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2013 예술경영 우수사례② 극단 하땅세의 '우리의 복지는 배우 훈련과 땅콩집'

팀원이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윤시중_극단 하땅세 대표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예술현장의 자생성과 전문성과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예술단체 경영에 대한 간접지원을 다각적으로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이에 2013년 예술경영우수사례 공모를 통해 우수 전문예술법인단체를 9개 선청하고, 사례발표를 위한 2013 예술경영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그 현장에서 심사위원과 관객의 투표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상을 수상한'인천문화재단'과 (재)수림문화재단 이사장상을 받은 '극단 하땅세'의 예술단체 우수 경영사례를 소개한다.
 

이 글이 힘들게 예술 작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양한 방식의 공연 단체들이 있어야 바람직한 사회라고 믿기에 글을 쓴다. 현재 18명의 배우와 2명의 기획자,  무대디자이너 출신인 본인으로 이루어진 극단 하땅세는 2007년부터 배우들과 힘겹게 창작 활동을 하였다. 선배들의 조언 등으로 방향을 수정해가면서 정신없이 급하게 달려왔고 지금은 조금 안정을 찾고 있는 단계이다. 이번 <2013 예술경영 컨퍼런스>에서 받은 상은 우리가 '복지'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룬 결과라기보다는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기특함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극단 하땅세는 "하늘을 우러러보고, 땅을 굽어보고, 세상을 살펴보자"라는 취지의 이상적인 이름과 "하늘에서 땅끝까지 세게 가자!"라는 다소 공격적이고 조급한 젊은 마음으로 시작한 극단이다. 현재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부드러워지고 안정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치열한 연습 공간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본인만 제외하고 아무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는 전업 단원들이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면, 극단 생활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단원에게 꼬박꼬박 월급을 주지도 못한다. 고용 계약서가 없기에 내일이라도 당장 나오기 싫으면 안 나와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단원들이 오전부터 밤까지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제, '복지' 이야기를 하겠다. 우리의 복지는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계기로 시작된 것 같다. 귀갓길에 버스에서 사람들이 케이크나 선물을 하나씩 들고 있는 행복한 모습을 보았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배우들의 빈손이 떠올랐다. 그 이후로 명절과 기념일에는 정성껏 준비해둔 무언가를 들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1. 배우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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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부산국제연극제 대상작
<천하제일 남가이> 공연장면
▲태양극단 배우 모리스 뒤로지와 함께한
워크숍

우리가 생각하는 배우들에게 최고의 복지는 좋은 배우로 성장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단은 "치열한 배우 훈련"이라는 목표 아래 자신을 스스로 몰아붙여 왔다. 그리고 배우들은 연기 외에 극단의 운영에 기여하는 한 가지씩 전문 분야를 가지고 있게 했다. 예를 들어 한 명은 국제교류 담당, 다른 한 명은 조명 담당 등…. 2012년 제9회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천하제일 남가이>가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2013년 아비뇽축제(Avignon Festival)에 참여하게 된 것을 계기로 그동안 계획 중이었던 벨기에와 파리의 공연도 연계됐었다. 이때 우리가 추구하는 시스템을 가진 '태양극단(Le Théâtre du Soleil)'을 배우들이 견학할 기회가 있었고, 창단 구성원인 배우 모리스 뒤로지(Maurice Durozier)를 경기문화재단의 도움으로 서울에 초청해 공연과 워크숍도 했었다. 그 2주간의 생활을 통해 배우들의 태도나 의지가 더욱 확고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태양극단'처럼 단원들은 공연이 없을 때도 스스로 아침 10시에 연습을 시작해서 밤 10시에 연습을 마쳤다. 두 달 후 후유증이 많아져서 현재는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연습을 하고 있다. 하루에 10시간을 합리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시간을 보낸다.



배우들에게 '좋은 몸이 최고의 복지다'라는 생각으로, 매일 2명의 단원이 좋은 재료로 만드는 식단은 육체와 마음에 활기를 준다. 몇 달간 국내산을 주로 사용하는 '생협'을 통한 재료로만 음식을 만들려고 버텨보다가 결국 비용 때문에 포기했지만, 여전히 좋은 식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식사를 준비하려 연습실 근처에 작은 집을 따로 얻어 활용하고 있다.

2. 연습 공간

지하 연습실에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보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장마철에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집주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아래에 떨어지는 물방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하 정원'을 만들었다. 지렁이도 넣어주고 선풍기도 틀어보고 영양분도 주는 등 다양한 시도 끝에 2년 넘게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다. 부족한 환경이지만, 배우들의 공간을 더 좋게 바꾸려고 노력하는 점을 단원들이 알아주고 있다는 걸 느낀다.

3. 땅콩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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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예 친환경 가족극 <붓바람>공연장면

현재는 꿈을 꾸고 있는 단계이다. 우리는 그 꿈을 믿는다. 수공예의 친환경 가족극으로 만든 <붓바람>에 대해 모 학습 회사에서 4개월간의 전국 순회공연을 요청하였다. 늘 그렇듯이 적지 않은 초청비를 받았지만 진행비와 개런티 등으로 나누면 쉽게 없어질 비용이었기에 단원들과 고민하였다. 그리고 단원들과 합의 하에 안성 호수 주변의 작은 논을 구입하였다.

비싸지 않은 땅이지만, 단원들은 생전 처음 자신이 가꿀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에 행복해했다. 현재는 MT나 단원들의 휴식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서 생산되는 쌀과 고구마를 먹거리로 활용한다. 생협에서 못 다 이룬 꿈을 그곳에서 조금씩 이루고 있다. 올해는 우리들이 직접 다른 작물을 키워보려 한다.

극단의 한 커플을 위해 3년 후에는 작은 '땅콩집'을 지어주는 것이 목표이다. 당분간은 인테리어가 없는 작은 땅콩집을 지어서 창고로 활용한 후에 그들에게 집으로 제공하려 한다. 우리가 공연이 없을 때 조금씩 인테리어를 하려 한다. 미래의 일을 실제로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우리는 행복하다. 자린고비가 생선을 걸어놓듯 본인이 디자인한 땅콩집 사진을 극단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우리들은 꿈을 꾼다. ';내일은 좀 더 재미있을 거야!'; 생각하면서…. 경제적이지 않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20명이 무언가를 원하면 해낼 수 있다는 걸 확신한다.
 

▶(왼쪽부터)누수가 있는 천장 아래 설치한
정원과 극단 공간에서 나온 친환경 식단 재료들

 

4. 경영

초기에는 본인이 재정에 관여를 하였으나, 지금은 극단의 모든 재정은 기획자들과 단원들이 하고 있다. 재정이란 게 워낙 열악해서 본인은 쏙 빠지면서 '짐'을 단원들에게 넘긴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 돈 관리가 다소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단원들은 그 일을 맡으면서 공연을 통한 경제적 수입을 직접 느끼고 현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인이 되었다. 하나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과 노력이 드는지, 힘들어도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가치 있고 우리가 행복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사진제공_극단 하땅세



관련자료
<2013 예술경영 컨퍼런스> 자료집

 
 
필자사진_ 윤시중 필자소개
윤시중은 연극배우가 되려다가 재능 부족으로 돌아서서 무대디자인 작업을 하다 현재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길준 부대표와 배우들이 모인 극단 하땅세의 대표이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개구리왕자>와 <붓바람> 등 가족극을 시작으로 해외페스티벌을 많이 다니면서 재미와 가치를 느꼈다. 공연이 만들어지면 끝나지 않고 반드시 10년 이상을 해야 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메일
 

 

weekly 예술경영 NO.247_2014.02.2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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