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작 노하우① 투자

흥행가능성보다 더 중요한 수익률, 손실률

김종헌 _ 쇼틱커뮤니케이션즈 전 대표

공연제작자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제 공연제작은 단순히 공연창작의 물적 조건(예를 들어 제작비)을 마련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소재발굴부터 작가, 연출, 배우를 비롯 창작그룹을 구성하는 등 창작단계에서부터 완성까지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우투'에서는 공연제작자의 다양한 역할을 점검하고 실행방법을 살피기 위해 김종헌 쇼틱커뮤니케이션즈 전 대표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제작 노하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순서: ① 투자
고수익률은 한국 공연시장의 매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사들이 여전히 관심을 갖는 것은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킬러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낮은 손실률과 빠른 투자금 회수이다. 한국 공연시장의 유한단기 공연의 한계가 아니러니컬하게도 투자사 입장에서 볼 때 장점으로 보이는 요인인 셈이다.

투자는 특정 프로젝트의 수익률에 대한 기대로 이익을 의도하는 행위이다. 예술 작품에 대한 기대 또는 사회적 책임에 의한 기부나 후원과 투자는 그 궤를 달리한다. 즉 투자사는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이 환급되길 희망한다는 뜻이다.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서 투자사에 원금보다 적은 금액을 되돌려 줄 때 프로듀서가 면책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물론 어떤 투자사는 장기적인 투자 안목으로 흥행에 실패한 프로듀서에게 격려와 함께 다음 작품에도 재투자하는 신뢰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투자는 수익률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손실을 끼친 투자처는 더 이상 투자가치를 갖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 · 프로듀싱 분화, 고수익 장기공연에서 비롯

브로드웨이나 오프브로드웨이처럼 중대형 공연장에서 관객이 더 이상 오지 않을 때까지 무한정 공연을 하는 오픈런의 경우, 초기 제작비의 부담만 갖고 투자하면 된다. 즉 공연이 올라가기까지의 비용만 마련하면, 그 이후 운영경상비(런닝코스트)는 매주 벌어들이는 매출에서 충당하게 된다. 만약 매주 매출이 매주 지출되는 비용을 맞추지 못할 때에는 초기 제작비를 날리는 손실을 보겠지만, 그와 반대로 공연이 대박이 난 경우, 통상 초연 개막이후 1년 안에 초기제작비 전액을 환급받고 그 이후 공연부터는 수익배당을 받게 된다. 10년 이상 롱런했던 작품들, 예를 들면 <레미제라블><미스사이공><맘마미아><캣츠> 등에 투자한 사람들은 그 어떤 금융상품과 비교할 수 없는 초고액배당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대박이 있기에, 다소 위험이 있다하더라도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공연에는 그처럼 수많은 투자사들이 호심탐탐 대어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장을 바탕으로 공연기획 선수인 프로듀서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프로듀서는 자기돈 1달러도 없이 흥행과 예술성이 예견되는 작품들을 기획하고, 그들에 의해 공연을 잘 몰라도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며 뮤지컬 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사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정적 위험은 투자사가 100% 부담하고 프로듀서는 개폐막의 결정과 함께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와 흥행의 책임을 양분하는 이른바 파트너십컴퍼니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소위 공연 상권이 형성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이야기다.

