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문화재단 아트뱅크

필요와 필요가 만나는 물물교환

이태호 _ 전주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

일반 시민들이 원하는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기는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원하는 문화적 혜택을 제공해 주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일반 시민들이 제공해줄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고, 아울러 일반 시민들이 원하는 문화적인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자신이 제공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이다.

전주문화재단 아트뱅크(Art Bank) 사업은 2006년 기획, 2007년 설문조사를 거처 2008년 상반기부터 추진되어 온 사업이다. 아트뱅크는 '시민문화예술 향유 확대'를 목적으로 하지만, 기존의 향유 사업들이 문화예술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기능을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했던 것과는 다르다. '아트뱅크, 1% 문화 나눔을 통한 100% 문화 만족 프로젝트'라는 슬로건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예술인과 시민 각각이 가지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 포인트이다.

이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다가온 문제는 우선 '아트뱅크'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한 전주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에게 사업의 취지를 알리고, 각각이 제공할 수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각 분야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아트뱅크 문화 나눔 ․ 문화만족 신청 접수를 위한 설문조사'1)를 실시하게 되었다. 설문조사는 문화예술인과 일반 시민을 나누고 온-오프라인을 병행하였다.


나눔을 통한 향수 프로그램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관심분야가 연극ㆍ뮤지컬ㆍ오페라(40%), 음악(25.3%), 문학(11.8%), 미술(9.9%), 무용(8%), 기타(5.1%) 순이었으며, 희망하는 문화적 혜택으로는 공연 관람료 할인(32.3%)이 가장 높았고 각 분야별 문화예술 특강 및 교육(23.7%) 지역 문화행사 및 공연 관람(17.2%), 공연․전시 등 사전준비 참관 및 견학(9.8%), 문화공간 및 시설 대관(6.3%), 문화계 인사와의 만남(6%), 작품도구 및 장비대여(4.6%) 등의 순이었다(중복 희망 기재). 한편, 일반 시민들이 제공해줄 수 있는 문화적 활동으로는 무응답(63.2%)이 가장 높았고, 자원봉사(20%), 모니터링(12.6%), 기타 공연관람 및 공연자로 직접 참여 10명(4.2%) 순이었다.

한편 문화예술인들의 설문조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먼저 설문조사에 참여해준 문화예술인들의 전공분야는 연극(21.5%), 문학(20.3%), 미술(19.6%), 음악(19.6%), 무용(12.9%), 기타 (6.1%)이었고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전공분야의 재능을 제공해줄 수 있는 문화적 자산으로 꼽고 있었다. 그리고 문화예술인들이 필요로 하는 문화적 혜택으로는 무응답이 대부분이어서 매우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입장을 엿볼 수 있었지만, 기타 문화예술 인력 네트워크나 의상 및 관련 소품 대여, 작품 판매의 기회 확대, 배움터 운영, 타 지역의 문화예술 특강 등을 원하는 문화예술인들도 있었다.

이상의 결과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첫째, 대부분의 공연이 타 지역의 기획대관 공연이기 때문에 이 경우, 관람료가 부담되어 관람을 망설이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지역 내 공연예술작품의 경우, 거의 대부분 무료 초대권 또는 할인권을 적용받아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으며, 공연 전후에 작품과 연계될 수 있는 이벤트가 부족한 상태였다. 셋째, 주말을 이용하여 공연장, 전시장을 찾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은 전반적으로 자녀를 위한 어린이공연(뮤지컬, 연극 등)을 원하고 있었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고 기다리는 부모들을 위한 휴식 공간 제공이나 프로그램 개발, 공연 전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홍보 마케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넷째, 각 분야별 특강 및 교육에 대한 욕구는 절실하였지만, 교육비 부담이나 정보의 부족으로 인하여 진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섯째, 통신회사 및 지역 내의 유통업체와 제휴한 멤버십 혜택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며, 전주시에 소재하고 있는 문화시설 간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받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이런 결과들을 통해 아트뱅크 사업의 방향이 설정되어 지난 1년여 동안 총 11회(연극 3회, 미술 2회, 문학 2회, 무용 2회, 영상 1회, 음악 1회)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을 위한 장르별 예술가들의 활동 모습(왼쪽부터 연극, 미술, 문학)



