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정보망, 아이폰의 활용

콘텐츠의 대대적 확장, 소통의 새로운 방법

오세형 _ 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아이튠즈 유(iTunes U)에서 제공하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전시내용과 작가별 소개, 아카데믹한 강의자료, 교육자들을 위한 필름, 영상, 오디오자료, 아카이브를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미술애호가라면 저 홈페이지에 주저앉아 며칠이고 방송과 자료들을 읽고 싶은 욕망이 들 것이다. 바로 이점이 중요한데, 이 콘텐츠에 접근한 유저를 지식과 애착을 지닌 충성도 높은 유저로 변모시키는 힘이 있다.

얼리어답터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우연히 충동 구매한 아이폰을 석 달 가량 사용했다. 시간가는 줄 모르며 기능을 익히고 배우면서 흥미로운 장난감이 생긴 기분이었다. 많은 이들은 스마트폰이 삶의 방식까지도 바꾸어 놓았다고 흥분하며 얘기한다. 여기저기서 공룡미디어가 정보를 독점하는 세상에서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가 대안적인 소통수단을 창출해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얘기한다. 아주 편리하게 정보와 콘텐츠에 접근하면서 정보소통체계가 달라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문화예술 또는 예술경영에서 스마트폰의 영향력은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빠르면 금년 중에, 늦어도 2~3년 안에 관련 정보망이 구축될 것으로 보이며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먼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발 빠르게 등장할 것이고, 그 다음은 웹기반에서 성장한 영상 및 미디어 콘텐츠의 대대적인 확장이 이루어질 것이며 마지막으로 희망사항으로 정보 생산방법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웹과 모바일 정보의 구성이 달라진다

미국의 영화정보 어플리케이션 'Movies'
흔히 '어플'이라고 하는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은 현재까지 등장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문화예술과 관련한 많은 기관과 재단에서 여러 각도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가장 활용도가 높은 어플은 GPS를 활용한 어플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오른쪽에 보이는 화면은 'Movies'라는 미국 어플의 스크린샷이다.

어플에서 원하는 영화를 검색해서 클릭하면, 영화트레일러부터 가까운 극장위치, 상영시간, 할인혜택 정보, 좌석예약, 관련사진, 심지어 주변의 맛있는 식당까지 검색이 된다. 거기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젊은 관람자들의 리뷰가 바로 바로 공개된다.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평가를 올린 사람만 해도 20만 명이 넘으니 실제 사용자는 수백만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완소' 어플이다. 국내에서도 영화관련 어플이 이미 만들어졌지만 포털사이트의 웹기반 정보에서 모바일 기반의 집적된 정보로의 전환이 아직은 덜 이루어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분야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대학로의 연극정보 또는 수도권의 전시/공연정보와 같은 정보 편의성과 관련된 어플이 조만간 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Movies'; 어플의 구조가 기본이 될 것이다. 웹과 모바일의 정보 내용은 동일하지만 사용자의 위치에 따라 편의성에서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집에서 찾은 극장위치를 밖에 나가기 전에 다시 노트에 위치를 옮겨 적은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언제든지 페이지가 열리는 스마트폰의 위력을 체감한다. 이것뿐인가. 집을 나오며 버스나 지하철의 도착시간을 확인해 보고, 대학로와 같이 극장 찾기가 쉽지 않은 곳에서도 증강현실을 통해 핸드폰이 알려준 길을 따라가면 된다.

콘텐츠의 밀도가 높고 집중적인 공연페스티벌, 비엔날레 등에서도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이 속속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런 어플은 이미 웹상으로 구현되어 있는 콘텐츠를 모바일 기반으로 압축, 변형하는 것이라 제작이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국내에서 그 첫 시도는 아마 다원예술축제인 '페스티벌 봄'이 처음일 텐데, 이 어플에는 공연정보, 동영상, 공연장위치, 작품소개가 간명하게 담겨있다.

페스티벌 봄 어플리케이션

 


