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재원 마련을 위한 몇 가지 방안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위한 지침

신윤선 _ 독립큐레이터

정부 기금과 여타 후원의 여부에 따라 프로젝트의 전체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을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다. 2009년까지 지속된 프로젝트였지만 결국 꾸준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기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좋은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항상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프로젝트의 질이 마치 예산 규모에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예산은 그 활용과 의존이라는 양날의 칼날과 같은 특징이 있기에 예산의 규모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소요되느냐 하는 그 흐름이 중요하다고 본다. 물론 예술가들의 프로젝트와 몇몇의 축제 기획들이 꾸준히 실행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기금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복적인 기금 신청과 탄탄하게 기획서를 작성하는 일은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나라별 기금에 관심을

<커피 위드 슈가>

《커피 위드 슈가》

정부 기금을 통해 처음으로 규모가 있는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이었다. 국제 교환 스크리닝 프로그램이었던 《커피 위드 슈가》는 불가리아, 터키, 덴마크 그리고 한국의 4개국 작품들을 서로 맞교환하여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에서 출발하였다. 먼저 각국의 큐레이터들이 의견을 모았고 약간의 사비를 들여 작품의 데이터만 교환하여도 스크리닝 형태의 전시 구색을 갖출 수 있으니 일단 프로젝트의 구현을 최소한의 목표로 삼았다. 각국의 큐레이터들을 통해 작품의 구성과 기획안이 모여져 이를 기금 신청서로 활용했고, 정부 기금을 통해 프로젝트의 규모는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커졌다. 기본적으로 각 나라별로 스크리닝 전시가 진행되었고 주최국에 해당하는 한국에서는 기금을 통해 각 나라의 큐레이터들이 초청해 왜 이러한 형태의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기획 의도와 생소한 나라들의 이국적 작품들에 대한 공개 세미나를 개최할 수 있었다. 특히 이메일을 통해서만 내용을 확인했던 큐레이터들이 직접 만나 토론을 하게 된 후 개별적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었다.

한편 이 프로젝트는 순회전시를 하던 중 덴마크예술위원회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게 되었고, 터키의 미디어페스티발인 레스-페스트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는 자국의 예술가를 세계시장에 프로모션 하려는 예술가 수출형의 지원과는 달리 국제교류의 다각화와 다양해진 접근법이 확산되면서 얻게 된 지원일 것이며, 각국의 큐레이터들이 짜낸 소박한 기획안의 내실 덕분이라고 본다. 국제 교류에서는 각 나라의 대사관과 예술위원회를 적절하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수시로 기금을 신청할 수 있는 창구가 많다. 또한 자국 작가의 해외 진출을 위해 항공료와 숙박비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기금이나 문화원, 혹은 대사관들의 예산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러 국가의 작가들이 모이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한편 이 프로젝트가 종자돈을 확보하지 않은 채 기획에만 목숨을 걸었던 만큼 정부 기금과 여타 후원의 여부에 따라 프로젝트의 전체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을 당시에는 실감하지 못했다. 2009년까지 지속된 프로젝트였지만 꾸준한 지원을 받을 수 없어 결국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기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기금의 양분으로 자랐지만

하지만 공교롭게도 홍대 앞을 기반으로 2009년과 2010년 두 해에 걸쳐 시도했던 공간연대축제는 이보다 더욱 정부 기금에 의존하게 되었다. '홍벨트'이라는 이름으로 홍대 앞 공간 30여 개가 뭉쳐 상업화로 인해 빠르게 변모되는 홍대 앞의 예술지형도를 흩어져가는 점에서 촘촘한 그물망으로 바꿔보려는 명분에서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하지만 특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였던 만큼 서울시의 예산만 있을 뿐 그 외 다른 펀딩 솔루션을 두루 갖추지 못한 채 역시나 기금 자체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를 알게 된 순간, 홍벨트는 부지불식간에 사라지게 되는 운명을 맞았다. 자식 같은 프로젝트의 목숨을 여러 해 동안 정부 기금에만 맡겼으니, 무능한 기획자라는 자학과 좌절로 인해 '인생의 겨울은 이렇게 찾아오리라'는 시 구절이 절로 떠오르던 방황의 한 때였다. 하지만 당시의 이 실패들은 기획자로서 재원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마련할 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홍벨트 페스티벌>(2009) <홍벨트 페스티벌>(2009)
  홍벨트 페스티벌(2009)

