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공무원과 기획자의 소통법

우리가 만나야 하는 이유

정상택 _ 마포구청 주민생활국장

공무원과 문화예술기획자가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문화예술기획자와 공무원은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통의 목표 하에 상호간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다양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홍대앞은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는 공간이다. 얼마 전 끝난 한국실험예술제와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이달 말까지 개최되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9월에는 서울와우북페스티벌, 10월에는 홍대거리미술전 등이 이곳을 달군다. 미술, 무용, 사진, 출판, 연극, 음악 등 다양한 문화예술산업의 인큐베이팅 공간이자 문화생산공장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홍대앞에 '위기'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홍대앞을 지켜왔던 문화예술인들이 인근지역과 다른 구로 떠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총 15개의 홍대앞 문화예술인 단체들이 뭉쳐 '홍대앞 문화예술회의'를 탄생시켰다. 이 과정에서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를 위해 종합행정을 하는 마포구청이 어떻게 참여할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문화예술 기획자와 공무원 간의 인식 차이로 인해 이는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2010 서울프린지페스티벌
 2010 서울와우북페스티벌

▲▲ 2010 서울프린지페스티벌
▲ 2010 서울와우북페스티벌

아무래도 공무원들은 법을 집행하다 보니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민사불개입의 원칙 등 때문에 '괜히 민간의 일에 개입하여 일거리나 하나 더 만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한편 기획자들은 '관을 끌어들여 예산지원 조금 받으면서(그나마 예산지원 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괜히 간섭만 받고 불편할 바에야 우리끼리 자체적으로 하자'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자치단체장이 직접 선출되면서 공직사회도 많이 바뀌었다. 인근 지방자치단체와 경쟁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주민들로부터 바로바로 피드백되는 환경에서 행정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일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현재 공무원의 사정이다. 마포구에서 홍대앞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문화자원조사' 사업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비슷한 과정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문화예술 기획자 등이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한 비전이나 아이디어 등을 가지고 공무원을 찾아온다면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딱딱하고 보수적인, 말 안 통하는 공무원에게 기획자가 먼저 다가가기는 싫을 것이다. 그렇지만 공무원도 개성 강하고, 제멋대로인 듯 보이고, 외국물 많이 먹어서 유식하고, 자신보다 전문지식이 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게 말 걸기가 두렵고 무섭다. 이럴 때! 먼저 상냥하게 다가와서 말을 걸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문화예술인에게 공무원은 마음이 기울기 마련이다. 결국 같이 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기획자가 공무원과 좀 더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행정적인 요령을 몇 가지 소개한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실제 구청에서 자주 목격되는 사례다.

 
행정적인 요령
기획안 등의 문서에 해당기관 정보(구청장 이름 등) 정확히 기재, 오탈자 주의! 한두 번은 실수려니 하지만 몇 번 연속되면 신뢰를 하지 않음.
과잉·과장의 수식어, 자화자찬의 표현삼가, 적당한 자랑은 필요 근거 있는, 설득력 있는, 정확한 표현(통계, 언론보도, 수상경력 등)사용 권장
설명할 때 '지나친'외국어 및 전문용어 사용 자체 이질감 또는 거리감 조성, 적정한 수준의 통용된 외국어만 사용 '발런티어들의 애티튜드가 정말 중요하지요' '홍대지역을 플랫폼으로 삼으려고 하죠'는 좀 난감함
처음부터 예산지원은 절대 불가, 단계별 접근이 필요 인사·초청(행사 있으니까 놀러오세요) -> 행정지원(구정 신문에 실어주세요. 장소사용 허가 좀 해 주세요) -> 예산지원(몇 년간 지켜보면서 내실 있는 행사와 믿음 가는 단체임을 알게 함)
예산요청 시기도 중요 해당연도 예산은 전년도 9~10우러에 확정됨. 아무리 사업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안됨. (포괄비나 예비비 개념의 예산을 갖고 있는 부서는 거의 없음)

