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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과 인력양성
[특집] 예술경영, 지역을 사고思考하다④ 현안과 제언2
지원기간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리는…
김현주 _ 바탕골예술관 기획팀장
봄이면 프린터를 망가뜨리는 흙먼지! 여름비에 부쩍 자라나는 잡초와의 전쟁! 가을엔 배수로를 범람케 하는 낙엽들! 그리고 겨울엔 도로 제설작업이 늦어 출근길을 막는 눈!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에 자리하고 있는 바탕골예술관의 자연재해(?)이다. 물론 물 맑은 양평은 신선한 공기와 반딧불이 춤추는 경이로운 자연풍광과 예술, 그리고 달음박질해서 달려가고픈 외갓집 같은 고향을 선물하는 환경이다.
이리도 아름다운 환경이지만 30대 미만의 청년들, 석사 이상의 고학력을 보유한 인재를 지역에서 발견하는 건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청년인턴지원사업 등 다양한 창구로 진행된 인력지원 사업은 단비와 같았다. 우리 예술관도 인재수혈의 혜택을 받았다. 물론 모두가 훌륭하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면단위 읍단위 소외지역에 위치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너무도 신선한 인재들과의 접촉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인력들이 정해진 계약 기간, 지원기간(6개월~9개월)이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예술경영은 지속적인 노하우 축적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 본다. 지역이나 환경이나 주변여건도 중요하지만 그 공간을 이끌어가는 사람이야말로 공간의 개성을 만들어가고 공간을 유기적인 생물체로 변화, 발전하게 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그 과정 안에서 우리는 현장의 에너지를 그리고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다.
인력양성 측면에서 참을성을 갖고 현장에 투입하고 성장을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인재가 건물을 신축하듯 금방 계량적인 성과가 당장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한해는 경험해야 가을에 배수로를 범람케 한 낙엽들이 대지를 덮어 땅을 덥힘으로써 다음 봄을 준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예술과 그리고 그 사이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하고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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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비 백분의 일이라도 전문인력 양성에 써라
심오섭 _ 강릉문화원 사무국장
강릉은 인구 22만 명이 채 못 되는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25세 이상 성인남녀 중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 활동가가 전체의 5.8%에 달하는 900여 명에 이른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되어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축제 강릉단오제가 열리는 지역이며, 강원도 전체 유·무형문화재의 30%가 집중된,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전통문화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강릉은 문화예술 분야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다양하면서도 규모의 적정성을 갖춘, 예술경영을 펼치는 데 매우 적합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문화예술 기본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 현재 강릉의 문화기반시설이라고 한다면 강릉문화원과 강릉문화예술진흥재단을 비롯하여 9개 정도가 있다.(강릉문화예술관과 시립박물관은 강릉시에서 관리하고 있어 제외) 이러한 문화기반시설에서 예술경영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은 강릉문화원의 13명을 제외하면 전체 26명으로 대부분 대표와 한두 명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본 인력 자체가 부족하며, 더욱이 이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 비전 제시 등 예술경영 종사자들을 육성 관리하는 시스템의 미비는 큰 문제라고 하겠다. 종사자들의 자기개발 여건이 마련되지 못함으로써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잦은 이직과 불안정안 처우, 경직되고 만성화된 운영형태, 의욕저하 등으로 제대로 된 예술경영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현재 강릉에는 강릉아트센터 개발이라는 메가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670억 원 규모로 대형 공연장과 전시실, 체육, 교육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시설, 이러한 예산의 1/10 아니 1/100 정도만 지역의 예술경영 종사자들을 양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쓴다면 현재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콘텐츠의 부재 문제도 이외로 쉽게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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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과 민간, 상생의 가이드라인
이명아 _ 부산아트매니지먼트 대표
88 올림픽을 기하여 개관한 부산문화회관의 공연들은 근래까지 대부분 민간기획자에 의해 주도되어왔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부산문화회관 개관 20주년을 기점으로 예산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획공연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장이 주도하는 많은 공연들이 올려지고 있다.
그런데 공연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민간의 기획자에 의해 소개되고 검증 받아 흥행이 담보된 유명연주자의 공연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시민들이 원해서”라는 답이다. 평소 공연장을 멀게만 느꼈던 시민들이 조수미나 장한나 같은 유명 연주자의 공연을 통해 공연문화에 친숙해질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획자의 입장은 다르다. 공공 공연장들이 준비된 예산, 공연장, 홈페이지 등을 선점하고 공룡같이 나타나서 민간 기획자가 지역에서 많은 세월 공을 들여 어렵사리 일궈낸 공연사업의 성과들을 삼키고 있다는 우려가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 기획자들이 소중히 쌓아온 지역문화의 토양에 무임승차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부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부산 같은 대도시라면 공공 공연장 기획 프로그램이 일회성의 유명 공연에 기대는 시기는 지났다. 공공 공연장은 보다 차별화되고 심화된 자체 기획프로그램과 예술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역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만 하는 자신의 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180여 개의 공공 공연장들이 자체 기획 프로그램 개발을 등한시한 채, 1년 또는 2년을 주기로 소위 되는 연주만을 반복한다면 그 결과 전국의 공연장이 공동화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지역의 공연기획자들은 공공 공연장과 민간 기획자들 간에 서로의 공연사업을 효율적으로 펼쳐갈 상생의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공연장과 민간기획자 각각의 역할과 서로 간의 역할 분담이라는 현안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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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파트너십 경험치는 아직 낮지만
변순영 _ 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광역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시립미술관 하나 갖추지 못한 인천에서 인천아트플랫폼 개관(2009)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개항장 일대 근대건축물 보존 및 구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창고건물일대를 예술가 창작지원 시설로 활용하자는 정책제안으로부터 근 10년 간 추진해온 조성사업이었기에 이에 대한 지역 예술계의 기대와 요구는 더욱 크다.
