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문화예술 분야에서 빅데이터의 이해와 활용 방향

빅데이터 현상, 문화예술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함유근_건국대학교 교수, 한국 빅데이터학회 부회장

▲데이빗 핀처 감독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출처: [THE CHRISTIAN POST])

▲데이빗핀처감독의 드라마<하우스 오브 카드> (출처:[THE CHRISTIAN POST])

1) 회사가 빅데이터를 실행함에 있어 차별화된 성공요인은 무엇인가(What the Companies Winning at Big Data Do Differently), [블룸버그] 2013년 6월 26일자

2) 테라데이타(Teradata),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Big data analytics for media and entertainment), 2012

3) 회계법인 어스트앤영: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수익은 2015년까지 전통적인 미디어를 능가할 것으로 보여(Ernst & Young: Digital entertainment revenue to surpass ‘traditional’ media by 2015) [지디넷] 2013년 6월 11일자

'빅데이터'란 무엇일까?

빅데이터(Big Data) 현상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체험하고 있는 디지털화, 소셜미디어, 센서기술 등 혁신적인 세상의 변화가 그저 그런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와 경제에 보다 구체화됨을 의미한다. 이미 2012년을 기점으로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는 빅데이터가 더 이상 기술적 용어가 아닌 세상의 실질적인 변화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문화예술산업에서도 빅데이터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비디오 온디맨드(On-Demand) 업체인 넷플랙스(Netflix)는 모든 시청자들이 원하는 주연 배우와 감독은 물론 주제까지 빅데이터 분석으로 선정해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자체 제작했다. 이 드라마는 2013년 1/4분기에만 2백만 명의 신규 시청자를 확보하여(현재 합계로는 2천7백만 명의 시청자) 빅데이터 방송의 시대가 왔음을 알리고 있다.1)

 

문화예술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 데이터가 기존 정보기술로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게 많아지는 것은 물론 거의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형성되고 있으며, 또한 그 형태도 3D 이미지 등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산업의 콘텐츠인 글, 동영상, 그림, 음원, 사진 등은 모두 비정형인 빅데이터로 분류된다. 이 외에 기업 및 기관들이 직접 수집한 고객 데이터 및 콘텐츠뿐 아니라 제3자를 통한 콘텐츠와 사용자 관련 데이터, 오프라인에서의 구매 내역, 온라인 광고 행태, 마케팅 캠페인 분석 등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데이터는 연간 62% 이상 증가하고 있다.2)

 

미국 회계법인 어스트앤영(Ernst & Young)의 조사에 의하면, 2015년경에는 규모 면에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이 기존 미디어 산업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3) 그렇게 될 경우 음악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에 의해 CD가 사라지고 있듯 빅데이터에 의한 소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문화예술산업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지면 관계상 이 글에서는 디지털화와 관련한 빅데이터의 영향만을 살펴보기로 하자.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멕킨지는 디지털화에 따른 산업의 변화 영역을 고객경험, 가치창출 프로세스, 외부 기관들과의 연계 및 통합, 정보, 새로운 데이터 기반 상품과 서비스 등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문제는 문화예술산업에서 이 모든 디지털화의 변화가 빅데이터로 인해 더욱 심화된다는 사실이다.

▲소셜 매거진 서비스 ‘지니어스’ (출처: Ziny.us)

▲소셜 매거진 서비스 ‘지니어스’
(출처:Ziny.us)

▲디지털 유통 플랫폼 기업 ‘애드코니언’ (출처: 애드코니언 홈페이지)

▲디지털 유통 플랫폼 기업 ‘애드코니언’
(출처:애드코니언)

세분화한 마이크로 맞춤화로 고객의 마음까지 접수

고객의 경험 측면에서 살펴보자. 문화예술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콘텐츠와 서비스로 고객경험을 극대화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산업에서는 <그림 1>과 같이 고객이 콘텐츠를 경험하기까지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탐색하고, 조사하고, 구매하며, 소감을 남기는 복잡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가 고객 경험의 최적화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의 이용 행태에 따라 적절한 콘텐츠를 소개해주는 디지털 문화예술 중개자(소위 큐레이터)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빅데이터가 초래하고 있는 고객 경험의 변화이다.

