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에든버러 프린지 진출기②

‘똥’의 문화적 차이 뛰어넘기

최석규 _ 아시아나우 프로듀서

 

권정생 선생님의 문학적 정서를 서양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 것은 극단의 분명한 자산으로 남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강아지똥> 영어 교육연극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게 되었다. 또한 마카오 연극인들로부터 <강아지똥>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중국어권 언어로 선보일 수 있는 국제공동작업의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지난 글 마지막에서 언급했듯이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한 <강아지똥>의 해외진출 목적은 첫째 축제형 아트마켓에서의 예술적 교류, 둘째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수익모델의 다양화와 국내 공연시장에서의 긍정적인 기대효과였다. 이러한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강아지똥>에 대한 작품 분석과 문화적 언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강아지똥>은 그간 국내 공연이 중심이었고, 해외 관객은 일본 관객만을 만났던 것을 제외한다면, 외국 관객 만나기에는 경험이 전혀 없었다. 두 번째 과제는 작품 분석에 따른 홍보 컨셉 잡기와 마케팅 전략 수립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과제는 한 달 동안의 긴 해외 생활 동안 세워놓은 계획을 어떻게 실제에 적용할 것인가 하는 현장 운영 능력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목적과 전략 등을 에든버러 <강아지똥> 공연에 참여한 배우, 연출부, 기술팀, 그리고 기획팀이 모두 공유하고 극단 전체와 단원 개개인에게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찾도록 하는 것이었다.


작품분석

에딘버러 프린지에서 <강아지똥> 홍보를 위해 디스플레이를 해놓은 강아지똥 인형과 민들레 조화
<강아지똥>을 영문으로 번역하면 이다. 영문 작품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강아지똥>의 에든버러 진출에서 가장 먼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작품의 주제'와 '작품제목'이었다. 해외에서 '똥'은 공연으로 금기시 하는 주제이다. '똥'을 의인화 한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 공연과 해외 관객들의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즉 '똥'이라는 한국적 문화와 정서를 서양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물론 <강아지똥>의 공연을 본 후, 많은 서양의 관객들은 굉장히, 아름답고 소중한 이야기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문제는 티켓을 사기 전에 오는 일련의 저항을 어떻게 감소시킬 수 있을까. 둘째 강아지똥은 어린이와 가족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임에 불구하고 작품의 문학적 은유에 대한 무대 표현 방법이 많은 부분 대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어린이 가족 공연이었기 때문에 시각적인 요소들이 많았지만 대사량 또한 적지 않았다. 관객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자막처리 혹은 영어로 대사하기, 아니면 또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최종 <강아지똥>의 영문제목은 제목에서 오는 정서적 거부감을 줄이기 위하여(민들레 이야기)로 바뀌게 되었다. '이야기 소녀'(Story girl)라는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영어로 친밀감을 주고 이야기를 전개하게 하였다. 또한 여러 번에 걸친 번역과 감수 작업을 통하여 원작자인 권정생 선생님의 똥을 통한 세상에 대한 은유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영어대사를 만들고 배우들이 직접 영어로 공연을 하게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어린이, 가족 관객들이 자막을 보게 하는 불편을 덜고 공연에 좀 더 집중하게 하도록 하였다. 또한 똥에 대한 문화적 차이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프로그램에 실어, 공연 입장 전에 관객들로 하여금 읽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처럼 대사 중심의 연극 공연 작품을 해외에서 공연할 때 문학적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많은 노력을 쏟음으로써 극단 모시는사람들 내에서도 작품을 새롭게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홍보전략

신문의 헤드라인에 소개된 <강아지똥>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강아지똥>에서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에 어느 것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강아지똥> 작품의 홍보 컨셉과 헤드라인(Headline) 잡기는 다음 세 가지에서 출발하였다. 첫째 변화, 혹은 변신(Transformation), 즉 더러운 것이 아름다운 것으로, 쓸모없는 것이 유용한 것이 되는 변화, 둘째 아무리 하찮은 것도 어떤 이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Nothing God made useless"이라는 최종 헤드라인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희생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홍보 전략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위의 홍보 컨셉을 바탕으로 포스터, 전단, 프로그램, 야외 홍보물의 디자인 레이아웃, 색감, 재질을 결정하고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최종 제작에 들어갔다. 영문 보도자료는 1차에서는 일반적으로 작품과 극단 소개를 중심으로, 현지에서 작성한 2차 보도자료는 공연내용과 '똥'의 문학적,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하였다. 보도자료의 헤드 카피는 '똥의 의인화'를 중심으로 서양관객에게 익숙한 안데르센의 <미운오리 새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The Ugly Dump-ling: A Story about Doggy Poo-Doggy Poo Character Makes Friend's Life Shine"로 결정하였다. <강아지똥>의 자기 희생정신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거리 전단 홍보는 관객들이 주로 많이 모이는 로열 마일(Royal Mile)을 중심으로, 에든버러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은 다른 극장의 어린이 가족 공연 작품 전후를 중심으로 하였다. 아울러 포스터 야외 작업뿐만 아니라 바람개비 홍보물을 통하여 관객들의 관심을 유도 하였다.
 