기금 조성의 새로운 창구, 클라우드 펀딩

올해 여름에 진행한 《로드쇼: 대한민국》프로젝트는 여러 형태의 예산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대한민국의 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 뉴욕의 아이빔 갤러리 입주 작가들이 참여했고, 토탈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신보슬과 아이빔 입주 작가인 최태윤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아이빔 갤러리 디렉터의 도움이 있었고 많은 참여 작가들의 열정과 스태프들의 노고가 예산보다 더욱 값진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계속 버스를 타고 몇 날 며칠을 이동해야 하는 프로젝트였기에 여러 통로를 통한 경제적 보조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근 기금 조성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클라우드 펀딩을 이 프로젝트에 활용하게 되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킥-스타터와 한국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텀블벅에 《로드쇼: 대한민국》을 소개하였다. 이 사이트를 통해 프로젝트의 취지와 내용, 일정 등을 공유하였으며 일정이 다가오는 어느 시점부터 공개적으로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는 대중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후원을 요청하였다. 이 사이트에서는 불특정 다수에게 오천원에서부터 백만원에 이르는 다양한 액수의 후원을 요청할 수가 있으며 액수의 차등에 따라 프로젝트와 연관된 여러 상황들을 만끽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가 있다. 《로드쇼: 대한민국》은 킥-스타터에서는 실패했고, 텀블벅에서는 성공하였다. 즉, 텀블벅을 통해서만 후원금을 받았다는 이야기인데, 클라우드 펀딩의 큰 특징은 목표액을 스스로 정하고 그 목표액에 도달하면 후원금을 받을 수 있으나 목표액 도달에 실패하면 한 푼도 받을 수가 없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인데 이러한 점 때문에 목표액을 실리적으로 정하고 후원의 정당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며, 후원의 액수별로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들을 모색하게 된다. 마치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과 같이 그 정당한 후원의 대가를 다양한 구성을 통해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시장 내에서의 마케팅 방법을 연상케 한다. 또한 열정을 내세워 시장의 논리에만 국한되지 않는 창조적 활동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한국의 텀블벅의 사례를 보면 작가의 개인전을 소개하고 개인전과 관련된 도록을 출판하는 비용을 지원받든가, 여러 고가의 장비 사용을 수반하는 독립영화 작업을 계획하고 있는 많은 예술가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프로젝트(2011)
말레이시아 프로젝트(2011)

말레이시아 프로젝트(2011)

프로젝트의 성공, 후원이 아닌 협업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고 국제 프로젝트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발이며 국문으로는 '놀이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참여자 모두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자신의 작은 예술적 재능을 서로 교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교의 뉴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미디어아트 페스티발에 참가하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미디어아트를 다루고 있는 대학과 함께 이를 준비하였다. 양국의 교육기관과의 협업은 프로젝트 예산의 부담을 덜어주었으며 학과별 MOU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한국의 예술가들과 학생들은 각자의 장비를 들고 말레이시아에 도착해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하고 말레이시아 학생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이들과 함께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말레이시아 측에서는 공간과 숙식, 교통편을 제공하고 작가들의 작품 설치를 도왔다. 해당 대학생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까지 큰 호응을 얻어냈던 이 프로젝트는 올해 그 협동규모가 커져서 각국의 대학교가 2개 이상 참가하게 되었으며, 말레이시아 사바주립도서관, 비영리 기관인 컴퓨터 소사이어티 등과도 협업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국내의 적은 예산을 가지고도 서로를 배려하며 각자의 역할 조율을 적절하게 진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첫 번째, 충분한 기간의 준비, 즉 충분한 의견 교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전시, 워크숍 등의 개별 프로그램의 특징을 부각시켜 부분별로 이를 수용할 만한 기관의 후원을 받았다는 점이다. 교육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시와 발표 등은 각 대학교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도서관 내의 작품 설치와 워크숍 진행은 도서관에서 예산을 함께 부담하는 형태로 세분화 시킨 것이다. 특히 올해 프로젝트에서는 말레이시아 미디어 대학과의 협업이 추가되었는데, 프로젝트를 처음 같이 하게 될 때는 예산안의 공유보다는 여러 차례의 회의나 서신 교환을 통한 의견의 수렴이 제일 중요했다. 무엇보다 프로젝트에 대한 각 기관들의 신뢰가 쌓이고 이를 통해 각자가 누리고자하는 것이 뚜렷해야만 예산안이 시원시원하게 공유될 수 있다는 경험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절실히 느꼈다.

이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펀딩의 성공과 협업으로 지속되는 프로젝트의 사례들을 미루어 볼 때, 프로젝트의 성공은 예산의 액수만으로 그것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어떤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또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 프로젝트의 당위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고 이에 대한 설득이 가능할 때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신윤선 필자소개
신윤선은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 동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였다. 이후 토탈미술관, 갤러리 플랜트 등에서 일하였으며 2004년부터 프레파라트 연구소라는 독립 집단을 통해서 한참 동안 독립 기획을 하였다. 전시기획은《커피 위드 슈가》, 축제기획으로(작가와의 대회) (홍벨트 페스티발) 등이 있다. umaserra@gmail.com
 

weekly 예술경영 NO.152_2011.11.17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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