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미술관의 뉴미디어 활용

활용방법 무한대

강재현 _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

예술가들에게는 새로운 자극과 새로운 툴로 작업의 형식 또는 창작실험을 할 수 있는 시점이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미술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새롭고 변화된 관람방식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 이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SNS 이용자는 12억 명이라고 한다. 세계인구 70억 명 중 17.1%가 SNS를 이용하는 셈이다. 또한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 22억 명 중 55%가 SNS 이용자라는 조사결과는 SNS가 우리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에 따른 사회적 소통방식의 변화는 당연한 결과로 이제 SNS는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여 순식간에 현대인의 일상이 됐다. 웹 이전의 소통방식이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 전통적인 제도권 매체를 통한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 전달방식이었다면, SNS 시대는 사용자 중심의 쌍방향, 개방형 정보전달 방식을 취한다. 이를테면 메시지 전달 방식이 자율적이고 즉흥적이며 쌍방향 소통을 추구하는 것이다.

미술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연계한 전시기획과 관람객 서비스는 당연히 고민해야 할 새로운 과제이다. 스마트폰 한 대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고 영화, 게임, 음악 등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 시대에 미술관의 전시나 행사가 그러한 사회적 변화나 트렌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된 소통방식은 예술가에게는 새로운 자극과 새로운 툴로 기능하여 창작실험을 할 수 있게 하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렵거나 지루할 수 있는 현대미술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사회적 소통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각예술에 미치는 영향은 중요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예술 또는 예술가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방식, 전시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을 도입해야 할까에 대한 궁금증은 사비나미술관의 2012년 첫 전시 《Social Art : 예술, 소통방식의 변화》로 이어졌으며, 이 전시를 계기로 SNS 툴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기로 했다.

유스트림 생중계 화면

유스트림 생중계 화면

기획의 확장, 시공간의 초월

첫 번째 고민은 미술관의 전시는 물론 미술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행사에 보다 많은 관객이 접근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었다. 고민의 결과 전시와 연계해 개최하는 세미나를 유스트림(USTREAM)을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술관이 보유한 세미나실의 수용인원인 40명으로 한정할 수밖에 없어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없었던 세미나 내용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함으로써 인원제약, 시공간에 상관없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세미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유스트림은 한마디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동영상을 편집과정 없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이다. 누구든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생방송을 내보낼 수 있으며 SNS 링크도 용이하여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유튜브(Youtube)의 경우, 한 번에 업로드 할 수 있는 동영상 분량이 10분 미만으로 제한돼 있는 반면, 유스트림은 시간제한과 편집과정 없이 생생한 현장의 소식을 즉각 전달하며 다시보기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손 안의 방송국'이라 할 수 있는 유스트림은 전시 이외에도 학술행사,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하고 시·청취자들의 피드백까지 수용할 수 있는 'SNS 방송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사비나미술관이 SNS를 통해 선보인 또 다른 콘텐츠는 전세계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연계 글로벌 프로젝트인 '30초 로그'(30sec Log)이다. 이는 전시기간동안 세계 곳곳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촬영한 30초 분량의 동영상을 미술관에서 상영하고, 전시가 끝난 이후에는 다른 버전의 영상으로 재편집하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는 프로젝트이다. 2개월에 가까운 전시기간동안 100여개의 영상이 모였다. 이 영상들은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미술관에 전시되었고, 곧 사운드와 편집을 통해 재탄생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비나미술관의 페이스북 홍보를 통해 짧은 기간동안 지구 반대편까지 전해져 세계인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기능한 1인 미디어 시대의 한 상징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30초 로그 트위터 홍보 실제 전시 모습
30초 로그 페이스북 홍보 실제 전시 모습

사비나미술관의 경우 이번 전시에 앞선 2010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국내 미술관에서는 처음으로 QR코드를 미술관에 도입하여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전시장에서 작품의 QR코드를 스캔하여 작품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작품의 이미지와 음성해설뿐만 아니라 전시 준비과정, 참여 작가 인터뷰 및 관람객 인터뷰 동영상 등 전시장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컨텐츠의 폭을 확대했고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당시만 해도 관람객들에게 QR코드는 생소하게 여겨졌으나 지금은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QR코드를 이용한다.

사비나미술관의 뉴미디어 활용

 

<Walk to Run> 전지연 作 제작된 어플을 활용해 작품을 증강현실로 체험한다.

Walk to Run, 전지윤 作
제작된 어플을 활용해
작품을 증강현실로 체험한다.

절차와 태도의 확립

이러한 온라인 서비스를 진행할 때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서비스 대상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관 행사의 내용만을 제공하는 홍보성보다는 대상에게 흥미를 유발하거나 유익할 만한 콘텐츠를 구상하여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관에서 의욕적으로 시간과 공을 들여 제작한 콘텐츠가 자칫 관객의 관심 밖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이미지 및 행사에 대한 저작권을 해결하는 것이다. 가령 작가의 작품이나 세미나 콘텐츠를 공유할 경우 작가와 주제발표자, 패널 등 세미나 참가자들의 동의를 얻어 사후 발생할 수 있는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면 본 업무를 한사람이 전담으로 맡아 진행하기보다는 다수의 직원들이 일정과 역할을 분담하여 각자의 열정과 아이디어를 보태어 관리하면 보다 활기찬 채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SNS의 툴이 정치, 경제, 문화의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한 미국 청년의 힘으로 아프리카 우간다의 반란군 리더인 조셉 코니(Joseph Kony)를 유명스타로 만든 것도 SNS의 힘이었다.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2007년 선거유세와 지난해 일본의 대지진 피해상황, 유명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 등이 유스트림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소셜미디어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시장과 무대를 방문하고 감상할 때 진정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수예술장르는 이러한 방식이 다소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 무선망의 확충으로 보다 적극적인 관객과의 소통방식을 개발해야 할 때이다.


관련기사
본지 111호 [하우투] 해외 문화예술단체의 소셜미디어 활용사례(2011.01.13)
본지 146호 [통계짚어보기] 공연장 트위터 팔로워 조사(2011.10.06)
 

 

 
강재현

필자소개
강재현은 1972년 서울생으로 원서갤러리(1997-1999), 갤러리현대(2000-2005),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2007-2009)에서 전시기획과 운영을 진행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네오센스: 新감각, 일루전에서 3D까지》《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관찰하기》《소셜아트@예술, 소통방식의 변화》등이 있다. 이메일

 

 

 

 

 

 

 

 

weekly 예술경영 NO.175_2012.05.10 정보라이선스 정보공유라이선스 2.0

덧글 0개

덧글입력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