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그날들> ▲ 뮤지컬 <그날들>

▲ 뮤지컬 <그날들>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 & 준비가 덜 된 공연장

뮤지컬 <그날들>의 첫 공연이 올라가기까지 많은, 너무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미 보도를 통해서 알려진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도 문제였지만,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이 공연을 할 준비가 덜 갖춰져 이전부터 이미 어려움은 시작되고 있었다.

[D-180] 2012년 10월 - 불안한 시작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대관 계약을 했다. 12월 개관 준비 중이고,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관을 한 상태다. 우리는 4월이면 극장의 모든 부분이 정상적으로 준비 될 것이라는 극장 측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우리 전에 공연하려던 작품이 공연장을 옮긴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계약금을 입금한 상태라 매주 공연장 준비 상태를 체크하면서도, 다른 공연장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촉박한 일정에 우리를 위해 비어있는 극장은 없었다. 어떤 공연장에서는 창작극이라 대관을 꺼려하기도 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극장 준비 상태를 하루가 멀다 하고 직접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D-90] 2013년 1월 - '공연'이 아닌 '공연장'을 만들어가다
극장 측은 모 기업이 공연장을 장기 임대할 예정이며, 곧 계약이 체결되면 공사를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매번 다음 주면 성사된다는 계약과 공사 일정이 한 주, 또 한 주 미뤄지더니 결국 1월을 넘겼다. 4월 4일 첫 공연을 하기 위해 적어도 3월 20일부터 약 2주동안 셋업 및 리허설을 진행해야 하는데&hellip;&hellip;.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대극장에 들어가야 할 무대기계, 조명설비, 음향설비, 분장실, 로비 등의 공연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만 한다 하더라도 최소 40여일이 소요되는 일정이다. 극장 측과 매일 여러 가지 방법을 논의 한 끝에 손해를 보더라도 3월 26일까지 극장 설비 중 공연에 꼭 필요한 부분만 우리가 직접 준비하기로 했다.

[D-8] 2013년 3월 27일 - 공연 '유치권?'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 아직도 로비에는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공연 외의 준비들로 손해도 보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은 어려운 일정과 환경에서 철야를 하고 있었지만 &ldquo;공연을 꼭 올리자&rdquo;며 서로를 격려하면서 셋업과 연습을 병행했다. 창작 작품의 초연이라 무대에서 충분한 연습과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올리려던 애초의 계획은 이미 포기했다. 하지만 스태프들이 고생을 하더라도 무대 리허설 시간만큼은 확보해 보자는 목표로 철야를 했다. 이때쯤 건물을 경비하던 인력이 늘어나 젊고, 덩치가 큰 사람들이 극장 로비와 건물 입구에 나타나면서 위화감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건물주 측에 확인해보니 시공사에서 고용한 경비업체가 지금까지 건물 관리를 했으며, 공사비 관련해서 협의 중인데 실력 행사를 위한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유치권'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했다. 하지만 곧 &ldquo;협의가 끝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rdquo;라고 한다. '지금까지도 어렵게 극장 설비까지 신경 쓰면서 왔는데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걱정은 돼지만 곧 해결 되겠지'.

▲ 대학로뮤지컬센터 건물외벽에 ‘유치권 행사 중 - 관계자외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 대학로뮤지컬센터 건물외벽에 ‘유치권 행사 중 - 관계자외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 대학로뮤지컬센터 건물외벽에 '유치권 행사 중 - 관계자외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모습

1) &ldquo;오는 4월 4일 뮤지컬 <그날들> 개막을 위해 배우와 스태프들은 2012년 초부터 공연 준비를 했고, 지난 3월 20일부터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에서 막판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뮤지컬 <그날들>이 정상적으로 무대에 올리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대학로뮤지컬센터의 건설시공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서 건물주 애니웍스에게 받지 못한 공사비에 대해 4월 1일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는 통지를 발송하였고, 애니웍스는 그 사실을 뮤지컬 <그날들> 제작사에게 통보하였다.(중략) 현재 대우조선해양건설 측에서 <그날들>의 배우와 스태프들의 공연장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디 뮤지컬 <그날들>을 무대 위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지지 부탁드린다&rdquo;

[D-7] 3월 28일 - '공연을 꼭 올려야 한다'
사태가 정리되는 분위기가 아니다. 건물주 측에 확인을 하니 공사비 미지급으로 4월 1일부터 유치권 행사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앞이 막막하다. 하지만 '공연을 꼭 올려야 한다'라는 생각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어디에 이야기를 해야 이 문제가 해결이 될지, 이렇게 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hellip;&hellip;. 이런 고민 속에서 셋업과 연습을 진행했다.