또한 기획자는 문화예술 관련 부서만 접촉해서도 안된다. 청소 문제는 청소행정과, 다문화 문제는 가정복지과, 노인 문제는 노인복지과에 직접 접촉해서야 당면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오히려 더 쉽게 풀릴 수 있다.(최근 문화행사에 저소득, 다문화 가정 등을 초대하면서 기획자가 문화체육과에 전화해서 대상자 연결해 달라고 하는데, 문화체육과에서는 안 해줄 확률이 높다. 이 사안은 가정복지과가 전문이다.) 또한 공무원 조직은 순환보직제로서 언제, 어떤 문제로 또 만나게 될지 모른다. 또한 기획자가 몸담고 있는 동주민센터와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에도 애써야 한다. 동에서 가장 파워가 있는 사람은 (구청장이 아니라) 동장이다. 소소한 문제의 해결 고리가 동장, 주민자치위원들과 그 네트워크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동고동락의 가치는 충분

공무원은 지역발전과 주민복리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사업계획 단계부터 집행, 그리고 평가의 과정에 주민의 의견 반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최근 모든 자치단체들이 지역주민의 고용창출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획자나 예술가도 주민의 한 사람이다.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 등이 이루어지는 생태계에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이를 통해 지역주민의 일자리도 만들고 지역의 문제까지 해소한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2009년 4월에 홍대앞에서 개최됐던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나이 없는 날' 라이브클럽 공연과 성산2동의 지역주민의 갈등을 해결한 성산2동의 '쉘 위 댄스 아카데미'가 좋은 사례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기획자들은 지역발전위원회, 미래성장자문단 등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이를 정책화할 필요가 있다. 사실 행정기관에는 다양한 위원회가 있다. 행정기관의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심의하거나 자문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과거 위원회는 행정기관의 거수기 역할을 하거나 의사반영의 정도가 약해 대부분 참여를 기피했다. 하지만 행정환경의 변화에 따라 위원회 등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또한 2012년 예산을 편성하는 올해 하반기(대부분의 자치단체가 8월과 9월에 의견수렴 기간을 갖는다)부터는 각 지역마다 예산편성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된다. 이 과정에 문화예술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강조해서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단체 내의 다양한 소통의 기회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요즘 공무원 중에는 지역문화예술발전을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다른 보직으로 옮기지 않고 장기간 근무하고자 하는 직원(마포구에도 한 명 있다)들이 늘고 있다. 때론 이런 공무원들을 순수 민간 문화행사의 기획과정이나 문화예술인 단체 모임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필요한 경우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공무원을 참여시킬 수도 있다. 참여의 형식이 다양해질수록 새로운 만남, 새로운 소통이 가능할 것이다. 공무원과 문화예술 기획자가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초반부는 상호 친교시간 등을 통해 어색함을 날려버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한 뒷받침과 예산은 물론 공공에서 맡아야 할 것이다.


제17회 거리미술전(2009) 제8회 한국실험예술제(2009)
제17회 거리미술전(2009) 제8회 한국실험예술제(2009)

우리가 대화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나와 상대방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괜한 갈등이나 불협화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시도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기획자와 공무원은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통의 목표 하에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다양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정상택 필자소개
정상택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제4회 지방고등고시에 합격하여 서울특별시 마포구청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세무과장, 청소행정과장, 기획예산과장을 역임한 후 2010년 행정관리국장을 거쳐, 현재는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와 환경을 담당하는 주민생활국장을 맡고 있다.
handtoad@mapo.go.kr
 

 

weekly 예술경영 NO.140_2011.08.18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덧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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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민엄마
  • 2011-08-18 오후 5:24:36
와우![Del]
  • 이 정 민
  • 2011-08-19 오후 12:47:54
한강수예술제보존회 입니다 마음에 와 닷는 좋은 정보와 글 이었습니다 많은 도움 될것갔습니다,[Del]
  • 담덕애미
  • 2011-08-19 오후 5:29:37
맞아요. 공무원은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이죠. 하지만 요즘 점점 바뀌고 있는것 같아요. 예술에 뜻있는 공무원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래요.[Del]
  • 독수리
  • 2011-08-26 오전 11:51:11
네,,,목표가 같다면 그 일은 가능하죠,,~~^^ 좋은글 감사힙나다[Del]
  • 홍벨트
  • 2011-10-23 오전 11:27:27
  • 홍벨트
  • 2011-10-23 오전 11:30:51
  • 뱀여사
  • 2012-06-18 오후 5:43:40
우오 중요한 포인트들이 많네요 잘 봤습니다![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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