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의 확산으로 문화예술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분야의 기반 확충이나 효과적인 지원정책은 아직 미흡한 편인데 반해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번 연재는 공연예술분야에서의 한류가 어떤 의미인지, 현장 종사자들이 어떻게 체감하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지속적인 공연예술한류를 모색하기 위한 향후 과제들을 짚어봤다.
연재순서
① 공연예술한류란 무엇인가
②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산업화
③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경쟁력
④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문화적정체성
⑤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공공의 역할
⑥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문화정책적 과제
2012년 10월 오사카 쇼치쿠 좌에서 공연된 한국창작뮤지컬 <런 투유>(Run to you) 일본 공연 포스터(CJ E&M 제작)

▲ 2012년 10월 오사카 쇼치쿠 좌에서 공연된
한국창작뮤지컬 <런 투유>(Run to you)
일본 공연 포스터(CJ E&M 제작)

한국드라마의 해외 진출 성공을 시작으로 &lsquo;한류&rsquo;(韓流)는 이른바 &lsquo;싸이 현상&rsquo;으로 입증된 K팝(K-Pop)의 &lsquo;탈 아시아&rsquo;적 글로벌 대중화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문화의 글로벌 시장개척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낙관론이 무리한 상상만은 아닌 듯 대세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최근 2~3년 전부터 한국에서 만든 뮤지컬의 아시아 투어공연이 성사되고 한국뮤지컬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을 찾는 아시아계 외국관객들이 생겨나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제 막 산업화 초기 단계에 진입한 공연예술분야도 한류 효과로 인한 시장의 확대와 이에 따른 산업화를 기대하게 된다. 한편 기존의 연극이나 무용, 퍼포먼스와 같은 공연들이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해외에서 초청공연을 진행하거나 제작비 일부를 자부담해서 공연예술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은 순수예술의 해외교류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이러한 작품들이 정확히 상업적 성공을 목적으로 한 &lsquo;한국공연의 해외 진출&rsquo;이라 볼 수 없다는 필자의 의견을 미리 밝힌다. 이러한 전제를 놓고 본다면, 2010년 이후 <궁> <미녀는 괴로워> <빨래> <런 투 유> <광화문 연가> <잭 더 리퍼> 등 일본과 공동제작 혹은 투어공연 형태로 진행된, 연간 3~4편의 작품이 k뮤지컬(K-Musical)의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해당된다고 본다. 따라서 공연예술의 한류는 초기 단계인지라 아직 그 효과를 분석하긴 힘들지만 지속적인 K뮤지컬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는 제안해 보고자 한다.

국내 시장의 한계

2012년을 기준으로 한국 내수 뮤지컬 시장의 규모는 2,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연간 15%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꾸준하게 확장된 결과이며, 2017년경에는 연간 시장 규모가 5천 내지 6천억 원으로 예측된다. 시장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서울시내 뮤지컬 전용관(대극장 기준)도 2~3년 사이에 4개관 정도 새롭게 개관하여 배급력 역시 강화되었다. 뮤지컬 제작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한국뮤지컬은 지난 10여 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었다. 한국 배우들의 재능은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뒤지지 않음을 증명했고 디자이너, 기술 스태프들의 역량 역시 원작의 그것을 뛰어넘어 역수출될 만큼 뛰어나다. 그런 강점이 국내 공연에 일본 팬들을 유입시키고 또 동경과 오사카를 비롯한 일본 내 투어공연을 비교적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경쟁력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lsquo;창작뮤지컬&rsquo;의 약세 속에 &lsquo;풍요 속의 빈곤&rsquo;을 겪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12년 국내 뮤지컬의 70% 이상이 예매되는 사이트에서 집계한 흥행 뮤지컬 순위를 살펴보면 2012년 최고의 흥행작은 매출 약 250억 원과 관람객 약 23만 명이라는 기록을 남긴 외국팀의 투어공연인 <위키드>가 차지했으며 안타깝게도 흥행순위 10위권 내 창작뮤지컬은 단 한 편도 속해있지 않다.

