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현대미술계 주요 직업

큐레이터, 전시코디네이터, 레지스트라, 아키비스트 외

김인선_윌링앤딜링 대표

큐레이터(Curator)
'큐레이터'는 본래 미술관에서 자료 수집과 관리를 주된 업무로 활동했던 전문인을 칭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 미술 시스템에 맞춰서 보다 넓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이 큐레이터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애매함 때문에 요즘은 큐레이터가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보다는 이 애매한 용어의 전문성을 드러내는 세분화된 용어로 지칭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전시를 직접 만들고 그에 대한 글을 생산하며 담론을 반영할 수 있는 개념화된 작업이 가능한 전문 인력을 큐레이터라고 부를 수 있겠다. 기획의 목적이 다양한 만큼 전시 규모나 성격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즉 큐레이터라는 용어를 지금은 미술관, 갤러리, 개인 공간 등에서 전문적인 구분 없이 쓰고 있기 때문인지 명확한 구분을 위하여 대규모 국제 전시를 개최할 때 큰 규모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지휘하는 ‘예술감독’이라는 직책으로 불릴 때도 있는 것이다. 혹은 기획의 역할과 진행의 역할을 구분하여 ‘전시 기획자’와 ‘코디네이터’라는 명칭으로 구분하여 활동하기도 한다. 미술관과 갤러리에는 모두 큐레이터가 존재한다. 원래는 그 역할이 달랐으므로 상업 갤러리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용어이다. 하지만 지금은 미술관의 역할과 갤러리 역할 사이의 교집합이 점차 확장되면서 그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시 코디네이터(Exhibition Coordinator)
의상 코디네이터는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전시 코디네이터라는 직책은 아직 생소할 수 있다. 의상 코디네이터가 대상 모델의 체형과 분위기를 맞추기 위하여 의상을 매치하듯이 전시 코디네이터는 특정 공간의 성격과 분위기를 특정 작품과 잘 매치 하여 연출하는 미술 전문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시 코디네이터는 작품의 디테일한 성격을 파악하여 공간과 성격에 잘 맞도록 작가 및 기획자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충족할 수 있는 면밀함을 갖추어야 한다. 큐레이터의 기획 방향에 따라 전시를 실현하는 데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직책인 것이다. 작품과 공간에 대한 모든 세부 사항을 파악하고 그 전시 실행을 진행하여야 하는데 보통 비엔날레형 대규모 전시에서 활동하는 인력으로서 감독과 작가, 행정 부서의 요구 사항과 실행 사항을 수합, 조정하며 진행해야 하는 인력에게 이러한 직책이 주어진다. 아직 한국 미술계에서는 미술 업무가 전문적으로 세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시를 실행하기 위한 모든 과정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를 세분화하기가 힘들어 모든 과정을 코디네이터들이 진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작가가 국내의 전시 공간을 방문할 때 코디네이터는 작가의 방문에 관련한 여행 일정 관리와 그 일정에 따른 항공, 숙박 등을 예약하는 등 여행사의 업무를 고스란히 진행하거나, 작품 배송을 위한 운송 및 보험의 부분에서도 작품에 관한 가격 리스트 파악에서부터 작품의 컨디션 체크 등 해외에서는 전문 업종으로 구분되고 있는 레지스트라의 업무도 해야 할 때가 많다.

레지스트라(Registrar)
레지스트라는 갤러리 혹은 미술관에서 입출고되는 모든 작품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작품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변화된 현상 등을 체크하여야 한다. 전문 레지스트라는 작품의 컨디션 리포트를 작성하여 손상된 부분의 정확한 위치를 체크하고 작품이 전시 또는 판매 등을 위해 내보내질 때와 다시 해당 작품이 반환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사진으로 기록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복구 전문가가 작성한 컨디션 리포트는 작성 건수에 따라 높은 가격을 받기도 한다.

