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아시아 공연예술 축제 및 마켓 활용 방법과 참가 준비

아시아 아트마켓 ‘진출’에 앞서

성무량_대전문화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

 

마켓에 관하여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뭐든지 사고파는 게 가능해진다. 공연예술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루카치의 예술론은 낭만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그 현실성이 빛을 바랜 지 오래다. 한국에 아트마켓이 생긴 지도 벌써 10년째를 맞았다. 2005년에 처음 시작하면서 시의성을 논의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성과들이 수치화되어 확장되고 있는 현재이다. 상업 예술과 기초 예술의 경계조차 모호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결국 예술가는 관객과 만나기 위해서 자신의 성과물을 내보여야 하는 운명인지라 ‘판’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걸 다른 이름으로 ‘마켓’이라고 부른다. 이 글의 네트워크와 경향은 3년 전의 것으로 최신 업데이트가 필요하고, 연극과 무용 장르 중심의 경험에 기반한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아시아에 관하여

우리가 사는 한국은 흔히 극동아시아로 분류된다. 유럽 중심주의에서 보면 한국은 동쪽 저 끝에 있는 신비스러운 동양에 속한다. 요즈음은 그런 분류 대신에 이슬람을 중앙아시아로 두고, 몽골과 시베리아의 북부 아시아, 지중해 지역과 중동 지역의 서남아시아, 인도네시아와 싱가폴의 동남아시아 등으로 구분한다. 이런 지리적인 아시아의 구분 역시 물리적인 그룹핑을 넘어선 아시아 내의 다양성을 포용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아시아와 이웃해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 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이어진다. 이쯤에서 아시아 아트마켓 진출이라는 제목이 그리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것이다.

아시아의 공연예술 입장에서 해외 진출 혹은 해외 공동 제작이라고 하면, 동시대 예술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유럽이나 북미를 파트너로 선호해 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보다 먼저 해외 진출을 꾀했던 일본의 경우도 유럽의 유명 아티스트를 초청해서 작품을 제작하고, 자국의 아티스트를 유럽에 알리기 위해 오랜 기간 자본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에서는 마켓이라는 개념이 따로 존재하기보다는 보통 페스티벌이 그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물론 아비뇽이나 에든버러에서 작품을 ‘팔기’ 위한 로비는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공연 후의 샴페인 파티나 저녁 자리가 마켓의 다른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홍콩의 서구룡 프로젝트나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등의 대규모 국책 사업들을 벌여서 공연계 중심을 이동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의 주요 만남의 장

그럼 아시아에서 공동 제작이나 유통은 어떤 장에서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겠다. 보통은 마켓 기간에 같이 열리는 축제가 함께 그 기능을 하거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극장들이 가세하여 판이 형성된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아트마켓 TPAMiY(TPAM in Yokohama, Perfoming Arts Meeting in Yokohama)를 1995년에 동경에서 시작한 이래 2011년부터는 요코하마로 옮겨 마켓의 M을 미팅(Meeting)으로 재정립하였다. 유럽의 IETM(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담론을 먼저 형성하여 이후에 거래가 이어지도록 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쇼케이스보다는 전막 공연을 동경과 연계하여 프로그램하고, 장르별로 젊은 디렉터를 선정하여 그들이 가진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다. 컨퍼런스도 일반적인 주제들을 벗어나 실질적인 제작이나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연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들이 눈에 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발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만약 일본 시장에 공연을 내놓고 싶다면, 단체의 프로듀서들이 그들과 네트워킹을 다진 이후에 거기에 맞는 작품 진출을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가까운 이웃 일본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공동 제작을 한두 번 한다고 해서 쉽게 노하우들이 공유되거나 서로의 방법들이 같이 만나기보다는, 오랜 기간 공을 들여야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물론 젊은 기획자나 단체는 좀 더 오픈된 양상을 띠기에 일반적으로 말하기엔 위험이 따른다. 여기에 짝으로 가는 축제는 페스티벌도쿄(Festival Tokyo)이다. 이 축제는 그전의 도쿄예술제(Tokyo Arts Festival)가 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면서 급격히 성장한 축제이며, 출발부터 젊은 예술 감독을 내세워 유럽의 주요 페스티벌과 네트워크를 과시해 왔다. 아시아 예술가를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고, 한국의 윤한솔, 이경성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 외에 시즈오카 페스티벌, 도쿄 예술극장, 교토 아트센터, 오키나와 어린이 페스티벌 등이 한국과의 공동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2014 페스티벌 도쿄’ 포스터

