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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이 ‘유통’을 결정한다
[특집] 서울아트마켓 리뷰① 테마세션 ‘창작에서 유통까지’ 주제포럼
2009 서울아트마켓의 테마 세션 ‘창작에서 유통까지’는 창작에서 유통을 연계하는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는 주제포럼과 지원제도를 통해 선정, 개발 중인 작품들의 프리젠테이션, 올해 서울아트마켓의 포커스 권역인 북미지역의 유통 네트워크와 현황을 소개하는 포럼, 실제 기획·제작중인 국제 프로젝트의 공동파트너를 찾는 프로그램인 LIP(Looking For International Partners)로 구성, 진행되고 있다.
테마세션의 주제포럼인 ‘창작에서 유통까지’는 14일 국립극장에서 진행됐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300명 이상이 참석하여 공연시장의 최신경향을 읽으려는 현장의 뜨거운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주제포럼의 진행은 경기문화재단의 오세형 씨가 맡았으며, 국내사례로서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이하 전문연)의 ‘창작팩토리 사업’,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 개발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빅보이’, 해외사례로는 호주의 디벨롭먼트 사이트(Development Site)와 유럽댄스하우스네트워크(Europe Dance House Network)가 소개됐다.
공공극장 파트너를 찾아라
2008년 새정부 문화정책 방향이 발표되면서 국내 문화예술 지원정책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새 문화정책의 하나로 발표된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제도 도입의 가장 핵심이 바로 창작팩토리 사업(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주관)이라 하겠다. 창작팩토리 사업의 핵심은 일회적으로 작품제작비를 직접 지원하던 기존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작품의 제작개발 과정을 4단계로 구분, 단계별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작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대본공모, 제작, 투자와 유통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을 기회를 제공하는 시범공연지원, 작품성 및 성공가능성이 점쳐지는 작품에 직접 제작비를 지원하는 우수작품 제작지원, 유통망 확보를 통한 작품의 생애주기 연장을 도모하는 재공연지원의 4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각 지원 단계마다의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은 해당단계의 지원혜택과 함께 다음 단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짐으로써, 단계마다 일종의 검증과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창작팩토리 사업을 소개한 전문연의 김현주 사업팀장은 “참여하는 창작자들은 지원금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파트너 찾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창작자들의 변화된 인식과 이 지원사업에 대한 반응을 전했다. 특히, 전문연에서 주관하는 사업인 만큼 각 문예회관들이 작품 개발과 제작, 유통에까지 파트너로 참가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각 단계의 검증과정은 심사위원 외에 문예회관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쇼케이스(시연, 프리젠테이션) 기능을 갖는다.
지원금만큼 중요한 가능성의 발견
서울문화재단의 최중철 예술지원팀장은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130개 이상의 소극장이 밀집한 문화지구 대학로에 적합한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요구와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서울문화재단으로 이전된 (서울)지역협력형 사업 기금(예술지원 예산 총액 220억)을 ‘서울’이라는 지역에 맞게 설계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로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는 지난 3년 동안 대학로 소극장의 공연작품 중 중극장에서 공연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작품에게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이러한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는 쇼케이스 또는 소규모로 제작된 작품에게 긴 생명력과 재창작을 통한 작품 개발 가능성을 제공한다.
우수작품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는 기성, 신진 예술가에 대한 구분 없이 연극 분야를 지원하며 지원의 내용은 예산과 공간지원이다. 이 지원제도에 선정된 작품은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학로 서울연극센터나 남산예술센터에서 쇼케이스를 할 수 있으며 남산예술센터에서의 본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예산 지원 외에 소극장 공연을 중극장(남산예술센터) 규모에 맞게 재창작하는 과정에 쇼닥터show doctor, 이미 무대화된 공연에 대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조언하는 전문가를 제공함으로써 작품 개발에 대한 내용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최중철 공간지원팀장은 “지난 6월 첫 공모를 통해 네 작품이 선정되었다.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 평균 경쟁률은 4대1 정도인데 이 사업의 경우 20대1에 육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치는 기존의 지원제도보다 천만 원 정도 많은 지원금 액수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새로운 판로나 기회를 잡지 못해 생명이 끝난 또는 그럴 위기에 처해있는 작품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부여받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중철 팀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재발굴된 작품이 창작팩토리 사업과 같은 프로젝트나 해외 네트워크와의 협조와 연계를 통해 작품의 재창작 단계부터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설계하는 것”을 향후 과제로 밝혔다.
신진예술가의 넥스트 스테이지, 프로젝트 빅보이
앞선 두 공공기관의 사례에 이어 두산그룹이 설립,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의 사례는 민간기업의 예술공헌이라는 의미와 형식면에서 흥미롭다. 두산아트센터는 2006년 재개관부터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을 공연장의 핵심사업으로 내세우며, 데뷔 후 두세 번째 공연을 준비하는 잠재력 있는 예술가를 선정하여 ‘두산 아티스트 배낭여행’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한 예술가 개인의 역량 개발은 물론 작품 아이디어 발굴, 개발, 제작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을 소개한 김요안 프로듀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는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극장은 가능성 있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창작에서 유통까지’의 파트너십 시스템이다.
