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아트마켓이 개최 10회를 맞이한다. 오는 9회째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서울아트마켓의 과거 8년의 실적을 토대로 한 성과 진단을 위한 2회의 좌담이 진행됐고, 지난 10월 9일 서울아트마켓의 라운드테이블 세션1에서 <서울아트마켓의 미래 10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 특집 ① [좌담] 서울아트마켓 지난 8년 성과 진단 1 - 국제유통편, ② [좌담] 서울아트마켓 지난 8년 성과 진단 2 - 창작유통편, ③ [좌담] 서울아트마켓의 과거&미래 10년 - 라운드테이블 세션1, ④ ‘서울아트마켓 8년의 성과 진단’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일시 l 2013년 10월 9일(수) 오후 1시 / 장소 l 국립극장 KB하늘극장 / 사회 l 이정헌(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아시안퍼시픽미팅 총감독) / 토론 l 쥬느비에브 구엥(캐나다공연예술마켓 시나르 감독), 패트릭 드 그루트(스핑크스 믹스드 페스티벌 감독&유럽월드뮤직포럼 회장), 히로미 마루오카(요코하마 공연예술미팅-TPAMiY 감독), 오세형(아시아문화개발원 예술극장사업팀장) 사회 [Weekly@예술경영]에서 &lsquo;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 Ⅱ&rsquo;를 주제로 지역 특집을 진행했었다. 결산 좌담을 준비하다 보니 6대 광역시 축제사무국이나 문화재단에서 모신 참가자 20여 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애초에 남녀 참가자 수를 안배해야 했는지, 그럴 만큼 여성 인력들이 리더의 층을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지역만의 현상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lsquo;공연계 여성 리더십 환경 조성, 무엇이 문제인가&rsquo;를 주제로 좌담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 서울아트마켓의 포커스세션 &lsquo;아시아의 문화예술 리더십: 아시아적 리더십&rsquo; 발제자 아누파마 세카르(Anupama Sekhar) 씨가 말했다. &ldquo;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다 여성인데, 미팅만 들어가면 남성이다. 한국의 이 특이한 현상은 무엇인가?&rdquo; 오늘 우리의 고민과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의식이라고 본다. 여성들의 리더십을 저해하는 요소가 내적인 것인지, 아니면 조직이나 사회 환경에 있는 것인지 짚어봤으면 한다.

여성들의 리더십을 저해하는 요소, 어디에 있나?

오진이 서울문화재단은 정규직 69명 가운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6대 4로 많다. 11개 팀에서 여성 팀장은 5명이니 성비(性比)가 준수한 편이다. 다른 곳은 어떤지 물어보니 수도권 외 시‧도 문화재단은 남성이 많은데, 경기문화재단은 6대 4로 여성이 많았다. 그에 비해 중간관리직이나 고위관리직 여성 비율은 낮았다. 경기문화재단은 현재 25%이고 내년도 목표는 30%로 잡았다고 한다. 나부터도 서울문화재단 본부장 4명 중 유일한 여성이다. 축제 현장은 어떤가?

오성화 기술 스태프는 8대 2로 남성이 많은데, 기획 스태프는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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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고우니 예술의전당은 요즘 신입 직원 뽑을 때 여성 지원자가 8대 2로 남성 지원자보다 많다. 극장이니까 기술 스태프가 많은데, 정규직 현원이 사장 제외 113명 중 30명이 여성이다. 40~50명이 무대 스태프, 10명이 시설 스태프인데, 1명을 제외한 모두 남성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제일 떠올리기 쉬운 공연기획 인력들은 여성이 많은데, 경영지원부나 기획전략부 같은 부서는 남성이 많다. 우리처럼 일찍 문을 연 극장들은 어쩔 수 없이 윗선들이 남자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1987년에 공채 1기를 뽑았는데, 당시 여성 입사자는 2~3명에 불과했다. 난 2003년 입사했다. 그 사이 남성이나 여성 인력의 수가 비슷해졌지만, 육아 등으로 인한 여성 이탈자가 많았다. 결혼과 출산 이후 그만둔 사람들도 좀 있다. 부서장급 14명 중에는 2명이 여성인데, 재작년까지는 없었다. 기본 자원이 작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지금은 중간관리자 이하로는 여성이 훨씬 많으니 5~10년 후만 해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서영 내가 몸담았던 곳이나 주변 기획사들을 보면 남성을 찾아보기 힘든데, 대표들은 대부분 남성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공공단체들의 제작 활동이 일어나면서 민간단체에 있던 직원들이 이동하는 것을 많이 봤는데, 그런 경우 비정규직이 많다. 그래서 민간단체의 제작 시스템이나 국공립 단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데, 공연계에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남성들은 빨리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는 것 같다.

