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엔터테인먼트’. 해묵은 논쟁거리지만 서로 다른 시각의 차이로 인해 이들 주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이견이 있는듯하다. 흔히 예술은 높고 낮음, 서열의 문제가 아닌 그 자체가 가진 고유한 가치, 그리고 다름의 미학이며 본질적인 문제이다. 즉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고 틀을 깨는 것이 예술이 지닌 속성인 것이다. 엔터테인먼트는 그것과는 반대로 양적인 수치로 측정되어 관객 수에 따른 높고 낮음이나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하여 예술과 엔터테인먼트가 공존하기엔 태생적 한계가 존재한다.

여기서는 각각의 속성이 전혀 다른 예술과 엔터테인먼트가 공존하는 한국의 공연 시장에서 사회 문화 경제 등 각각의 영역에서 바라보는 전문적인 용어로 정리하기 위함이 아닌 급변하는 대학로 현장에서 바라본 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차이를 좀 더 쉽게 이해 하고자 극단 연우무대의 작품과 관객, 그리고 그 의미를 주관적 시각에서 짧게 해석해 보려한다.

1977년 번역극만 하던 시기에 연우무대는 창작극만을 하겠다고 나선 혈기 가득 찬 예술 충만한 젊은 신생극단이었다. 그 당시 연극계에서는 번역극이 최고의 연극이었고 창작극은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던 데다가 그 의미도 희미했었다. 그래서 기존의 극단과 연극계 선배들에게 무모한 도전이라는 조언(?)과 충고를 들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칠수와 만수>, <한씨연대기> 등을 통해 평단과 대중의 호응을 받으며 보기 드물게 예술적 성과와 함께 대중적 성과를 얻게 되었다. 그 후에도 <살아있는 이중생각하>, <마술가게>, <날 보러와요>, <김치국씨 환장하다>, <이> 등 80~90년대 평단과 대중의 환호 속에 한국 연극의 새로운 방향을 이끌어갔다. 극단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시작되었던 데다가, 관객과 함께 하기 위해 현실을 직시하며 작품들을 발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조화롭게 함께할 수 있던 90년대까지는 예술과 엔터테인먼트가 공존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시기였다.

예술이 엔터테인먼트와 공존하는 법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

▲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극단의 작품들과 관객들 사이에 서서히 괴리감이 생기기 시작했고 대학로는 극단들이 아닌 기획사들이 직접 공연을 기획 제작하며 관객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대학로의 중심부는 기획사 중심의 소위 상업적 공연들이 차지하게 되어 기존의 극단들과 젊은 열혈 창작 단체들은 자연스럽게 대학로 변두리에 위치한 작은 소극장을 중심으로 비상업적 공연, 즉 작은 공연 혹은 실험극을 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며 각자의 길을 가며 발전하였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예술성 지향의 극단들은 공공 극장과 작은 소극장을 중심으로 비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자신만의 공연을 하게 되었고 기획사들은 대학로의 중심에 위치한 좋은 환경의 극장을 선점하고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는 다양한 오락적 성향의 상업극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뮤지컬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게 되면서 대형 기업들이 공연 시장에 대거 유입 되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

2005년 12월 연우무대는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를 제작하게 되었고 초연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평단과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서울과 지방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내년엔 일본 장기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공연은 예술로 봐야할 것인가 엔터테인먼트로 봐야할 것인가? 연극 <극적인하룻밤>은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섹시로맨틱 코미디로 19세 이상가 공연이다. 현재 2009년 초연이후 현재까지 공연 중이다. 그럼 이 공연은 과연 예술인가 엔터테인먼트인가? 또 연극 <인디아블로그>는 현재 대학로에서 2년째 공연 중인 독특한 장르의 새로운 로드씨어터이다. 언론 및 관객들에게 연극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기존 연극인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된 흥행 연극 <인디아블로그>는 예술인가 엔터테인먼트인가? 이 세 공연은 모두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연이 아니다. 즉 엔터테인먼트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공연들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다양하게 실험을 했으며 독특한 형식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진 않지만 많은 팬들이 생겨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된 &lsquo;예술&rsquo;이 엔터테인먼트와 공존하게 하게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실험적이라고 해서 예술이고 대중적이라고 해서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연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또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그리고 그 주제를 잘 담아낸 작품인지에 따라 좋은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이 나눠질 수 있을 것이다. &lsquo;예술&rsquo;과 &lsquo;엔터테인먼트&rsquo;, 각자 목적은 다르지만 서로를 동경하고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예술은 더욱 예술적으로 발전하고 엔터테인먼트는 공연산업으로서 더욱 발전하면서 각각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게 될 것이다. 또 공존 가능한 작품은 더 큰 파급력으로 웰메이드한 작품으로 성공 할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흘러도 예술은 여전히 투쟁의 산물로 남아 인간이 살아 있는 한 존재할 것이라 믿는다.



유인수 필자소개
유인수는 2005년 연우무대 대표로 공식 취임하여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 연극 <해무> <인디아블로그> <극적인하룻밤> <그리고 또 하루> 등 20여 편의 공연을 제작하였고 한국뮤지컬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한국소극장협의회 이사 및 운영위원직을 맡고 있다. 현재 연우무대는 법인 및 영화사를 런칭하여 다양한 공연 제작과 영화 제작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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