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사회적기업, 프리젠테이션 잘하는 법

경제적 가치에서 감동까지

강원재 _ 하자센터 기획부장

투자자들은 기업이 가진 상품을 보고 기업의 역량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투자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투자는 기업의 현재 역량과 잠재적 가치, 그리고 발전전망과 더불어 투자회수가 어떻게 되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 이뤄지는 것이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포스터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포스터

투자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프리젠테이션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형식을 갖춰 설명하는 행위이다. 그래서 프리젠테이션은 자신의 이야기 목적과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형식과 이야기의 방향과 강조점이 달라진다. 기업홍보를 위해서라면 기업이 가진 가치를 현재 드러난 실적, 비전, 그리고 역량 등으로 알리고, 기업이 만든 개별 상품의 홍보라면 상품의 특징과 장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프리젠테이션이 구성된다. 홍보가 아니라 투자나 제휴를 목적으로 하는 프리젠테이션이라면 그 내용과 방향은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 투자를 할지 말지를 판단하기 위해 모인 투자자들 앞에서 기업의 상품에 대한 소개만 한다면,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가진 상품을 보고 기업의 역량을 가늠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투자를 결정짓지는 않는다. 투자는 기업의 현재 역량과 잠재적 가치, 그리고 발전전망과 더불어 투자회수가 어떻게 되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 이뤄지는 것이다. 따라서 프리젠테이션을 잘하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언제, 어떤 공간에서 하는 것인지도 중요하다. 2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딱딱한 의자가 있는 홀에서 하는 것인지, 카페와 같은 자유로운 공간에서 하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몇 명의 이해관계자만 참석하는 회의실에서 진행하는 것인지에 따라 프리젠테이션의 형식과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또한 시기적으로 어떤 사회적, 경제적 이슈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하게 되는 것인지, 아침에 하는 것인지 저녁에 하게 되는 것인지, 더 세부적으로는 여러 순서 중 내 순서의 앞뒤로는 어떤 프로그램이 배치되어 있는지도 프리젠테이션 형식과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나 최고은 씨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고통을 받다 사라지는 예술가 문제가 사회 전반의 성찰을 요구하듯, 관련 사업이나 기업의 비전 역시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재구조화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각 발표자(단체)에게 주어진 시간을 고려해서 노래, 공연, 영상, 혹은 파워포인트나 프레지 툴을 사용할 것인지 가장 효과적인 형식을 정해 최종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이라는 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프리젠테이션을 잘하는 것은 '6W1H'라는 구성요소를 고려하여 세심히 기획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언제, 어디서, 누가(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와우(WOW!)하고 감탄사가 나오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지난 11월 25일에 열린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이라는 구체적인 자리에서 목적을 달성한 기업 혹은 단체의 프리젠테이션은 어떻게 이뤄진 것인지 살펴보자.

모의투자를 접목시킨 마켓&포럼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은 문화예술분야 (예비/ 서울형/ 인증)사회적기업과 이를 준비하는 문화예술 단체(기업)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문화예술의 활동 영역이라고 할 때, 그 범위는 대개 작품의 생산에서부터 관객, 독자를 만나는 일과 이를 통해 다음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재생산구조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근대 이전에는 개별 문화예술가의 역량으로 이 모든 과정이 이루어졌으나, 근대 이후에는 다른 공장형 산업처럼 문화예술계도 단계와 전문성에 따라 분업이 이뤄졌다. 작품의 생산을 담당하는 예술가와 작품생산이 가능하도록 재정과 환경을 조성하는 기획자가 나눠지고, 생산된 작품을 유통하는 판매상과 저작권 관리인, 작품 유통이 이뤄지는 장소로서의 공연장과 전시장, 혹은 서점 그리고 부가사업을 수행하는 전문회사나 예술후원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재단도 세워졌다. 그 외에도 보관과 보존, 소개와 연구, 새로운 재료와 기술개발을 업으로 하는 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계 내 역할의 분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양화, 복잡화되는 방향으로 작동해왔고, 관련 종사자도 많아졌다. 문화예술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문화예술의 생산이 많아지거나 효용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문화예술 혹은 관련된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대개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걸 의미했다. 왜 그럴까? 그 답은 각자 내려 보길 바라고, 어쨌든 예술경영지원센터, 하자센터, 그리고 서울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은 문화예술 단체(기업)들의 작품이나 서비스의 안정적 재생산구조가 마련되는 데 필수적인 투자자 혹은 구매자를 연결하고자 모의투자대회 형식으로 행사가 기획되었다.

참여 신청한 42개의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 혹은 준비단체들은 기획 의도에 따라 행사장 내 정해진 장소에서 홍보부스를 운영하면서 공연이나 설명회 형식의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로 하였다. 한 단체(기업)에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공연은 12분, 설명회는 8분 내외로 정해졌다. 프리젠테이션 자리에 초대되는 투자자의 유형은 대회의 심사위원 역할에 해당하는 전문투자자와 행사주최 또는 협력 기관에서 추천된 기관투자자,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모의투자자로 등록을 한 엔젤투자자, 끝으로 행사장을 찾은 일반 관람객들이 중심이 된 현장투자자로 정해졌다. 모의투자자들은 자신에게 배정된 쿠폰으로 행사장 내 홍보부스를 둘러보고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한 후 관심 있는 단체에 투자를 하고, 주최 측에서는 이를 집계하여 투자금에 해당하는 상금을 참여단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행사는 진행되었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현장모습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현장모습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현장모습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현장모습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현장투자자 순위도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현장투자자 순위도


