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미술저작물과 관련한 세 가지 주요 포인트

아는 것만큼 보인다

심동섭 _ 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

현실적으로 작품 소유자가 작가의 허락없이 전시를 하더라도 전시회 홍보 등을 위해 작품사진을 써야 하는 경우 등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소유자의 전시권한에 상관없이 작품을 구매할 때 홈페이지 게재나 홍보 등에 작품을 쓸 수 있다는 특약을 사전에 서로 맺어두는 것이 좋다.
 
 

얼마 전 모 미술관이 소장회화작품을 실내 전시하려고 했더니 그 작품의 원작가가 저작권을 거론하면서 전시를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작가가 이렇게 말할 권리가 있을까?

평소 필자가 미술분야 저작권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대개 저작 인격권이나 전시권에 관한 문제, 자신의 작품 제작시 다른 사람의 초상이나 작품을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다. 미술 저작권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거론되는 저작권 관련 질문에 대해 주요 세 가지 포인트를 가지고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전시권과 상관없이 특약 가능

- 작품 소유자의 전시 권한 문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조각장
<해머링맨>

▲▲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조각장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 <해머링맨>

앞서 언급한 사례의 경우, 결론부터 보면 일단 판매한 작품에 대해서는 작가는 이럴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되거나 없다. 미술작가는 작품을 제작한 때로부터 저작자가 되고 동시에 자신의 작품 원본이나 복제품을 전시하는 것에 대해 허락할 수 있는 전시권을 가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전시를 하려는 자는 반드시 작가의 허락을 받고 작품의 원본이나 복제품의 전시를 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미술품을 구매한 소유자는 원 작가의 저작권으로 인해 자신이 소장한 작품을 전시하지도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데 우리 법은 이런 경우 작품의 소유자에게도 일정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즉, 미술저작물(미술작품)의 소유자는 작가의 허락 없이도 작품 원본의 항시 또는 일시적인 실내전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다만 실내가 아닌 가로나 공원, 건물의 외벽 등 옥외전시의 경우에는 작품의 소유자는 작가의 허락이 없는 경우에는 일시적 또는 계절적인 전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사례의 경우 그 작품이 미술관에 판매된 이상, 작가에게는 저작권을 이유로 자신의 작품을 실내전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소유자가 작가의 허락 없이 전시를 할 경우 도록을 제작할 수 있을까? 작가의 허락이 없는 실내전시나 일시적인 옥외전시의 경우 작품의 소유자는 전시를 위해 필요한 작품소개나 해설을 위한 책자를 제작, 배포할 수 있다. 다만, 단순 소개의 목적이 아닌 작품감상용으로 제작된 호화판 책자이거나, 하나의 작품마다 제작된 복제그림 같은 경우는 허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작품사진을 싣고 해설을 실은 소도록 형태의 책자 발간은 가능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러한 미술작품 소유자의 권리는 전시에 한하므로 소장품을 이용하여 복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작품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원본이 아닌 복제품을 전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단, 현실적으로 작품 소유자가 작가의 허락 없이 전시를 하더라도 전시회 홍보 등을 위해 작품사진을 써야 하는 경우 등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소유자의 전시권한에 상관없이 작품을 구매할 때 홈페이지 게재나 홍보 등에 작품을 쓸 수 있다는 특약을 사전에 서로 맺어두는 것이 좋다.

한편, 길을 걷다 보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이나 <해머링맨>처럼 옥외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을 볼 수 있다. 혹시 이런 미술품 사진을 찍어서 온라인에 올린다면 저작권 위반이 적용될까? 우리 저작권법은 옥외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품은 누구든지 이를 복제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옥외에 전시되어 있는 미술작품의 경우 일반 공중에게 널리 보이게 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고, 이런 경우까지 일일이 저작자의 허락을 받게 한다면 오히려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해치게 된다는 법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이라든가 건물 외벽에 설치된 미술작품 등 옥외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작품의 경우 일반인들은 그 작품 사진을 찍거나 녹화하여 사용할 수 있고 온라인상에 업로드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1. 똑같은 형태의 건축물로 짓는 경우, 2. 조각 또는 회화를 조각 또는 회화로 복제하는 경우, 3. 개방된 장소 등에 항시 전시하기 위하여 복제하는 경우 4. 판매의 목적(판매 목적의 그림엽서, 화집, 캘린더 등)으로 복제하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침해 시, 강렬한 처벌 대상

- 저작 인격권의 범위


저작권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크게 구별된다. 저작재산권은 저작권을 이용하여 재산적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인격권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인격적인 권리가 침해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우리 저작권법은 작가의 인격권으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을 허용하고 있다.