아키비스트(Archivist)
아키비스트는 '기록보관서’로 해석되는 아카이브(archive)의 파생어이다. 즉 문서의 기록을 관리하는 직책으로서 전시에서 파생되는 각종 기록물, 즉 도록, 리플릿 등 각종 인쇄 매체를 관리한다고 할 수 있다. 미술 기관에서의 아키비스트는 작품과 전시에 관련한 출판물을 수집 관리하며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작품, 전시, 작가 등과 관련한 언론 보도를 수집, 관리하기도 하고 작품 상태와 위치 이동 등 작품의 추이에 대한 꼼꼼한 기록을 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직종에 대해 전문적으로 훈련이 된 인력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대규모 미술관 외에는 아키비스트를 따로 두고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 보통은 인턴이나 보조 큐레이터가 도록 및 언론 기록 수집 관리 정도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시가 특정 기간 동안 드러나는 일시적인 미술 형식이라고 한다면 아키비스트가 수행하는 자료 관리 업무는 미술 작품 및 전시의 역사적 가치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중요한 일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테크니션(Technician)
미디어 작품이 많아짐에 따라 영상 장비를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전문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테크니션은 공간의 크기, 빛의 상태, 화면의 성격에 따른 전자 장비의 특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다. 또한 작품을 설치함에 있어서 색다른 매체의 설치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 다양한 재료를 다룰 수 있고 공간 설치를 위한 여러 가지 장비를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인력을 통칭하여 테크니션이라고 부른다. 보통 미술 전문 운송회사에서의 운송 인력이 이러한 테크니션을 겸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도의 설치 전문가로서의 테크니션을 고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리셉셔니스트(Receptionist)
갤러리에 들어서면 관객이 가장 처음 대하는 이가 리셉셔니스트이다. 갤러리뿐 아니라 미술관에도 리셉셔니스트가 관객을 맞이하게 된다. 해당 기관의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전화 응대도 주로 리셉션에서 담당하는데, 기본 태도와 예절이 잘 갖추어져야 하며, 눈썰미가 좋아 중요한 고객을 알아보고 바로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에게 연결해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교육 프로그래머(Education Programer)
지금은 미술관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시스템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래머는 전시 및 작가에 관련하여 파생되는 콘텐츠를 활용하여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고, 총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미술관에서는 어린이, 가족 단위, 일반 관객, 전문 지식을 원하는 성인 등 그 수강 대상에 따른 구분이 가능한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 진행하여야 한다. 보통 공공적 기능으로서의 교육의 목적에 부합한 업무가 기본이지만 요즘은 상업 갤러리에서 고객 관리를 위한 마케팅 기법으로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여 교육프로그래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갤러리스트/아트딜러(Gallerist/Art Dealer)
갤러리스트와 딜러는 작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 활동 영역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은 갤러리스트에게는 운영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갤러리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차 시장으로서의 갤러리의 경우, 전시 운영을 위하여 소속 작가와 함께 성장하고 이를 마케팅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딜러는 따로 공간을 가지지 않고 고객 관리를 집중적으로 하게 된다. 딜러에게는 작가 자체보다는 고객에게 제공할 작품 추이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 작가의 성장 과정이나 가격 변동 정보를 가지고 있으나 해당 작가와의 직접적인 작업보다는 고객 간의 거래, 갤러리에서의 구입 대행 등의 업무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딜러의 고객에는 갤러리도 포함된다. 또한 작품 가격 추이나 현재 미술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컬렉터의 개인 어드바이저로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매사(Auctioner)
경매사는 경매를 진행할 때 직접 그 자리에서 상품을 판매해야 하므로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인상과 분위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군중 앞에서 작품의 판매 욕구를 순간적으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재치 있는 입담과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카리스마가 겸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신 있는 태도는 작품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프랑스에서는 까다로운 교육과정을 통하여 정식 경매사가 될 수 있으며 이들은 미술 감정까지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 경매사가 되기 위한 전공이나 자격증 등의 제한은 없으나 미술에 대한 전문 지식은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경매사는 작품 판매 역할뿐 아니라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리스트(Specialist)
경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구매 의욕이 있는 고객과 경매에 내놓을 좋은 작품이 필요하다. 이를 수집하는 역할을 스페셜리스트가 담당하는데 작품 가격 및 내용에 대한 지식도 있어야겠지만 중요한 컬렉터를 포함한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좋은 가격에 내놓게 하기 위해서는 작품 소유자가 어떤 작품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정보는 관련자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해 나가면서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격 감정을 하는 것이 스페셜리스트의 중요한 임무이므로 전문적인 감식안이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 본 기사는 현대미술 국제교류 플랫폼 더아트로에서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링크

[하우투] 현대미술계 주요 제도

 

 

 
 
필자사진_김인선 필자소개
김인선은 이화여대 조소과 및 뉴욕 프랫인스티튜트 미술사학과를 석사 졸업했다. 1999년 대안공간 루프를 시작으로 광주비엔날레 코디네이터(2001~2), 부산비엔날레 코디네이터(2000)와 공동 큐레이터(2006), 국제갤러리 부디렉터(2003~4),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5), 대림미술관 학예실장(2006~7), 인터알리아 전시실장(2007~2009)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윌링앤딜링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www.willingndealing.com
 
weekly 예술경영 NO.307_2015.05.28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덧글 0개

덧글입력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