▲ ‘2014 페스티벌 도쿄’ 포스터(출처 : 페스티벌 도쿄 홈페이지)

 

그에 반해 싱가폴은 지리적인 이점을 살려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일정 정도 해오고 있다. 싱가폴은 중앙 컨트롤이 잘 적용되는 나라로 이제껏 대부분의 문화예술 분야도 아트 카운실이 직접 운영해 왔다. 아트마켓도 2001년부터 ‘아시안 아트마켓(Asian Arts Market)’을 시작해서 격년제로 운영해 오다가, 2010년부터 컨버스아시안즈(ConversAsians)로 개명하고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예술가와 기획자 그리고 일반 관객이 공연 창작 과정을 공유하고 나서 이후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접근이다. 아시아의 소통 방식은 대화이고, 이를 통해 아시아의 예술적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태숙 연출을 초청해서 얘기를 듣는 등 아시아의 대표 예술가들에게 장을 마련해 주는 방식이 눈에 띈다. 다만 신진 예술가들의 자리가 어떻게 생길지는 귀추를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다. 짝을 이루는 싱가폴아트페스티벌(Singapore International Festival of Arts)도 최근에 옹 켕 센(Ong Keng Sen)을 새로운 예술 감독으로 선임하고 운영도 외부 기획사에 맡겼다. 그는 싱가폴이 국가적으로 해외에 오랜 기간 프로모션한 연출가이다. 한국과 싱가폴의 협업은 주로 무용 분야에서 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싱가폴이 갖고 있는 다양한 인프라와 결합한다면 나쁘지 않은 결과를 10년 안에 점쳐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컨버시안즈 2014’ 포스터

▲ ‘컨버시안즈 2014’ 포스터(출처 : 컨버시안즈 홈페이지)

 

다음은 세계 경제의 맹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제작 시스템과 네트워크 방식은 조심해야 하지만, 올해 팜스의 주빈국으로 지정될 만큼 향후 잠재성이 큰 마켓이다. 상해아트마켓(China Shanghi International Arts Festival)은 팜스(PAMS)에 연이은 10월 중순에 열리고 있고, 그에 상응하는 상해 국제 축제가 10월에 짝으로 작동하고 있다. 몇 해 전만 해도 물량 공세 위주의 명확하지 않은 공연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최근의 축제 프로그램에서는 어렵지 않게 유럽의 현대 예술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해외 주요 축제에서 마주치는 젊은 유학파 프로그래머들의 힘이 아직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기존의 통로에 작은 틈들을 만들고 있기에 그 잠재력을 지켜볼 만하다. 이제까지는 상해드라마센터(Shanghi Dramatic Arts Centre)의 닉유(Nick Yu)가 해외와의 연극 공동 제작을 주로 해 왔다면, 신세대 개인 프로듀서들이 해외 공동 제작을 척척 해내기도 한다. 그들이 가진 잠재력이 크겠지만, 이후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어떻게 만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중국 관객이 선호하는 감성적 내러티브 중심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마당에, 아시아의 현대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아직까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제16회 상해 아트마켓 포스터

▲ 제16회 상해 아트마켓 포스터(출처 : 상해 아트마켓 홈페이지)

 

