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현대미술계 주요 제도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 미술관, 대안공간

김인선_윌링앤딜링 대표

미술관은 미술 작품의 무덤이라는 공공연한 메타포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 으레 대안공간의 역할이라고 여기던 ‘젊은 작가’에 대한 지원과 발굴 작업이 최근 몇 년간 상업화랑에서 시행되고 있다. 어느새 대학 졸업 전시장에는 갤러리스트와 미술관 큐레이터 독립기획자 및 딜러 등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술계는 세분화된 다양한 영역을 갖추고 있으나 그 영역 간에는 분화와 통합이 반복되며 다양한 형태로의 변화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즉, 고유 성격에 의해 명확히 규정되어 왔던 시스템이 고정된 성격으로 규정되거나, 혹은 정의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또한 미술 장르에 대한 전통적인 장르의 구분이 모호해졌기 때문에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성격은 그 예술 형식 자체도 물론이거니와 미술계 자체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혼란을 겪게 한다. 미술의 형식은 제한적 정의를 지니고 있었고, 또한 작가가 다루는 재료에 따라 특정 작품이 어떠한 시스템에서 움직이는지 결정짓는 잣대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은 물론 작가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미술의 형식이나 미술 기관에서 보이는 시스템의 성격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장르 자체가 작품의 재료가 되기도 하며, 전공 여부를 불문하고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방법론을 스스로 체득하며 자신의 작품 속에서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미술의 기본적인 각 시스템의 성격을 구분하여 이해하는 것은 혼성의 시대에서 보이는 현대미술의 모호성의 현상에 적응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미술계의 이러한 유동적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고유 영역에 대한 특징을 서술하고, 이것이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띠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미술은 거대한 형태의 시장 속에서 그 성격이 시시때때로 바뀌고 있다. 여기서 시장이라는 개념은 작품 거래 행위로 발생하는 이윤이 오가는 협소한 의미만이 아니다. 작가가 소비하는 모든 형식을 총체적으로 일컬으며 그 방식은 판매뿐 아니라 전시 등을 통해 노출되는 작가의 작품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우선 단순하게 접근해 본다면 미술계는 직접 사적인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영리기관의 활동과 공적 영역의 활동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비영리기관의 활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이 두개의 성격이 사실상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어떤 경우에는 그 성격을 모호하게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서로의 성격을 보다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식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 KIAF 2011 갤러리 부스(사진제공: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영리기관: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

갤러리: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은 대표적으로 소위 상업 갤러리(상업화랑)이라고 불리는 기관이다. 영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적 재산을 축적하기 위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갤러리의 가장 큰 목적은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며 작가에게도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곧 작품을 상품화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의미이며 작가의 활동은 갤러리의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갤러리는 작품을 상품화하기 위한 시스템이며 인력, 건물 유지, 시설, 전시 비용, 홍보 비용 등을 충당한다. 작가의 활동 범위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올라가므로 이에 대한 집중투자를 위해 소속 작가 제도를 두기도 한다. 이때 소속 작가들은 영리기관에서의 전시를 위한 여러 가지 비용에 대해 ‘지원’의 개념이 아닌 제작 비용의 ‘선지급’의 개념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 선지급의 개념 때문에 작품을 판매한 이윤은 작가와의 협의 아래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것이다.(소속 작가의 경우 보통은 5:5의 비율로 갤러리와 나누게 된다. 그 비율은 갤러리의 방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가와 갤러리 사이에는 상호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고 있다.) 계약서는 상호 협력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라는 형식 없이 신뢰만으로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단순히 이윤 창출이 목적인 듯 보이는 갤러리에서는 결국 작가의 활동에 대한 지원과 홍보 및 마케팅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작가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네트워크와 작가의 활동을 지지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 김혜나전_내가 했던 것들(Those things Ive done), 갤러리 2 (사진출처: 김상태)

 

아트페어: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특정 공간에서 전시를 하듯 갤러리 자체도 해당 기관의 성격과 소속 작가를 소개할 수 있는 행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아트페어’이다. 아트페어 행사 하나로 전국, 전 세계의 갤러리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작품 수집가들에게는 작가의 작품과 가격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행사이다. 갤러리로서는 아트페어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마케팅 기회이기도 하다. 보통의 경우 갤러리는 부스비와 운송비 등을 감당하며 아트페어에 출품하는데,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바젤 아트페어는 특히 그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격 심사를 하는 등의 장치를 통하여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orea International Art Fair, KIAF)라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국제아트페어가 매년 열리고 있다. 이 행사 기간에는 여러 규모의 기관에서 세계 각국의 갤러리스트, 딜러, 컬렉터 등에게 국내 작가 및 현대미술의 현황을 보여주기 위한 부대행사를 기획하기 때문에 많은 볼거리들이 만들어진다. 최근에는 호텔아트페어를 통하여 실제 거주 공간 속에서 꾸며지는 예술의 모양새를 보다 구체적으로 실생활에서 접목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실제 활용 형태는 호텔룸의 기본 형식인 방, 거실, 화장실 등의 구조 자체를 통해 보여 주는 방식인 것이다. 이는 컬렉터들의 구매 욕구를 보다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마케팅 형식에서 기인한 형식의 행사라고 볼 수 있다.

