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무용수지원센터 <댄서스잡마켓> 현장"잘 안 되는 동작은 물어 보세요". 날씨가 조금 풀린 겨울 아침 ';댄서스잡마켓';에 참여하여 자신의 공연에 함께할 무용수를 찾는 ';댄스씨어터 창';의 김남진이 오디션에 참여한 무용수들에게 친절히 외치는 말이다. 오디션이라 하기에는 조금 낮선 모습에 당황했다. 일상적으로 생각한 오디션은 수동적으로 지시하거나 보여주기를 요구하는 선발자와 맥락은 없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어야 하는 지원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남진은 단순히 평가자로서 오디션에 참여하는 무용수들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의 짧은 워크샵을 무용수들과 함께 만들어 가며, 무용수들의 자질과 가능성을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적극적으로 편안하게 이끌어내려 하였다. 김남진은 단체의 기존 무용수들과 함께 몇 가지 동작을 시범을 보이며 가르쳐 주고 따라해 보게 하였다. 이렇게 몇 가지 안무 클래스를 통해 오디션에 참여한 무용수들의 숙련도를 엿보았다. 그리고 무용수들에게 15분간의 자유시간을 주며, "지금 함께 연습한 동작들을 가지고 각자의 짧은 안무를 구성해 보세요. 자신만의 동작을 더 포함시켜도 좋고, 오늘 배운 동작 중에 자신의 구성에 맞지 않는 것은 빼도 됩니다."라며 짧은 즉흥 과제를 제시했다. 즉흥과제에서는 무용수들의 창조력과 느낌과 리듬감, 순발력을 종합적으로 엿보려 했다. 12명의 무용수가 지원하여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의 오디션은 생각보다 밀도가 높게 진행되었다.


공개 오디션 홍보, 진행 그리고 선발자 개런티 지원

댄서스잡마켓은 공개 오디션이다. 재단법인 전문무용수지원센터가 주최하는 댄서스잡마켓은 1월 30일과 31일 2일간 11개 무용단체와 57명의 무용수가 참여 (중복지원을 포함한 연인원은 158명) 서울사이버대학교 발레연습실에서 열렸다. 이번에 6회를 맞이하는데 지난 5회까지 25개 무용단체가 참여하여 58명의 무용수들이 작업의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참여하는 무용수에 대한 예심은 없다. 다만 학생이 아닌 졸업자나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작업에 참여해온 무용수라는 자격조건만 있다.

제 6회 <댄서스잡마켓> 포스터댄서스잡마켓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무용계는 아직까지 인맥, 학맥 중심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다보니 무용수들이 여러 안무가와 작업하거나 안무가가 작품에 따라 이에 최적인 무용수를 찾아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또한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무용수와 안무자가 파트너로서 작품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함께 창작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안무자와 무용수의 관계가 수직적인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무용수들이 여러 안무가들과 작업을 할 수 있는 이동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김남진은 무용수가 한사람의 안무자와 지속적으로 작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안무자들과 작업을 해야 그들의 역량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간 무용단체가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은 많은 무용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오디션을 홍보하는 것에서부터 오디션 진행과정에서의 비용 발생 그리고 선발된 무용수에게 개런티를 지급하는 문제 때문이다.

댄서스잡마켓을 주최하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공개오디션의 과정을 모두 준비해주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많은 무용수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효율적으로 오디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한다. 또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무용수에게는 소정의 작품 출연료를 지원하여 민간단체가 새로 같이 작업하는 무용수에 대해 지급해야 하는 출연료의 부담을 일부 덜어 주고 있다.

6회를 진행하면서의 변화에 대해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윤성주 이사장은 공개 오디션 참여자들의 태도라고 말한다. 첫 회에는 참가신청을 하고도 불참하는 무용수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남들 앞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오디션 참여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에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지속적으로 오디션에 참여 하는 무용수들이 늘고 있다. 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여러 안무자들과 활동하는 무용수들의 역량이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한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을 통해 무용수가 한 번의 공연에 멈추지 않고 그 무용단체와 다른 작품에서도 계속해서 인연을 맺어 가기도 한다.

윤성주 이사장은 댄서스잡마켓을 통한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새로운 만남이 작업자들 간의 수평적인 소통문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07년 첫 해 국제 댄서스잡마켓을 개최하였다. 스위스 질조뱅의 경우 댄서스잡마켓에서 4명의 무용수들을 1차로 선발하였는데, 스위스 현지의 최종 오디션에서는 아쉽게 모두 탈락했다. 그들은 한국 무용수들의 기술적인 역량에 대해서는 무척 높게 평가하면서도, 작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 한국 무용수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소통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무자와 무용수간의 소통이 중요한데, 기존의 수직적인 관계에서 탈피하여 각자의 개성과 의견이 존중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인맥 학맥 등을 벗어나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수평적 문화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6월 이어 10월엔 국제댄서스잡마켓 개최

댄서스잡마켓은 하나의 직업 시장으로서 무용 인력의 순환을 매개하는 것은 물론, 소정의 금액을 참가 무용단체에 보조하여 무용단체가 작업에 참여한 무용수들에게 정당한 개런티를 지급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또한 계약서 작성을 유도하고 있다.

매년 약 1,500명 정도의 무용수들이 대학을 졸업하지만 그중 작업을 계속하는 무용수는 약 20%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공연을 하는 무용수들도 공연을 통해 개런티를 받는 경우는 매우 적다. 생계를 위해 레슨과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그만큼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는 어렵다. 관객확대나 정부의 지원 등 외부환경 조성도 중요하지만 무용계 내부에서 무용수들을 프로페셔널로서 인정하는, 즉 직업문화의 형성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무용계가 어려우니 인건비 아껴서 아는 제자나 후배들과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작업의 조건을 명확히 하고 적은 액수여도 공연 개런티의 지급을 정당한 권리와 의무로 만드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품의 질과 직업 문화 모두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매년 3차례의 댄서스잡마켓을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1월의 오디션은 상반기의 공연 작품을 위해, 6월의 오디션은 하반기의 공연을 위해서 이다. 또한 10에는 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시댄스 등과 연계하여 국제댄서스잡마켓을 운영할 계획이다.


유병진
필자소개

유병진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에서 축제 만드는 일을 했으며 현재는 ';생산적 백수';를 모토로 재밌고 돈도 되는 기획활동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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