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의 확산으로 문화예술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분야의 기반 확충이나 효과적인 지원정책은 아직 미흡한 편인데 반해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번 연재는 공연예술분야에서의 한류가 어떤 의미인지, 현장 종사자들이 어떻게 체감하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지속적인 공연예술한류를 모색하기 위한 향후 과제들을 짚어봤다.
연재순서
① 공연예술한류란 무엇인가
②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산업화
③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경쟁력
④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문화적정체성
⑤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공공의 역할
⑥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문화정책적 과제

한국대중문화의 국제적 유행을 우리는 한류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는 지극히 비문화적인, 오히려 대단히 상업적, 정치적이고 일방향적이다. 본인은 문화원장으로 재직할 때에, 단 한 번도 이 말을 공개석상에서 하지 않았다. 이는 국제문화교류의 가치나 방향과 너무나 다르기도 하고, 현지 한국문화애호가들조차도 이 말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 내부적인 논의의 장에서, 공연예술한류란 말을 한국공연예술의 국제교류 활성화로 이해하고, 주불한국문화원 사례를 중심으로 하는 글을 시작하겠다.

한국문화원 로고

한국문화원, 네트워킹과 마케팅의 중심

2012년 12월 현재 우리는 전 세계에 24개의 한국문화원을 가지고 있다. 설립된 지 30년이 넘은 미국, 일본, 프랑스의 한국문화원을 제외하면 모두 지난 10년 이내에 생긴 신설 조직들이다. 그리고 90여개의 세종학당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거의 다 1인 문화원장 파견에 현지 직원으로 구성된 열악한 지경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우리의 문화예술이 국제사회에 소개되고, 확산될 수 있는 교두보는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이들이 한국정부를 대신하여 현지에서 우리 문화예술을 ‘간헐적’으로, 또 ‘직접’ 소개하는 행사들을 해왔다. 그리고 문화 홍보를 통해 국가이미지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했었다. 하지만 한국대중문화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금에는 문화원의 미션 재정립이 필요하게 되었다. 주지하듯이 문화는 정보나 기술, 국제정치와는 달라서 홍보를 통해 이해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화는 체험하는 가운데 함께 나누고, 사랑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예술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일회적 행사에 동원되는 것이 아니라, 양국 문화현장에서 ‘상시적인 쌍방향 교류’를 하는 데에는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현지화가 절대로 필요’하다. 현재 ‘이를 담당할 기구로서 한국문화원’이 전 세계에 설치되어 있기에 이를 중심으로 문화 및 공연예술교류 활성화를 위한 모색해야 하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한국’을 구현하기 위하여, 한국문화원의 핵심역할로써 ‘국제문화교류 증진을 위한 문화교류 매개자, 네트워크 형성자’ ‘한국문화 마케팅의 책임자, 한국정보 제공자’를 검토하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본고에서는 이 역할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효과 등을 검토하고자 한다.

미션의 재설정

본인은 문화원장으로 재임하던 기간(2007~2011) 중에, ‘한국문화원 공간을 문화정보센터이자 문화체험의 장으로 활성화’하였다. 아울러 대외적으로는 ‘한국문화사업 주관자’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예술 및 예술가들이 해외 문화현장에 정상적으로(또는 정당하게) 진입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매개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션을 바꾸었다. 이 미션을 위해서 우선 ① ‘수많은 주재국 문화기관, 공간, 축제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며, 그들이 우리의 것을 ‘프로그램 하도록 설득’하는 일을 했다. 시간이 걸리지만 양국 현장에 대한 리서치만 바로 되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한국에서 프랑스, 독일문화원이 왕성하게 이런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파리 주재 46개 외국문화원들 중 가장 활동이 활발한 대만, 영국, 벨기에, 독일 등이 연중 이 일에 주력한다. 일본 문화원의 경우도 이를 위해, 파리 1명, 지방 2명의 주재관이 책임을 맡고 있다.

그 다음 단계로는 ② ‘현지 초청자와 그 작품을 담당하는 한국의 문화현장 전문가(집단)를 연결’시켜준다. 한국의 축제, 연관 기관, 기획사, 단체 등이 그것이다. 결국 양국의 현장 전문가들이 직접 의사소통을 하며 필요한 것들을 서로 채워가면서 준비를 진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양국 전문가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③ 문화원은 이들을 매개한 후, 중간에서 조정자나, 국가기관으로서의 협력자 역할을 한다. 이후 사업이 실행되는 시점에서는 ‘홍보 협력을 충실히’ 하면서, ④ ‘주재국내 한국 전문가들과 다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그들이 행사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현지의 관련 기관과의 관계를 확대시킨다. ‘이들 전문가들(한국인과 외국인)이 이후 상시적으로 사업을 발전시킬 주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국 전문가들 간의 준비과정에서 개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도움을 양쪽으로 줄 때도 있다. 즉, 한국-프랑스 간의 여비를 지원받게 추천서를 써주거나, 여비지원 기관을 직접 접촉하여 요청을 하거나, 예술가들에 대한 사례비나 행사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때에 조정하고, 도와주는 일이다. 이때 주최 측은 그들의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운영을 할 수 있어서 크게 고마워하며, -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서도 - 더욱 적극적으로 공연의 성공과 후속 프로그래밍을 위해 기꺼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보통이다. 결국 문화원은 ‘단독 주관자가 아니라 공동주관 또는 공동기획자’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⑤ 프랑스 예술가가 한국 예술가(단체)와 공동 작업을 하는 경우에도, 현지에서 창작 지원을 받게 도와주고, 주한프랑스문화원과 한국의 여러 지원 기구들을 접촉하여 ‘양국 예술가가 국제적인 창작을 함께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재임 중 무용의 경우가 가장 많았고, 연극, 음악(클래식, 국악, 재즈),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공동제작을 지원하면서 창작물이 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소개되었다.

