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예술 공유의 물길 여는 디지털 공간 Ⅰ

‘그곳’의 정보를 ‘이곳’의 경험으로

허대찬_미디어 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

요즈음 가장 이슈가 되는 디지털 기술을 떠올려보면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VR일 것이다. 실제 세계와 유사하지만, 실제가 아닌 인공 환경을 이야기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대해 오늘날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인위적으로 제작한 가상 공간이나 객체를 체험하게 하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공간을 이용해 마치 우리가 그 공간에 가 있는 듯 눈앞에 무언가를 펼쳐놓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여러 시청각적 요소들의 데이터화와 그를 다루는 컴퓨터의 연산 및 처리능력, 결과물을 표현하는 모니터와 프로젝터 등을 비롯한 각종 출력장치의 발달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그 효과와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가시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비롯한 자본, 기술의 집중이 가속되고 있다. 특히 문화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두드러진다.

실제 공간과 객체를 데이터로 다루며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양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구글(Google)이다. 구글은 동명의 검색엔진에 기반한 광고 서비스로 한해 약 6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세계 최대의 IT 기업 중 하나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체계화, 디지털화, 온라인화하여 모든 사람이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한다. 구글은 인공위성과 로봇,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하여 전 세계의 표면, 건축물 내부, 바닷속, 심지어 달과 화성의 표면까지도 스캔하여 온라인상에 구현, 기록하는 등 정보의 디지털 아카이빙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바라본 뉴욕 센트럴 파크 ⓒ Google Earth ▲ 구글 어스를 통해 바라본 뉴욕 센트럴 파크 ⓒ Google Earth

그 사례로 구글의 지리 정보 프로젝트들을 들 수 있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맵스(Google Maps)와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선보여 수직 방향의 경이로운 스펙터클과 밀도 높은 정보량으로 사람들의 감탄과 경악을 불러 일으켰다. 2007년에는 구글 맵스의 확장기능인 스트리트 뷰(Street View)서비스를 통해 수평 방향의 공간 데이터 선점과 축적, 구현을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3년에는 일반적인 2차원 지도 이미지와 더불어 3D 지형 데이터를 구글 어스에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회전시키며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인근 상공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보듯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지역을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구글은 인간의 주 활동지역을 넘어서는 바닷속과 탐사선이 닿은 화성까지도 수집과 표현의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 말 그대로 인간의 발이 닿는 세계 모두를 통째로 가상 공간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반 고흐의 the bedroom, 기가픽셀 확대이미지 ⓒ Google Cultural Institute ▲ 반 고흐의 the bedroom, 기가픽셀 확대이미지 ⓒ Google Cultural Institute

이러한 구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문화이다. 구글은 구글 문화 연구원(Google Cultural Institute)을 통해 일련의 문화 프로젝트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다. 각 프로젝트는 구글이 지금까지 보인 행보대로 결과물의 데이터화와 가상 공간 구현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그 대명사 중 하나가 바로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이다. 이 프로젝트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전 세계의 명화를 붓 터치 하나하나까지 확대하여 볼 수 있는 고해상도 이미지 제공 서비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각국의 대표 미술관과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70~140억 화소 상당의 기가픽셀(GIga Pixel) 이미지로 제공하여, 회화의 경우 붓 터치는 물론 표면의 갈라진 물성까지 자세히 볼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로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2011년 설립된 구글 문화 연구원은 같은 해 공개한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역사적 순간’, ‘월드 원더스’라는 3개의 주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곳은 중요한 문화 자료들을 디지털화하여 공개, 보존함을 통해 전 세계의 미술 작품과 문화재를 누구나 조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미래의 교육과 비전에 기여함을 목표로 한다. 각 프로젝트는 다양한 미술관과 문화기관, 아카이브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 세계의 문화적 결과물들을 우리들 책상 위에서 만나게 하고 있다.