중화권의 다른 플랫폼으로는 대만이 있다. 본토 중국과는 다른 공연 환경이 존재하는 것 같다. 대만 장개석 국립극장이 주요 장으로서 유럽의 현대 예술을 소개하고 있다. 아트마켓도 존재하지만 아직 그 영향력이 큰 것 같지는 않다. 예술가로는 대만이 오랫동안 체계적으로 키운 이화민(Lee Hwamin)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 무용단이 그 명성에 걸맞게, 워크숍 등을 개최하면서 다음 세대 예술가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타이페이 아티스트빌리지(Taipei Artist Village)도 주요 레지던시 거점으로 정착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전에 100년간 영국령이었던 홍콩도 약간 다른 지형을 갖고 있다. 3월에 열리는 홍콩아트페스티벌(Hong Kong Arts Festival)은 오래된 유럽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아시아와의 공동 제작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중국으로 다시 편입된 이후에는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소감들이 있다. 마카오까지 포함한 이들은 중화권의 문화를 공유하면서 그들 간의 공동 제작이나 공동 초청을 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호주나 뉴질랜드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들도 아시아인가? 지리적인 개념보다는, 실질적인 아시아 네트워크에서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특히 호주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럽보다는 아시아로 규정하면서 강력한 러브콜을 발산하고 있다. 예술 위원회의 적극적인 후원을 통해 최근 호주가 한국과 쌓아오고 있는 공동 제작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야외 공연과 어린이 공연을 중심으로 활발히 한국 시장을 찾았고, 반대급부로 한국 공연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오즈아시아페스티벌(OzAsia Festival)처럼 적극적으로 아시아 공연예술을 선보이는 장뿐만 아니라, 멜버른과 시드니 등의 극장이나 단체들이 한국 시장을 계속 노크하고 있다. 아시아 링크(Asia Link)를 통해 개인 아티스트를 보내는 시기를 넘어서, 팜스와의 커넥션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짝수년에 격년제로 열리는 APAM(Australian Performing Arts Market)이 작년부터 브리즈번으로 옮기면서 파워하우스 등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고, 복합 장르나 젊은 아티스트까지 그 진출 통로가 다양하다고 본다.
 

브리즈번 파워하우스에서 공연되는 ‘Briefs: The Second Coming’ 포스터

▲ 브리즈번 파워하우스(Brisbane Powerhouse Arts)에서 공연되는 ‘Briefs: The Second Coming’ 포스터(출처 : 브리즈번 파워하우스 홈페이지)

 

그 이웃에 있는 뉴질랜드는 웰링턴에서 열리는 뉴질랜드페스티벌(New Zealand Festival)오클랜드페스티벌(Auckland Arts Festival)에서 격년으로 번갈아 축제를 열어서 적극적으로 아시아 시장과 연계하고자 한다. 두 나라 모두 원주민 예술에 대한 프로모션도 주요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그들과 전통의 만남과 현대화를 시도해볼 만하다고 본다. 그 외 주목할 만한 파트너로 인도가 있다. 현대 자동차가 후원하는 첸나이에 위치한 인코센터(InKo Centre)는 여러 장르에서 꾸준히 한국과의 공동 제작을 해오고 있다. 방갈로(Bangalore)의 현대 무용제가 한국과의 작업에 관심이 있고, 극단 ‘뛰다’도 협업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일단 공동의 관심이 있는 파트너를 찾으면, 레지던시를 통한 장기적인 교류를 시도해 볼 만하다.

이렇게 범박하게만 얘기해 봐도 아시아가 정말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동 등에도 우리의 이웃들이 현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여러분이 발견할 아시아는 더 다양한 색깔을 가진, 하나의 중심이 아닌 여러 개의 중심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유럽의 EU에 맞서는 대항마가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었으나 몰랐던 모습을 찾고 싶다. 더불어 이런 해외 진출에 앞서 한국 내의 네트워크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로 나가는 것도 결국은 우리 관객에게 더 좋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해외 진출이니 국제 공동 제작이니 하는 단어들에 휩싸여, 단체가 딛고 있는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들이 기우에 불과하길 바라며, 자신만의 아시아 파트너십을 형성해 보길 바란다. ‘진출’은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필자사진_성무량 필자소개
성무량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화사 일을 거쳐 안착한 곳이 공연예술이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지만 국제교류에서 한국이 새롭게 조명되길 기대하는 기획자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8년간 축제기획을 해오다 제2의 고향 대학로를 떠나 대전으로 이주했다. 이제는 한국의 공연예술도 수도를 벗어나 지역에서 꽃필 수 있음을 굳게 믿고서 대장정 항해 중이다.
 

 

weekly 예술경영 NO.279_2014.10.23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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