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공연영상화, 제작과 유통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을 아시나요?

김미희_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팀장

공연영상화사업의 첫 작품, 발레 <호두까기 인형> 포스터 ▲ 공연영상화사업의 첫 작품, 발레 <호두까기 인형> 포스터

“이번 오페라는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나요?”
“3억 5천만 원입니다.”
“관람 인원은ㆍㆍㆍ?”

2013년 어느 날, 소소하게 시작된 대화는 “예술의전당(이하 전당) 공연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볼 수 있게 하자”로 이어졌고, ‘공연영상화사업(SAC ON SCREEN)을 시작하자’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예술의전당이 공연영상화사업을 시작한다는 발표와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공연예술계 관계자 또는 마니아들은 이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메트: 라이브 인 HD(The MET: Live in HD)와 영국 내셔널 씨어터의 NT LIVE, 베를린 필의 생중계를 경험했고, 그 새로움과 높은 완성도에 반해 있었다. 편당 평균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상당하는 제작비, 체계적이면서도 뛰어난 영상기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참여한 공연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니 그것도 턱없이 저렴한 입장료로, 모두가 열광할 수밖에. 2006년 메트(MET)의 HD 시리즈 성공 이후 세계 유수의 극장과 단체들이 태블릿 PC, 스마트폰, 영화관 등을 통해 그들의 작품을 유ㆍ무료로 배급하고 있으니 전당은 제작자가 아닌 배급자로 영상화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Live in HD NT Live

▲ The MET : Live in HD
ⓒMetropolitan Opera

▲ NT Live ⓒNational Theatre
 

녹록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영상화사업

공연영상화사업의 첫 작품으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제작했다. 2차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과 초상권은 ‘싹온스크린’이 무료로 배급되는 공익사업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국립발레단의 협조로 해결되었다. 그리고 넉넉하진 않지만 예산도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찍을 것인가?”이다. 연말 인기 프로그램인 <호두까기 인형>은 전회 매진 상태였고, 국립발레단은 마지막 드레스 리허설을 싹온스크린 촬영을 위해 기꺼이 내주었다. “OOO처럼 찍진 말아주세요.”라는 다짐과 함께. 그동안 접했던 우리나라의 공연 영상물은 아카이브를 위한 기록 행위에 의미를 두고 제작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관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객석의 구석진 곳에서 제한된 앵글로 촬영하고 번번이 예상되는 프레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무관객 1회, 유관객 1회 총 2회에 걸쳐 촬영되었고, 4K카메라(UHD) 10대가 객석의 구석진 자리를 떠나 오케스트라 피트 바로 위에서, 또는 무대 상부 배튼 위에서, 지미집 카메라는 2층 발코니 석에서 무대 위 이미지를 옮겨 담았다. 첫 영상물인 <호두까기 인형>에 대한 관계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이 부분은 손끝 동작이 중요한 부분인데 얼굴을 잡았네요.”.“카메라 움직임이 음악과 다른 이유는 왜죠?”라는 의견에서부터 “이렇게 화려한 호두까기는 처음 봐요, 애들이 엄청 좋아하겠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 동작이 잘 안 보였는데 큰 영상으로 보니 다 볼 수 있네요." 호불호가 나뉘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리고 2014년 2월 여의도 CGV에서 시사회를 마치고 6월부터 배급이 시작되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전당의 영상화사업 콘텐츠 중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총 153회 상영되었고 33,782명이 관람(2016.4.30 기준)했다. 매년 12월에는 서울과 지방에서 <호두까기 인형>이 공연되므로 11월까지만 배급하고 있다.



4K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는 ‘싹온스크린’ 4K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는 ‘싹온스크린’

▲ 4K카메라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는 ‘싹온스크린’



<호두까기 인형>을 시작으로 연극 <메피스토>. 오페라 <마술피리>, 뮤지컬 <명성황후>, 현대무용 <증발>, <춤이 말하다>, 발레 <지젤>, <라바야데르>, 전시 <시크릿 뮤지엄>, 클래식 음악 , <신세계로부터>,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11시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를 제작하였다. 영상제작이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촬영 장비들도 4K카메라에서 8K로 진화하였으며, 오디오가 중요한 오페라, 발레, 음악회 작업에는 젠하이저 코리아로부터 녹음장비를 무료로 지원받았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최적의 환경에서 상영하고 싶어지는 것은 욕심일까? 영상화사업이 더욱 활성화되어 지방 문예회관의 기술환경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무대를 생생하게 영상에 담기 위한 노력

