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예술 공유의 물길 여는 디지털 공간 Ⅱ

가상공간에 관한 기술의 본격적인 시동과 문화 분야의 적용

허대찬_미디어 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

현실의 문화공간을 그대로 가상으로 옮기는 서비스 외에도 가상 전시와 문화공간의 가능성에 대한 재미있는 예가 있다. 지브 슈나이더(Ziv Schneider)의 도난 미술 박물관(The Museum of Stolen Art, 이하 MoSA)이 그것이다. 그가 뉴욕대학교 ITP(the 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에 재학할 당시 진행한 프로젝트 MoSA는 전 세계의 도난당한 예술 작품을 모아 가상공간에 구현한 전시이자 아카이브다. 이 전시를 구성한 작품들은 인터폴과 FBI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자료들을 구현한 것이다. 그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머리에 쓰고 플레이스테이션의 컨트롤러를 이용하여 자신이 만든 전시 공간을 돌아볼 수 있도록 구현했고, 각 작품에 도달하면 재생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삽입했다. 전시는 실제 볼 수 없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제공과 더불어 도난 미술품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장으로의 기능 역시 가지게 되었다. 현재 이 프로젝트의 새 버전이 2016년 이내에 공개될 예정이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360 버추얼 뮤지엄 서비스 ⓒ 넥슨 컴퓨터 박물관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360 버추얼 뮤지엄 서비스 ⓒ 넥슨 컴퓨터 박물관

▲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360 버추얼 뮤지엄 서비스 ⓒ 넥슨 컴퓨터 박물관



제주도에 있는 넥슨 컴퓨터 박물관 역시 360 버추얼 뮤지엄(360 Virtual Museum)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온라인상에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일종의 선형적인 다큐멘터리 양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개입의 여지가 전혀 없는 다큐멘터리 영상과는 달리 관람자가 영상에 개입할 수 있다. 입구에서 도슨트가 방문자를 맞이하며 시작하는 이 서비스는 도슨트가 순차적으로 공간과 공간 안의 여러 전시물을 설명하는 것을 기본 구조로 한다. 방문자는 도슨트가 설명하는 것을 들으며 마우스를 이용해 직접 시점을 조작하거나 전시물을 건드려 볼 수 있다. 시점을 바꾸어 공간 내부 360도 모두를 돌아보거나 설명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나 퀴즈가 등장하면 해당 전시물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360도 전부를 촬영할 수 있는 IM360 Hex라는 카메라를 이용해 제작되었다. 이 카메라는 미국의 간판 토크쇼 스타 코난 오브라이언(Conan Christopher O’Brien)이 진행하는 코난 오브라이언 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제작된 영상은 하나의 사각 프레임 화각을 보던 기존의 경험과는 달리 공간 전체를 둘러볼 수 있어 어느 정도 실제로 내가 그 공간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사실 VR은 꽤 오래전에 제안되었고 기술적 연구를 시작했다. 1968년 유타대학의 컴퓨터과학자 이반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의 HMD(Head Mounted Display) 연구가 가상 현실과 기반기술 연구의 시초이며 1989년 <공각기동대>, 1990년대 <매트릭스> 등에서 이미 가상현실에 대한 구체적 상상과 표현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가상 현실 체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각적 요소를 위한 장치의 실현이 늦어져 그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단순히 사람의 눈앞에 커다란 스크린을 펼친다는 HMD의 방향이 크게 변한 것은 바로 당대의 화제 오큘러스 리프트 덕분이었다.



ⓒ 오큘러스VR 홈페이지 비디오 ▲ ⓒ 오큘러스VR 홈페이지 비디오

기존의 HMD기기들이 커다란 스크린 구현을 목표로 45~60도 정도의 시야각을 지니고 있었던 반면, 오큘러스 리프트는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의 시야각인 110도를 구현했다. 가상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프레임을 사람의 시야에서 치워버린 것이다. 또한, HMD 자체에 시야를 돌리는 행동에 반응하는 헤드트레킹 센서를 내장하고 고개를 돌리는 반응에 대한 화면 지연을 최소화시키는 등 시각적 몰입을 위한 디스플레이에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켰다. 비로소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대한 가능성을 피부로 인지하고 앞다투어 이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삼성은 2015년 4분기 GEAR VR을 정식 출시했으며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는 2016년 1분기에,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개발한 VR은 2016년 2분기에 출시 예정이다.

