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왕산예맥아트센터 설립과정

폐교, 아트센터가 되다

심오섭 _ 강릉문화원 사무국장

중요한 것이 폐교가 위치한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인데 폐교는 지역주민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공간이기에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과 상생의 바탕 위에서 개발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목계분교는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면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단절되었고, 심지어는 주인 없이 방치되면서 사람이 들어가기조차 힘든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 대부분이 아타까움과 불만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강릉문화원이 이곳을 운영하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호의를 나타냈고 심지어는 큰 기대를 거는 모습 또한 찾아 볼 수 있었다.
 

폐허처럼 변해버린 목계분교
폐허처럼 변해버린 목계분교
리모델링한 왕산예맥아트센터
리모델링한 왕산예맥아트센터
목계리 주민 초청 간담회
목계리 주민 초청 간담회
개관 후 진행된 지역 문화행정가 워크숍
개관 후 진행된 지역 문화행정가 워크숍

폐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시집중화와 탈농촌화 현상은 농어촌지역에 폐교를 양산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임대하여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운영자들이 임대료 이외에 소요되는 관리운영비의 부담과, 시설의 노후화, 수요예측의 오류 그리고 매각이 아닌 대부 형식의 임대로 인한 투자의 어려움 등으로 운영에 실패하는 사례들 또한 많이 발생하였다. 나는 이 같은 폐교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강릉문화원이 전국에서 최초로 독자적인 독립 원사를 갖게 되면서 새로운 발전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문화원 사업을 지역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하고 폭넓게 넓혀감으로서 규모와 사업 영역을 한 차원 넓힐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문화경영에 대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혀갈 수 있었고,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까움으로 바라만 보던 폐교활용에 대하여 막연하나마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규모, 입지조건 그리고 주민들과의 소통

이후 주말이면 나는 강릉주변의 폐교와 작은 학교들을 둘러보고 그곳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몇 년간 학교를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덧 강원도에 있는 웬만한 폐교는 다 다녀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머릿속에는 폐교 운영에 대한 청사진이 서서히 구체화 되어갔다.

그렇게 폐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사이 세 곳 정도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현재 왕산예맥아트센터로 개발한 강릉시 왕산면의 목계분교였다. 왕산면은 태백산맥 중턱에 위치한 산간지역으로 강릉의 지붕이라고 할 만큼 높고 개발이 덜된 청정고원 지역이다. 이곳 왕산면 목계리에 위치한 왕산초등학교 목계분교는 1963년에 설립되었다가 학생 수 감소로 1995년 폐교되었다. 이후 10여 년간 대여섯 차례에 걸쳐 임대주가 바뀔 만큼 잠시 쓰다가 버려지는 곳으로 전락되었고 학교는 점차 폐허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곳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먼저 학교의 규모였다. 교실 세 칸 반을 가지고 있는 239㎡ 크기의 교사동, 60㎡ 가량의 관사동, 크지도 작지도 않은 운동장과 학교 뒤편의 공터 등은 향후 개발과 관리 운영 면에서 매우 적합한 규모였다. 다음으로는 입지조건이었다. 강릉시내에서 20㎞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고도가 높고 청정한 지역으로 머물고 생활하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강릉에서 이곳 근처까지 터널을 뚫어 거리와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토목공사 계획이 수립되어 있고 학교 앞을 지나는 강릉-정선간 국도도 확포장 계획이 서있어 앞으로 접근성이 개선될 여지가 높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폐교가 위치한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인데 폐교는 지역주민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공간이기에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과 상생의 바탕 위에서 개발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목계분교는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면서 주민들과의 소통이 단절되었고, 심지어는 주인 없이 방치되면서 사람이 들어가기 조차 힘든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 대부분이 안타까움과 불만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강릉문화원이 이곳을 운영하는 것에 대하여 대부분의 호의를 나타냈고 심지어는 큰 기대를 거는 모습 또한 찾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이곳은 내가 여러 가지 조건이 아주 이상적으로 맞아떨어지는 곳이었기에 나는 이곳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강릉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정, 공간 조성의 근거 마련

2006년 강릉문화원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으로부터 '강릉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받게 되면서 문화예술 공간 조성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목계 분교의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2007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25조 2항에 근거하여 강릉교육지원청에 왕산목계분교 대부를 위한 업무협조를 의뢰 하였다. 그러나 회신 결과 이곳이 현재 이전 임대자와 교육청간의 소송이 진행 중인 관계로 협의보류가 통지되었다. 하는 수 없이 소송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중 2008년 6월 소송종료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금 폐교 임대의뢰를 신청하였고 드디어 교육청으로부터 대부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02년 폐교 운영을 목표로 삼은지 6년여 만에 얻은 결실이었다. 그러나 나의 진짜 목표는 대부를 통한 운영이 아닌 완전한 매입을 통한 개발이었다. 그 이유는 대부계약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개발과 투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대부허가를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매입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폐교의 매각은 대부허가와는 달리 강릉교육청이 아닌 강원도교육청의 관할로 도교육위원회의 승인과 교육감의 최종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먼저 교육청 관계자들과 사전 협의회를 개최하여 목계분교 개발을 위한 매입의 필요성을 인식시킨 고, 학생들에 대한 전문적인 체험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강조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매각요청서를 도교육청에 제출하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였던가. 이렇게 제출한 목계분교 매각요청서는 교육위원회의 승인을 무난히 통과하여, 그해 연말 매각 결정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인 매입 추진 과정에서 교육청이 실시한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금액이 나의 예상을 훨씬 초과하여 산정되었다. 더욱이 이 금액은 강릉문화원이 매입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금액으로 자칫 매입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감정평가 내용을 분석하였는데 그결과 건물 뿐 아니라 부지 내의 모든 식수(植樹)와 허물어진 담장. 심지어 학교 뒤편의 무너져 내린 석축에까지 금액이 산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사용 불가능한 구조물에 대한 감정평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인접한 개인소유의 토지 일부를 점령하고 세워진 관사동 건물에 대하여서는 역으로 사용불가능을 이유로 매각 전 철거를 요청하였다. 이처럼 감정평가에 대한 이의제기와 반대요청을 통해 결국 교사동 건물에 대한 금액만 적용하는 것으로 합의를 도출하여 매입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었다.


