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 무대 진출 전략 Ⅱ

미술시장과 네트워크: 해외 컬렉터, 갤러리, 미술관, 한국 작가 연결하기

최선희_Choi&lager 갤러리 디렉터

공연 및 시각예술 분야 기획자를 위한 국제문화교류 역량 강화 교육프로그램(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운영)인 ‘넥스트 아카데미(NEXT ACADEMY)’의 <시각예술 해외 진출 역량 강화 과정-미술시장을 바라보는 여섯 가지 시선>이 지난 11월 9일부터 24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터 2층 북세미나실에서 개최되었다.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미술시장 전문가들을 강연자로 초청한 아카데미는 통계를 통해 한국 미술시장의 지난 10년을 살펴보고(박수강 에이엠콤파스 대표), 한국 작가의 시장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획자의 역할을 논하거나(심소미 독립큐레이터), 해외 메이저 아트페어에서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 및 소통 전략(전민경 국제갤러리 대외협력 디렉터) 또는 한국 작품을 소장하려는 해외 콜렉터들과의 네트워킹(최선희 Choi&Lager 갤러리 디렉터), 아트 옥션을 통한 한국 미술시장의 전망과 해외 진출 전략(이현희 서울옥션 미술품 경매팀 근현대 팀장), 글로벌 미술 생태계 속의 한국 동시대 미술 위치(박만우 플랫폼엘 현대미술센터 관장) 등 총 6회에 걸쳐 한국 현대미술의 해외 진출을 위한 유익한 노하우를 관중에게 전달했다. 이에 따라 《Weekly@예술경영》은 당시 강연에 참석하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6회의 강연 중 3개의 강연을 지면으로 옮겼다.한국 현대미술의 세계 무대 진출 전략 Ⅰ ― 아트페어를 활용한 아트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한국 현대미술의 세계 무대 진출 전략 Ⅱ ― 미술시장과 네트워크: 해외 컬렉터, 갤러리, 미술관, 한국 작가 연결하기/한국 현대미술의 세계 무대 진출 전략 Ⅲ ― 글로벌 아트 무대와 한국 동시대 미술의 해외 진출을 위한 과제/


 

네트워크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 학교와 크리스티 경매 본사 인턴사원을 마친 2002년부터 미술계에 뛰어든 지 13년째가 되는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네트워킹의 노하우를 물어 오면 “사람을 많이 만나라”라는 말을 먼저 하게 된다. 이는 유럽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는 분야의 직업을 찾기 원하는 젊은이들이 모두 듣게 되는 말이다. 한국만이 혈연, 지연, 학연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아니다. 내가 경험한 서양의 사회 또한 본인이 맺어 온 인연이 사회에서 경력을 쌓아 가고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는 곳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네트워킹’이라는 말이 매우 프로페셔널한 차원에서 사용되기도 하고 사회생활에서 네트워킹은 개인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한다.

네트워킹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노력 속에서 네트워킹도 창조된다는 말로 바꾸어 말하고 싶다. 그것은 네트워킹을 하기 위해서는 이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도록 해 주는 콘텐츠를 일단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미술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나 기획력을 가지고 창조해 낸 프로젝트 등, 인연을 맺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곧 네트워킹이 왜 필요한지, 누구와 네트워킹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요소들에 대한 준비를 가능하게 해 준다.

나는 미술계에서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 만났다. 한국 매체에 글을 쓰기 위해서, 내가 기획하는 전시에 필요한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나서 이 전시를 와서 보아 줄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또는 우연찮게 만날 기회를 많이 생성하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인터뷰 요청이나, 좋은 작가의 소개, 전시의 초대 등, 뚜렷한 목적 의식이 있을 경우 그 네트워크의 효과는 커졌다.

작가와의 네트워크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갤러리가 작가와 맺는 관계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한 명의 갤러리스트가 하나의 작가를 선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기준이 다방면에서 작용하기에 뾰족하게 하나로 집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작가가 얼마나 좋은 작품을 하고 있느냐이다. 유럽에서는 갤러리스트들이 주요 미대 졸업 전시에 가서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는 일을 즐기고 때로는 이를 사명으로까지 여기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창작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작가와의 인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보편적이다. 또한 비엔날레나 도큐멘타와 같이 미술계의 가장 진지한 담론과 최고의 평가에 의해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행사에서 좋은 작가들을 만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경우가 우연한 기회에 또는 지인들의 추천에 의해 소개되는 작가들과 인연을 통해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작가들이 갤러리들을 찾아다니면서 포트폴리오를 보여 주고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이 무모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의외로 많은 갤러리들이 이렇게 갤러리를 찾는 적극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검토하고 나서 그 작가를 소개하기도 한다. 어떠한 경우건 작가와의 네트워크는 일반 사람과의 네트워크와는 다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작가들은 매우 특별한 삶을 살아가며 세월에 대한 관념도 다르기에 하나의 작가와 맺은 네트워크의 관리는 매우 각별하고 조심스러워야 하며 먼 미래를 내다보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외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진 
(2015, Michael Horbach Foundation, Cologne) 전시 전경 외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진 
(2015, Michael Horbach Foundation, Cologne) 전시 전경

▲ 외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어진
(2015, Michael Horbach Foundation, Cologne) 전시 전경