한·불 공동제작 작품으로,&#13;&#10;2012년 프랑스 순회공연을 한 <코뿔소> 출연진 사진

▲ 한&middot;불 공동제작 작품으로,
2012년 프랑스 순회공연을 한 <코뿔소>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상승된 시너지 효과

이렇게 하면 한 가지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시간과 공은 많이 드나, 다수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쉽게 발전이 되며, 유사 기관, 축제에서의 다른 요청들이 이어지는 수순으로 연결, 발전된다. 왜냐하면 첫 프로그래밍된 우리 문화예술이 &lsquo;프랑스 내의 문화예술 네트워크 안에서 성과&rsquo;를 올렸기 때문이다. 결국 작품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네트워크로 들어가게 되고, 문화원은 촉매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간적, 시간적 확대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즉, 공연예술 네트워크에서 한 작품이 인정을 받게 되면, 다수의 극장 초청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다른 한국공연들의 초청으로 확대되는 후속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의 한국공연예술 사례를 들어보면, 극단 우투리의 <한국사람들>과 <우투리>는 2008년 공공극장 네트워크인 국립무대 Sc&egrave;ne Nationale(에브러/루비에 국립무대)를 통해 첫 초청이 이루어진 후, 2009년, 2012년 지속적으로 다른 국립무대와 국립연극센터 등을 통해 프로그램(초청)되었다. 이 과정에서 극장들은 한국의 다른 공연으로 그들의 관심을 확대하게 되는데, 극단 여행자의 <햄릿>이 2010년 디종국립연극센터에 3년차 한국공연 프로그램으로 초청된 예가 그 경우이다. 이자람의 <사천가>(2011년 파리, 리옹, 아비뇽), <억척가>(2012년 리옹, 파리)와 데알극장과 한팩, 한국문화원이 공동제작한 <코뿔소>(2010/2011년 아비뇽, 서울, 2012년 6개 프랑스 극장 투어) 등도 같은 맥락에서 발전된 사례이다.

전통예술분야에서도 우선 &lsquo;세계문화의집&rsquo;이 주관하는 &lsquo;상상축제&rsquo;에 매년 다양한 공연(2008년 영산제, 2009년 하용부+바람곶, 2010년 바람곶, 2012년 봉산탈춤)이 프로그램으로 되어 파트너십이 형성되어 지속되는 중인가 하면, 가을엔 세계문화의집 극장에 정기적으로 연주회가 프로그래밍되고, 다른 수많은 극장, 박물관 등에서 연이어 공연 초청, 투어가 진행되었다. 한국 측에서는 국악방송, 국악원, 김선국 프로듀서가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아울러 2011년부터 10년간의 계획으로 국영 라디오프랑스의 오코라(Ocora) 레이블 음반으로 출시(2011년 <종묘제례악>, 2012년 <최옥삼류 가야금산조>), 우리 국악이 지속적으로 방송과 음반을 통해 소개되는 저변도 마련되었다. 무용분야에서는 솔로(이선아, 정금형)를 중심으로 레지던스+공연 초청이 이어졌다. 무용공연 프로그래밍을 협의하던 중에 파리여름축제에서 안은미 무용단 등을 2013년에 초청하기로 한 것도 긴 설득의 결실 중에 하나이다. 네트워크 안에서의 공연예술 성과는 또 각종 예술축제의 초청으로도 이어져서, 수많은 축제가 각각 다수의 공연들로 한국특집을 구성하기도 했다. 샤를르빌세계인형극축제(2009), 스트라스부르 현대음악축제(2010), 툴루즈 아시아축제(2011), 엉갱레벵 디지털아트축제(2010) 아비뇽축제의 데알극장(2010/ 2011) 등으로 확대되고, 이는 또 다시 연중 다른 극장들의 프로그래밍으로 이어졌다.

