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층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 부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스피드 데이팅 존’(Speed Dating Zone) 입구는 스케줄표를 확인하려는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극장, 축제, 기획사와 마켓 참가자 간의 ';데이트';가 주선되었기 때문이다.
스피드 데이팅은 국내의 극장, 축제, 공연기획사 등 총 32명의 국내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각자의 프로필을 공개하고, 이들과 만나기를 원하는 마켓 참가자-국내외 공연단체와 기획제작자 등-이 ‘데이트’를 신청하여 일대일로 작품을 홍보하거나 자문을 구하는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사람들을 매칭 시켜주는, 쉽게 말하면 맞선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킹과 정보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PAMS에서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피드 데이팅에서는 10분에서 15분 단위로 짜인 스케줄에 따라 사흘 동안 약 200건의 미팅이 주선되었다.
‘창작에서 유통까지’라는 올해 PAMS의 테마처럼 마켓에서의 네트워킹 기능은 점점 더 강조되어가고 있고, 이미 해외 축제나 마켓에서도 스피드 데이팅과 같은 일대일 매칭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본지 21호 멕시코 공연예술 인카운터 리뷰 참조) 스피드 데이팅에 참가했던 전문가들과 미팅 신청자들 역시 네트워킹 활성화를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꼽았다.
국립극장 권혜미 공연기획팀장은 "신청자들이 극장 성격과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청소년공연예술제 등 주요 축제를 미리 알고 오니까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어서 좋았던 반면, 길게 시간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영상 자료 등을 검토해 보고 우리 프로그램 성격과 맞는 팀들과는 별도의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다."고 했다. 명동예술극장의 이양희 기획팀장은 제작 극장이라는 특성상 미팅 내용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음을 아쉬워하면서도 "극장 관계자들을 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통해 빠르고 쉽게 미팅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김은하 해외팀장은 "대부분의 미팅자들이 축제 초청이나 공동제작에 관심을 가졌다. 서로 알고는 있지만 정식으로 소개하거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던 경우에 더 효과적인 것 같다"고 참가 소감을 이야기했다.
스피드 데이팅을 신청한 단체들은 대부분 극장 및 축제 관계자들에게 자기 단체와 작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틀간 총 여섯 차례의 미팅을 가졌던 노름마치 강다해 매니저는 "10분이 생각보다 짧지는 않은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눌 수 있었고, 우리 팀을 확실하게 홍보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며 앞으로는 해외 관계자들과의 데이팅 등으로 더욱 확대되고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밝혔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의 정종임 대표는 신청이 늦은 관계로 몇 군데밖에 신청을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이번 기회를 통해 해외 마켓 정보도 얻고 장기적인 네트워킹도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점을 성과로 꼽았다.
짧은 시간 안에 본인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풀어놓아야 하는 미팅 방식이 익숙지 않아 멋쩍을 수도 있으나, 분명하게 나눠야 할 이야기를 준비해서 미팅에 임한다면 활용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참가자들의 이야기였다. 서로 알고는 있다고 해도 공식적인 미팅을 가질 기회가 없었던 경우나 앞으로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위한 첫 단추로 활용하기에도 효과적인 기획이라는 것이 참가자 대부분의 평가다. 또한 마켓에 처음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델리게이트 중에서 중요 프리젠터를 판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이틀간 스피드 데이팅에서 만난 참가자들이 가장 강조하고 또한 아쉬움을 표했던 것은 ‘매칭’의 중요성이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성무량 해외팀장은 "참여하는 사람들 간에 원하는 장르, 시간, 작품 규모 등 제반 조건이 맞아떨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매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은 만큼 성격과 목적이 뚜렷한 미팅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케줄 관리를 비롯하여 운영상 보완에 대해서도 참가자마다 다양한 의견과 해법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 중인 테이블마다 흐르는 약간의 긴장감과 진지함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에서, 앞으로 진화해야할 매칭의 ';기술';을 염려하기 보다는, 이 프로그램이 엮어줘야 할 다양한 ';인연';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된다.
참고
2009 서울아트마켓 스피드 데이팅 참여기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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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남은정 _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컨설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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