오진이 특히 예술교육 같은 분야는 대부분 여성이다. 비정규직 같은 불안 요소로 인해 남성은 진입조차 안 해서 여성 중심으로 현장이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여성들은 어학이나 기획, 조사 능력은 정말 탁월한 반면,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거나 그들의 역량을 끌어내는 건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정 조절이나 대외적인 톤을 유지하는 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보인다. 또 남성들은 사회적 성공을 우선시하는데, 여성들은 특히 기혼자라면 가정이나 아이에 더 가치를 두곤 한다. 그래서 성공지향적인 자기개발을 주체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 능력에 대한 자기개발이 적은 편인데, 대개 누군가의 역량을 판단할 때 소통 능력이나 대외적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이 잣대가 되곤 한다. 우리 사회가 이미 남성 중심으로 편제되어 있어 그것이 기준점이 되는 것 같다.

오성화 리더십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하는 시기 같다. 예전에는 여성 인력 풀 자체가 빈약했다. 이제는 다른 감수성과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인데, 창작자를 제외한 부분에는 여성이 더 많다고 하니 박자가 맞아가는 느낌이다. 나는 2003년부터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하 프린지)에 참여했고, 몇 년 후 대표 자리를 승계했다. 여성 두 명이 공동 대표가 됐다. 둘 다 여성이라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은 없었는데, 대표가 된 다음 선배들이 놀랐다. 적어도 한 명은 남성일 거라 생각했던 것 같고, 둘 다 여성이라는 사실을 프린지가 결정한 것에 놀란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왜 이상한 건지 우리도 놀랐다. 외부에서 사람을 들일 건지 내부에서 승계할 건지가 중요했다. 누군가 한 명은 남성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면 달라졌을 거다. 고정관념이 사라지는 시기였고, 그만큼의 여성 풀이 있었다는 거다.

대표 역할을 하면서 힘들었던 건 육아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서 어떻게 쉬고 어떻게 다시 일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15평 사무실에 휴게실이 있을 리 만무했으니, 내가 모유수유를 할 때 창피한 사람은 잠시 나가달라고 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하는 강박증을 가졌던 사람들이었기에 육아에서도 진정성 있게 뭔가 추구하면 받아주는 흐름이 있었다. 그보다 힘들었던 건 다른 곳에서 대표 역할을 해야 할 때였다. 특히 술자리에서 은연중에 고급 정보가 유통되고 약간의 미래를 약속하는 거래가 진행되곤 하는데, 그걸 극복하는 게 힘들었다. 반은 못 나갔고 반은 안 나갔다. 그러면서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프린지 안에서 그에 대한 중압감이 컸으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대체 선수를 보냈을 텐데 그런 조건이 우리에게는 없었다. 그리고 프린지가 해야 할 일을 반성하면서 다른 걸 찾아가고 평가받다 보니 밖에서도 우리의 성격을 이해해줬고 다시 교류가 생겨났다.



서고우니 내가 출산 전에 하던 공연기획을 다시 한다면, 아이와의 시간을 줄여야만 했을 것 이다. 제작 현장에 온전히 달라붙어 프로듀싱을 해야 하니까. 복직하면서 발령받은 경영지원부에서 인사 등 여러 업무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중에 야근을 하게 된다. 그래서 좀 우스운 표현일 수 있지만 타협을 했다. 화, 수, 목요일은 육아를 대신 해줄 사람을 찾아 야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대신 금, 토요일은 웬만하면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했다. 정 안 되면 일을 집에 가져가서 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을 보이니까 회사에서 야근을 못하는 날이 있더라도 나쁜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기획이나 제작, 무대 파트는 일반 사무직보다 퇴근이 늦어 가족과 보낼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예술의전당도 육아복지에 앞서 있을 것 같지만,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뽑아주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자가 5명 되니까 부서마다 아우성이 난 적이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제는 누군가 휴직하면 당당하게 대체 인력을 뽑자고 한다. 그렇게 해서 복귀했을 때 부서에 덜 미안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공공기관에서 앞장서서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대체 인력은 1~2명씩 인건비와 다른 예산을 가지고 있다가 경력자를 뽑아서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성 인력들이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데 선결되어야 할 것