전시실에서의 공연 모습 엉갱레뱅 디지털 아트축제에서의 비빙 공연 모습
▲ 전시실에서의 공연 모습 ▲ 엉갱레뱅 디지털 아트축제에서의
비빙 공연

한국에 널리 알려진 지난 2011년 6월 케이팝(K-Pop) 콘서트의 파리 성공도 결코 단독, 일시적 결과물이 아니라 위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었다. 간단히 배경을 살펴보면 이 역시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lsquo;프랑스 청년들의 인적 네트워크 안에서 성과&rsquo;를 얻게 된 것이다. 2009년 6월 문화원 한국어 강좌 수강생들 5~6명이 모여, 문화원과 여러 가지 문화사업을 논의하던 중, 코리안 커넥션이란 협회를 함께 만들고, 2년간 매년 한국문화축제, 여름문화캠프, 여름한글강좌, 명절행사 등을 같이 기획, 지원하였다. 그 연장선상에서 2011년 5월의 대규모 한국문화축제를 준비하다가, 케이팝 콘서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문화원이 공기금(정부) 지원을 받아 전체 공연의 틀을 만들고, 모든 준비- 극장대관, 수차례 설문, 루브르 데모, 대규모 공항 환영, 콘서트 홍보 등 -를 이 협회 회원들이 거들어 주었다. 한국의 SM엔터테인먼트사가 월드투어 사업으로 확대시키면서, &lsquo;Live Nation&rsquo;이란 초대형 콘서트 프로덕션과 함께 성사된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민(프로페셔널), 관, 현지인이 열정적으로 함께 준비한 무대였다. 세계최대사라는 현지 프로덕션도 깜짝 놀랐고, 프랑스 팝업계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당장 케이팝의 유럽 진출을 위한 행사 성과뿐만 아니라 후속 사업의 수월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전문가 네트워크 안에서 호의적 평가는 자연스럽게 &lsquo;KBS 뮤직뱅크&rsquo;와 &lsquo;수퍼주니어 콘서트&rsquo;로 바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일은 다른 예술분야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했다. 케이팝 매니아들의 조부모, 부모, 형제, 친구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한국의 매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공연예술이 일상적인 취미활동인 그들은 한국 공연에 주저하지 않고 모여들고 있다. 이 새로운 수요는 우리의 현지 파트너에게도 큰 격려가 되었다.

K-Pop 공연하는 사진

▲ K-Pop 공연을 보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네트워킹을 위한 지원 장치 마련

이렇게 &lsquo;모든 국제문화교류 사업은 네트워킹과 파트너십을 동반하여야 성과 및 발전&rsquo;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주재국 현지의 전문가들이 한국공연예술을 자신들의 사업으로 프로그램 했을 때에야 비로소 향유자의 확대, 한국문화예술 진출의 활성화, 나아가서는 인적 교류를 통한 새로운 문화의 창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lsquo;현지의 한국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성장할 수 있게&rsquo; 문화원(정부)과 한국의 문화예술계가 힘을 실어주면, 우리 문화예술의 현지화는 날개를 달게 된다. 한국영화 전문가가 된 유력한 프랑스 영화인들의 역할이 현재 한국영화의 위상을 그곳에서 얻게 된 것이 좋은 예이다.

여기에서 국제문화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기본적이면서도 &lsquo;필수적인 네트워킹의 장치&rsquo;를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본인은 문화예술계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인으로서 문화원장을 했기에, 알아서 현지 네트워크를 셋업하고, 한국의 다양한 기관을 접촉하거나, 연결시켜주었지만, 일반직 공무원이 원장을 맡기 마련인 문화원장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민간 문화예술인이 주가 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전략적으로 소개되고, 현지 초청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연중 전적으로 뒷받침하는 &lsquo;국제문화교류 총괄 지원 기구&rsquo;가 필요하다. 프랑스의 엥스티튀 프랑세나 영국의 브리티쉬 카운슬,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와 같은 기관들은 모두 &lsquo;자국 내의 문화예술진흥정책을 기반으로 하여, 국제문화교류정책 개발과 지원을 전담&rsquo;하고 있다. 말하자면 다양한 형태의 국제문화예술교류의 주된 창구이자 지원의 본거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기구가 없기에 주불한국문화원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여러 부서, 산하단체를 비롯해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재단, 지자체 문화재단, 각종 축제들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였다. 이제 공연예술을 한류처럼 국제무대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해외 한국문화원의 역할이 위와 같이 조정되고, 이를 전담할 적절한 규모의 국내 기구도 설립해야 할 때이다. 대중문화와는 달리 예술은 중&middot;장기적인 정책에 따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국제무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최준호 필자소개
최준호는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3(소르본느 누벨)대학에서 연극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96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연극제와 서울국제연극제, 과천축제, 서울공연예술축제 등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을 했다. 국립극장 운영자문위원, 예술의전당 공연예술감독을 역임하였으며, 2011년 8월까지 주프랑스 한국문화원 원장으로 4년간 일하였다.

[공연예술한류의 오늘과 내일] 다른 기사 보기
① 공연예술한류란 무엇인가
②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산업화
③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경쟁력
④ 왜 공연예술한류에 주목 하는가-문화적정체성
⑥ 지속가능한 공연예술한류의 모색-문화정책적 과제
⑦ [칼럼] 우리가 한류에 대해 착각할 수 있는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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