 

[참고] 폐교의 문화시설 활용을 위한 법적 근거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

목계분교의 매입과 더불어 중요한 또 하나가 개발을 위한 예산확보였다. 강릉문화원의 자체 예산으로는 폐교를 개발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방법은 강원도와 강릉시로부터 사업예산을 지원받는 것이었다. 여기서 국·도·시비 등의 국가예산은 다음해 예산이 대부분 당해년도 상반기 중 검토와 선별이 완료되고, 하반기에 의회에 제출되어 분과별 예산심의와 본회의에서 최종승인을 모두 통과하여야만 확정되기 때문에 사업 내용과 더불어 사전 협의와 신청 기간을 제대로 맞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대부 신청을 진행하던 연초에 미리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먼저 시·도 관계자들에게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부허가를 받자마자 예산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특히 예산확보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도비를 확보하는 것으로 도비예산이 확정되면 매칭펀드를 통해 같은 금액 만큼의 시비를 확보할 수 있기에 도비예산을 확보하는데 주력하였다. 그 결과 2009년 예산에 도비 1억5천만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 시비 1억5천만원이 더해져 총 3억원의 개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2009년에 들어와 본격적인 왕산예맥아트센터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데 그것이 또한 쉽지만은 않았다. 건물 자체가 너무 낡고 오래되어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이 났다는 의견과 기존 시설을 최대한 살리는 리모델링이 났다는 의견이 대립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결정해야 했는데 나는 이 문제에 있어 몇가지 고려사항을 놓고 문제점들을 대입을 해 보았다. 먼저 원형의 가치문제였다. 폐교는 비록 학교로서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학교라는 원형의 존재 가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학교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다 가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다음으로는 기능과 효율성의 문제인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활용 용도를 고려한 신축이 효과적이라는데 이의가 없었다. 다음으로는 차별성의 문제였다. 폐교라는 이미지를 없애고 신축을 한다고 했을 때 전국적으로 최신 시설과 고급스러움을 갖춘 대규모 연수원이나 수련시설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규모나 시설이 작은 이곳이 과연 경쟁에서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이 부분은 신축보다 폐교의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지역과의 관계였다.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곳 목계리 역시 주민의 상당수가 폐교 이전의 목계분교를 다니고 졸업했던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주민 대부분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런 상태에서 기존의 흔적을 없애는 것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민 대부분이 옛 모습을 보존해 주길 바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전제조건을 고려해 보았을 때 신축의 효용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가치와 차별성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민들과의 관계에서 신축보다는 리모델링이 나은 방법이라고 결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결정한 뒤 설계 과정에서부터 시공까지 건물의 외관이며 내부 모두 그리고 학교의 전체적인 모습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하면서도 쾌적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심지어는 너무 오래된 탓에 시멘트가 다 부식되어 버린 운동장의 동상도 보수를 통해 살려내었다.

드디어 2009년 11월 10일 마을 주민들과 지역 인사들을 초청하여 왕산예맥아트센터의 개관식을 개최하였는데, 이날 축하를 위해 참석하신 시장님께서 이곳을 둘러보시고 매우 흡족해 하며 '강릉시는 왜 30억원을 쓰고도 이렇게 만들어내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조 섞인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인지 금년에 다시 시비 2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문화원 자체예산을 보태어 숙박시설 2개동과 주변 환경개선, 각종 공연과 무대 행사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야외무대를 신축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왕산예맥아트센터 설립 경과 · 2006년 -강릉문화원, 강릉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  · 2007년 -강릉교육지원청에 대부 업무협조 의뢰 · 2008년 -강릉교육청, 강릉문화원에 목계분교 대부 -예산확보를 위해 강원도의회에 사업계획제출 · 2009년 - 강원도교육위원회로부터 목계분교 건물 매입 강릉시로부터 목계분교 대지 무상임차 -도비 1억5천만원+시비 매칭펀드 1억5천만원 확보 -리모델링 진행 · 2009년 11월 -개관 · 2010년 -시비 2억원 추가 확보

지금까지는 운영을 위한 준비과정

금년 말이면 왕산예맥아트센터의 조성사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다. 이제는 전력을 다해 조성한 예맥아트센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라는 새로운 과제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은 결국 앞으로의 운영을 위한 준비과정이었으며, 이곳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곧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올 한해 이곳에서는 시설 조성공사와 더불어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들과 각종 연수, 세미나, 워크샵 등을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았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매우 만족해하며 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는 반응을 나타내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에게 큰 힘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왕산예맥아트센터는 스스로 자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나아가 지역민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강릉의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먼저 지역의 문화 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문화예술경영 아카데미 운영, 청소년들과 일반인, 가족 등을 대상으로 자연을 느끼고 즐기며 다양한 체험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민인식 개선과 문화예술교육을 실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국의 각종 문화예술기관과 단체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화된 연수시설로 운영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심오섭 필자소개
심오섭은 1992년 강릉문화원에 입사하여 사무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 석사,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강릉단오제 전수교육조교로 활동하면서 강릉단오제보존회 사무국장과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문화예술교육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oseob@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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