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⑤

수줍은 홍보 담당자의 공연홍보계 생존기

정재은_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운영부 과장

▲ 2012코미디페스티벌 홍보대사 오달수와
장영남 인터뷰 현장. 인터뷰를 위해
누군가를 알아가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홍보 담당자의 특권이다.

 

 

 

 

 

[Weekly@예술경영]272호는 ‘나의 공연계 입문기_홍보담당자 편’입니다. 지난 266호에서 보여주셨던 독자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2탄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Weekly@예술경영]은 앞으로도 공연계 및 예술계 각 분야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예술경영인들의 입문기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272호는 ‘공연계 홍보분야’에서 활약 중인 예술경영인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하우투 :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①_정재은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운영부 과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②_정영진 부평아트센터 홍보마케팅부 차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③_김선경 인터파크씨어터 홍보팀장,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④_권순철 ㈜페르소나 마케팅 팀장/서평 : 예술경영인에게 영감을 주는 책_김서령 문화역284 공연감독
 

오랜만에 만나는 이들은 “아직 거기에 있냐”라고 물을 정도로 나는 유난히 회사를 자주 옮겨 다녔다. 이직할 당시에는 꼭 옮겨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100% 만족스러운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됐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다거나, 하는 일이 재미있다거나, 일하는 환경이 괜찮다거나 하는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을 상쇄할만한 부분을 찾는 편이 현명하다. 나는 지금 한국공연예술센터에서 센터 홍보와 월간 공연 홍보지 [극장과 나] 제작을 맡고 있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여기가 나에겐 일곱 번째 회사이며 4년째 일하고 있는 최장기 근무지이다. 나의 다양한 형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동료들에게 입문기 내지는 정착기를 전한다.

“홍보 담당자 치고는 shy하네요?”

나는 그저 글 쓰는 것이 좋아 우연한 기회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에 입학하게 됐다. 졸업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서 내 생각을 글로 옮긴 것이 무대에서 살아 움직이는 희열을 맛봤고 공연을 마음껏 보고 싶어 잡지사에 들어갔다. 대중문화지 창간을 준비하며 콘서트를 취재하게 됐는데, 잡지사와는 달리 대표부터 직원까지 젊은이들로 구성된 이들이 열정적으로 공연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재미있어 보여 콘서트 기획사로 자리를 옮겼다. 공연 현장에서 예매티켓을 나눠주고 야광봉을 팔면서도 스태프증을 목에 걸고 돌아다니며 현장의 생동감을 느끼는 것은 무척이나 신났다. 나는 공연 기획을 해보고 싶었지만 잡지사에서 일했던 경력 탓에 홍보 업무가 주로 주어졌고, 기획사는 기복이 있어 안정적이지 않았다. 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찾았던 것이 공연장이었는데 야심차게 출발했던 복합 문화 공간은 공연장에서 매표, 수표, 좌석 안내부터 문화 상품 판매까지 혼자 도맡아 해야 할 정도로 점점 사업이 축소됐다.

그 무렵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재단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었고, 법인 설립 준비 단계부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곳에서 정동극장을 혁신적 경영 모델로 만들어 보관문화훈장까지 받은 홍사종 사장님으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보도자료 작성법부터 화제가 될 만한 소재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안목, 공연부터 문화 복지, 예술교육, 공간과 다양한 사업들을 다각도로 홍보하는 방법을 배웠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몰아치는 일들을 정신없이 처리하며 수없이 깨지고 힘들 때도 많았지만 지칠 때마다 “네가 아니면 못했을 것이다”라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는 사장님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내가 쓴 보도자료가 기사화되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우리 공연장이 화제가 되는 것이 즐거웠다. 월간지를 제작하면서는 한 권의 책이 매달 남겨지는 것과, 누군가 잘 읽었다 전해주는 짧은 소감에 뿌듯했다. 일을 하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겨 다니기 시작했던 단국대학교 대중문화예술대학원에서는 '정기간행물을 중심으로 한 공연장 활성화 방안 연구'를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을 쓰면서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었고, 다른 기관의 현황을 조사해볼 기회도 갖게 됐다.

힘들 때도 물론 많았다. 처음 일을 시작했던 겨울, 공연장 개관 보도자료 뭉치를 안고 언론사를 돌기 위해 광화문 한복판에 홀로 섰던 그때의 막막함이 생생하다. 기자가 “홍보 담당자 치고는 shy하네요?”라고 말했을 만큼 차분한 편인 내가 일면식도 없는 바쁜 기자에게 연락해서 공연을 알리는 것은 한마디 한마디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티켓이 팔리지 않으면 전단을 들고 나가 지하철 역에서 배포해야 했고 아파트 부녀회나 학교를 찾아다니며 단체 구매를 부탁하기도 했다. 공연이 잘 안되면 사람들은 “홍보가 잘 안돼서”라며 가장 먼저 홍보 담당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일하면서 알게 된 홍보 담당자들은 힘들고 지칠 때 자극이 됐고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한국공연장홍보마케팅협회 모임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주최한 공연 마케터 워크숍 등에 참여하며 타 공연장, 기획사, 축제, 기관 담당자들과 네트워킹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같은 일을 하는 이들끼리만 아는 애환을 나누고, 다른 공연장이 화제가 되고 공연이 근사하게 소개될 때마다 경쟁심이 발동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신중히 옮기고, 움직였다면 버텨라

이 일을 시작하려는 이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 자주 본다.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업무량은 많고 남들 놀 때도 일하지만 박봉이어서, 내 능력에 비해 단순한 업무만 시켜서 등의 이유이다. 공연은 어떤 분야보다 애정이 있어야 일할 수 있는 곳이다. 기회가 생겼을 때는, 자신의 성향을 알고, 어떤 면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지를 정하고 일자리를 택해야 한다. 모든 것을 동원해서 잘 알아본 뒤 신중하게 움직이고, 움직였다면 그 자리에서 최대한 버티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단순한 업무일지라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보람을 찾으며 견디고 버텨야 다음 단계의 업무가 주어진다. 선배들도 공연 안내문 발송 작업의 달인이며 포스터도 붙였고 지하철역에서 전단도 나눠줬던 경험으로 지금 그 자리에 있다. 작은 일도 정성 들여 분명하게 해내는 이를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 세상은 좁고 공연 바닥은 더 좁다.

 

사진제공_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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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사진_정재은 필자소개
정재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하고 월간 객석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콘서트 기획사, 전통 공연장을 기웃거리다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제대로 일을 배웠다. 문화관광부 정책홍보팀, 마포문화재단을 거쳐 지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공연예술센터 공연운영부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 페이스북
 
weekly 예술경영 NO.272_2014.08.21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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