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국제교류 무대의 열혈 기획자들 Ⅱ

무대감독에서 국제교류 전문가로

김지명_안은미컴퍼니 제작감독

출발점

출발은 무대감독이었다. 여전히 그렇지만 그땐 무대감독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가 훨씬 낮았다. 그나마 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다면 프로덕션 핸드북에서 보았을 직명이었고, 감독이라는 표현 때문에[실은 director가 아니라 manager인데, stage manager를 일본에서 먼저 무대감독(舞臺監督)으로 번역했고 이를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오해가 시작되었다] 연출과 혼동되고, 무대(stage)라는 표현은 같은 무대로 대표되는 무대 디자인(set 혹은 scenery)과의 혼동을 야기했다. 이 모두 서양연극 시스템을 일본을 통해 받아들인 결과로서 무대감독이라는 직명은 그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경우 중 하나였다.

대학로 연극이 우리나라 공연을 대표하던 무렵(1990년대 중반), 무대감독으로 극단 활동을 하며 극단 운영 및 공연 제작에 대한 감각을 키웠다. 이후 밀레니엄으로 접어들면서 로버트 윌슨의 <바다의 여인>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필두로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공연 문화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바야흐로 명실공히 국제적인 페스티벌이 활발하게 펼쳐지며 공연시장에 국제화의 물결이 일었고 제작 시스템 또한 전문화되기 시작했다.(국제라는 말은 이상하게 가슴을 뛰게 한다.) 이런 흐름과 더불어 무대감독도 그 역할이 명확하게 인식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무대감독이 프로덕션에서 어떤 일을 하며 연출이나 무대장치가의 창의적인 작업보다는 매니지먼트, 즉 운영과 관계된 전문 직업인이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공연 팀 내에서 대체 가능 역할로 인식되었던 무대감독이 공연 제작 현장에서 필수적인 전문 역할이라 여겨지게 되었다.

특히 매니저로 인식되면서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해졌다. 필자가 무대감독으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무대감독은 남성의 직업이었다. 조율하고 운용하는 역할이라기보다는 기술적인 업무 능력이 더 중시되었고(그래서 연습을 진행하기보다는 무대장치 등 제작 요소를 조율하는 일이 주 업무였고 공연을 진행한다 해도 모든 큐를 다 부르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 전환 큐만 진행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 제작 시스템의 전문성을 확립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특히 제작감독, 기술감독, 무대감독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주었다.) 힘을 쓰는 직업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모든 게 시기가 맞아서 여자들이 오히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업으로 무대감독이 부각되었고 필자는 선구자처럼 이 직업과 인연을 맺었다.

전환점

공연 분야에 몸담은 지 10년을 넘기고 무대감독, 제작감독, 기술감독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 하던 차, 장기 공연과 전문 제작 시스템 안에서 기계적으로 임하는 작업에 염증을 느끼게 되었고 공연 단체와의 친밀하고 치열한 작업을 다시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래서 만나게 된 단체가 안은미컴퍼니와 국악 팀 비빙이었다. 모다페나 페스티벌 봄:의 기술감독으로 일하면서 안은미컴퍼니를 만나왔으나 그때만 해도 필자에게는 행사에 참가한 여러 공연 단체 가운데 하나였고 안은미컴퍼니에서도 필자는 페스티벌에서 만나는 기술감독일 뿐이었다. 그러다 2008년 안은미컴퍼니가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고 해외교류 전문 스태프를 찾던 차, 필자의 욕구에도 맞아서 함께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안은미 선생님의 소개로 국악 팀 비빙과도 작업하게 되었다.

 

▲ 안은미컴퍼니 프린세스 바리 2013 파리 여름축제 공연
※클릭시 사진 확대

 

무대감독으로 단체와의 작업을 시작했지만 실제로 공연, 특히 해외 공연을 진행하다 보면 기술적인 협의 외에 공연 환경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공연 진행과 더불어 초청자나 공연을 보고 접촉해오는 인사들을 만나 회의를 하는 일도 많아졌다. 공연의 기술적 부분과 계약 부분 역시 서로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서 소통 채널을 하나로 두는 게 옳지 않은가 하는 판단이 섰다. 이른바 무대감독(SM)과 제작감독(PD)을 겸하는 식이 된 것이다.(어쩌면 호칭에 상당히 집착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다. 허나 업무에 있어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직함 혹은 호칭에 따라 업무 영역이 명확해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고 그래서 늘 호칭부터 정리한다.)

