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신뢰에 기반 한 기부, 공감을 통한 모금

“모금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장진민_(주)이음스토리 이사

“모금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요?” 많은 예술 단체를 만났을 때 듣는 질문이다. 유사한 질문으로는 “어떻게 하면 사랑할 수 있을까요?” 혹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등이 있다. 모두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개별적이고 몇 마디 말로 충족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그리고 모든 질문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정답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이 땅 위에서 노력하지만 빈번이 열악한 환경에 직면하는 예술 단체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접근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금의 명분 개발

먼저, 기부의 동인은 어디서 잉태되어 결국 모금이 되는 것일까? 일부 사회적 문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모금은 거대한 담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삶과 공명하는 가치와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공감하는 가치에 대한 관계 맺음이 기부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예술 활동이 관객을 전제한 방법론이라면 모금 역시 기부자를 전제한 접근 방법이다. 따라서 모금을 시작할 때 예술 단체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스스로 창조하는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명징하게 나타낼 것인지에 대한 준비이다. 이때의 가치(value)를 명분(cause)이라 말하며, 이러한 명분으로부터 모금이 시작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모금이란 모금 단체의 존재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인받고 재확산시키는 과정일 수 있다.
 

이러한 명분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직조된다. 그리고 명분을 구성할 때 예술 단체의 존재 가치는 씨줄로, 실제 유형화된 예술 활동은 날줄로 사용한다. 설득력 있는 명분이란 단순히 지향 가치만이 아닌 실제 창조한 예술의 결과를 통해 증명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때 지향 가치는 미션(mission)과 비전(vision)이 되며, 실행한 예술 활동은 향후 기부를 위한 모금 상품(fundraising program)이 된다.

즉, 명분은 예술 단체의 미션을 설득력 있게 나타내면서 동시에 기부가 필요한 모금 상품을 제시하는 구조로 작성된다. 예를 들어 ‘우리 단체는 접근성 높은 음악 공연을 통해 소외된 지역 주민에게 위로와 자존감을 제공한다(미션). 우리는 이러한 음악 공연을 몇 년간 몇 차례 진행하였으며(실제 활동), 공연을 접한 많은 관람객이 정서적 고양감을 느끼고 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가치 실현). 이처럼 우리 단체는 소외된 지역 주민에게 음악 공연을 제공하여 예술 향유에 기반 한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비전). 지속적인 음악 공연(모금 상품)을 위해 음악의 가치에 공감하는 당신(기부자)의 참여가 필요하다.’와 같은 구조로 명분을 작성할 수 있다.

모금을 위한 준비 과정

명분 체계가 설계되었다면 이후 모금을 위한 세부적인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세부적인 준비 과정은 크게 ⓵ 제도 환경, ⓶ 내부자원 개발, ⓷ 잠재 기부자 타기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도 환경

⓵ 제도 환경의 과정에서는 예술 단체가 모집을 할 수 있는 행위 능력을 갖추는 준비를 한다. 일반적으로 모금이라고 표현하는 개념의 법률적 정의는 ‘기부금품 공개 모집’(asking)이다. 그리고 현행 법률상 1천만 원 이상의 기부품 공개 모집은 법정/지정기부금 단체만 가능한 배타적 행위 능력이다. 지정기부금 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 주무부처의 추천을 통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지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예술 단체의 경우 문화예술진흥법에 의거 ‘전문예술법인단체’로 지정받게 되면 동시에 지정기부금 단체로 인정받게 되어 기부금품 공개 모집뿐만 아니라 기부자에게 기부금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는 영수증 발급(세제적격 단체)도 가능하다.

따라서 모금을 위한 필수 준비의 과정으로 예술 단체는 우선 지정기부금 단체로서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연 기준 1천만 원 미만의 모금을 계획 중이라면 별도의 제도적 자격을 구비할 필요는 없으며 지역문화재단이나 ARKO에서 시행하는 크라우드펀딩 참여를 통해 모금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기부금 단체로서 기부자와 사회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단체의 합법성(legitimacy) 획득은 모금 단체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내부자원 개발

⓶ 내부자원 개발의 과정에서는 실제 기부자에게 기부를 요청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자료와 모금사업에 가용할 수 있는 단체 자원을 검토·구성하는 준비를 한다. 예술 공연이나 전시회를 할 때 관람객에게 프로그램북 또는 브로슈어를 제공하는 것처럼, 모금 역시 명분에 기반 한 기부 안내서가 필요하다. 기부 안내서에는 보다 상세한 명분 내용과 함께 기부 참여 방법, 기부자 예우, 결과보고서 공지 방법, 약정서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기부 제안서는 기부 안내서를 토대로 잠재 기부자에 맞춰 개별 작성한다. 상황에 따라 홍보 영상이나 연차보고서 제작도 유효할 수 있다.

