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6일 서울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는 (사)문화다움(이사장 이상일)에서 주최하는 ‘문화다움기획상131’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자는 명동예술극장 구자흥 극장장이 선정되었는데 그는 알려진 바대로 1970년대 실험극장을 시작으로 극단 민중과 미추 등에 참여한 우리나라 공연기획자 1세대이다. 구자흥 극장장은 의정부예술의전당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의 관장을 역임하면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천상병예술제’, 안산 시민들이 참여하는 상록수프로젝트와 같은 주목할 만한 지역문화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특히 2009년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의 초대 수장으로 취임하여 해방 전후 한국 연극의 메카였던 명동국립극장의 전통을 되살려 수준 높은 자체 제작공연을 연이어 선보임으로써 짧은 기간 내 이곳을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극전용극장으로 발돋움시킨 공로를 높이 인정받았다.

(사)문화다움은 이 상을 제정하면서 여러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 추천 및 심사위원회를 통해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축제 및 복합장르의 분야별 예비후보를 선정하였고 다시 현장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들이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수상식에는 수상자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 참여한 전문위원들과 투표인단, 동료 선후배 기획자 백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수상을 축하하고 이 상의 의미를 나누는 축제적 분위기의 파티로 마무리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문화다움기획상131’의 의미와 가치를 몇 가지 되짚어 보려한다.

사진설명: ‘문화다움기획상131’ 수상자인 명동예술극장 구자흥 극장장 사진제공: (사)문화다움

▲ ‘문화다움기획상131’ 수상자인
명동예술극장 구자흥 극장장
(사진제공_(사)문화다움)

문화기획의 표상

무엇보다 ‘문화다움기획상131’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문화기획자를 대상으로 하는 첫 번째 시상제도로서 문화매개활동의 창의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부터 문화기획과 예술경영이란 개념이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이 분야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고 그 사회적 인식도 낮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들이 존재하더라도 그들의 작업을 다양한 관객들과 연결하는 문화매개활동의 상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빛을 발하기 어렵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의 예술행정은 대부분 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행정 관료들이 이 역할을 맡아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 문화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문화예술의 시장적 기능과 원리를 강조하는 미국식 예술경영의 개념이 소개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관료 주도의 폐해나 한계를 넘어 민간 전문가의 역할을 부각하는 성과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 문화행정의 효율성이나 부가가치 창출에 치중하는 편향을 낳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문화기획과 예술경영의 개념과 역할도 영리와 비영리,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시각예술과 공연예술 등 여러 영역과 장르에 걸쳐 다양하게 분화하고 융합되면서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변화 속에서 ‘문화다움기획상131’은 우리 현실에 적합한 좋은 문화기획의 가치와 모델을 함께 모색하고 정립하는 소중한 단초가 될 것이다.

‘문화다움기획상131’은 소수의 전문가들이 후보자를 결정하고 상을 수여하는 방식을 넘어 현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선후배,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하여 함께 그 의미를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끌어냈다. 올해 첫 번째 ‘문화다움기획상131’ 제정 및 선정에는 스무 명에 이르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추천 및 심사위원회에 참여하여 후보자 추천 및 심사를 맡았다. 그리고 50명에 가까운 현장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투표에 참가하여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였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들뿐만 아니라 투표인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떠한 사례비도 받지 않고 오히려 십시일반 모금을 하여 이 상의 비용을 충당하였다. 이러한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는 이 상의 가치를 더욱 명예롭게 빛나게 하였고 앞으로 ‘문화다움기획상131’의 의미를 발전시켜나갈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비영리 민간단체의 존재 의미 확인

마지막으로 이 상의 제정과 운영을 주관한 (사)문화다움의 노력과 역할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문화다움은 1990년대 후반 한국적 문화기획의 가치를 정립하고 문화매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다움아카데미(원장 강준혁)를 개설하면서 출발하였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쉽지 않은 굴곡을 겪었지만 변함없이 (사)문화다움의 활동에 지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첫째 이유는 항상 새로운 문화의 공유가치를 추구하고 개척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지난 시기 민간영역에서는 크고 작은 소중한 실험들이 존재하였고 그 결실로 우리의 문화예술계는 더욱 풍요로워졌다. 한편으로 민간영역에서 키워낸 값진 성과들이 새로운 공공 문화조직과 프로그램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공공의 정책적 지원이 없더라도 끊임없이 우리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상상력과 활력을 불어 넣는 민간영역의 자발적 활동이 점점 축소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켜보기도 한다. ‘문화다움기획상131’의 출범이 문화예술의 공익적 가치를 개척하고 만들어가는 민간영역의 자발적 활동의 소중한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 사진설명: 수상자 구자흥 극장장(중간)과 운영위원회, 투표인단 사진제공: (사)문화다움

▲ 수상자 구자흥 극장장(중간)과 운영위원회, 투표인단
(사진제공_(사)문화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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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섭 필자소개
이승욱은 서울대학교와 뉴욕 콜롬비아대학원에서 미학과 예술행정을 공부했으며,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부산 청년문화수도프젝트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현재 지역문화지 [안녕광안리]의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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