<내 마음의 풍금> 공연장면


공연 투자의 한국적 특징

한국시장은 앞서 말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와 같은 상권이 형성되어있지 못하다. 우선 한국은 단기공연이 거의 대부분이다. 아무리 많은 관객이 집객되었다 하더라도, 대형공연장에서 3개월 이상 공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공연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연장을 섭외해야 하고 공연 리허설이 필요하게 된다. 즉 제작비가 또 필요한 것이다. 투자사는 같은 공연으로 지난 시즌에 다소 수익을 올렸다하더라도 제작비를 재출연해야 하는 부담과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게 위험 부담이 높은 데도 어떻게 한국 공연시장에 투자사가 존재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잘 안 간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오페라의 유령><맘마미아><지킬앤하이드>와 같은 초대박 공연을 들 수밖에 없다. 유한단기 흥행에 도전해야 하는 실정임에도 위의 작품들은 한국 뮤지컬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흥행대박을 쳤다. 이런 스타 콘텐츠 덕에(?) 수많은 벤처캐피탈이 공연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영화의 극심한 흥행부진을 들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공연투자사가 생겨났고 예산, 집행, 매출 그리고 손익계산 등과 관련된 필요 업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고수익률은 한국 공연시장의 매력이 아니다. 영화나 기타 산업처럼 원금대비 10배에서 100배 이상으로 터지는 단기 공연상품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투자사들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사들이 여전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킬러 콘텐츠가 많지는 않지만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더더욱 중요한 것은 낮은 손실률과 빠른 투자금 회수이다. 즉 손해를 봐도 영화처럼 100% 손실 보는 일은 없고 투자금 회수도 영화에 비해 엄청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공연시장의 유한단기 공연의 한계가 아이러니컬하게도 투자사 입장에서 볼 때 장점으로 보이는 요인인 셈이다.

<맘마미아> 한국 프로덕션그렇다면 투자사 없이 프로듀서가 직접 투자하면 안 되나? 된다! 그리고 한국 공연시장 상황으로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맞다. 시장이 작다 보니 정작 나눠 먹을 파이의 크기가 크지도 않기 때문에 투자사 입장에서는 불평하기 십상이고, 또한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세세한 경비를 인정받기도 어려운 입장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제작비를 삭감 조정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작은 공연시장, 그리고 유한단기 공연을 매번 해야 하는 불확실한 유통구조 속에서 투자사와의 이견을 좁히는 과정은 지난하고 소모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가능한 한 자기자본으로 제작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제작 규모가 커져가는 현실을 볼 때 투자유치와 같은 펀드레이저의 역할은 프로듀서의 간과할 수 없는 역할이다. 이제 지금까지 언급한 한국 공연시장의 특성에 비추어 공연투자계약서 체결을 위한 단계적 필요 사항들, 각 단계에서 유의해야 할 판단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공연 투자 유치①, "예산안에서 경험과 신뢰를 보여줘라"

투자유치는 결국 계약서로 완성된다. 준비과정에서도 문서작성은 중요한 작업이다. 우선 투자유치에 필요한 서류를 <파트1: 프로덕션 소개자료> <파트2 : 예산, 예상 손익계산, 투자조건>으로 나누어 설명해 보겠다.

투자유치를 위한 첫 단추는 자료준비이다. 투자제안서에 담을 내용은 크게 작품과 관련된 정보와 투자조건이다. 작품과 관련된 자료 패키지는 공연 컨셉, 대본, 공연음반(초연인 경우 데모CD), 주요 창작진, 주요배우, 공연일시, 공연장소, 공연기간 그리고 주요 기사나 수상내역 등을 담아야 한다. 통상 대본과 음반 그리고 작품에 참여하는 주요 인물을 소개하는 프로덕션 소개서를 준비한다.

이렇게 파트1에 속하는 프로덕션 소개와 관련된 준비를 마쳤으면 파트2에 해당하는 투자조건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투자제안은 투자사의 이해를 위해서 쉽고 명확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파트2는 거의 모든 자료가 숫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전체 예산서가 필요하다. 본 사업과 관련해서 과연 얼마의 돈이 필요한가를 설명하는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는 쪽이나 투자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예산서 자료만 봐도 상대방이 제안한 사업에 대한 경험과 진실성을 한눈에 간파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제안서 자료 중 가장 중요한 자료는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예산서다. 용처가 분명해야 하며, 비용의 규모가 상식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작품의 특성에 따라서 다소 특이한 비용항목과 특정항목의 예산이 크게 배정될 수도 있다. 이런 특별한 예산항목은 반드시 설명되어야 한다. 예산의 내용을 주요항목으로 나누어 보면 아래 [표]와 같다. 위의 주요 예산안과 함께 세부 예산안(각 대구분 항목별 비용에 대한 세부항목 포함)을 예비 투자사에게 제공해야 한다.