아트 프로젝트는 2016년 2월 현재, 736개 컬렉션과 13,108개의 예술가 항목, 245,373개의 예술작품에 대한 이미지와 정보를 아카이브하여 웹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 60여 개 미술관과 협력하여 다양한 작품의 초고 해상도 이미지를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고 있다. ‘역사적 순간’은 협력 미술관과 큐레이터들의 개별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기획한 전시를 온라인상에서 보게 하며, 현재 865개의 전시와 4,564,037개의 개별 항목을 선보이고 있다. ‘월드 원더스’는 구글 스트리트 뷰와 360도 촬영, 3D 모델링 기술을 이용해 파리의 베르사유 궁전이나 폼페이 유적같은 세계 문화유산과 역사명소들을 촬영, 처리한 결과물들을 선보이는 곳으로, 3D로 정교하게 재현된 문화유산들을 360도 이미지로 감상하게 한다. 그 외에 미국 내 흑인 역사와 문화(Black History and Culture), 미국 국립공원 개관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National Park Service), 스트리트 아트(Street Art)등을 특별 프로젝트 개념으로 함께 선보이고 있다. 구글은 단지 이들 자료를 모아 대량으로, 고해상도로 감상하는 플랫폼을 넘어 이들을 수집, 공유, 나아가 카테고리화하고 편집할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또한, 스트리트 뷰와 연동하여 각 미술관과 박물관, 또는 전시 공간을 촬영하여 작품과 함께 그 공간 역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 Google Performing Arts ▲ ⓒ Google Performing Arts

한편, 위에서 언급한 항목들의 디스플레이 포맷과는 차별되는, 관람자의 위치에 따른 체험을 더 강조한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지난 2015년 12월 새롭게 선보인 퍼포밍 아트 부문(Performing Arts)이다. 현재 구글은 퍼포밍 아트를 두 가지 인터페이스로 제공하고 있다. 첫째는 컬처럴 인스티튜트 웹페이지를 통해 다른 서비스와 동일한 가로 스크롤 형태의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둘째는 독자적 주소를 가진 performingarts.withgoogle.com이다. 전자의 경우 가로 스크롤 형태의 브라우징을 하면서 해당 콘텐츠를 선택했을 때, 예컨대 그것이 동영상일 경우 유튜브 상에서 360도 관람기능을 지원한다. 여기에서는 유튜브 플레이어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는 데 반해, 후자는 웹사이트상에서 동영상 인트로를 시작으로 자체 인터페이스를 가지며 브라우저 창 전체에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현재 Music, Opera, Theater, Dance, Performance Art 5개 카테고리를 제공하며 이들 중 Music, Opera, Theater, Dance 4개 카테고리에서는 전체 화면에서 360도 관람이 가능한 콘텐츠를 각 1개씩 예시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는 기존의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사이트로 링크되어 기존 인터페이스 형태로 볼 수 있다.



카네기 홀에서 진행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 가능 사이트 ⓒ Google Performing Arts 카네기 홀에서 진행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 가능 사이트 ⓒ Google Performing Arts

▲ 카네기 홀에서 진행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 가능 사이트
ⓒ Google Performing Arts



360도 관람 콘텐츠는 음악회나 공연의 리허설 장면을 담은 것으로, 몇 군데 정해진 위치에서 직접 촬영이 이루어져 마치 해당 장소에 서 있는 것처럼 특정 시점의 시야와 사운드 감상이 가능하다. 스마트 폰을 통해 웹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스마트 폰의 위치와 방향을 인식하여 폰을 이리저리 돌리면 그 방향의 시야를 감상할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를 비롯한 VR기기들은 착용자의 시선과 움직임을 인식하는 트레킹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향후 이들 기기가 지원된다면 헤드트래킹 센서를 통해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시야와 사운드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퍼포밍 아트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프로젝트 관람자가 관람석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가장 원하는, 또는 오페라나 연극의 특정 부분에서 가장 좋은 조건의 자리에서 이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R석이나 VIP석, 심지어 주연 배우가 노래하고 대사를 외치는 시점에 -물론 기록하는 카메라 위치가 허용된다면- 바로 그의 코앞에서 연기와 표정을 볼 수도 있다. 해당 지점의 시점을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점이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의 기가픽셀 이미지를 통해 일반인들은 신기한 체험을, 관련자는 미세한 디테일과 표현의 차이를 파악하게 된 것처럼 기존 관람자가 볼 수 없었던 근거리에서의 연기 순간을 본다는 것 역시 그렇다. 기존의 공연 예술이 제공할 수 없는 시점을 보고 느끼는 새로운 서비스인 것이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관람하는 것과 책상 앞에 앉아 공연을 보는 것 사이에는 체험에서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어느 한쪽이 더 발전된 무엇이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기존에 얻을 수 없었던, 생각지 못했던 가능성에 대한 여지는 충분하다.