사회 여성들이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래서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다. 여성 인력들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오성화 후배들이 내가 대표직과 육아,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말하곤 한다. 병행의 방법을 찾으면 되고, 조직에서 같이 찾아줄 수 있는 정서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한 아이를 청소년기까지 평균 20년 키운다고 하면, 그 시기의 특수성에 대해 배려할 필요는 있지만 항상 엄마 품이 필요한 건 아니다. 업무와 육아를 병행하는 게 개인의 의지에 따른 것처럼 느끼곤 하는데, 근저에는 고정관념이거나 조직의 뒷받침이 안 되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서영 공연 제작하는 분들을 보면 복지가 제일 큰 문제 같다. 민간단체에서는 고용노동부 청년일꾼 지원제도 등을 인력 유입에 활용하는 편이다. 이직률이 높은 데는 이유가 있다. 지원의 초점이 지속성에 맞춰지면 어떨까 생각한다. 일정 기간 이상의 경력자의 경우 다르게 지원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오진이 영국에서 교육학을 공부한 친구가 준 아이디어가 있다. 육아로 인해 휴직해야 하거나 일해야 하는데 아이가 한창 손이 많이 갈 나이라면, 동등 환경에 있는 직원끼리 업무를 분담하는 거다. 유럽에서는 그것이 여성들의 고용을 촉진하고 경력의 단절을 방지한다고 한다. 초등학생 전까지가 제일 손이 많이 가는데, 그때 그런 대안이 있으면 좋을 듯하다. 현실적인 건 조직마다 다르겠지만, 급여를 조정해 요일별로 근무한다든가 다른 직원과 업무를 분담하는 게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늘 하고 싶은데 잘 못하는 게 대학로 혜화어린이집 운영이다. 재단 내부에 어린이집을 두기 어렵다면, 인근 어린이집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곳에 예술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줄 수도 있을 듯하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도 비슷하다. 인근에 국립국악원과 아리랑TV가 있으니까 예술의전당에 어린이집을 만들면 어떨까 했는데 딱히 나서는 사람이 없어 보류됐다. 공연 스태프들은 아이를 빨리 찾으러 가야 하는 부담 없이 긴 시간 일할 수 있고, 주말에도 맡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더욱 좋겠다. 남들이 쉬는 날 일하러 나오는 경우가 많은 곳들이니까 일반 어린이집과는 달리 특수하게 아이를 맡아주는 곳이어야 한다. 극장에 놀이방 시설이 있어서 그걸 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온 얘기다.

오성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연구보고서 「공연예술인 육아부담 경감 방안」을 펴냈다. 공연계 여성 인력들의 경력 단절 원인을 분석했다. 사회의 일반적 시선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이 오전 9시 출근해서 6시 퇴근한다면, 특히 창작자들은 그 시간이 뒤로 밀린다. 또 365일 일하는 게 아니라 단절되는 시간이 있다. 불편한 마음으로 교사한테 내 아이를 밤까지 봐달라고 하지 않도록 원래 탁아 시간이 늦춰진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의 주체가 되는 공동육아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과정부터 함께 논의한다. 아이에게 밤 10시는 이미 씻고 자야 할 시간이다. 예컨대 두 달 연습 한 달 공연 일정일 때, 3개월만 조직사회에 들어가는 것도 아이에게는 무리다. 제도적으로 다른 어린이집을 만들려고 해도 아이한테 안 좋으면 어쩌나 싶었다. 그 특수성을 이해할 교사들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같이 키운다는 느낌이 있는 동료들을 찾아 이사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맡겨야 하는데 친척이 없다면 믿고 맡길 동네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주 이용하는 가게가 생겼고, 아는 할머니가 생겼다. 프린지뿐만 아니라 삶의 공간에서도 아이를 혼자 키운다는 걸 벗어날 장치를 기획한 거다.

서고우니 방식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다. 아파트 단지 내 구립 어린이집을 보냈었다. 부모가 대부분 맞벌이일 거라 생각해 조금 늦게까지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신청하면 밤 9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지만,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오후 4시면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는 회사에서 퇴근할 때까지 마음이 급했다. 이제는 남편 회사에서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어 그쪽으로 옮기니 내 마음도 아이도 편해졌다. 일하는 엄마들이 있어 퇴근 후 아이를 찾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집에서는 멀지만, 일하면서 안심하고 늦게까지 맡길 수 있는 곳이 좋다. 적어도 저녁 7시 반까지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적 리더십이 공감을 얻고 있다

사회 공연계 인력들은 자발적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는 통계를 분석한 적이 있다. 그래서 성취도나 효율성이 높은데, 그것을 담보로 헌신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연계 전반에서 세대가 바뀌는 시점이기에 우리 스스로 리더십의 정의를 재인식해야 해야 한다. 여성만의 리더십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포용하고 사회 전반에 퍼트려나가야 하는 것을 인식하고 공유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여성 인력들이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늘의 핵심 포인트인 것 같다. 마무리하기 전에 꼭 지적해야 할 점을 짚어보자.