[표]뮤지컬 투자 제안을 위한 예산서의 주요 항목


공연 투자 유치②,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손익분기점과 수익률은?"

그리고 예산안과 함께 예상 손익계산서 또한 준비해야 하는데, 쉽게 설명해서 과연 몇 명의 유료관객이 올 때부터 본전을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공연장에서 60회 공연을 준비한다면 최대로 볼 수 있는 관람객이 총 3만 명이다. 그리고 티켓 가격의 평균단가가 3만 원이면 최대 매출은 9억 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제작비 규모의 최대치는 어느 정도로 생각해야 할까, 그리고 어느 정도일 때 투자사가 현실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획일적으로 어떤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통상 관람객 점유율의 45~55%일 때가 손익분기점이고 투자원금에 대한 최대 수익률은 1.5배 정도로 제안하면 타당하다고 보인다. 아래 표는 2009년 봄, 서울 시내의 약 600석 규모 공연장에서 공연된 <창작뮤지컬A>와 관련한 예상수익 도표이다. 전체 제작비가 6억 원 정도로, 손익분기점은 관객점유율 54%였다.

[그림1] <창작뮤지컬 A>의 예상손익계산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수익률은 한국 공연시장의 매력이 아니지만 킬러콘텐츠의 가능성,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손실률과 빠른 자금 회수는 나름의 장점이다. 투자조건을 제시할 때도 이러한 시장의 특성과 투자자의 요구가 감안되어야 한다. 즉, 가상 손실률과 가상 수익률의 최대치를 비교해서 투자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 만약, 최대 투자수익률이 130%라고 한다면, 투자사의 최대 손실률은 원금의 30% 이하로 제안하는 것이 현명하다. 즉, 투자사 입장에서 1억 원을 투자해서 벌 수 있는 예상 최대 수익이 3천만 원일 때 예상 최대 손실이 (-)3천만 원 이상이라면, 투자를 결정하기가 어려워진다.

현재 한국의 공연투자 심사에서는 투자수익률과 투자손실률에 대한 수학적 요인을 그 어떤 흥행가능성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공연 프로듀서는 이 점을 인식해야 한다. 아래의 표는 투자금의 지급, 매출의 정산 및 분배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사례다.

[그림2] <창작뮤지컬 A> 투자제안서(요약)


힘의 우열로 조율되는 투자조건

위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예비 투자처와 접촉, 협상 그리고 타협의 과정을 거처 투자가 이루어진다. 투자조건은 한국 공연유통시장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상호 힘의 우열에 따라 조율되게 마련이다. 아쉬운 쪽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독소조항에 가까운 까다로운 조건을 받아들이면서까지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를 간혹 보아왔다. 매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런 조건을 받아들였던 수많은 프로듀서들이 지금 현장에 남아있지 않다. 열악한 시장상황으로 인해 프로듀서에겐 매우 버거운 투자조건들이 통용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런 까다로운 조건은 시장의 논리이니 프로듀서는 받아들이기가 십상인데, 이를 종종 프로듀서 리스크(Producer';s Risk)라고 말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투자계약서를 체결하고 이후 매출보고 및 회계감사를 포함한 최종결과 보고서 제출, 그리고 투자원금 및 수익배당금을 송금하게 되면 투자와 관련한 일련의 전 과정이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투자는 돈이 필요한 프로듀서가 돈을 벌고 싶은 투자사와 만나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이다. 상호 이해관계는 '계약'이라는 이름으로 명문화되고, 그 계약에 의한 권리와 책임에 따라 이익배당이라는 꿀맛과 손실부담이라는 고통을 나누게 되는 것이다.





김종헌  

필자소개
김종헌은 뮤지컬 프로듀서이자 목원대 성악뮤지컬학부 전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연극연출과 배우를 거쳐 (주)PMC의 뉴욕지사장과 상무이사를 역임했으며, 2006년 (주)쇼틱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 2009년까지 대표로 재직했으며, 창작뮤지컬 <컨페션><첫사랑><소리도둑><내 마음의 풍금><달고나> 등을 제작했다. 현재 한국뮤지컬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의 이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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