이런 기본적인 방향성을 가진 두산아트센터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한 것이 ‘프로젝트 빅보이’(Project Bigboy)다. 프린지페스티벌 참가신청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빅보이’ 공모를 통해 1차로 작품을 선정하고, 선정된 작품을 축제 초반에 배치, 두산아트센터의 프로듀서가 실제로 공연을 관람한 후 최종적으로 작품을 선정한다. 올해의 경우, 2007년부터 올해까지의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참가작 중 연도별로 한 작품씩을 선정했다. 선정된 작품은 제작비 일부지원과 함께 연습실 제공, 두산아트센터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공동 프로듀싱을 거쳐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을 올리는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다양한 언어와 형식을 가진 신진예술가를 발굴·육성하고자 하는 공연장과 자유참가 원칙을 통해 수많은 신진예술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축제를 통해 발굴된 예술가의 지속적인 창작 기회 제공을 고민해온 축제의 파트너십이 합쳐져 신진 예술가들에게 검증과 평가, 그리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빅보이’를 담당하는 두산아트센터의 이수현 프로듀서는 인터뷰를 통해 “기존의 공연예술 시장에서는 유통을 작품을 사고파는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것으로 이해했지만, 이제는 관객과의 만남을 위한 다양한 경로를 만들고 이를 위해 작품의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고 세심하게 관리, 책임지는 일련의 모든 과정, 즉 공연의 성숙을 위해 존재하는 단계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제를 통한 작품 개발의 장
최근 1~2년 사이의 한국 공연예술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는 국내 사례들에 이어 호주시드니페스티벌의 린디 흄(Lindy Hume) 예술감독은 공연예술 축제들의 협력을 통해 작품을 개발, 유통하는 호주의 비공식 미팅인 ‘디벨롭먼트 사이트’(Development Site)를 소개했다.
호주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MFI(Major Festival Initiative)는 호주의 7대 주요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참여-해외에서는 뉴질랜드의 웰링턴페스티벌, 오클랜드페스티벌, 싱가포르아트페스티벌이 협력축제로 참여-하여 독창적이고 가능성 있는 신작개발과 유통을 지원하는 기구이다. 창작에서 유통까지를 3단계에 나누어 지원하는 MFI 기금은 축제들의 공동제작에서 일어나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지원절차라고 한다.
1단계는 아이디어 단계 프로젝트에 대해 두 개 이상의 축제가 프로젝트의 사전제작비 중 각각 10%를 투자하고 이를 통해 개발된 초기 작품을 MFI 위원 전체가 승인할 경우 나머지 제작비를 지원받는 단계다. 이 단계의 지원금은 초기 아이디어 단계의 작품을 MFI 심사에 제안할 수 있는 프로젝트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단 프로젝트의 가능성(아이디어의 질, 회사, 배역 및 크리에이티브팀, 발전계획과 수행능력 등)을 가늠할 수 있는 기본 계획이 서면 2단계에서 MFI는 프로젝트를 실제 제작단계로 발전시키거나, 다른 방향으로의 개발하거나 프로젝트를 중지 등의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제작으로 나아간 프로젝트는 3단계인 디벨롭먼트 사이트를 통해 각 축제에 소개된다.
디벨롭먼트 사이트는 일종의 미팅장소이자 제작 중인 작품에 대해 논의하는 비공식적인 토론의 장이기도 하다. 린디 흄 예술감독은 “디벨롭먼트 사이트는 프리젠터와 크리에이티브팀에게 평론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며, 전략적으로 초청된 해외 에이전트나 프로듀서들이 프로젝트 과정에 참여하여 위험요소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신진예술가나 인지도가 낮은 예술가가 여기에 초청된다는 것은 호주의 주요 프리젠터에게 직접적이고 우호적인 노출과 피드백을 보장받기 때문에 더없이 특별한 기회가 된다”고 디벨롭먼트 사이트의 위상에 대해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현대공연예술국제네트워크(IETM)의 의장이자 스웨덴무용의집(The House of Dance) 디렉터인 벌브 수트넨(Virve Sutinen)은 유럽댄스하우스네트워크를 통한 무용작품 발굴과 축제와의 연계를 통한 작품 개발 및 유통의 사례를 발표했다. 또한 스웨덴도 최근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예술정책이 바뀌고, 이에 따라 지역중심의 작품개발과 유통을 뛰어넘어 확장된 네트워크를 통한 작품개발과 유통 시스템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작품의 창작과 유통에 있어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고민되고 설계되는 다양한 협업사례를 통해 예술가의 창작과정의 중요성과 공연시장의 변화를 인식하는 자리였다. 사례발표 후 플로어에서 나온 질의 “협업을 통해 발생이 예측되는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린디 흄 예술감독은 “이런 협업 구조 자체가 그러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며, 협업 과정에서 계속적인 조언과 모니터링을 하는 등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이들, 특히 기획, 제작과 유통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작품에 얼마만큼의 열정과 주인의식을 갖고 접근하느냐가 ‘창작에서 유통까지’를 고민하는 이유와 가치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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