린지네트워크를 향한 가장 단단하고 결속력 있는 팬이자 가까운 친구가 생기는 멋진 일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주변의 사람들을 그룹별로 철저히 분석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을 살피고, 무엇을 헤아려야 그들이 서울프린지네트워크와 가까워지고 기꺼이 후원자가 될 수 있을 지, 다시 차근차근 계단을 밟으며 모금전략을 새로이 설계하기 시작했다.

Step 4. 지금. 믿음과 신뢰를 원동력으로

그동안 많은 이들이, 개미 후원자를 찾고 이들을 관리하는 노력을 하는 것보다는 고액기부자 한명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조언을 했지만, 지금 프린지가 개인후원자 발굴에 집중하게 된 이유에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관계망'을 중요시하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앞서 있다. 액수보다는 누군가의 믿음과 신뢰가 프린지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 프린지는 맛있는 공정무역을 꿈꾸는 '노동자협동조합 ep'의 기부를 받아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초콜릿을 만드는 장인들도 포장상자를 디자인해준 미술작가도 그 초콜릿을 포장하고 발송하는 이들도 모두 프린지의 감사한 자산이자 후원자들이다. 이 초콜릿 판매에서 나온 후원금이 어떤 예술가를 돕는 마중물이 될지 너무도 궁금하다.

모금활동은 담당자 1인의 독립 업무가 아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스탭 전체의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이어야 한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게 모금이란 재원을 얻기 위함에 앞서 사람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진심어린 접근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모금활동에서 얻은 가치들을 기본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단체를 운영, 홍보하는 방법과 긴밀히 연계하여 보다 많은 개인후원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그들의 순수한 응원이 바로 '프린지'이며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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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
<2012 예술경영 컨퍼런스> 자료집

 

 

 
오성화

필자소개
오성화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11년째 활동 중. 한국거리예술센터 운영위원과 마포마을넷 준비위원 활동이 최근 주요 네트워크. 개인과 조직이 갖고 있는 자산이 타인과 적극적으로 공유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큰 재미를 얻고 있다. 프린지를 통해 색다르게 세상보기를 공급받는 운 좋은 기획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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