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 웹진이 2회에 걸쳐 공연예술 한류를 특집으로 다뤘다. 지난해 ‘한류 뮤지컬’이 대두되는 등 공연예술이 서서히 한류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공연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웹진의 공연예술 한류 특집에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좀 더 우려스러운 견해를 전하고자 한다.

공연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지난해 한국 뮤지컬계의 화두는 &lsquo;한류 뮤지컬&rsquo;이었다. 2011년부터 산발적으로 일본에서 공연되던 한국 뮤지컬이 잇따라 일본에서 공연됐기 때문이다. <빨래> <궁> <런투유> <광화문연가>같은 순수 창작물부터 <잭더리퍼>나 <쓰릴미>처럼 한국에서 새롭게 각색된 작품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이 가운데 일본의 제작사 퓨어메리가 라이선스를 구입해 일본 배우들과 공연한 <빨래>나 한국의 M뮤지컬이 일본 후지TV 계열의 제작사인 쿠오라스와 공동제작한 <잭더리퍼>는 지난해 연말 요미우리 신문이 선정한 연간 공연된 뮤지컬 중 우수작 10편 가운데 뽑히기도 했다. 특히 <잭더리퍼>는 유료 점유율 81.5%를 기록하며 한일 양국 제작사에 적지 않은 수익을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한류 뮤지컬 열기는 지난해 11월 일본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아뮤즈가 오는 4월 도쿄 롯폰기에 한국 창작 뮤지컬만 올리는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를 마련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정점을 찍었다. 아뮤즈는 <카페인>을 시작으로 1년간 <김종욱 찾기> <풍월주>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싱글즈> <뮤직인마이하트> <형제는 용감했다>까지 7편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화문연가>의 일본 오사카 신가부키좌 공연포스터

▲ <광화문연가>의 일본 오사카
신가부키좌 공연포스터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지난 1월 도쿄에서 공연된 두 편의 뮤지컬 <광화문연가>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마케팅에서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며 올해 예정돼 있는 다른 한국 작품의 공연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먼저 <광화문연가>는 한국에서 한류 뮤지컬에 대한 화두로 뜨겁던 지난해 11월 10일 오사카 신가부키좌에서 막을 올려 12월 2일까지 공연됐다. 당시 티켓 가격은 좌석등급 없이 전석 15,800엔(환율 100엔당 1,350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돈으로는 약 21만원)이었다. 그리고 지난 1월 1~26일 도쿄 메이지좌에서의 공연은 티켓 가격이 S석 16,000엔, A석 12,000엔의 두 등급으로 나뉘어 판매됐다. 사실 <광화문연가>를 포함해 일본에서 한류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출연하는 K팝스타의 높은 개런티 때문에 높게 책정돼 있다. <잭더리퍼>의 경우에도 네 등급으로 나누어 최고가는 1만6,000엔, 최저가는 9,500엔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해 일본에서 공연됐거나 올해 공연될 뮤지컬 티켓 가격을 보면 토호의 <레미제라블> 1만3,500엔~4,000엔, 극단 시키의 <라이온킹> 9,800엔~3,000엔,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오리지널 공연 1만3,000엔~5,000엔과 비교해 상당히 높다.

그런데, <광화문 연가> 오사카 공연의 경우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출연한 이틀 공연은 티켓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지만 그 외의 공연은 늘 좌석이 남았다. 이 때문에 <광화문연가> 일본공연제작위원회(한국의 ㈜광화문연가와 일본의 극장, 요미우리방송의 프로젝트 합작회사)는 &lsquo;재관람 할인&rsquo;이라는 이름 아래 두 번째 티켓은 7,900엔, 세 번째 티켓은 5,900엔에 판매하는 등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벌였다.

