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서울아트마켓의 테마세션인 '창작에서 유통까지'의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LIP: Looking for International Partners)을 공동주관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네트워크'는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된 국제네트워크이다. [weekly@예술경영]는 이 네트워크를 만나 네트워크 결성의 계기화 목적과 활동계획을 들어보았다.
최근에 이르러 프로듀서는 단순히 경영이나 행정을 지원하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창작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작품의 전반적인 부분을 함께 공유하는 창조적인 프로듀서로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듀서들이 함께 모여 예술적 경험과 관점을 함께 공유함고 그를 통해 보다 생산적인 창작활동을 지향하겠다는 것이 이 네트워크의 출발점이다.



“일반적인 마켓의 기능에 창작을 위한 플랫폼 기능을 추가해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예술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다면 일회성 유통을 넘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유통까지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2009 서울아트마켓이 내건 ‘창작에서 유통까지‘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맥락을 같이 하는 이 말이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네트워크‘(Creative Producers‘ Network, 이하 프로듀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국제네트워크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서울아트마켓 기간에 맞춰 자체적인 포럼을 진행한 프로듀서 네트워크에는 네오 킴 셍(싱가포르), 닉 유(중국), 에릭 퀑(마카오), 위엔 홍(중국), 마거릿 페퍼(호주), 로지 힌드(호주), 겐타로 마츠이(일본), 페르난다 리피(브라질)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 프로듀서들을 비롯해 최석규/최봉민(춘천국제마임축제), 성무량(서울국제공연예술제), 조동희(과천한마당축제), 김신아(서울세계무용축제), 임인자(서울변방연극제), 김성희(페스티벌 봄), 이규석(남산예술센터), 이수현(두산아트센터), 조성주(LIG문화재단), 최두은(아트센터 나비), 이광준(금천예술공장), 김선아(CJ아지트), 전애실(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등 23명의 프로듀서들이 참가했다.


비공개 미팅


공연예술계의 국제네트워크는 축제나 아트마켓과 같은 공연예술 행사를 중심으로 공식, 혹은 비공식적으로 형성되어있다. 차별성이 없는 국제네트워크의 증설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조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창조적 제작자’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 네트워크의 기본구조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과연 예술계에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지, 이 프로듀서 네트워크가 지향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지, 다시 말해 왜 이러한 네트워크가 필요한지 등의 궁금증이 생긴다.


프로듀서 네트워크의 비공개 회의와 모임의 주창자인 최석규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취지와 방향 : 프로듀서들의 니즈를 공유하는 공간


비공개 미팅 중인 국내외 프로듀서들


대부분 유럽이나 북미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국제교류에서 아시아의 현대공연예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이 프로듀서 네트워크다. 2008년 춘천국제마임축제에서 현대 공연예술(Contemporary Performing Art) 프로듀서들과 만나면서 논의하기 시작해, 2009년 3월 동경예술견본시에서 모임이 가시화되었고, 서울아트마켓 기간 동안 첫 공식 모임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이 네트워크가 예술가들이 아닌, 프로듀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기존의 네트워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프로듀서들의 모임을 갖는다면, 단발성 교류를 벗어나 창작개발부터 유통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이후 국제적인 공동작업의 가능성을 열어 놓을 수 있다는 각국 프로듀서들의 니즈(needs)가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구성의 중심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프로듀서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한 개념이다. 최근에 이르러 프로듀서는 단순히 경영이나 행정을 지원하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창작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작품의 전반적인 부분을 함께 공유하는 창조적인 프로듀서로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듀서들이 함께 모여 예술적 경험과 관점을 함께 공유함고 그를 통해 보다 생산적인 창작활동을 지향한다는 것이 이 네트워크의 출발점이다.


또 다른 배경은 아시아 네트워크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국제교류에서 극장, 프로듀서, 예술가들의 모임으로 이어지다가 최근에는 아트마켓을 통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네트워크가 가진 구조적인 한계에 대한 인식, 즉 공연을 상품으로서 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창작 과정부터 유통 구조를 고민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과연 만들어진 작품만이 유통에 적합한 것인가’라는 고민을 불러일으켰다. 마켓 역시 자체적으로도 이러한 창작과정의 프로세스를 중시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마켓과 협력하여 프로듀서들이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프로젝트를 발현하고,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생각한 것이다.