다들 인지하고 있는 대로 라이선스뮤지컬은 공연 매출액의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18% 가 로열티로 해외로 송금되고 투어공연일 경우 거액의 공연개런티를 지불하고도 수익의 상당부분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계약 조건이 따른다. 또한 시장의 모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한 시즌에 서울과 지방을 다 합쳐도 유료관객 모수는 한정적이다. 따라서 해외뮤지컬의 경우 겉으로는 화려한 성공인 듯 보여도 실제 수익률은 10~15%를 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공연권이 우리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한시적으로 빌려온 &lsquo;라이선스&rsquo;(License) 신분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뮤지컬의 한류가 보다 빨리 그리고 넓게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공연사업의 본질은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lsquo;돈을 벌 수 있는 공연권&rsquo;(Right)이다. 사전제작비(Pre-production cost)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버는 공연이란 한 시즌에 보다 많은 관객들을 집객하고 다양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연되는 것이다. 또한 그 수익의 절대적 수치가 그 동안 흥행에 실패하면서 부담했던 적자를 훨씬 능가하는 금액일 때 제작사는 몇 편의 작품들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리스크는 높아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화산업분야의 수익창출 원리이자 당위성이 검증되는 지점이다.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도 끊임없이 신규 관객(대부분이 관광객임)을 창출하면서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투어/유럽 투어/ 런던 상설 공연이 가능했고, 또 성공했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액의 수 배, 수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위키드>공연사진과 포스터
▲ <위키드>공연사진과 포스터

해외시장 확장에 따른 파급효과

필자는 한국뮤지컬의 시장 확대는 한&middot;중&middot;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에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만든 뮤지컬이 일본과 중국 진출에 성공한다는 설레는 가정 하에 각 나라별 시장 규모를 살펴보자.

중국의 뮤지컬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은 대단하다. 상하이, 북경, 광저우 등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단일 작품의 시즌 공연이 약 8~16개월 동안 중국 전역을 돌며 진행 되고 단일작품 시즌매출액이 200억 원 정도에 이른다. 서울과 같은 메이저 시장만 3군데 이상이고 나머지 수십 개 도시의 지방 시장도 10회 이상씩 진행되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기사에 의하면 2011년 북경에서 올라간 공연들의 연간 티켓매출액이 약 2,400억 원으로 영화티켓매출 2,300억 원을 앞섰다. 정부소유의 국유 문화기업들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도시에 대형 공연장 건설을 추진하며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향후 5년 내에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능가하는 공연산업의 주요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중국은 향후 관광대국이 될 것이다. 중국인들 외에도 중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콘텐츠가 필요하다.

K뮤지컬스타 포스터

▲ 4월 도쿄에서 공연되는
&lsquo;K-뮤지컬 스타 콘서트&lsquo;

한편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공연시장 규모가 약 1조7천억 원으로 오래 전부터 아시아 넘버원 시장규모를 지켜왔던 일본의 경우는 둔화되는 성장세를 걱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lsquo;가부키&rsquo;와 같은 일본 전통 공연의 시장 점유율 하락을 케이뮤지컬과 같은 젊고 새로운 콘텐츠로 만회해 보겠다는 제작사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이 지난 몇 편의 한국뮤지컬을 유통, 배급시킨 장본인이다. 단일 작품이 한국에서 서울-지방을 잇는 공연을 진행한 이후 일본과 중국 투어공연을 연계한다면 한 시즌 동안 총 300~1000회 이상의 공연을 통해 300~700억 원 정도의 매출에 투자된 모든 기획개발비와 기회비용을 차감하고라도 수익률 30%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으로 장기 공연되는 작품의 연간 매출액이 6천만~7천만 달러(한화 700억 원)로 수익률이 30%를 넘어 서는데 이와 비슷한 수치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성공의 혜택은 창작진들에게 로열티의 명목으로 돌아간다. 창작자 별로 이러한 매출액의 약 1~1.5%의 로열티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그간 국내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작가비와 로열티가 아무리 높게 책정되더라도 이를 훨씬 능가하는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창작자들이 수년 간 생활하면서 좋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부와 명예를 안겨줄 수 있다. 또 공연의 특성상 일회적으로 그치지 않고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다는 것을 경험한다면 좋은 인재들의 유입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고 제작사 역시 재투자의 기회를 증대할 것이다. 한&middot;중&middot;일을 아우르는 다국적 펀드가 조성되어 콘텐츠 제작의 건강한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다. 시장의 확대는 이렇게 좋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의 시스템을 제공한다.

고품질 문화콘텐츠 제작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 &lsquo;Created by Korea&rsquo;의 의미

몇몇 기간과 재단에서 진행하는 &lsquo;뮤지컬 쇼케이스&rsquo; 형태의 지원시스템이 생겨 일부 소극장 규모의 뮤지컬로 제작되는 성과가 있었으나 신작 개발 그 자체에 머무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거나 &lsquo;대본과 음악&rsquo;이라는 원천 콘텐츠의 지원이 아닌 &lsquo;공연화&rsquo; 되는 과정의 비용을 지원하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많은 재원과 시간을 투자하고 장기간 여러 작가팀들에 의해 개발되는 해외뮤지컬 창작과정에 비하면 그 결과가 역시 매우 가벼울 수밖에 없다. 다시 강조하건데 케이뮤지컬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 &lsquo;배우&rsquo;들이 출연하는 뮤지컬에서 한국 창작진들과 제작진들에 의해 만들어진 &lsquo;Created by Korea&rsquo; 작품이 우선이여야 한다.