이날 행사에서는 각 투자자별로 최고 투자유치단체에 시상이 이뤄졌는데, 전문투자자상에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 기관투자자상에는 '이야기꾼의 책공연', 엔젤투자자상에는 '오방놀이터'와 '룰루랄라 움직임연구소'의 공동수상, 그리고 현장투자자상은 '노리단'이 수상하였다. 이들은 어떤 프리젠테이션 방식을 취했기에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을까?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이번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지난 2월 16일 실제 기업의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성공적으로 투자를 이루어낸 '트래블러스맵'의 대표를 만나, 프리젠테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다고 한다. 트래블러스맵의 투자유치 성공의 이야기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의 투자는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 것인지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하기에 충분한데 개략적으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2월 16일 트래블러스맵의 투자설명회에서는 여느 투자설명회처럼 수익률이 얼마이며, 투자금회수시기는 언제인지 등을 묻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이 회사의 여행을 경험한 고객이 나와 자신이 트래블러스맵의 착한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이야기했고,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 청소년들이 나와서 투자설명회에 초대된 분들을 위한 공연을 하였다. 초대된 사람들은 낯선 풍경에 감동하였고 '트래블러스맵과 함께 성장하며 공정여행과 따뜻한 세상이라는 사회적가치를 함께 나눌 투자자들을 모신다'는 회사 대표의 말도 안 되는 발표에도 즐거워하며 호응을 보였다. 물론 트래블러스맵의 변형석 대표는 더 나아가 '사회적가치 투자에 대한 환원'(social return on investment, SROI)이라는 측정지표를 통해서 트래블러스맵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트래블러스맵의 여행상품에 대해 투자금에 따른 할인 정책을 밝히면서 대단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날의 행사와 당시 온라인을 통해서 투자 유치한 금액은 목표액 1억 원을 훌쩍 넘었고, 트래블러스맵은 투자금을 통해 이후 '제주피스보트여행'을 비롯한 새로운 공정여행 상품들을 선보이면서 기업의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었다.


투자자가 선택한 프리젠테이션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모의투자 유치대회의 당일 실적은 공연분야 사회적기업의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시사점을 전해준다. 행사 당일 투자등록데스크에 설치된 모니터에 나타난 이야기꾼의 책공연의 모의투자 유치그래프는 실제 행사 종료 한 시간을 남겨두고도 다른 단체와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투자유치그래프는 공연쇼케이스가 관객들의 많은 호응으로 끝나고 난 후부터 급박하게 이루어졌다. 즉, 이 단체가 준비한 공연을 통해 초대된 모의투자자들은 이 회사의 사업적 전망이나 사회적가치를 보았던 것이다. 노리단의 경우에는 현장에서 등록한 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는데, 실제 기업의 투자가 평소 친분과 사업적 관계를 갖고 있는 파트너들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처럼 노리단은 이날 모의투자설명회에 많은 사람들을 직접 초대하였고, 이들이 현장투자자로 등록하면서 많은 투자자 유치를 가능할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의 이유를 밝히도록 하였는데,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들이 앞으로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참조할만한 몇 가지 의미 있는 투자의견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노리단의 경우에는 '창의적인 콘텐츠로 지역과 청년 세대가 경계를 넘나들면서 소통하며 마을의 복원과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며 성장하는 회사의 장기적 비전이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투자의견이 많았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에는 '결혼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비즈니스가 되는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이를 현실 가능하도록 사업영역을 구체화함으로써 환경과 사업적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성공시키는 사회적기업으로서의 혁신성에 투자한다'는 의견을 내었다. 룰루랄라움직임연구소의 경우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예술통합적 사고로 용이하게 하였고 퍼포먼스 자체의 독창성이 뛰어나다'는 의견을 내었다. 오방놀이터에는 '공동체+놀이+육아가 잘 접목된 비즈니스로서 이를 준비하는 경력단절 여성, 즉 엄마들의 진심이 느껴졌고 앞으로 커뮤니티 활성화와 더불어 사업으로서의 수익성이 높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이야기꾼의 책공연에는 '책이라는 대중적 매개를 활용하여 어린이·청소년 교육과 문화향수성 확대라는 사회적 과제를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으로 잘 풀어내고 있다'는 의견을 주로 하였다.

결국 감동이 있어야

다시 본 주제로 돌아와 정리하자면, 프리젠테이션을 잘하는 법은 '6W1H'라는 구성요소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의 형식과 내용을 기획하여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프리젠테이션 자리에 초대된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야 한다. 즉 감동이 있어야 한다. 특히 그 자체로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문화예술을 중심에 두면서 기업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기반에 두고 움직이는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기업이라면 특히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하는 프리젠테이션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마켓&포럼'; 에서는 이러한 이들이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강원재 필자소개
강원재는 경기문화재단,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등을 거쳐 현재 청소년대안문화작업장 하자센터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원에서는 미학을 전공했고, 대안교육과 지역․세대․섹터 간의 교류, 그리고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 제고에 관심과 지향을 갖고 있으며, 하자센터에서 주로 청년 등의 사회적기업가 양성사업과 사회적장터를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iffree@haja.or.kr
 

weekly 예술경영 NO.157_2011.12.22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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