공들여 대작을 완성한 모 작가는 이 그림을 자신의 생일날 대외에 발표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사진을 찍어가더니 다음날 친구의 블로그에 그 사진이 올려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공표권은 작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을 대외적으로 발표할지 여부를 결정하거나 첫 발표를 하면 언제 할지, 어떤 방법으로 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제3자가 무단으로 작가의 작품을 발표하거나 대외에 공표하면 공표권 침해가 되므로 이 경우에 그 친구는 저작인격권 중 공표권 침해로 처벌받게 된다.

모 전시회장을 둘러보던 모 작가는 자신의 작품 명제표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이 올라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경우 작가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성명표시권이다. 성명표시권은 작가의 작품전시나 도록 제작 등의 경우 반드시 작가의 성명을 표시해주어야 하는 권리를 말한다. 따라서 전시회에서 작품 아래 명제표나 도록의 작품사진에 작가 이름을 써주지 않거나 다른 사람 이름을 쓸 경우에는 성명표시권 침해가 된다. 다만, 작품과 무관한 전시회 홍보 팜플렛이나 도록 서문, 플래카드 등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도 성명표시권 침해는 되지 않는다.

어느 학교에서 청소 도중에 복도에 전시되어 있던 조각품의 팔이 떨어져서 철공소 아저씨를 불러서 수리를 하였다. 이 경우 이 학교가 질 수 있는 저작권법상의 책임이 있을까? 동일성유지권은 작품의 제목, 내용, 형식 등이 변형되거나 왜곡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작품의 명제표 등에 작품 제목을 원 제목과 다르게 써 넣은 경우 등은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된다. 또한 원래 회화작품에는 없는 내용을 더 집어넣어 덧칠을 하거나, 수채화를 수선하면서 유채화로 하는 경우, 작품의 색조를 원래와 다르게 하는 경우, 일련순서로 되어 있는 하나의 세트 작품을 전시하면서 순서를 바꾸어 전시하는 경우, 작품의 위, 아래를 바꾸어 전시하는 경우 등은 모두 내용이나 형식의 변형을 통한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위 사례에서도 작가의 허락 없는 수선은 자칫 원작품과의 동일성이 달라질 염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각 미술관이 소장 작품의 대폭적인 수선을 할 때 임의로 하지 않고 반드시 원 작가의 허락을 받거나 입회하에 하는 것은 이러한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회화 등(A)을 오려 붙여 콜라쥬 작품(B)을 하는 경우, B작품이 A 작품을 오려서 만들었다는 것이 명확할 때에는 동일성유지권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 주의가 요망된다. 이때에는 오린 원작품(A) 조각이 B를 만들기 위한 단순한 재료라기보다는 오린 재료 자체가 원작품(A)의 변형을 가져온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사람의 동영상을 사용하여 새로운 동영상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원 작가의 허락 없이 영상의 색조 등을 변형하여 삽입할 경우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동일성유지권도 너무 강조하면 오히려 저작물의 공정한 사용까지 저해하므로 일정한 제한이 가해진다. 우리 법은 건축물의 경우 설계자인 건축가 허락 없이도 주택 소유자가 건축물의 증개축이나 변형을 맘대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저작물의 성질, 이용목적, 형태에 비추어 부득이한 경우 등은 동일성유지권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저작 인격권 침해는 어떤 민ㆍ형사상 책임을 질까? 저작 인격권을 침해받은 작가는 침해자에 대해 침해정지를 청구할 수 있으며, 침해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서는 침해의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고의 또는 과실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 형사적으로는 저작 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강력한 처벌 대상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패러디의 조건