운영 : 조직화를 지향하지 않는 오픈 플랫폼


1 최석규 2 네오 킴셍


프로듀서 네트워크의 기본 취지와 목적을 위한 진행 방법은 ‘오픈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개발이 그 중심에 있다.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조직을 만드는 것에 지향점이 있는 것과 달리, 이 네트워크는 명확하게 프로듀서들의 니즈(needs)에 의해 형성된다. 다시 말해, 프로듀서들의 니즈가 깨지면 네트워크가 자체가 진행될 수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조직적 구성을 위한 구조도 없고, 멤버들의 회의 참여에 대한 어떤 강제성도 없다. 또한 이를 통해 꼭 공동의 프로젝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당위성도 없다. 오픈 플랫폼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멤버가 될 수도 있고, 이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된 아이디어가 서로의 필요에 부합한다면 독립적인 개별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된다. 다시 말해, 이 네트워크는 각국의 공연정보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말 그대로의 플랫폼으로써 기능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를 통해 프로듀서들이 자신의 작업들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작업은 그 다음에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시간 싸움이다. 당장 결과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인적 교류를 통해 서로의 니즈를 충족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하나의 프로젝트로 모아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최석규

“현대공연예술국제네트워크(IETM)와 같은 많은 국제네트워크가 있지만, 너무 방대하고, 공식적이고, 자유롭지 못한 부분들이 있는데 반해 이 네트워크는 비공식적인 모임이라 좀 더 자유롭다. 물론 이런 모임들은 장단점이 있다. 다들 바쁘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일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편안 환경에서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본다면 보통 아이디어가 나와서 그것이 끝날 때까지 최소 2년은 걸린다. 단, 그것도 철저하게 공유가 될 때의 경우다. 오늘 만나서 내년에는 뭔가를 하자고 밀고 나갈 수도 있지만, 그런 결과는 대개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디어의 공유로부터 시작하는 네트워크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오히려 그러한 과정 자체가 이 플랫폼을 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네오 킴 셍




미션과 비전 : 아이디어 실현의 과정과 방법


국제네트워크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각되어 왔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적교류라는 것도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기존의 국제네트워크들이 시장중심, 즉 이미 만들어진 작품에 대한 접근으로부터 출발해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하나의 공연예술작품이 만들어지는 전 단계, 즉 창작의 과정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국제적 인적 교류는 그 가능성이 밝아 보인다.


특히 예술가와 예술가의 만남, 작품과 작품으로 이어져왔던 기존의 국제교류 방식에서 나아가 프로듀서 간의 협업을 통해 서로의 니즈에 필요한 작품을 개발해낼 수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 그것은 유통의 과정까지 전제할 수 있는 공동제작의 새로운 환경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프로듀서 네트워크의 출발은 분명 고무적인 시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구체적인 네트워크로 활성화되기 위해 간과해서는 안 되는 주요 지점들이 있다. 특히 비공식적으로 진행하는 운영방식의 경우,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절대적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장점만큼이나 이를 위한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이루어져야 실현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네트워크가 플랫폼의 기능뿐 아니라 점진적으로 확장된 국제프로젝트의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공유를 통한 작품 개발은 물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지원 예산 및 정책과 어떤 식의 관계 맺기를 하는가도 중요하게 합의되어야할 것이다.


프로듀서 네트워크는 올해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공동제작 파트너 찾기(LIP: Looking for International Partners)를 시도한다. 이후에는 이러한 공동제작 외에 예술가나 창작 메소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레지던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예술가들이 분명한 미션과 기대치를 갖고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이러한 국제네트워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프로듀서 네트워크가 지향하는 새로운 문화예술 교류 방식을 지속시키기 위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논의를 위한 다음 포럼을 내년 2월 호주아트마켓과 10월의 중국 상하이아트페어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최윤우

필자소개
최윤우는 현재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작업 과정들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가져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