- 시작도 끝도 스토리!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픽사는 그들의 성공요인을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술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 &lsquo;스토리&rsquo;에 두고 있다. 좋은 영화의 판단 기준은 시작도, 끝도 스토리라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막대한 자금과 시스템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개발된 픽사의 &lsquo;스토리텔링 22가지 원칙&rsquo;은 스토리를 막연히 &lsquo;재미있고 재미없는&rsquo; 것으로 구분 하거나 &lsquo;예술가인 작가의 영감에 의지하는 창작결과물&rsquo;이라는 인식을 지닌 일부 한국공연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영화와 뮤지컬분야 등에서 독보적인 디즈니는 어떠한가. 일찍이 그들은 오리지널 스토리 창작뿐만 아니라 보다 세계인들의 공감을 사는 신화나 고대소설 등을 연구하여 이를 재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온 킹>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모태로 하고 있으며, 중국에 전해오는 역사적 이야기인 &lsquo;목란정&rsquo;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만든 디즈니의 37번째 애니메이션이 바로 <뮬란>이다. 물론 이러한 작품들은 수십 명의 작가군이 참여한다. 또한 이런 작업에서 중요한 건 &lsquo;전통&rsquo;을 &lsquo;대중화&rsquo;시키는 노련함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뮤지컬 어법을 잘 갖춘 음악, 작사와 같은 창작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하다.

2013년 도쿄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에서 공연된 한국 창작 뮤지컬 공연사진.&#13;&#10;왼쪽부터 <카페인> <김종욱 찾기> <풍월주>
▲ 2013년 도쿄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에서 공연된 한국 창작 뮤지컬 공연사진.
왼쪽부터 <카페인> <김종욱 찾기> <풍월주>

콘텐츠 경쟁, 아직 승산은 있다

<레 미제라블> <캣츠> <오페라의 유령>과 같이 20년 이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연을 지속하고 있는 메가뮤지컬 한 편의 탄생은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뮤지컬이 태생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도 10년 전 제작된 <위키드>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소재 고갈의 흔적이 보인다. <스파이더 맨> <원스> <뉴시스> <보디 가드> <찰리와 초콜렛 공장> 등이 그나마 대형 신작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모두 90년대 이후 영화나 팝음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나마 5년 이상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메가뮤지컬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래서 그들이 눈길을 돌리는 곳이 바로 &lsquo;아시아적 소재&rsquo;들이다. 이는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시장의 잠재적 시장규모와 전 세계인에게 &lsquo;오리엔탈적 가치관&rsquo;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서 비롯된 듯하다. 중국 역시 자국의 원천 콘텐츠를 영&middot;미 시스템을 고용하여 세계 시장을 노리는 작품 개발에 착수했다. 한 예로 중국 토템신화를 통해 영미를 강타한 연극 <War horse> 제작진과 협업&middot;개발하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니 중국의 움직임 보폭은 예상보다 매우 크다.

연극 <War Horse>의 한 장면.&#13;&#10;PAUL KOLNIK / LINCOLN CNETER / AP

▲ 연극 <War horse>의 한 장면.
PAUL KOLNIK / LINCOLN CNETER / AP

물론 우리 중 누군가는 이미 이런 원천 콘텐츠를 연구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중국보단 뮤지컬 제작 경험이 풍부하고 영&middot;미 제작진 보다는 아시아 문화에 대해 태생적으로 가깝다고 스스로 자부와 위안도 해본다. 다만 그 과정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자본의 투자가 얼마나 제대로 되고 있는 지 되돌아보게 된다. 공연이 결정되고 나서 해외로 나가는 경비에 대한 지원이 아닌 그 스토리와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이제 막 가능성이 보이는 케이뮤지컬의 한류, 공연산업의 본질인 좋은 작품으로 승부를 봐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박민선 필자소개
박민선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런던에서 문화산업학을 전공했다. 유시어터, 동숭아트센터와 같은 프로듀싱 극장 기획팀에서 일했고 의정부음악극축제, 서울연극제 등을 거쳐 2007년부터 CJ E&M 공연사업부문에서 신규 콘텐츠 기획개발 및 제작팀장을 거쳐 현재는 글로벌사업팀 팀장으로 글로벌 콘텐츠 기획 개발 및 중국, 일본, 영&middot;미 공동제작과 투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연예술한류의 오늘과 내일] 다른 기사 보기
① 공연예술한류란 무엇인가
③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경쟁력
④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문화적정체성
⑤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공공의 역할
⑥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문화정책적 과제
⑦ [칼럼] 우리가 한류에 대해 착각할 수 있는 몇 가지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