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이슈는 코로나 속 공연계의 엇갈리는 흥행, NFT 플랫폼, 이건희 컬렉션을 다뤘습니다.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 하에서 공연예술계는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50% 좌석으로는 매진사례를 이어간다고 해도 수익을 거두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스타마케팅만으로 돌파가 가능할까요? 공연예술 관련 잡지들의 연이은 폐간도 아쉽습니다. 대체불가토큰, NFT가 점점 열기를 띠며 사람들의 관심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술작품을 활용한 수익사업은 작가에게 수익의 일부가 돌아가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투기적 속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 기부가 연일 화제입니다. 상속과 세금 문제 등이 걸려있기는 하지만, 일단 작품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하지 않고 공공미술관을 통해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편집위원들은 양질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길이 넓어졌으면 하는 기대를 함께 나눴습니다.

코로나19 속 공연계의 엇갈리는 흥행

믿을 건 스타 뿐... 팬덤에 매달리는 공연계
매진, 매진, 매진...코로나 속 흥행 미스터리
그 많던 공연소식지는 어디로 갔나


  • 안태호

    코로나19 속 요즘 공연계에 관해 상반되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는 기사가 있는 한편으로는 스타마케팅에만 기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공연 관련 매체들이 폐간한다는 안타까운 소식들도 있다. 어떻게 보셨는지 의견 부탁드린다.
  • 장석류

    현재는 사회적 거리 두기 수도권 2단계 기준 ‘좌석 한 칸 띄우기’ 방안을 시행하고 있으나,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장은 상당 기간 문을 닫아야 했다. 정책적으로 수요·공급 양쪽을 억제하는 기간이 길었다. 눌려있던 힘이 꿈틀거리면서 분출하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수요에서는 답답한 일상에서 나와 바람을 쐬고 싶은 욕구가 있고, 공급에서는 생존의 문제가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려 하는 힘이 매진이라는 현상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오픈할 수 있는 좌석 수가 50%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소위 ‘거리 두기 좌석제’의 매진은 이전의 매진과는 다른 의미이다. 또한 수요의 욕구가 내적으로 있지만, 심리적으로 많은 공연을 선택할 수는 없다. 볼 수 있는 공연을 선택해야 했을 때, 공연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좀 더 강화될 수 있는 것 같다.
    공연소식지는 더뮤지컬 사례도 있지만, 공연계 잡지가 더는 흑자가 나는 구조가 아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근근이 버텨왔었는데, 특히 작년은 최소한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도 되지 않았다. 광고 수입 비중이 큰데, 민간과 공공 양쪽에서 공연의 공급이 낮아지면서 소식지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문화+서울> 등 공공에서 만드는 잡지 정도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 안태호

    잡지와 비평의 역할이란 게 있는데 아무래도 아쉽기는 하다. 작품 선택에 있어 마케팅에만 의존하게 되는 것은 결국 공연예술계 전반의 건강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매진이 매진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역시 거리두기 좌석제라는 효과가 강력하게 있는 거라고 봐야할 것 같다. ‘보복소비’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 억눌려있던 소비가 폭발하는 지점이 있긴 한 것 같다.
  • 장석류

    보복 소비도 있고, 코로나19 위험성에 무감각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공연뿐 아니라 마스크 쓰고 산으로 강으로 나가는 수요들이 줄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의식주 외에도 여가 활동이 삶의 필수재란 생각이 드는데, 그러다 보니 소비를 억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바람 쐬러 간다는 것에 공연을 보러 가는 것도 포함된다고 본다면,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 연수현

    요즘은 오히려 대관부터 무관중 공연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면 공연의 경우 고민할 지점이 너무 많으니, 아예 무관중 비대면으로 공연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들이다. 관중과 호흡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미디어와의 결합 등 다양한 시도들로 채우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그리고 관객이 매진을 이어가는 공연에 비해 영화관으로 사람들이 돌아왔는지는 모르겠다. 물론 영화관의 대체재가 강력하거나 공연의 대체재가 부족하거나 그것들이 보완재에 그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또, 매진된 공연에 회차를 추가하고 싶어도 앞서 언급해주신 것처럼 띄어 앉기로 인해 회당 객석점유율은 최대 50% 이하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보니, 더 연장하는 것에 대한 추가적 비용에 대한 부담이 존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티켓 수요는 높고, 그사이의 고민이 많은 것 같다.
  • 안태호

    요즘 동반인에 한해서 좌석 붙여 앉기가 가능한 경우도 있던데 어떻게 적용되고 있나?
  • 연수현

    티켓 오픈된 공연들의 좌석 배치도를 보면 특정 구역에 2인 혹은 3인 좌석이 있고, 1인용 좌석이 따로 설정되어 있었다. 예매 오픈 가능 비율에 맞춰서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탄력적으로 열어둔 것이다. 임의로 좌석을 선택해 유동적으로 띄어 앉기가 설정되는 방식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반인과 함께 앉고자 할 때는 지정된 자리를 먼저 선점하는 수밖에 없었다.
  • 미술계 NTF 플랫폼 연일 화제

    창작물의 아우라가 사라지는 시대
    사진 한 장이 771억? 나도 NFT 작품 도전!
    국내 ‘최초’ NFT오픈마켓 NFT하다! 엔에프팅(NFTing)베타런칭


    • 안태호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와 관련한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작품을 나 혼자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과 함께 보는 것은 여전한데도 내가 이 작품을 ‘소유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얼마 전 들은 이야기로는 지금 상황에서는 크게 영향 없지만, 웹이 블록체인 기술과 80~90%까지 연동될 수 있다면 그때부터는 엄청난 영향력이 있을 거라고 한다. 코인이나 가상화폐로 저작권료를 징수하는게 제도화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대감이 있다는 거다.
    • 연수현