-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초상 등을 사용한 작품 제작

김종학전 전시회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김종학전 전시회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작가가 작품 제작시 다른 사람의 작품을 참조 또는 패러디하거나 다른 사람의 초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다. 모 화가는 전시회에 갔다가 자신의 작품과 굉장히 유사한 작품을 발견하였다. 항의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아이디어만 차용한 거라서 문제없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의 소재 또는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다이어트 카페의 게시판에 누드 사진을 모아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한 케이스와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남이 찍은 사진을 그대로 재촬영하거나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을 모아 전시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여도 저작권상 복제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터넷상 사진이라 하여도 사진을 찍은 사람의 사상이나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평면적인 단순한 사진은 저작권이 없을 수도 있고, 아주 작은 크기로 출력해서 콜라쥬 형식으로 붙이는 경우에 저작권 침해가 될지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된다는 전제하에 작업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또한, 저작권과는 별개로 명예훼손과 민ㆍ형사상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한편, 위의 사례와 같이 다른 사람의 작품 형식이나 내용 등을 그대로 차용하여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모 단체는 병역비리를 비판한다고 하면서 모 작가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주제로 한 그림 중 일반인 모습을 병사 모습이나 면제자 모습으로 바꾸고 관련 문구를 넣었다. 원 작가가 항의하자 패러디라서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우리 저작권법에는 패러디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우리 판례도 그리 확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패러디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작을 조소, 비평의 방법으로 비평할 것, 널리 알려진 저작물을 대상으로 할 것, 패러디한 것이 더 잘 팔려서 원작의 수요를 대체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최소한 패러디로 인정을 받으려면 해당 작품 내용을 비판해야하며, 사회적인 병리 현상 등을 비평하기 위해 해당 작품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즉, A작가의 B작품을 비평하기 위해 B작품을 변형하거나 하여 패러디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으나, B작품과는 거리가 먼 일반적인 사회현상을 비판하기 위해 B작품을 비판의 수단으로 하여 패러디하는 것은 패러디로 인정되지 못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또한 설사 패러디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작품 내용의 변형을 가져오므로 동일성유지권 침해 소지가 크므로 조심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는 A 작가의 작품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병역비리를 비판하기 위해 A 작가의 작품을 사용한 것이므로 패러디로 볼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초상 등을 자신의 작품에 담는 경우인데 엘리자베스 여왕을 그린다거나 박지성 선수의 초상을 작품화한다거나 할 때는 어떻게 될까? 보통 퍼블리시티권은 유명인의 초상이나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권리를 말한다. 퍼블리시티권은 우리 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우리 법원은 최소한 유명인의 성명, 초상에 대해 퍼블리시티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면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유명인의 초상을 그리는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용미술을 하면서 유명인의 초상을 컵에 새겨서 판매하는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순수미술이라 하더라도 최근에는 해당 작품이 판매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더더구나 유명 작가인 경우에는 작품이 고가로 팔리는 경우가 많아서 퍼블리시티권 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유명인의 초상을 그려서 고가에 파는 경우에 그 작품 가액이 그림을 그린 작가의 유명도 때문인지 아니면 작품의 소재가 된 유명인의 인지도 때문인지는 더 파악할 필요가 있겠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충돌 가능성이 있지만 논란의 소지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더더구나 최근에는 실용미술과 순수미술의 차이를 명확히 가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박지성 선수와 같은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만 전담하는 법무법인도 생겨나고 있어서 더욱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유명인의 초상화를 그린 회화 등에서 표현의 자유를 더 우선시하여 퍼블리시티권을 배척하는 사례가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미국의 사례로 우리나라 사정에 일괄적으로 대입할 만한 것은 아니므로 주의를 요한다.



 
심동섭 필자소개
심동섭은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과 과장으로 근무했으며 동국대에서 저작권으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서관박물관 과장,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 등의 근무와 캐나다 로얄온타리오 박물관(Royal Ontario Museum) 1년간 연수 등을 통해 미술, 박물관 업무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royalmile@hanmail.net
 

 

weekly 예술경영 NO.136_2011.07.21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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