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1일, 1955년 캐나다 사람이 한국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57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던 외래관광객 수가 1천만 명을 돌파했다. 관광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기념하기 위한 뜻 깊은 날이다. 진심으로 한국을 찾은 손님들에게 감사하다.

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인 20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공부하고 있는 누나를 찾아가는 것도 온갖 의혹(병역비리 또는 해외도피유학)이 있어 학교에 각서를 제출해야했고 보증인이 필요했는데, 어린 아이들을 위한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이 방학 때마다 불티나게 팔리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당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이 매년 늘어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입국과 출국 환경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유연해 진 것 같다. 이를 계기로 호텔, 항공, 식당, 면세점 등 관광관련 다양한 사업이 탄생했고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공연 관광은 15년 전만해도 꿈도 꿀 수 없는 태아 산업이었지만 이제 멋지게 성장한 청년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난타

1997년, 정동극장 전통예술무대에서 대사가 없는 비언어극(이하 넌버벌) <난타>의 시작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을 조금씩 바꾸어 놓기 시작했다. 서울을 찾은 외국인에게 밤에 특별히 할 게 없었던 90년대 후반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오르면 &ldquo;서울에서 누가 밤에 공연을 봅니까?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rdquo;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공연을 제외하고도 소위 넌버벌 공연관광을 즐기는 관람객수가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rsquo;09년 80만 명 &lsquo;10년 103만 명 &rsquo;11년 116만 명으로 전체 외래 관광객 중 12%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공연을 매일 할 수 있는 전용관 수도 2000년 이전에는 2곳에 불과했지만 2012년 현재 서울은 14곳 이상의 전용관에서 외국인에게 공연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공연 관광 상품을 통해 외화 자본을 벌어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 경주, 제주도까지 매일 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연관광이 활성화 되어 있다.

자료1
자료2

하지만, 매년 꾸준히 관람객 수가 증가한 만큼 질적인 성장이 보이질 않아 이제 정부와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로, 옵션으로만 생각했던 공연 관광을 의료관광이나 MICE(국제회의 유치) 관광처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공연과 관광을 융합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둘째로 10년 넘게 넌버벌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데 공연 관광 콘텐츠의 다양성 확대를 위해 창작 뮤지컬(K-Musical), 연극, 페스티발이 공연관광 유통망에 용이하게 티켓 판매가 가능해야 한다. 관광산업은 웰메이드 공연 관광 콘텐츠을 통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공연 콘텐츠는 장기 공연으로 인하여 제작비 절감과 혁신적인 창작 작업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또한 관광, 공연업계 대표들의 정기적인 만남과 정보의 교류들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K-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다.

셋째로 매년 크리에이티브 창작자들의 나올 수 있는 창작자를 위한 교육, 워크샵, 아카데미가 절실히 필요하다. 뉴욕의 BMI Theater 워크샵의 경우 작사․작곡가 개발을 위해 엄격한 오디션에 통과한 아티스트에게 2년간 무상으로 교육을 지원하고 작사가와 작곡가에게 &lsquo;짝(파트너)&rsquo;을 연결해 주고 있다. 세계 명문 예술 학교 줄리아드, NYU, 버클리 등을 졸업하고도 BMI 워크샵에 참여하는 이유는 브로드웨이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 뉴욕에 거주하는 아티스트는 물론 자동차로 몇 시간 걸리는 중부 텍사스, 시카고, 서부 L.A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2008년 만난 한 아티스트는 런던에서 뉴욕으로 매주 비행기를 타고 와서 교육에 참여했는데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창작자를 위한 우수한 프로그램은 단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고, 우수한 프로그램을 위해서라면 아티스트들에게는 시간과 금전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고 과감해진다. 그들에게는 명확한 꿈이 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창작자 개발을 위한 투자는 100% 확실한 회수를 보장하는 미래의 황금알이라 생각한다. 외래 관광객 1천만 명 돌파 시대, 이제는 현상유지가 아닌 변화가 필요할 때이다.

윤호전 필자소개
윤호전은 아리랑 TV &lsquo;퀴즈 챔피언&rsquo; 연출팀을 거쳐 롯데그룹 공채 56기로 입사하여 일본, 동남아 지역 매니저로 식품 수출 업무를 담당하던 중 무대의 매력에 흠뻑 빠져 공연 비즈니스를 시작하였다. PMC 프러덕션에서 <난타> <뮤직인마이하트>외 다수의 업무에서 제작 PD로 근무하였으며 일본 엔터테인먼트사 아뮤즈에 창작 뮤지컬 <달고나> 로열티 계약을 최초 진행하였다. &lsquo;07년~&rsquo;09년까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스페이스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였으며, 뉴욕 시립대 버룩(Baruch)에서 preMBA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는 정동극장 <미소> 콘텐츠에서 공연관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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