또한 현금 수령이나 은행 계좌를 포함해 단체가 구축 가능한 다양한 기부금 결제 채널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부자가 예술 단체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기부를 하려고 할 때 계좌이체, CMS,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 등 편의성 있는 결제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덧붙여 공연/전시 티켓이나 감사카드, 예술교육 등 예술 단체가 기부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내부자원을 활용하여 기부자 예우 체계를 설계한다.

잠재 기부자 타기팅

 

⓷ 잠재 기부자 타기팅은 해당 예술 단체의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성을 검토하는 과정이다. 앞서 해당 예술 장르와 예술 단체가 가진 가치에 대한 동의를 확대하는 것이 예술 기부라고 했다. 동의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상군이 잠재 기부자로서 우선순위를 가지게 된다. 동의의 가능성 관점에서 본다면 1차 잠재 기부자는 예술 단체의 활동 범위에 포함될 확률이 높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상군은 관객이다. 예술 단체가 생산하는 예술 콘텐츠를 향유하는 관객은 이미 관람이라는 동의 행위를 한 대상군이다. 따라서 예술 단체의 모금은 관객개발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공연이나 전시 등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관객을 기부자로 유도할 수 있게 기부 요청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관객은 아니지만 해당 예술 장르의 애호가층, 예술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 주민, 예술 활동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대상들이 또 다른 잠재 기부자층이 될 수 있다.

관련하여 예술 단체가 모금을 하는 초기에는 소수 기업의 거액 기부보다 다수 개인의 소액 기부를 목표로 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소액 기부는 예술 단체와 기부자가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의 차원에서 기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다수 개인의 소액 기부는 예술 단체가 지속적인 모금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자양분으로 작용하며, 이후 기업 기부자와의 파트너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모금 기획

이상의 내용이 구성되면 하나의 로드맵을 기준으로 기획을 하게 되며, 이 기획안을 예술 단체 구성원과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는 것이 모금 기획이다. 참고로 모금 기획서와 기부 제안서에서 선명하게 드러나야 할 장치로는 breaking(발현), impact(변화가능성), legitimacy(합법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실행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모금 방법이다. 잠재 기부자에게 기부 요청을 통해 예술 단체는 일부의 성과와 또 일부의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일부의 성과는 지속적인 모금 활동을 위한 심리적 격려로써 작용하고 일부의 실패는 자기 수정에 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이 두 가지 경험을 체화할 때 예술 단체는 모금 단체로서의 건강한 자기 역량을 제고할 수 있다.

물론 간략하게 소개한 방법론이지만, 실제 실행에 있어 적은 인력과 예산의 예술 단체가 직접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예술 단체가 준비·실행하면서 공공과 민간의 지원을 받게 된다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관련하여 예술 단체의 모금을 위해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수년간 실행한 모금스쿨과 재원조성 컨설팅이 매우 유용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여 모금에 대한 기획을 할 수 있는 정제된 환경을 제공받고 실제 실행 과정에서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다른 분야에서는 보기 힘든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며칠 전에 종료된 모금스쿨의 경우 교육은 물론 수강생들이 직접 모금 기획을 작성해서 발표까지 하는 과정까지 성실히 마쳤다. 특히나 PPT 작성이 서툴었던 한 수강생이 모금 기획을 발표하는 PPT 마지막 장에 모금스쿨에 참여하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는 내용을 작성하고 보여줘 큰 감동과 보람이 되었다.

 

▲ 2015 예술경영아카데미 LINK 모금스쿨

 

 

마지막으로, 모금의 크기는 해당 예술 단체가 창출하는 예술적 가치를 그리고 활동하는 범주의 규모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일시적으로 모금액이 증가했다 하더라도 결국 모금의 크기는 예술 단체의 평균 역량으로 수렴된다. 따라서 어쩌면 모금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술 단체의 본원적인 활동의 질을 제고하는 것일 수 있다. 예술 활동을 통해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를 통한 사회 관계망의 확충, 이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창출은 결국 예술의 우수성과 감동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스스로의 역량을 포함해 내·외부의 다양한 자원 개발의 차원에서 모금을 준비하고 실행하길 바라며, 미국의 모금가 킴 클라인(Kim Klein)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금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해보자. 돈을 모으는 것이라고 대답하면 틀린 답이다. 해마다 지속적으로 모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러분의 단체에 소속감을 느끼는 개인 기부자들을 발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금의 목적은 이러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모금의 목적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하는 사람들을 원해야 한다.”

 

 
 
필자소개 필자소개
장진민은 ㈜이음스토리 이사이자 한남대학교 겸임교수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현재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재원조성 전임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weekly 예술경영 NO.313_2015.07.09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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