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에 미술계뿐 아니라 사회 각계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지 몇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서울시나 안양시에서는 몇 년 전 각각 도시갤러리, 안양공공예술재단이라는 부서를 설립했고, 그 외 각 지자체 문화재단이나 민간단체 등이 전국 여기저기서 공공미술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과정에서 지난 2000년대 초반 미디어아트 붐 이후로 새로울 것이 없었던 미술계는 공공미술에서 새로운 담론과 미술의 형식을 수혈하고 있고, 사회 전반에서는 도시 재생, 문화 복지 등의 범주와 연합되어 하나의 문화운동으로까지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정부에서 지난 2009년 ‘주민의 일상 속 문화향유 여건 개선, 예술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문화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작년 한 해 20억 규모로 전국 21개 마을에 245명의 작가가 참여했고, 제작된 작품 수는 총 213개에 이른다.


사업 주최측, 주민, 예술가 3자가 모두 만족하기 위해서는

이름에서처럼 ‘공공’이라는 단어가 붙음으로써 공공미술은 마치 블랙홀처럼 그 안에 온갖 주체와 관점들을 포섭한다. 예술가 이외에도 정부 혹은 지자체, 민간단체, 기업, 전문 기획자, 주민이 참여하게 되고, 작품에 요구되는 기준 역시 단순히 심미적이거나 작가의 개인성 및 천재성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업을 기획한 주최측의 입장이나, 직접적으로 사업의 수혜를 받는 주민들의 요구 및 지역에 대한 연구가 면밀히 반영되어야한다. 그 과정에서 주최측과 주민 그리고 예술가 3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모델을 찾느라 본인과 같은 공공미술종사자는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대체로 기존 미술계에서 통용되는 명칭인 ‘큐레이터’를 직함으로 내걸고 있지만 때로는 행정가, 때로는 인문학자, 때로는 현장의 문화운동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 개인이 그 모두를 제대로 해내기란 힘들다. 그래서 ‘협업’이 필요한 것이 공공미술 분야이다.

특히, 최근에는 ‘보존’과 ‘생태’의 관점에서 도시를 ‘재생영국에서는 regeneration, 미국에서는 renewal으로 통용';하자는 움직임이 크다. 이에 따라 지역 커뮤니티를 강조하면서 생활공간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최근의 공공미술은 좀 더 거시적 관점과 관리 속에서 움직일 필요가 있다. 건축가, 도시설계사, 조경사, 역사학자, 사회적기업가, 주민단체 등과의 협업이 필요한 것도 그 이유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 협업의 필요성이 점차 확산, 공유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모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의식 있는 민간 및 단체들은 있으나 그들이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 힘은 부족하다. 거대한 인적 네트워크와 사업비, 장기간의 시간 투여 및 행정 지원이 종합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건축물미술장식제도’를 개선하여 기금형태로 자금을 조성한 뒤 중앙에서 이를 관리 기획하겠다는 요지의 법 개정 움직임이 부산하다. 개정이 실현된다면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인 설계와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작가 참여 확대되어야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현장의 종사자도 지속적으로 나름의 생각과 실천을 쌓아나가야 한다. 필자가 속해있는 마을미술 프로젝트 사업이나, 서울시 도시갤러리나, 안양공공예술재단이나, 또 기타 민간단체 등에서는 계속 학제간 협업을 지속하고, 관련 전문 행정인력을 늘리고, 예술가들 역시 지속적으로 관심과 참여를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뜻있는 예술가들에게는 계속해서 참여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들도 경험이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의 경우는 전국 단위로 사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지방의 작가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년 6개월여 간 총 네 차례 공모를 실시한 결과 공모 횟수를 거듭하면서 기획안의 내용이 차츰 풍성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작가들에 비해 활동기회가 제한되었던 지역 작가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니 계속해서 고민하고 참여하고 거듭나는 모습이 엿보인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필자가 속한 사업을 비롯 대부분의 공공미술 사업들이 아직은 지원되는 예산의 범위가 작고 단기간에 시행되다 보니 지역에 대한 연구가 미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향유 주체인 지역 주민의 요구가 수렴되기 위해 지역 예술가, 향토학자, 기타 단체가 장기간 연구할 수 있는 지원이 뒷받침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적 지원이나, 뜻있는 기업의 후원 등으로 차츰 건강한 공공미술의 인프라가 쌓여가기를 희망한다.


장다은

필자소개
장다은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고 현재 동대학원 박사과정 중이다.「일본 지자체의 지역 활성화와 공공미술: 에치고 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건축물 미술장식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201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고든 마타-클락의 ‘건물-자르기’에 관한 연구: 물리적 구멍의 심리 사회적 의미로의 확장』『현대미술사연구』(2008, 제23집, 현대미술사학회) 등의 논문과 번역서로 『월드 스펙테이터』(2010,예경)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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