도쿄 공연의 경우엔 일반 판매에 앞서 스폰서특별패키지세트 판매 이벤트가 등장했다. 마지막 날 하루만 출연하는 유노윤호 공연 1회에 다른 캐스트 공연 3회 공연을 한꺼번에 묶은 패키지 상품이 나온 것이다. S석짜리를 두 종류로 나누어 각각 500매, A석짜리를 두 종류로 나누어 각각 50매가 나왔다. 1만6,000엔짜리 4장이 들어 있는 S석 세트의 경우 6만4,000엔(약 84만원), 1만2,000엔짜리 4장이 들어 있는 A석 세트는 4만8,000엔이나 된다. 사실상 유노윤호를 보려면 출연하지 않는 다른 공연의 티켓까지 사라는 것이다. 이런 이벤트에 대해 일본 유노윤호 팬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패키지 티켓의 구입 여부는 관객의 자유 의지라고는 하지만 팬심을 이용한 상술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패키지세트의 판매로 인해 <광화문연가>의 마케팅은 사실상 어그러지고 말았다. 예를 들어 이 패키지세트를 구입한 팬들은 유노윤호가 나오는 공연 외의 티켓을 5,000엔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옥션에 내놓았다. 이들 티켓을 싸게라도 팔아 유노윤호 공연을 보기 위해 지출한 돈을 조금이라도 보전하려 한 것이다. 비록 <광화문연가>가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는 하지만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한류 뮤지컬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포스터
<잭더리퍼> 일본 공식 홈페이지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포스터
▲ <잭더리퍼> 일본 공식 홈페이지

이에 비해 지난 1월 <광화문연가>와 비슷한 시기에 도쿄 아카사카ACT시어터에서 공연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특별한 할인 이벤트 없이 원래 가격을 고수한 것이 특징이다. 전석 9,800엔인 티켓을 사전 예매할 경우 약 10% 할인한 9,000엔에 판매하기는 했으나 이것은 다른 일본 공연에서도 일반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K팝스타가 나온 <잭더리퍼>나 <광화문연가>와 달리 김다현, 전동석 등 뮤지컬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한류 스타 없이 선보이는 첫 뮤지컬인만큼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됐지만 완전한 실패였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공연된 한국 뮤지컬 가운데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객석이 1,324석인 아카사카ACT시어터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일본 관객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들을 보면 관객이 200명도 채 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작품에 대한 현지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 연출과 의상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한류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만큼 순수하게 공연의 완성도를 평가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유명 티켓예매사이트인 티켓피아의 모기업인 피아(PIA)가 한국의 CJ E&M에게 개런티를 내고 공연한 것이다. &lsquo;전매(Flat)&rsquo;로 불리는 이런 방식은 일본 회사가 마케팅을 전적으로 책임지며, 이에 따른 리스크와 흥행도 모두 떠맡는다. 사실, 일본 시장을 잘 모르는 한국 제작사들은 공동 투자 및 제작에 나섰다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이 방식을 선호해 왔다. CJ E&M은 앞서 <미녀는 괴로워> <런투유>를 공연할 때도 일본의 쇼치쿠에게 전매로 팔았다. 오는 4월 개관하는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를 운영하는 아뮤즈도 CJ E&M 등 한국 제작사에 개런티를 지급하고 뮤지컬을 공연할 예정이다. 반면 M뮤지컬컴퍼니는 지난해 일본 측과 공동 투자 및 제작 방식으로 <잭더리퍼>를 무대에 올렸는데, 흥행 성공에 대한 확신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쨌든 2013년 벽두부터 들려온 <광화문연가>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소식은 꽤 우려스럽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보수적인 아베 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가뜩이나 냉각된 상황에서 두 작품의 공연 결과가 한류 뮤지컬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엔화 약세를 주도하는 것도 한류 뮤지컬에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 한류 뮤지컬의 성패와 관련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의 성공 여부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보통 공연 개막 1년 전, 아무리 늦어도 6개월 전에는 티켓 판매를 시작하는 일본 공연계에서 4월 말 개관작인 <카페인>의 티켓 오픈조차 안됐다. 이 때문에 한국과 일본 공연계에서 아뮤즈 뮤지컬 시어터가 한국 뮤지컬 연간 공연 프로젝트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조차 미심쩍어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지영 필자소개
장지영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와 동 대학원(미술사 전공)을 졸업했고, 성균관대 공연예술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사회부를 거쳐 문화부에서 오랫동안 공연예술과 문화예술정책을 담당했으며, 2009년 9월부터 1년간 한국기자협회 지원으로 도쿄대학대학원 문화자원학과에서 연수를 받았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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