콘텐츠의 바다, 지식과 애정 갖춘 충성도 높은 유저

어플리케이션의 장점이 정보획득의 수월성이라면 팟캐스트(Podcast)와 아이튠즈 유(iTunes U)라는 영역에서는 전혀 얘기가 달라진다.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의 합성어인 팟캐스트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디지털 방송이다. 아이튠즈 유는 미국의 스탠포드나 MIT 등 유수 대학의 강의 및 학문관련 미디어 콘텐츠를 모아놓은 곳이다. 처음에는 영어공부를 하려고 CNN이나 BBC의 뉴스를 보려고 들어갔다가 팟캐스트의 그 무궁무진한 콘텐츠에 말문이 막혀버리고, 아이튠즈 유의 질 높은 콘텐츠를 접해보고 나서는 영어권의 사용자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는 국내 통신사의 자본력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인데, 해당 언어권의 지적 보고의 창고문을 열어젖히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에는 주요방송과 다양한 지역방송, 그리고 수많은 개인방송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검색이 된다. 이런 다양한 미디어콘텐츠를 아이폰을 통해 편리하게 구독해 볼 수 있다. 2005년 애플이 팟캐스트 사업을 시작할 당시 자체 제작한 내용들에서 출발해 이제는 수 년 만에 전 세계의 콘텐츠가 팟캐스트용으로 재가공되어 제공되고 있다. 이에 비해 질 높은 콘텐츠를 목표로 2007년에 시작한 아이튠즈 유는 2009년 말에 다운로드 백만 건을 넘어섰다. 이 무궁무진한 자료의 대부분이 무료라는 점을 볼 때, 국내 콘텐츠의 지적재산권만이 강화되는 측면은 오히려 다양한 콘텐츠의 생산과 소통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아이튠즈 유의 뉴욕현대미술관아이튠즈 유에서 제공하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어플리케이션은 과거부터의 전시내용과 작가별 소개, 아카데믹한 강의자료, 교육자들을 위한 필름, 영상, 오디오 자료, 아카이브를 충실하게 제공하고 있다. 미술애호가라면 저 홈페이지에 주저앉아 며칠이고 방송과 자료들을 읽고 싶은 욕망이 들 것이다. 바로 이점이 중요한데, 이 콘텐츠에 접근한 유저를 지식과 애착을 지닌 충성도 높은 유저로 변모시키는 힘이 있다. 전문비평가와 작가 인터뷰, 일반인을 위한 교육물, 심도있는 리서치들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MOMA의 명성을 쌓게 한 저력을 확인시켜 준다. 리뷰를 보면 수많은 사람이 각각의 콘텐츠마다 깊은 애정과 질 높은 비판을 통해 참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곳이 영국의 테이트모던갤러리의 팟캐스트와 아이튠즈 유 자료인데, 마찬가지로 방대하고 심도 있는 콘텐츠를 통해 일개 뮤지엄을 넘어 문화적 헤게모니를 쥐려는 노력과 역량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테이트모던의 사업대상은 세계의 관광객 못지않게 런던 주변의 학교와 시민들인데, 대상 계층에 맞게 풍부한 미디어콘텐츠를 생산한다. 이곳의 미디어를 구독해서 보다 보면 예술기관과 시민사회의 관계,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숙고하게 된다. 뮤지엄이 예술가나 예술지식을 배타적으로 정립하는 곳이 아니라, 지식생산자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정책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테이트모던의 압도적인 자료들이 발산하는 구체성은 심도 있는 철학을 지닌 정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아이튠즈 유의 영국 테이트모던갤러리 채널 아이콘들 전시, 작가, 큐레이터, 갤러리투어 등의 정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제공한다.

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구성이 달라지는데, 영국의 에든버러페스티벌 프린지는 공연수가 엄청나고 축제를 보기 위해 각국에서 찾아오는 관람객의 수가 막대한 만큼 관련된 서비스도 그에 못지않다. 하루에 수백 건의 공연이 어디서 하는지도 모르게 열리고 수 만 명의 관람객이 늘 거리에 가득 차 있다. 따라서 콘텐츠의 일관성보다는 다양한 접근과 방법이 모색이 된다. 공연장의 위치만 소개하는 어플이 있는가 하면 프린지공연에 참가하는 이름 모를 예술가들을 인터뷰한 팟캐스트, 주요 공연만을 소개하는 방송이 있고 숙소 및 관광 관련 팟캐스트만 해도 그 종류가 여럿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팟캐스트들은 방송국이나 축제공식기관 외에 대학, 시민단체, 개인이 주도적으로 만든 것도 꽤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의 다양성은 요긴한 정보가 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축제와의 풍성한 소통에 기여한다.

에든버러 프린지 베뉴 어플리케이션 프린지 공연장의 위치 검색 및 공연일정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관객과 소통할 진짜 지식을 어떻게 만들까

지난 몇 년간 국내의 문화정책은 끊임없이 관객개발과 시민의 향수권 신장을 강조해 왔는데, 이는 흔히 집객의 증가를 통한 접촉의 확대라는 양적인 면에 매몰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국내 공연장, 미술관, 축제조직들의 경우 질 좋은 다양한 콘텐츠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방법적인 면에서 다양한 수단을 지니지 못했다. 이는 전문인력의 부족, 소통수단 개발의 부재, 마케팅 개념의 협소함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소통의 중심수단으로 미디어가 대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질적이거나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문화예술기관들이 아이폰의 등장에 맞춰 기존의 정보전달을 위한 어플리케이션 정도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대부분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 사실 문화예술과 관련한 성공 가능한 어플리케이션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아이폰이 보여준 것은 아이튠즈 유의 막대한 지식정보와 팟캐스트라는 다양한 소통수단의 무한 확장이라는 측면인데, 제한된 정보를 다룰 수밖에 없는 어플리케이션은 그 아이디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이 아이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의 막대한 지식정보이듯이,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관객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진짜 지식들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오세형  

필자소개
오세형은 연극분야에서 연출, 기획, 제작에 참여하였고, 2005년부터 경기문화재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만남과 자극을 위한 국제레지던스 프로그램, 젊은예술가 집중육성 등에 관심이 많고 독일의 탄츠하우스같은 현장과 제도와의 흥미로운 만남을 주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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