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⑥

뭐든지 정답은 없다

정영진_부평아트센터 홍보마케팅부 차장

▲ 부평아트센터 기획 〈거리야 놀자〉
공연 모습

 

 

 

[Weekly@예술경영]272호는 ‘나의 공연계 입문기_홍보담당자 편’입니다. 지난 266호에서 보여주셨던 독자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탄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Weekly@예술경영]은 앞으로도 공연계 및 예술계 각 분야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예술경영인들의 입문기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272호는 ‘공연계 홍보분야’에서 활약 중인 예술경영인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하우투 :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①_정재은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운영부 과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②_정영진 부평아트센터 홍보마케팅부 차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③_김선경 인터파크씨어터 홍보팀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④_권순철 ㈜페르소나 마케팅 팀장/서평 : 예술경영인에게 영감을 주는 책_김서령 문화역284 공연감독
 

거창하게 나의 공연 홍보 입문기를 쓰기가 영 쑥스러워 그냥 요즘 마케팅 홍보 업무에서 느끼는 감정을 몇 자 적어볼까 한다. 이쪽 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현업에 있는 한 사람의 글에 공감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삶이 항상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기차가 아니듯이 대학에서 지역개발학을 전공한 내가 20년이 지난 후 공연 홍보일을 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공연계에 몸담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음악이나 미술 등 공연 예술을 전공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문화 예술이 주는 강력한 에너지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찾아왔고 그 강렬한 에너지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다.

대학 졸업 무렵 보라매 공원을 산책할 때였다. 트럼펫 소리에 이끌려 찾아간 그곳에는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할아버지가 연주하는 트럼펫 연주를 듣고 있었다.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몇몇은 누워서, 아이들은 깔깔거리고 뛰어다니며 연주를 즐기고 있었다. 석양이 지는 일요일 저녁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은 지금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였던 것 같다. 학교에서 풍물패 활동을 하고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문화 행사들을 기획하곤 하던 내가 “참 좋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는 것을 내 직업으로 선택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일을 해야지”라는 다짐을 그때부터 하기 시작했다.

일을 배우는 태도의 중요성

대학을 졸업하고 전통문화기획회사인 ‘뭉치’에 입사했다. 작은 기획사가 그렇듯이 1인 3역을 너끈히 해내야 하는 구조였다. 전통 혼례가 있는 날이면 장비 옮기는 일부터 무대 세팅하고 그 무대에서 직접 공연을 하는 것까지 한마디로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한가할 때면 홍보물을 발송하는 역할과 새로운 기획서 작성하는 기획자 역할까지 해야 했다. 그때는 일이 싫지 않았다. 하나하나 다 신기하고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뿌듯했었다. 돌이켜 보면 어디에서 일을 배우느냐가 중요하기보다 일을 배우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도 뭉치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그 시절 나를 함께 떠올리며 웃기도 한다. 뭉치 활동을 하면서 공연 기획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더 강해졌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늘 고민했던 것에 대한 해답을 대학원 진학에서 찾고 싶었던 것이다.

단국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을 다니며 처음엔 꿈에 부풀었다. 마치 대학원을 졸업하면 공연 예술계에 한 발을 쑥 들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근사한 회사에 입사해서 보란 듯이 척척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맡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가 스스로 배우지 않은 이상 그 일은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활동의 보폭을 넓히기 위해 뭉치를 그만 두었다. 이때가 내 인생의 시련기이자 단련기였다. 배우고 싶은 열망은 강했고 책임져야 하는 가정이 있었기 때문에 돈벌이가 되는 아르바이트와 내가 하고 싶은 일 두 가지를 하는 투잡을 뛰어야 했던 시기였다.

한계를 헤쳐 나가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축제 기획에 대한 노하우를 익힌 익산아동극 축제 사무국 활동, 극장 경영 실무를 담당하며 극장을 근거지로 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한국창극원 시절, 다양한 지역 축제를 기획한 전문화예술연구소 시절 경험 하나하나는 지금도 힘들 때마다, 일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꺼내보는 참고 자료가 되었다. 안양문예회관을 거쳐 마포아트센터로, 또 부평아트센터까지 벌써 8년의 시간이 흘렀다. 제법 긴 시간 멈추지 않고 달려오긴 했는데 잘 했는지 못 했는지는 판단하긴 좀 그렇고, 아무튼 꽤 시간이 흘렀다.

긴 시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따라다닌 고민은 ‘이번 공연 표는 얼마나 나갔지?’이다.
표만 안 팔고 이쪽 일을 할 수 있으면 참 행복할 텐데, 매출 신경 안 쓰고 공연 기획만 하면 정말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한 적이 있다. 이것이 과연 내가 하고 싶었던 ‘사람을 감동시키는 일인가?’에 대한 회의에 빠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감동을 나눠주기 위해 더 많은 사람에게 공연을 알리고 낯선 극장이라는 공간을 친숙한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내 몫의 일이라고 다짐을 한다. 표가 잘 팔리는 유명한 공연은 한계가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항상 그런 공연만을 유치할 수는 없다. 또 공연 예술의 즐거움이 꼭 대작이나 유명한 공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즐거움을 느끼는 공연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꼭 많은 사람이 원하는 공연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하는 공연 마케팅은 숨어있는 관객 찾기다. 그래서 공연장에서의 마케팅 홍보는 관객과 친구 맺기가 가장 중요하다. 장사도 단골이 많아야 잘 되듯이 아트센터도 단골을 많이 확보하는 것 그래서 입소문으로도 “그곳에서 하는 공연이라면 믿고 봐도 좋아”라는 신뢰를 쌓자는 것이다.

 

부평아트센터 기획 〈로비음악회〉 모습

▲ 부평아트센터 기획 〈로비음악회〉 모습

 

 

우리나라에 문예 회관이 활성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마도 2000년대 초반부터니까 10여 년이 지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10주년 맞는 지역 문예 회관들이 많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10년 동안 관객들의 눈높이와 참여도도 많이 높아졌다. 이제 슬슬 '참 좋은 시절'이 오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홍보담당자의 당당함은 어디서 오는가?

내가 바쁜 시간 쪼개서라도 공연 홍보 전에 꼭 하는 것은 반드시 홍보할 그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그 공연이 주는 메시지와 감동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마케팅홍보를 할 수가 없다. 공연을 보지 않고 매뉴얼대로 마케팅해서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반대로 잘 안될 것 같은 공연도 공연을 미리 보고 대책을 마련하면 좋은 결과를 본 적이 종종 있다. 관객들에게 표를 사달라고 말하기 전에 이 공연은 반드시 보셔야 한다는 당당함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부평아트센터 기획 〈피크닉 콘서트〉 모습

▲ 부평아트센터 기획 〈피크닉 콘서트〉 모습

 

 

처음엔 막막했던 공연 홍보 입문기를 쓰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내 숨은 의지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누군가 공연 홍보일을 한다면 든든한 동지를 만난 것처럼 언제든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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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사진_정영진 필자소개
정영진은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예술경영전공 경영학 석사, 추계예술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예술행정경영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전통문화기획 뭉치, 한국창극원, 숙명여대문화벤처그룹 아트노우 공연기획팀장, 안양문예회관 홍보마케팅 담당, 마포아트센터 공연홍보부 차장을 거쳐 현재 부평아트센터 홍보마케팅부 차장으로 근무 중이다. 이메일
 
weekly 예술경영 NO.272_2014.08.21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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