      NFT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문득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던 김정희의 <불이신란도(不二禪蘭圖)>가 생각났다. 난초를 그린 작품 안에서 그림을 그린 동기, 제작방식과 더불어 소유자의 변천 과정을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미술시장에서 NFT는 작품뿐 아니라 원작자, 소유자를 블록체인 기술로 영구히 데이터를 기록하고 보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해킹이나 데이터 위변조 등의 이슈가 작품의 진위 여부와 소유에 대한 문제로 떠오를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함께 든다.
      연예인 초상권 보호와 더불어 수익적 혜택을 위안 NFT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뉴스도 보았다. NFT 도입은 작가가 작품이 거래될 때마다 수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투기나 저작권, 환경까지 파생되는 문제가 더 커 보이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
    • 장석류

      전 세계적으로 양적 완화를 통해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다. 이런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자산 시장인 주식과 부동산으로 너무 많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현실에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탈동조화되고 있는데, 그 연장선에 있는 과열된 투기 현상이 아닌가 싶다. 실제 해당 작품을 보면 어떤 예술적 아우라가 느껴지거나 집에 걸어두고 싶은 욕망은 잘 생기지 않는다.
    • 주성진

      이러한 이슈를 접할 때마다 드는 근본적인 고민은 ‘예술이 투자 대상이 되는 것이 예술과 세상에 좋은 일일까?’ 하는 것이다. 기계 복제로 사라졌던 아우라를 잃었던 작품들이, 투기의 대상이 되어 아우라를 황금빛으로 되찾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구매 경로와 소유 방식 덕에 작품을 소유해 보는 경험이 늘어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하지만 작품을 소유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 작품으로 돈을 벌어보는 경험으로 너무 빨리 환전될까 걱정된다.
    • 연수현

      맞다. NFT 이외에도 분할소유권 같은 거래 방식은 투기로써 미술품을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매 중개자인 플랫폼 사업자가 작품을 사 와서 분할 판매하고 작품을 보관 관리한다. 신진 작가의 작품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곤 하지만, 과연 실제 신진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갈지는 모르겠다.
    • 안태호

      그런 측면에서는 작품이란 이름의 매개를 가지고 있지만, 자칫 주식 단타 매매와 같은 구조로 흐를까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 최정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 10층에서 아트테크 전시 <더 아트 유 러브(The Art You Love)>가 진행 중이다. 테사(TESSA)는 블록체인 기반 미술품 투자 플랫폼으로, 현재 전시를 겸해 분할소유권을 판매하고 있다. 전시에는 줄리앙 오피, 장 미셸 바스키아, 보테로, 키스 해링, 야요이 쿠사마, 카우스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대거 출품되어 있었다. 테사에 따르면, 과거에는 분할소유권을 모두 매각하는데 2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지난 3월 판매한 야요이 쿠사마 작품은 10분 만에 완판됐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판매한 작품은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 이다. 에디션이 없는 작품이라 희소성이 높다. 45만여 개의 분할소유권을 판매하며, 1회 구매한도는 1만 개다.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용이한 편인 것 같다.
      2018년 탈영역우정국에서 강우혁 작가가 <달나라 부동산>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현실에서는 집을 살 수 없지만, 주소가 있어도 가볼 수 없는 달나라의 땅을 사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직은 갈 수 없지만, 언젠가는 갈 수 있다고 하는 곳. 만질 수는 없지만 살 수는 있는 곳. 미술품 분할 투자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 이건희 컬랙션의 행보

      3조원 상당 이건희 컬렉션 기증 발표 임박... 미술계 두근두근
      삼성家 수조원대 사회환원 한다는데…미술품 등 세금은?
      ‘이건희 컬렉션’ 물납제의 근심거리


      • 안태호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미술품 물납제나 상속과 관련한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워낙 양질의 대규모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많은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기증된 미술품을 전국의 공립미술관으로 나누어 전시하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
      • 최정윤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품이 주요 국공립 미술관 외에 다른 지역으로 가서, 서울 지역 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대구미술관의 경우는 상설기증전시실, 예를 들면 서울시립미술관에 천경자 전시실이 있는 것처럼 상설관을 만들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잘 조정이 되어 후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실제로 미술관, 박물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갑자기 업무 폭탄이 떨어지는 셈이다. 인력 충원 없이 거대한 일감이 쏟아져 실무진의 토로가 들리기도 한다. 상속세, 물납제로 이야기가 많긴 한데 큰 틀에서 봤을 때, 중요한 작품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당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 안태호

        실무진의 고충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이다. 어쨌든 선례로 남아 다른 자산가들의 경우에도 작품들을 사회로 환원하고 기증하는 문화가 생길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 최정윤

        오히려 지역에는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수장고에 보존할 수 있는 작품의 수 역시 한정되어 있다 보니, 전문가들이 만든 기준에 맞추어 기증받을 작품과 아닌 작품을 잘 구분하는 것 역시 중요하리라고 본다.
      • 안태호

        미술관 건립이나 인증을 위한 평가 등을 보면 작품 수가 100점 이상이라도 맥락을 찾기 어렵고 작품 자체가 아쉬운데 그 소장품을 기반으로 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해서 난타당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기증작들을 중심으로 한 사례들이 많다. 작가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작품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관되고 전시될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없기 때문에 기증이 많아지는데, 최근에는 기증 작품 자체에 대한 심의가 강화되는 추세다.
      • 주성진

        욕심이겠지만, 기증된 작품들이 더 다양한 장소에서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온습도 조절이나 보안 문제 때문에 시설을 갖춘 대형 기관에서만 전시하여야 한다는 것은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작가가 노년을 보냈던 지역 마을회관, 그림 속 풍경과 닮은 시골 작은 교회, 면사무소, 섬마을 보건소에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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