서고우니 남성 중심의 사회 편제에 익숙해진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이제는 곳곳에 여성들이 유입되고 여성들이 리더가 되어 업계를 끌고 갈 시기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철학 혹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진이 우리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너무나 잘한다. 그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리더십은 수직적으로 사람들을 장악하고 카리스마를 내세우는 게 아니라 다른 관점으로 바뀌고 있다. 조직을 관리,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찬찬히 관찰해서 무엇이 더 필요하고 어떤 걸 지원해줘야 하는지 아는 리더십이 훨씬 공감을 얻고 진화하는 시기인 것 같다. 여성들의 리더십은 오버하는 게 아니라 자기 것을 잘 가지고 개발하는 거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제 리더십이 아니라 팔로우십이라고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다.

오성화 모든 여성이 그렇진 않겠지만, 여성들은 비언어적인 표현을 자주한다. 그래서 표정이나 발언 하나부터 맥락을 읽어내는 장점이 있다. 그런 면을 예전보다 존중받고 있는 듯하다. 실제 리더가 됐을 때 그것을 어떻게 장점화할 것인지는 조금 다른 문제 같다. 각각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많아져서 그런 면이 실현되는 사례가 늘어나야 할 것 같다. 굳이 구분하자면 우리는 여성적 리더십과 남성적 리더십에서 줄타기하는 낀 세대 같다.


덧말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육아를 힘들어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지금 20~30대는 생명이 탄생해 어떤 과정을 거쳐 인간이 되는지 잘 모를 거다. 어릴 때 막내 동생이 태어나고 삼촌네 아기가 자라는 걸 본 경험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출산과 육아가 돈만 많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아이의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만 느낄 수 있다. 나는 다섯 살 된 아이를 키우면서, 2년간 프린지에서 일하다 퇴사하는 남자 스태프에게 편지를 받았었다. 내 아이가 성장하는 걸 바라보게 해줘서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갓난아이가 걷고 말하고 공 차는 걸 본 게 프린지에서 어떤 예술가를 만나고 축제를 한 것보다 가장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고 했다. 내게도 충격이었다. 육아는 해야 할 일이라고 교육받았는데, 본 게 없다면 충격이지 않나? 나는 좋은 작품을 만든 과정이나 멋진 예술가를 발견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출산과 육아를 통해서 했다. 영아의 성장 과정은 어떤 퍼포먼스나 이벤트와도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예술가나 그들을 돕는 기획자들은 꼭 한 번 경험해봤으면 한다.

오진이 나는 페이스북에서 지인의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있다. 남성인데 항상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사회적 인식과 함께 파트너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서영 다수의 여성 직원과 최종 결정을 하는 남성들 사이의 언어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비언어적인 걸 포함할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기인한 건지 모르겠다. 여성과 남성 혹은 개인의 차이일 수도 있는데, 의사소통에 있어 여성들이 합리적인 언어를 찾고 통일성 있게 그것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해봤는데, 다행히 많은 것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 같다. 경력 단절을 막을 외부 환경이나 정책적인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것과 여성들 스스로 여성적 리더십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합리적인 표현을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좌담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논의가 [Weekly@예술경영]에서 지속되도록 해보겠다.

사진촬영_조석환

참석자 소개 내용서고우니 / 서고우니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해서 문화정책과 예술행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다가 2003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일하고 있다. 공연 기획, 공연장 운영, 홍보 업무를 거쳐 현재는 인사 업무를 맡고 있다. 여전히 극장 객석에 앉으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앞으로도 그러기를 갈망한다.오성화 /오성화는 열정과 의문과 좌절이 들끓던 20대 끝 무렵, 신문광고에서 본 다움아카데미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화기획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11살, 5살 두 아이와 함께 온갖 축제를 답사하는 재미로 올가을을 보내고 있으며, 지인에게 아이 돌봄을 요청하기를 죄스러워하지 않는 엄마이다. 현재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축제감독, 한국거리예술센터 운영위원, 마포사회적경제네트워크 운영위원 활동을 하고 있다.오진이 /오진이는 도투락(삼주유업) 홍보실로 사회생활을 시작, 지드, 롯데월드 홍보실을 다녔으며 육아 기간 동안 방송작가 활동을 했다. 마흔 되는 해, 국립극장 공채에 도전, 김명곤 책임운영 극장장 시대 홍보팀장을 지냈으며 서울문화재단 공채 1기로 시작, 경영기획본부장이 되기까지 네트워크팀장, 전략기획팀장, 서울문화팀장, 창의예술센터장을 지냈다. 공저로 『컬덕시대의 문화마케팅』, 『첫아기』가 있다. 이서영 /이서영은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아트스쿨 문화예술원을 수료했다. 투비컴퍼니와 파파프로덕션의 기획·홍보팀에서 소극장 연극, 뮤지컬을 접해왔으며, 2011년부터 (주)원더스페이스 문화기획팀에 재직 중이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 ‘하트드림페스티벌’ 등의 축제와 시상식 행사, 연극 교육 사업 등의 문화기획을 경험하고 있다.
황보유미 필자소개
김지현_[weekly@예술경영]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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