컬렉터와의 네트워크

하나의 갤러리가 작가와 컬렉터를 연결해 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얼마나 좋은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느냐이다. 좋은 전시가 없다면 좋은 작품도 없고 컬렉터를 초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말과 같다. 갤러리에서 하는 기획 전시는 갤러리만의 성격과 역사를 만들어 가도록 해 주고 마케팅과 홍보를 통해 진지한 컬렉터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 준다. 따라서 하나의 갤러리를 자리 잡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시’이고 이 말은 곧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영입해야 한다는 말과 일치한다. 갤러리 전시의 중요성은 아트페어로 확장이 된다. 현대는 아트페어의 시대이고 아트바젤이나 프리즈 아트페어처럼 접근이 힘든 아트페어들과, 반면 부스비만 내면 참가할 수 있는 쉬운 아트페어들이 있다. 만약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가할 야심이 있는 갤러리라면 적어도 5년여 기간에 거쳐 질적으로 우수한 전시를 갤러리에서 기획해 왔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좋은 아트페어의 참가는 곧 진지한 컬렉터들과의 네트워크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각 아트페어의 성격과 그 페어가 열리는 나라의 문화적인 배경 등을 고려하여 부스를 꾸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시나 아트페어 외에 작가들과 컬렉터를 연결하는 방법으로는 인터넷을 이용하여 보다 오프라인의 네트워크를 보충해 주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서양의 대부분의 갤러리들이 홈페이지 외에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적극 이용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내부적인 차원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프로페셔널한 차원에서 관리해 주는 회사들이 생겼다. 대표적인 회사들이 ‘ARTSY, ART BLANT, OCULA, ARTNET, ARTRABBIT’ 등이다. 이러한 회사들이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나 아트페어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이나 뉴스 등을 업데이트하여 전 세계로 홍보하는 역할을 대행해 준다. 이 회사들의 월 회비는 300에서 400유로 정도이며 이들 사이트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술계 네트워크의 영역이 매우 인터내셔널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서양 갤러리들의 경우 한 개에서 두 개 사이트 정도 회원 가입을 하여 홍보 효과와 네트워크 기회를 확장하고 있다.


동양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19개 갤러리가 참여한 ASIA NOW ART FAIR, 2015,
프랑스 파리 에스파스 피에르 가르댕 동양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19개 갤러리가 참여한 ASIA NOW ART FAIR, 2015,
프랑스 파리 에스파스 피에르 가르댕

▲ 동양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19개 갤러리가 참여한 ASIA NOW ART FAIR, 2015,
프랑스 파리 에스파스 피에르 가르댕

갤러리와 미술관, 평론가 네트워크

미술관의 경우 갤러리 디렉터나 큐레이터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갤러리들에서 외부 큐레이터를 선임하여 전시 기획을 맡길 경우 이들 큐레이터들이 함께 일하는 미술관들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가 좀 더 쉽게 주어지기도 한다. 작가나 컬렉터들에 비해 미술관 관계자나 독립 기획자들의 수는 제한되어 있기에 이 분야는 오랜 시간과 노력으로 결실을 보는 경우도 많고 좋은 전시를 올리고 특정 기관의 기획자들이 찾고 있는 작품의 주제와 상통할 경우 그 인연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어떠한 경우건 서양에서 작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갤러리들이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곳이 이 부분이다. 미술관의 공증 없이 한 작가가 성공적인 경력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은 매우 힘들다. 문화적인 성공 없이 상업적인 성공도 있을 수 없다.


프랑스 릴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빨리 빨리’ 전시 중 최정화 작가의 작품 설치 장면

▲ 프랑스 릴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빨리 빨리’ 전시 중 최정화 작가의 작품 설치 장면


서양에서 한국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커지고 있다. 이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홍보가 그전보다 더 이루어지고 있고 중국 위주의 현대 미술가들을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컬렉터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미술관을 비롯한 공공 기관에서 상호 국가 간의 문화 교류의 일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드물게 생기기도 한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와 같은) 하지만 예산이나 전시의 반응 등에 대한 고려가 깊게 이루어져야 하고, 이는 멀리서 한국의 작가들을 초대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국의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하는 매개체인 갤러리나 기획자가 서양에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의 릴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빨리 빨리> 전시는 국가가 주도한 문화 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열리기 때문에 그 규모 면에서는 유럽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 행사 중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미술관 전시는 한국 작가들을 현지 컬렉터나 갤러리스트, 평론가 등에게 연결시켜 주는 최적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서양의 갤러리들에서 간헐적으로 한국 작가들을 초대하는 전시가 열리거나 한국 작가들만을 소개하는 전문 갤러리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한국에서의 인지도와 가격 시스템은 유럽에서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작가들은 이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어야 하고 하나의 갤러리와 오랜 세월 관계와 신뢰를 쌓아 간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전 세계의 작가들을 초대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 등을 통해서 이를 검색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보내는 시도를 통해 해외에서 작업하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갤러리들이 해외의 아트 페어들에 진출하는 사례도 많으므로 이들 갤러리들을 리서치하고 한국에서 네트워크를 먼저 만들어 갤러리와 함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선희  필자소개
최선희는 런던 크리스티 인스티튜션에서 미술사로 디플로마를 취득, 런던 크리스티 경매 본사의 인턴쉽을 거쳐 런던의 차이니즈 컨템포러리 갤러리 어시스턴트 디렉터, 유니온 갤러리 세일즈 매니저로 활동했다. 2006년부터 파리에서 아트 컨설턴트와 독립 기획자로 활동,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2012년 유니온 갤러리 대표 야리 라거와 독일 쾰른에 Choi&Lager Gallary를 공동 설립하였다. 저서로 『런던 미술 수업』이 있다.
 

weekly 예술경영 NO.333_2015.11.26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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