기존의 HMD기기들이 커다란 스크린 구현을 목표로 45~60도 정도의 시야각을 지니고 있었던 반면, 오큘러스 리프트는 한눈에 담기 힘들 정도의 시야각인 110도를 구현했다. 가상에의 몰입을 방해하는 프레임을 사람의 시야에서 치워버린 것이다. 또한, HMD 자체에 시야를 돌리는 행동에 반응하는 헤드트레킹 센서를 내장하고 고개를 돌리는 반응에 대한 화면 지연을 최소화시키는 등 시각적 몰입을 위한 디스플레이에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켰다. 비로소 사람들은 가상현실에 대한 가능성을 피부로 인지하고 앞다투어 이 분야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삼성은 2015년 4분기 GEAR VR을 정식 출시했으며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Vive는 2016년 1분기에, 플레이스테이션에서 개발한 VR은 2016년 2분기에 출시 예정이다.



HTC Vive(2016년 2분기 출시 예정) ⓒ HTC Vive

▲ HTC Vive(2016년 2분기 출시 예정)
ⓒ HTC Vive

삼성의 GEAR VR과 GEAR 360 ⓒ 삼성

▲ 삼성의 GEAR VR과 GEAR 360
ⓒ 삼성



곧 우리의 물리 공간과 가상 공간이 서로가 서로를 ‘증강’하는 현실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곳의 정보들이 모여 이곳, 내 눈앞에서 구현되고, 이에 대해 물리적으로 유사하거나 과잉된 경험을 하고 다시 피드백을 보낼 수 있는 현실. 네트워크망을 통해 먼 곳의 현실을 불러오거나 조작하는 사회에 대해 매체철학자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는 텔레마틱 사회로서 공간의 확장과 호모 루덴스적 인간의 탄생을 통한 긍정을,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속도로 인해 공간이 소멸하고 모든 공간이 실시간으로 도식화되는 원격 현전은 신체의 해체를 불러오며 자연적인 시각체계의 붕괴로 말미암아 기계로의 종속과 파놉티콘의 탄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었다.

이러한 가운데 게임과 교육 콘텐츠가 이 새로운 무대에서 응용될 가능성을 상상한다면 ‘문화’라는 분야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가상 현실 또는 가상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구글은 생태계 조성 측에서, 삼성과 소니, HTC와 스팀 등의 기업들은 VR 기기 분야에서 이미 많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라는 네트워크와 구글 지도, 스트리트뷰, 문화 연구소를 통해 끊임없이 해당 환경에서 사용될 기반 콘텐츠들을 축적하고 있다. 삼성과 LG, 소니 등 여러 기업은 HMD 타입의 머리에 덮어쓰는 VR 출력 기계와 함께 VR용 이미지와 소스를 만들 수 있는 360도 카메라 등을 최근 앞다투어 출시했다. 삼성과 LG는 2016년 2월 거의 유사한 시기에 각각 ‘GEAR 360’과 ‘LG 360 CAM’이라는 180도 광각촬영이 가능한 카메라 2대를 내장한 VR용 카메라를 발표했다. 그리고 수많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VR 개발용 소프트웨어와 VR 환경에서 사용될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상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작정하고 시작해야 했지만, 이제 개인이 소형기기 몇 대만 가지고도 관련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VR이 점차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구글 문화 연구소 대표 아미드 수드(Amit Sood)는 인류의 유물과 예술작품에 대한 ‘접근성’의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스스로에게 굉장한 영감과 감동을 준 작품들이 거리와 통제의 문제로 제한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 모든 것들을 데이터화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구글 아트 프로젝트와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가 된 것이다. 거리나 조건의 한계를 넘나들 수 있는 환경, 정보와 경험 사이의 간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과정과 미래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 1부 기사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하우투] 예술 공유의 물길 여는 디지털 공간 Ⅰ 

허대찬 필자소개 허대찬은 기술과 미디어로 조성된 오늘날의 환경과 그 안에서의 인간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디어 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에서 에디터, 토탈미술관에서 협력 큐레이터로 일하며 미디어 아트와 디자인, 기술문화에 관련된 전시와 행사, 연계프로젝트를 기획, 진행 중이다.

weekly 예술경영 NO.347_2016.03.1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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