ⓒ Google ▲ ⓒ Google

구글 아트 프로젝트를 비롯한 구글 문화 연구원의 많은 사업은 기본적으로 구글의 스트리트 뷰 시스템을 함께 공유한다. 구글 스트리트 뷰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지구상 각 지역의 지형 데이터와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이를 처리한 환경 데이터를 가상공간으로 구성하여 서비스해 왔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 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그들이 가 보고 싶은 뉴욕, 파리, 도쿄의 거리를 거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온라인 공간 구현을 위해 구글은 이미지 수집 장비로 스트리트 뷰 차량(Google STREET VIEW CAR), 스트리트 뷰 트레커(STREET VIEW TREKKER), 스트리트 뷰 트롤리(STREET VIEW TROLLEY), 스트리트 뷰 스노모빌(STREET VIEW SNOWMOBILE), 스트리트 뷰 세발자전거(STREET VIEW TRIKE)를 운영한다. 차량은 가장 넓은 영역에서 대량의 이미지를 수집하는 장치로 운용하며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지역, 예컨대 좁은 골목이나 실내에서는 트롤리를, 이마저도 갈 수 없는 산악지형이나 공원 같은 곳에는 사람이 직접 트레커를 등에 메고 돌아다니며 이미지 정보를 수집한다. 각 장비에는 360도를 촬영하기 위해 15개의 카메라를 한데 묶은 카메라 모듈과 촬영한 사진의 위치를 기록하는 GPS 모듈이 장착되어 있다. 각각의 카메라는 500만 화소를 2.5초 간격으로 촬영하고 해당 이미지들을 단일 초점 상에서 합성하여 하나의 360도 이미지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가로축 8,000px 이상의 해상도를 지니며 위치정보에 따라 연속적으로 정리, 스트리트 뷰 사이트에서 서비스된다. 해당 지역에서 촬영한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은 실제 공간과 GPS 위치정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펼쳐진 또 하나의 거대한 기술적 이미지, 가상 공간이 된다.



구글 ‘아트 카메라’ ⓒ Google ▲ 구글 ‘아트 카메라’ ⓒ Google

구글 아트 프로젝트에서는 이들 중 스트리트 뷰 트롤리, 트레커, 그리고 아트 카메라(art camera)를 운용하고 있다. 아트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하는 카메라(일반적으로 DSLR을 이용)와 이 카메라의 촬영범위를 제어하는 삼각대, 그리고 촬영된 이미지를 편집,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지난 2015년 5월 구글 문화 연구원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10여 곳의 미술관 및 박물관과 새 파트너 협약을 맺고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파트너 중 한 곳인 동아대 석당박물관에서 촬영한 보물 제732호 <조대비 사순친경진화도 병풍>의 경우 병풍을 416개의 셀로 나누고 각 영역을 제어하는 삼각대에 설치한 니콘 D810으로 촬영하였다.

구글은 직접 공간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온라인 공간에 구현하는 것과 동시에, 일반 사람들이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가상 공간 구현 속도를 높였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 마켓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스트리트 뷰 앱(street view app)은 사람들이 각자 방문한 지역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수집한 공간 데이터를 스트리트 뷰에서 보여지는 환경 이미지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그렇게 제작된 가상공간 이미지는 함께 볼 수 있도록 공유된다. 스트리트 뷰 앱을 통해 뉴욕 현대미술관 MOMA를 비롯하여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 루브르박물관 등을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화면을 터치하며 둘러볼 수도 거닐 수도 있다.

 

 

※ 이어지는 2부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하우투] 예술 공유의 물길 여는 디지털 공간 Ⅱ 

허대찬 필자소개 허대찬은 기술과 미디어로 조성된 오늘날의 환경과 그 안에서의 인간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디어 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에서 에디터, 토탈미술관에서 협력 큐레이터로 일하며 미디어 아트와 디자인, 기술문화에 관련된 전시와 행사, 연계프로젝트를 기획, 진행 중이다.

weekly 예술경영 NO.347_2016.03.1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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