 

에딘버러 프린지에 거리에서 공연 홍보중인 <강아지똥> 배우들



마케팅 전략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에든버러에 참여하고 있는 주요 해외극단들의 에든버러 진출의 경향은 에든버러 이후의 투어를 분명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경향들은 언어 문화권 중심의 전통적인 양식보다는 동시대의 보편적인 정서와 극단만의 독특한 비언어적 양식을 보여주는 공연들이다. 또한 다분히 사회적이 이슈를 다루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모시는 사람들의 <강아지똥>의 마케팅 목표는 어린이 가족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공연예술축제와 아트센터의 프로모터를 중심으로 하는 투어 마케팅 전략이 그 일차 목표였다. 현지에서 많은 표를 파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에든버러에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프로모터들에게 <강아지똥>을 긍정적으로 노출하기 위해 그들을 일차적으로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마케팅 목표였다. 기존 <몽연> 작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프로모터를 중심으로, 어린이 청소년 아동축제 관계자, 프린지 페스티벌 등록 프로모터 중 관련자 그리고 영국 브리티시 쇼케이스(The British Showcase)에 참가한 어린이 가족공연 프로모터, 비지팅아츠(Visiting Arts)와 프린지 사무국에서 주최한 프로듀서 조찬 미팅(Producers' Breakfast) 등을 중심으로 프로모터 확보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또한 런던 한국문화원과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원한 에든버러 프린지 진출 한국단체의 공동 프로모션 행사인 '코리아 앳 프린지';를 통하여 <강아지똥>과 <몽연> 작품을 홍보, 마케팅 하였다.
 

Korea@Fringe 행사모습

또한 현지에서 티켓 판매를 확대하기 위하여 프린지 페스티벌과 동시에 열리고 있는 국제 책박람회(Edinburgh International Book Festival)와 연계 프로그램을 구축하고자 했는데 아쉽게도 공동 협력의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 또한 씨베뉴(C-venue) 내에 어린이 가족 공연 홍보 프로그램, 언론, 거리, 포스터 홍보, 그리고 네트워크 미팅 등에 참여하여 홍보마케팅을 펼쳤다.


성과

결과적으로 2009년 <강아지똥>의 에든버러 진출은 싱가포르 어린이연극제에 초청 받게 되는 성과를 가져왔다. 또한 영국 런던의 캠든 피플극장(Camden People Theatre)과 아일랜드의 몇몇 아트센터 역시 향후 초청에 대한 의사를 밝혀왔다.

에딘버러 프린지 <강아지똥> 공연 현장
무엇보다도 가장 큰 결실은 대사 중심의 언어 연극이면서 문화와 정서가 서양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는 <강아지똥>이라는 작품을 해외 관객과 만나기 위해 새롭게 다시 준비해 간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권정생 선생님의 문학적 정서를 서양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 것은 극단에게도 분명한 자산으로 남았다고 할 수 있다. 극단은 이러한 자산을 바탕으로 국내 공연활동에서는 공연예술과 교육이 만나는 <강아지똥> 영어 교육연극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게 되었다. 단순한 영어듣기를 위한 영어연극이 아닌 아름다운 문학적 정서를 연극으로 녹여줄 수 있는 그 가능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마카오 연극인들로부터 <강아지똥>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중국어권 언어로 선보일 수 있는 국제공동작업의 가능성도 제시되었다.

우리는 어떤 일을 계획할 때, 그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원한다. 그러나 그 성공의 의미는 계획된 목표에 따라, 참여한 사람들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강아지똥>에 온 힘을 쏟은 '극단 모시는 사람들'에게 이번 에든버러에서의 한 달 간의 공연이 어떤 의미에서든 성공적인 한 달이었기를 바래본다.
 

사진제공 극단 모시는사람들

연결기사
<강아지똥> 에든버러 프린지 진출기① 에든버러 공간 읽기


최석규  

필자소개
최석규는 1994년 춘천마임축제를 시작으로 16년 동안 공연예술축제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4년 런던의 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에서 Creative Producer 석사과정을 마친 후 한국 연극의 국제교류와 국제공동창작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시아나우(AsiaNow)를 설립하여 극단 여행자,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극단 뛰다 등과 함께 공연예술 국제교류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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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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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곱하영
  • 2009-09-18 오후 5:38:44
쭉 읽고나니 반가운 얼굴이^^[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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