▲<그림 1> 문화예술 콘텐츠의 이용 과정에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고객 데이터(출처: 미국 IT 시장 조사기관 ‘IDC’, 2013)

▲<그림 1> 문화예술 콘텐츠의 이용 과정에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고객 데이터
(출처: 미국 IT 시장 조사기관 ‘IDC’, 2013)

 

국내 소셜 매거진 지니어스(Ziny.us)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콘텐츠를 취합해 빅데이터 분석으로 고객의 취향에 맞추어 제공하는 중개 플랫폼형 큐레이션 사업자이다. 더욱이 빅데이터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수천 개, 수만 개 그룹으로 세분화한 마이크로 맞춤화로 고객 경험을 최적화한다. 여기서 맞춤화가 단순히 콘텐츠 내용의 맞춤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서도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점차 한 가지 채널(즉 콘텐츠를 접하는 창구)이 아닌 다양한 채널로 콘텐츠를 즐김에 따라 이러한 채널들에서 발생하는 고객들의 콘텐츠 이용 흔적에 따라 적절한 광고를 맞춤화하는 비즈니스 모델들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애드코니언 다이렉트(Adconion Direct)의 경우, 광고주는 물론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기업으로 이 회사의 디지털 유통 플랫폼은 콘텐츠에 따라 빅데이터로 고객을 정교하게 선별해 광고를 맞춤화한다. 예를 들어 특정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스포츠 음료를 광고하기보다는 고객에 따라 자동차 광고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회사는 디스플레이, 소셜미디어, 이메일, 모바일 앱 등 어떤 광고 채널 및 어떤 상황(예를 들어 스포츠 중계 콘텐츠나 스포츠 관련 웹사이트 방문과의 관련 여부)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지를 파악해 모든 광고 채널에 걸쳐 종합적이고 일관된 마케팅 캠페인을 한다. 즉 고객, 매체, 콘텐츠에 따라 맞추어 적절한 광고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들이 복합채널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중요해진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특정 밴드의 음악을 최근 집중적으로 듣는다면 그에게는 그 밴드의 공연 일정을 맞춤화하며 프로모션할 수 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출처: [THE STARTUP])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출처:[THE STARTUP])

빅데이터와 맞물려 분석 기법도 발전

문화예술산업에서 빅데이터의 부상은 디지털화의 실현 외에도 분석 기법의 발전과 중요성을 강조해준다. 앞서 넥플렛스의 예와도 유사하지만 일본의 한 TV 방송국은 방송 산업과 관련된 키워드들만을 정밀하게 검색해 프로그램 제작에 반영하고 있다. 구글(Google)의 유튜브(Youtube)는 동영상 속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이 기쁜 표정 혹은 슬픈 표정을 짓는지를 자동으로 찾아내고 있다.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고객 취향 변화를 탐지해 적절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 빅데이터 현상에서는 필수적이다. 특히 고객의 신상 정보나 구매 행태 등과 같은 고객 데이터의 수집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기업 내부의 조직 및 인력, 그리고 기술이 향후 문화예술기업들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관계분석, 패턴분석, 경로분석 등 고도의 분석 기법으로 고객의 반응을 초단위로 평가하고 대응하여 여러 채널에 걸쳐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디지털화에 따라 문화예술의 가치사슬이 세분화되고 새로운 참여자들이 등장하면서 산업 내 기업 및 기관들 간의 연계와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 연계와 협력의 중심에는 빅데이터가 있다. 영국의 인터넷 라디오 서비스 시장을 보면 대중적이며 잘 알려진 음악들을 위주로 맞춤화된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와 청취자가 지금까지 들은 음악들을 모두 추적해 새로운 음악을 추천하는 음악 사이트 라스트에프엠 (LastFM), 그리고 청취자 스스로 자신들이 선호하는 가수들을 기록해두고 이들이 발표하는 신규 음악들을 알려주는 음악 서비스 송킥(Songkick)까지…… 음악 중개자들은 상호 보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데이터 분석을 강조하는 빅데이터 기업들이다. 미국의 인터넷 맞춤 라디오인 판도라(Pandora)가 포드 자동차에 탑재된 것도 문화예술 콘텐츠 이용 데이터와 차량 운전 데이터를 결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콘텐츠와 데이터의 활용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에 대해서는 단순히 보호나 침해 방지에만 몰두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 그보다 지적자산 활용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문화예술산업에서 더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빅데이터와 결합된 오픈 소스 기술의 활용이 콘텐츠 유통업체나 중개기관들은 물론 사용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빅데이터 시대 문화예술산업은 수요자를 위한 종합예술이자 종합과학이 되어야 한다.

 
 
함유근 필자소개
함유근은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통계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석사(MBA)와 박사(MIS 전공) 과정을 마쳤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경영정보학과 교수이며, 한국 빅데이터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메일
 
weekly 예술경영 NO.234_2013.11.07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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