[D-6] 3월 29일 - '공연방해금지 가처분' 신청
연출가, 무대감독, 팀원, 조명 디자이너와 팀원 몇몇을 두고 극장을 나왔다. 하지만 오늘 아침부터 시공사는 건물을 봉쇄했고, 극장 내의 스태프들은 중간에 나오면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아 안에서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는데 앉아서 이 상황을 그냥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다. 결국 변호사를 만났다. 29일 오후 '공연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다행히도 판사가 사안의 시급함을 이해해 월요일 오전 10시 공판이 열리게 되었다.

[D-5] 3월 30일 - 극장 안VS극장 밖
극장 안에서 나오지 않은 스태프들을 제외하고 셋업을 위한 모든 스태프들이 극장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서있다. 건물주 측은 은행권과 시공사와 곧 합의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극장 안에 있는 연출과 통화하며 법원에서 판결이 나든, 공사 금액 협의가 끝나든 월요일 오전까지 해결 된다면 그때까지 극장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고맙기도 하면서 미안했다. 창작 뮤지컬 한편 올리면서 스태프들에게 이런 고생까지 시키게 되다니. 이러한 상황에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오후에 각 언론에 보도자료1)를 보냈다. 기자들이 쉬는 날이지만 일일이 전화로 상황을 알렸다.

[D-4] 3월 31일 - 협상 결렬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의는 결렬되었다.

[D-3] 4월 1일 - 그래도 연습은 계속 된다.
월요일 오전 재판이 있었고, 오후가 되어도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월요일 오전에 배우들은 주변 연습실을 구해 안무자와 음악감독과 함께 연습을 하게했고, 스태프들은 해결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극장을 떠나지 않았다. 화요일 오전에는 리허설이 들어가지 않으면 4일 공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를 오전 10시까지 극장으로 모이게 하고,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 뮤지컬 <그날들> ▲ 뮤지컬 <그날들>

▲ 뮤지컬 <그날들>

[D-2] 4월2일 - 기다림
배우 40여명과 오케스트라, 무대, 조명, 음향 등 스태프 50여명이 결과를 기다렸다. 주요 스태프들은 공연장에 들어가 파트별 업무와 시간 등을 협의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회의도 하고, 오케스트라는 악보를 놓고 연습을 했다. 상황이 정리가 되어 공연장에 들어가던가, 아니면 판결에 져 공연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또다시 모든 언론사에 도움을 청했다.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를 나왔고, 결과에 대해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변호사의 연락을 받았다. 승소 판결이었다. 마침내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공연 까지 남은 날이 얼마 없다. 모든 스태프들이 또, 철야 작업을 해야 한다.

▲ 판결문 전문 중 ▲ 판결문 전문 중
▲ 판결문 전문 중

[D-1] 4월3일 - 공연 연기?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공연을 미루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다들 고민 끝에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공연만은 미루지 말자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관객에게 보여 드리자고 결정을 했다.

[D-0] 4월4일 - <그날들>, 첫 공연
첫 공연날 오전부터 세 번의 리허설을 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어느 누구 하나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창작 뮤지컬 <그날들>은 이렇게 첫 공연이 올랐다.

에필로그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다'
공연이 마침내 올라갔다. 그러나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시공사 입장에선 유치권이 당연한 그들의 권리라 하더라도 공연을 담보로 협상을 하려했던 사실이다. 그들에겐 유리한 협상의 카드였으니까. 우리 사회의 대기업이 생각하는 '문화'가 이것 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럼 본인들의 권리만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준비한 공연은 그 권리가 없단 말인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이번 공연을 올리기까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앙상블의 경우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연습하고, 배우들은 재판 법정에 가서 호소를 하기도 했으며, 주변의 제작자들과 관객은 &ldquo;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rdquo;라고 격려도 해주셨다. 공연을 올리고 나니 권장할 만한 자세는 아니지만 '안 되는 것은 없다'라고 생각했다. 끝까지 포기를 하지 않고 달렸더니, 결국 해결이 되었다. 믿고 따라준 배우, 스태프들에게 가장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외부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기니 내부적으로는 더 돈독해졌다고 할까. 공연이라는 것이 유명배우가 있다고, 돈이 많다고, 대본이 좋아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여러 번 좌절도 했지만 우리가 하나가 되었던 것, 그것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었던 우리의 힘이었다.

사진제공_(주)이다엔터테인먼트


손상원 필자소개
손상원은 (주)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로 연극과 뮤지컬을 주로 제작을 맡고 있다. 현재 공연프로듀서협회 이사와 한국소극장협회 부회장,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로 재직 중이다. 뮤지컬 <해를품은달>, <그날들>, <달콤한 나의 도시>, <샤인>, <판타스틱스>, <트라이앵글>, <연극 모범생들>뿐만 아니라 연극<뜨거운바다>, <연애시대>, <극적인하룻밤>, <늘근도둑>, <멜로드라마>, <환상동화> 등 다수의 작품을 제작 기획했으며 '연극열전(2004)' 책임프로듀서로 활동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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