시민들, 되돌려 주기에 아직은 소극적

아트뱅크는 오랜 시간의 고민과 토의를 바탕으로 추진한 사업이었지만 사업초기부터 기대했던 것만큼 완벽한 결과물로 도출되지는 않았다. 가장 어렵고 중요했던 문제는 무엇보다도 '아트뱅크'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한 전주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에게 사업의 취지를 이해시키면서 '나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들이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과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 역시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였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해 각 분야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설문조사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과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되었고, 이런 과정 속에서 많은 의견들이 조율되어 설문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다. 이후 그 설문조사를 토대로 다시 문화예술단체 실무(책임)자 및 지역 문화예술인들과의 프로그램 회의를 통해 실제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우선분야를 먼저 선정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매우 단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녹록치 않은, 재단 직원들의 많은 노력과 시간뿐만이 아니라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다녀야만 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였다. 따라서 시범사업을 섣불리 추진하기보다는 충실한 설문조사와 더불어 데이터베이스의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했던 것이 바로 이런 연유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매월 재단에서 발행되고 있는 소식지 [파발]과 재단 홈페이지 등을 통해 먼저 아트뱅크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홍보하는 작업을 했다. 재단 전문위원, 문화 제휴사업 기관, 행정기관(도ㆍ시청, 교육청), 문화예술 관련단체, 교육기관(대학교, 도서관, 문화의 집) 등에는 전화 상담과 집중적인 온라인 홍보를 벌였다. 뿐만 아니라 재단에서 실행하고 있었던 '열린 전주 사랑방'2) 회원들과 각 문화예술단체의 단체 소속 회원, 전주 소재 문화센터 회원, 문화 제휴사업 참여기관 종사자 및 실무자 등을 직접 방문하여 홍보를 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한편 일반 시민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기는 그다지 어려운 작업이 아니지만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이 원하는 문화적 혜택을 제공해 주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트뱅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 시민들이 제공해줄 수 있는 범위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반 시민들이 원하는 문화적인 혜택을 받았으면서도 설문조사에서처럼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트뱅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 특히 일반 시민들의 범위를 더욱 늘려서 문화예술인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의 범위를 확대하고 문화재단에서 직ㆍ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여 공식화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아울러 아트뱅크 사업을 재단의 다른 사업과 연계시켜 보다 체계화된 사업으로 꾸려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구체적 문화 욕구의 발견

아트뱅크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이 사용하는 '문화나눔 통장'
아트뱅크 사업의 성과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문화 나눔 및 소통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의식 변화라 하겠다. 개인만이 소유하고 있었던 앎의 가치나 재능, 기능들이 사회적․ 문화적 실천 활동의 차원으로 확장되고, '문화 나눔 및 소통의 가치'가 특정계층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서로 다른 의식과 문화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울러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쌍방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정착시켜 나감으로써 차별화된 전주문화예술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일반 시민들에게 제공되었던 최종 리허설 관람이나 배우, 연출가와의 만남 등은 매우 귀중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본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만 최종 리허설이나 배우, 연출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는 평생에 단 한 번도 가질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관람객들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배우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기대 이상으로 좋아하던 시민들의 모습은 잊히지가 않는다.





1) 온라인 설문조사는 전주문화재단뿐만이 아니라 전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단체 홈페이지 가입회원들에게 메일을 발송하여 진행하였지만 응답률은 매우 저조하였다. 오프라인에서 실시했던 설문조사 대상 인원은 총 850명(문화예술인:350명, 일반 시민:500명)이었고 이중 설문조사에 응해준 인원은 총 402명(문화예술인:163명, 일반 시민:239명)으로 47.3%의 응답률을 보였다.
2) 전주문화재단에서 2006년도부터 추진했던 사업으로서, 150여명의 시민들이 '전주 문화선비' '전주 문화홍보대사' '시민PD단'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이태호  

필자소개
이태호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학부, 대학원 및 박사과정을 거쳐 갤러리 이즘, 예화랑, 갤러리 세줄, 종이미술박물관 등의 큐레이터로 재직한 바 있으며, '2005 세계박물관 문화박람회' '광복60주년 기념 평화와 통일 염원 전: 베를린에서 DMZ까지'의 전시총감독으로 활동했다. 미술평론가로서도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주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 (사)문화우리 운영위원(미술 전문위원), 한국미술협회 전북지회 평론분과 이사이자 전북대학교에서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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