뿐만 아니라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에 적지 않은 예산과 자산을 투입해 추진해온 인천시, 오랫동안 기다려온 인천시민들, 그리고 여전히 예술지원정책에 목말라하는 예술가들 각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인천’이냐, ‘아트’냐 ‘플랫폼’이냐는 물음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다양한 층위에서 시간차를 두고 차분히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주위의 기다림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외에도 (2009년) 2회를 맞은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개최, 언제까지 계획으로만 그칠 것이냐는 지역예술계의 우려를 우환으로 만든 일랑시립미술관의 건립계획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미술계 이슈들이 서로 부딪히고 때로는 상처를 만들어냈다. 이는 관주도 예술정책과 민간 전문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하는가, 그 해법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적나라한 인천의 실상을 드러내준 사안들이었다.
관의 예산지원과 행정지원, 민간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실무능력의 조합은 말처럼 쉽지 않다. 또한 예산과 행정, 실무가 명확하게 분담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민간의 전문성에 귀기울이는 관의 수용적 태도, 관의 행정력을 존중하는 민간의 겸허한 태도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성공적인 파트너십의 경험치가 아직 우리에겐 빈약하다. 적극적인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질 때, 예술계의 목소리와 필요를 반영한 예술정책, 예술행정을 시민의 지지와 기대 속에서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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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기초단체, 16개 문화정책
임선영 _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지난해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문을 열고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도내 16개 시․군을 찾아 사업설명회 및 간담회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모두 불러 모아 한 번에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현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친밀한 네트워킹을 도모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총 93개의 문화시설 및 기관을 방문했고, 설명회를 통해 500여 명의 예술인 및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동안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자리를 마련한 것에 대해 무척 고마워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때론 간담회 자리가 불평불만 토로 장이 되기도 해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들은 지역축제프로그램에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예술인들의 창작기반 형성과 공간 지원 등에는 인색하다. 단체별로 한 해에 사회단체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1~2백만 원 가량이 지원의 전부이며, 이마저도 수혜를 받지 못하는 단체도 있다. 예술을 밥줄로 하기에는 시장도 형성되어있지 않고,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또 기초자치단체별로 지역 실정에 맞는 전략적인 문화정책이 미흡한 것도 아쉬웠다.
현재 충남에서는 문화재단 설립 계획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예술인들은 문화재단이 부족한 지원도 확대하고,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발판이 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걸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설립된 문화재단 운영의 문제점에서 보듯 문화재단이 지역예술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키가 될지는 물음표이다. 게다가 문화재단의 설립을 둘러싼 단체 간 각축양상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충분한 기금확보와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한 로드맵이 그려져야 한다. 문화재단은 새로운 모델의 예술지원자로서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며 지역에 맞는 예술정책을 발굴할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충남의 16개 시·군에는 지역마다 고유하고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하나의 정책이 아닌 열여섯 개의 문화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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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적한 현안, 지자체 의지는
변광섭 _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충북도문화재단 설립은 문화예술 경영을 기존의 행정조직의 틀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생산적인 정책을 펼치며 예술인 및 지역민과 소통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문화행정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행정의 시각이 아닌 전문가의 시각으로, 주민과 소통하며 차별화된 문화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충북지역에는 유물 유적 등을 담당하는 학예사만 일부 배치돼 있을 뿐 문화행정 전문가는 그 어디에도 없다.
지역별로 차별화된 문화정책 발굴과 대표상품 개발도 필요하며 예술단체의 창작환경 개선과 경영개선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시급하다. 충북아트센터 설립, 충북도립 미술관 및 문학관 건립, 공예비엔날레 상설관 건립, 옛 연초제조창 일원을 아트팩토리화 하는 것과 이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문화예술에 관한 한 충청북도는 아직 춥고 배고프다. 이는 곧 문화불모지라는 오명을 낳게 만든다. 실제로 충북지역의 경우 미술, 공연, 디자인, 관광 등 문화예술 분야에 관한 한 타 자치단체보다 낙후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별화된 문화브랜드를 만들고 문화계의 인재양성을 확대하며 문화로 소통하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기존의 시스템이 역부족이다. 자치단체의 정책의지는 이러한 지역 현안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미래는 창의, 디자인, 스토리, 조화, 놀이로 연계되는 문화가치에서 꽃피울 것이 자명함에도 행정은 아직 고루하고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고 있다.
따라서 창의적이고 전문적이며 독립적인 문화재단을 만들고, 전통의 가치를 미래지향적인 혁신과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정책지원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또 인재양성프로그램, 문화원형 및 문화콘텐츠 사업, 스토리텔링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등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예술인들을 위한 맞춤형 경영지원제도 도입과 소규모 커뮤니티 활성화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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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메가프로젝트 ② 인프라 네트워크 ③ 전문성과 지역성 ④ 현안과 제언1 ⑤ 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