 

▲ KIAF 2011 행사 전경(사진제공: 한국국제아트페어 KIAF)

 

옥션: 갤러리에서 결정되는 작품 가격에 대해 보다 공정한 거래를 위한 대안으로 만들어진 영리 시스템이 옥션(경매)이다. 옥션 회사는 갤러리에서 일방적으로 책정되는 가격 형성에 대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를 추구하기 위한 시장제도이다. 이미 일차 거래가 완료된 작품이 재소비되는 2차 시장의 대표적인 형식이다. 작품이 등장하면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여 구입할 수 있고, 이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므로 보다 공정한 거래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약점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거래가 이루어진 작가와 거래가 이루어지지 못한 작가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기 때문에 옥션 이후에 과대 포장되거나 혹은 과소평가되는 작가들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작가는 옥션에서 자신의 작품이 너무 빈번하게 거래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한 작가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올리는 작전 팀이 활동을 하기도 하여 가격 조작의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를 통해 작가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장 좋은 케이스는 작품을 소유하던 컬렉터가 직접 작품을 내놓고 이를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동의해줄 수 있다면 보다 많은 컬렉터들의 구미를 자극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장 시스템에서는 군중심리가 상당 부분 작용하기 때문에 가격의 안정성을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또 한편으로는 구매 성향을 공개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의 작품 가치에 대한 변화의 지표로 활용된다.

비영리기관: 미술관, 대안공간

비영리기관의 대표로 미술관을 들 수 있다. 미술관으로서 정식 등록은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공식적인 혜택과 지원 및 공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무를 부여받기 위해서는 소재지, 관할지 등에 미술관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술관은 작품을 판매하는 기관이 아니며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즉 사립미술관이라고 할지라도 그 기관의 활동은 비영리이며, 입장료 수익은 고스란히 해당 기관의 운영비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관람객들이 입장하여 수익이 높아지면 그만큼 전시 비용을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좋은 전시를 만드는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 정창섭, 2010, 국립현대미술관(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또 다른 대표적 비영리기관은 대안공간이다. 우리나라의 대안공간은 그 용어나 운영 방식이 원래 서구에서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지만 대안이라는 개념 자체가 형식의 틀을 거부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시스템의 형식 면에서의 다양성은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전적으로 작가를 지원하는 시스템인데다가 수익 구조의 장치에 있어서 사적인 영리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항상 따른다. 이에 국가에서 매년 운영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후원 기업, 개인 후원자등에 많은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공간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에 대한 연구를 해 나가고 있으며 안정적인 예술 활동을 위한 프로젝트의 활성화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처음 국내에서 형성된 대안공간의 목적은 젊고 실험적인 작가를 발굴하는 데 집중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대안적인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예술은 가장 유연한 사고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변화와 다양화 등의 현상은 사뭇 자연스러워 보인다. 위에서 서술한 몇 가지 예시의 시스템은 일반적이고 구태의연한 분류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시스템은 서로 뒤섞이며 경제, 정치, 사회적 현상에 따른 요인들에 의하여 그 경계 범위를 자유롭게 변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나누어지는 성격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서로의 성격이 상호 맞물리며 변화하는 경향에서 현대 사회의 문화적 맥락과 그 현상에 대한 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태도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 본 기사는 현대미술 국제교류 플랫폼 더아트로에서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링크

[하우투] 현대미술계 주요 직업

 

 

 
 
필자사진_김인선 필자소개
김인선은 이화여대 조소과 및 뉴욕 프랫인스티튜트 미술사학과를 석사 졸업했다. 1999년 대안공간 루프를 시작으로 광주비엔날레 코디네이터(2001~2), 부산비엔날레 코디네이터(2000)와 공동 큐레이터(2006), 국제갤러리 부디렉터(2003~4),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5), 대림미술관 학예실장(2006~7), 인터알리아 전시실장(2007~2009)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윌링앤딜링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www.willingndealing.com
 
weekly 예술경영 NO.307_2015.05.28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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