처음에는 국제교류재단이나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해외 공연이 이뤄졌고 이후 언젠가부터 문화예술위원회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가 이 두 공연 단체의 해외 공연을 이끄는 중심에 있었다. 특히 센터에서는 아트마켓의 형태로 공연 팀을 지원해 주었는데 이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아트마켓에 참가해서 공연함으로써 지원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되었지만 아트마켓을 준비하면서 단체의 운영자들을 불러 교육시키고 공연 단체가 스스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네트워크 구축의 길도 열어주었다. 그리고 이전의 교류 업무 담당자들의 경험담을 나누며 마켓 활용의 팁을 얻을 수도 있었다. 이것이 해외교류 작업에 첫걸음을 뗀 필자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었다. 무슨 일이든 방향과 방법을 알면 길이 보이는 법. 필자에게 주어진 정보들을 통해서 나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해외시장에서도 우리나라의 지원 정책이나 방향을 이해하고 있어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이 비교적 수월하다. 특히 지원 내역이 명확하기에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도 서로 부담해야 할 몫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도 진행 과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안은미컴퍼니는 해외에서도 그 입지가 비교적 확고해서 외국의 에이전시가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컴퍼니를 알리고 있는데, 센터의 취지를 잘 이해해서 가능한 범위의 사업을 계획, 추진하고 있다.

 

▲ 비빙_폴란드 바르샤바 5 Flavors festival
※클릭시 사진 확대

 

공연의 교류라고는 해도 결국은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로 귀결된다. 그래서 공연 활동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대화라든가, 심포지엄 등 주변적인 기회를 통해 그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일도 더불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스스로 여유가 없었기에 주어진 일만 잘 해결하는 것으로도 만족했지만, 지원을 받든 안 받든 해외 공연에는 큰 비용이 들고 공연 단체에게는 큰 도전이요, 투자다. 운 좋게 교류의 기회가 잦은 단체와 일하게 되어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이나 마켓에 참가할 수 있었다(얼마 전 그동안의 해외 공연 참가 이력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아비뇽, 에든버러 등 한때 내 삶에서 로망으로만 있었던 곳을 경험했고 미국, 중남미, 유럽, 호주, 인도, 바레인까지 많이도 누비고 다녔더라. 이게 나 한 사람만의 ‘좋은’ 경험이나 자산에 머무는 건 낭비가 아닐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백스테이지》라는 무대기술 전문 계간지를 발행했다. 이때 만일 나 같은 사람을 알았더라면 잡지의 내용이 훨씬 풍부했을 거라고 가끔 생각한다. 책으로 펴내든가 어딘가에 연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제는 한번 갔을 때 가능한 많은 것을 수확하려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공연은 물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를 알리고자 노력한다. 이것이 공연 단체 한두 팀으로 가능하지 않다. 해외 공연 기회를 많이 가진 단체들이 모여서 각자 경험한 허와 실을 털어놓고 공통의 목표를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부적인 교류의 장이 형성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

종착점

오래전 기술통역 일을 처음하게 되었을 때, 공연 팀(로버트 윌슨의 <바다의 여인>)에 대한 욕심 때문에 무작정 달려들긴 했지만, 막상 일하려 하니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배운 영어가 전부였기에 덜컥 겁이 났다. 그때 전문 통역 일을 하던 친구에게 비법을 알려달라고 청했더니, "말을 하거나 들을 때 ‘나는 정말 너를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라."라고 대답했다. 신기하게도 그 말은 필자에게 마법을 부린 듯 큰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이후 통역할 때뿐 아니라 공연 분야, 특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요, 상대와의 이해 형성이 필수인 교류의 현장에서 필자에게 그 무엇보다 커다란 지침이 되어주고 있다.

 

 

 
 
필자사진_김지명 필자소개
김지명은 퍼포먼스 공연 <델라구아다>를 시작으로 퍼포먼스, 뮤지컬, 오페라, 연극, 무용,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에서 무대감독과 기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사업팀 제작기술감독으로 재직 중이며, 안은미컴퍼니, 음악그룹 비빙에서 제작감독으로 작업하고 있다. 이메일
 
weekly 예술경영 NO.309_2015.06.11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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