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매개자의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 미술품 경매사

완벽을 완성하는 자의 집념

김현희_서울옥션 경매사

경매사로 활동하게 된 계기 혹은 경로는 무엇이었나?

2005년 서울옥션에 입사해 미술품 경매팀에서 근현대미술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던 중에 사내 교육을 통해 처음 경매사 업무를 접하게 되었다. 재능이 있다고 보셨던 당시 팀장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경매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2005년 11월 인사동 “열린 경매”로 데뷔했다. 당시의 긴장감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작자 미상의 〈산수인물도〉라는 작품이었는데 삼백만원에서부터 시작해 무려 삼천만원까지 가격이 올라갔다. 엄청난 경합 속에서 응찰을 받아내고 호가를 부르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초보 경매사였던 만큼 숙련된 진행은 아니었지만, 이를 재미있게 봐주는 관객들 덕분에 큰 실수 없이 경매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작품과 회사의 이미지가 경매사의 손에 달려 있다

경매사 업무의 범위와 진행과정, 역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가장 큰 업무와 역할은 역시 경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경매 전에 작품들을 미리 숙지하고 주의사항들을 고려해 오프닝 멘트를 작성한다. 주요 작품의 경우 작품성과 가치를 분석해 추가적으로 설명할 내용을 준비한다. 또한 작품마다 각각의 시작가와 호가 폭을 따로 정하고 이를 연습하는데, 경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감안해 경합이 예상되는 작품들은 사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경매 당일에는 세 번의 회의를 거쳐 영업 상황과 주의사항 등을 반영하여 경매를 진행한다.

경매사의 다음 주요 역할은 회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직원으로서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주로 함께 한다. 언론사를 통해 회사 및 경매를 홍보하고 기업들과 협업하여 VIP 고객 대상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한다. 더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좋은 작품을 위탁받거나 판매하는 영업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 서울옥션 전두환 특별경매 현장

정확성, 신중함, 카리스마를 갖춘 경매 현장의 지휘자

일을 하면서 생기는 애로사항과 그에 대처하는 노하우에는 어떤 것이 있나?

경매를 진행할 때에는 고도의 긴장을 유지하고 돌발적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개인의 자산과 금전이 거래되는 생생한 현장이므로 정확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응찰하는 이들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작품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며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또한, 경매 진행 도중에는 가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전화 응찰자의 연결이 지연되기도 하고, 한창 경합이 벌어지는 중에 전화가 끊어져 응찰자들이 대기해야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경매가 흘러갈 수 있도록 침착하게 시간을 벌며 위기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요구된다. 특히 작품들이 연이어 유찰될 때는 진행자로서 당혹스러울 수도 있지만 유연하게 대응하는 노련미가 필요하다.

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은 무엇인가?

경매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경매 전반을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신중함, 그리고 숙련된 진행 능력일 것이다. 보통 삼백여명의 고객들이 경매에 참여하는데, 현장 방문이 불가능한 고객들은 서면이나 전화로 응찰에 함께한다. 두 시간 가량의 비교적 긴 시간동안 빠르게 진행되는 경매 현장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집중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카리스마 있는 통솔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객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템포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경매는 위탁자와 구매자간에 금전적 자산이 오가는 현장이므로 정확성과 신중을 기하며 공정하게 진행해야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미술품 경매 진행 속도는 빠른 편이어서 작품 한 점당 주어진 시간이 일 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능숙한 진행이 요구되는데, 이는 많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 경매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2006년부터 미술시장이 좋아지며 경매사로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았고, 당시의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의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경매는 시작가는 정해져 있지만 응찰되는 금액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므로 최종적인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바로 경매사의 자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역할이 크다. 경매사에 따라 경매 매출의 20%가 좌우될 수 있다고 하니 경매사가 누구인가가 회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를 상승시킬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매사의 자신감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국내 경매와 해외(홍콩) 경매에서의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고,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따로 있는가?

지난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서울옥션의 홍콩경매를 직접 진행한 바 있다. 주로 아시아권의 해외 고객들이 참여하므로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지 고객들의 성향과 특성에 맞춰 준비했다. 회사 신뢰도와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경매사들의 진행 현장을 녹음해 멘트뿐만 아니라 발음 하나하나까지 교정해가며 반복해서 들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준비했었던 만큼 해외 경매 진행은 힘들었지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이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경매사는 옥션회사에서 가장 빛나 보이기에 흔히 경매의 꽃이라 불린다. 하지만 전 직원들이 힘을 합쳐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경매사의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큰 직업이기도 하다. 단순히 경매만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하는 작품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 하며 미술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매 단상에서 자신감이 배어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매사가 되고 싶다면 미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늘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국내외 미술시장의 동향을 살피면서 시장을 분석하는 능력을 키우기 바란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대중 앞에서 정확한 발음으로 말하고 좌중을 이끌 수 있는 진행 능력을 끊임없이 연마하며 자신에게 찾아올 수 있는 기회를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 ‘서울옥션 홍콩경매’를 준비 중인 필자(가운데) 모습

 

 

사진출처_서울옥션

 

 
 
필자사진 필자소개
김현희는 2003년 경희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2005년에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수료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서울옥션에서 재직 중이며, 현재 경매사와 기획마케팅 팀장으로 활동중이다.
 
weekly 예술경영 NO.303_2015.04.3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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