영상화사업은 제작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무대 위의 호흡을 생생하게 스크린 위로 옮길 방법은 뭘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어찌 보면 무의미한 의문이다. 무대 위의 공간이 카메라에 담기는 순간 이미 관객의 시선은 카메라 앵글 안에 갇히게 된다. 그러므로 때론 연출 의도와 달리 카메라가 담아내는 일차원의 무대 이미지와 무의식적으로 강제되는 시점으로 관객은 불편해진다. 이러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촬영팀은 제작 초기 과정부터 디자인 협의, 연습실 연습 등에 카메라와 함께 참여했고 연출가와 끊임없이 소통했다. 그 과정을 통해 배우들은 카메라에 익숙해졌고, 카메라와 배우들과의 점진적인 익숙함은 이후 공연촬영과 인터뷰 진행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마술피리>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진지하게 추가 인터뷰에 응해줬으며, <명성황후> 팀은 공연 기간 중 1회를 싹온스크린 촬영을 위해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추가 촬영에도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덕분에 스태디 캠을 들고 무대 위에 올라 원하는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공연 1회에 대한 출연료는 단체에 지급했다.



스크린으로 공연을 관람중인 관객 ▲ 스크린으로 공연을 관람중인 관객

다른 장르에 비해 영상화를 진행하기 까다로운 장르는 클래식 음악이다. 단 1회 공연으로 진행되며 무대 위 못지않게 객석의 제약 조건도 많아 전당 기획 연주회를 대상으로 제작하였다. 카메라 앵글도 조금은 자유로워졌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전당이 자체적으로 제작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그 욕심에 기획사 빈체로가 응답해 주었고,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을 제작했다. 영상제작기획은 전당 영상화사업팀이, 오디오 녹음은 전당 음악기술팀 음향 스태프가, 마스터링은 톤 마에스터 최진 감독이, 촬영 및 후편집 작업은 영상화작업에 최적화된 장비를 구비하고 있는 한국영상대학교에서 맡기로 했다. 전공대학교 학생들과 전문극장 스태프들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첫 사업이다.

공연 당일, 제작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백건우 선생께서 무대 위뿐만 아니라 피아노에도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덕분에 유관객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꿈꿔왔던 앵글로 최고의 이미지들을 담아낼 수 있었다. NT LIVE의 경우 촬영 일이 티켓 오픈과 동시에 공지되고 관객들은 초상권 사용에 대한 동의 후 티켓을 구입 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 티켓에도 이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영상제작이 결정된 시점에는 80% 이상이 예매되었고, 관객들로부터 초상권 사용 동의를 얻지 못했다. 아쉽지만 박수 소리와 함께 돌아가는 객석은 필터를 씌워 처리해야 했다. 비록 영상으로 만나는 연주회지만 그날의 감동을 고스란히 전해줄 관객들의 표정을 담지 못했으니 절반의 성공이라 생각된다.

전당의 영상화사업이(사업 대상이 전시까지 확장되면서 영상화사업으로 바뀌었다.) 2014년도 공공기관 우수사례에 선정되었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전국에 무료 배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1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국고 10억 원을 지원받고 있다. 덕분에 배급을 위한 전문 인력이 추가되었고,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와 협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 60여개 문예회관과 작은영화관, 학교, 군부대, 해외 한국문화원, 축제 등의 상영환경에 맞는 플레이어나 DCP(디지털마스터링)로 배급한다. 2015년 사업결과에 따르면 85개 처에서 총 391회 상영되었다. 매일 어디에선가 전당의 공연영상물이 상영된다는 것이다.






이제 전당의 영상화사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대상을 타 공연장의 공연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그래서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그리고 불안정한 플레이어를 통한 배급이 아닌 안정적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더 많은 이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기를, 이를 통해 공연실황 송출도 가능하게 되기를 2016년 오늘, 간절히 소망한다.

김미희필자소개
김미희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고 ‘93년 예술의전당에 입사하였다. 지난해부터 예술의전당 영상화사업팀장을 맡고 있다.

weekly 예술경영 NO.352_2016.05.26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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