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공연의 배후에는 ‘예술경영인’들은 물론 ‘무대의 그림자’로 불리며 존재하는 공연·전시계 스태프들이 있다. 공연예술계 ‘하우스매니저’로서 활동하고 있는 블루스퀘어의 김영신 운영팀장을 만나 공연계 배후 이야기를 들어봤다. / 특집 ① [좌담] 무대의 배후, 그들의 이야기, ② [현장+人] 김영신 블루스퀘어 공연장 운영팀장, ③ [현장+人] 박상애 백남준아트센터 아키비스트
일 시 : 2013년 5월 31일 오전 11시 / 장 소 : 한남동 블루스퀘어 김영신 사진 김영신 사진

2011년 11월에 개관한 블루스퀘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공연장이다. 개관한 지 만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블루스퀘어는 지난 4월을 기준으로 공연장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교통 요지에 위치한 공연장 입지, 이태원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한 시너지(외국인관광특구에다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 조성 붐과 예술가의 지역 내 유입 등), 1,700석과 1,400석 규모의 최신식 뮤지컬과 콘서트 전용극장이라는 강점은 이러한 관객 동원을 가능하게 한 배경이 된다. 물론 블루스퀘어를 찾는 관객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뭐니뭐니해도 그들이 원하는 공연물을 공연하기 때문에 이곳을 자주 찾을 것이다.

‘100만 관객 입장’이라는 샴페인이 터지기까지, 개관 준비부터 참여해 현재 블루스퀘어 공연장 운영팀장을 맡고 있는 김영신 씨에게는 이 수치가 주는 의미가 누구보다 남다를 것 같다. 운영팀장으로서 관객이 이용하며 체감하는 공연장의 시설 관리를 포함해 고객서비스 영역을 총괄하는 공식 업무 영역뿐만 아니라, 공연과 관계된 모든 업무가 그와는 아주 밀접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영신 운영팀장이 맡고 있는 공연장 운영팀의 역할은 일반 공연장의 업무 반경보다 훨씬 넓고 정교하다. 그가 연간 수립하고 있는 서비스 전략에는 이용자 편의와 관련된 업무부터 고객 모니터링, 이용자 만족도, 공연장 제반 분위기 조성, 관객 이벤트에 의한 마케팅 전략 등 공연기획팀이나 경영팀이 수행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공연 관계자 및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 그룹에 대한 서비스도 계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의 포괄성이 크고 유기적이다.

공연장의 유기적 업무 파악이 우선

국내에서도 공연장들 간 극장 브랜드 가치를 놓고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보니 앞으로도 공연장 서비스 부문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 전반에 과도하리만치 남발되고 있는 ‘고객만족이 최선’이라는 서비스의 경영화로 인해 공연장 운영에 종사하는 상당수가 ‘감정노동자’로서 겪는 스트레스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엄숙하고 딱딱하기 쉬운 공연장 흐름에 변화를 주고 활기 넘치게 색을 입히고 향을 덧씌우는 일, 그가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공연장에 대한 비전이 어쩌면 블루스퀘어에서 제대로 실현될지도 모른다. 물론 현재 블루스퀘어의 브랜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다. 아직까지 블루스퀘어가 드러낸 공연장의 포지셔닝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연극을 공부하던 시절부터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척 좋아했다. 각 공연장마다 고유의 냄새가 있는데 유독 아르코예술극장의 향이 좋았다. 그때부터 막연하게나마 공연장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2002년 아르코예술극장 하우스매니저 공채 1기 공모에 지원하게 되었고, 공연장 서비스 부문과 관련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하우스매니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고 시작한 건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가면서 실무를 터득했고 관련 매뉴얼도 만들었다. 사랑티켓 고객지원센터 매니저로 일하면서 티켓 업무와 공연장 운영이 상당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공연장 서비스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공연 전반에 대한 이해와 각 영역의 업무를 잘 알고 있어야 했다. 상당 기간 공공기관에서 일하다가 민간 영역에서 처음 일하게 된 곳이 바로 블루스퀘어다.”

이 대목에서 그에게 공공과 민간 극장의 업무 환경과 그 차이점을 밝혀달라는 짓궂은 질문을 했다. 그는 아르코예술극장이 첫사랑과 같은 아련함과 그리움의 대상이라면 블루스퀘어는 열애 중인 대상이라고 했다. 일을 사랑의 형태에 비유한 그의 답변은 경쾌했다. 그간 알고 지낸 김영신 팀장의 행보를 보면 역시 일중독자다운 답변이다.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주인의식이 발휘되는 것은 늘 현재의 사랑 아니겠는가. 하지만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자가발전은 필수

공연장 운영은 시설관리와 관객의 편의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일차적으로는 관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 업무가 기본이지만, 공연장의 또 다른 이용자인 배우와 뮤지션을 비롯한 아티스트 그룹, 백업크루(backup crew, 지원 스태프)인 스태프에 대한 서비스 제공도 중요하다. 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공연물의 완성도가 달라지기 때문. 또한 이런 유기적인 과정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민간 영역에서 결과치로 계량화되어 보여주는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가 기업의 수익 창출과 이미지에 곧바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인터파크 그룹 계열의 ㈜인터파크씨어터가 공연장을 운영하면서 기획하는 관객 서비스와 마케팅 전략 들은 공공극장 또는 여타의 공연장과는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적어도 공연장 서비스만 놓고 보면, 상당수 공연장에서도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아직 이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실행하는 경우는 제한적이다. 우선 하우스매니저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이해와 대우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품위 있는 유니폼과 상냥한 미소로 대변되는 고객 응대의 기술적 접근이 서비스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업무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하나의 덩어리로서 관객을 지칭하나 공연장에서 만나게 되는 관객은 하나하나의 개인으로서 만나게 된다. 극장 방문이 처음인 관객부터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가진 관객도 상당하다. 같은 공연을 22번 보는 관객도 있다. 매 공연 때마다 이러한 관객이 같은 공연장 안에서 시ㆍ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대해 파악해야 공연장의 분위기를 최적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루스퀘어에서는 뮤지컬 공연이 많다 보니 공연장 음향 상태에 대한 고객 문의가 많다. 이럴 때는 음향감독이 직접 고객을 만나 공연장의 음향 상태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앞으로 점점 이처럼 수준 높은 관객이 많아질 것이고, 공연장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 역시 높아질 것이다.

▲ 한남동 블루스퀘어 안에 위치한 뮤지컬 전문매장 ‘드레스서클’ ▲▲ ‘드레스서클’ 내부

▲ 한남동 블루스퀘어 안에 위치한 뮤지컬 전문매장 ‘드레스서클’
▲▲ ‘드레스서클’ 내부(사진제공_블루스퀘어)

하지만 나는 공연장을 이용하는 관객도 관객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시장에서 강조되는 &lsquo;소비자는 왕&rsquo;이라는 식의 구조는 극장 문화를 왜곡시킬 수 있다. 매 공연 때마다 느껴지는 공연장 분위기는 관객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용자 스스로가 즐길 수 있는 공연장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나는 &lsquo;서비스가 필요 없는 공연장이 되기를&rsquo; 바란다. 공연장 문화가 자연스러운 일상의 놀이 형태로 자리해 나간다면 관객 스스로가 공연장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지난 <위키드> 공연 때 관객을 대상으로 드레스코드 이벤트를 열었는데, 그야말로 재미난 발상과 행동력을 갖춘 관객이 참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분위기의 공연장 문화를 가늠하게 했다. 가슴 뛰는 일 아닌가.&rdquo;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공연장에 관객이 모이는 것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뛴다는 김영신 운영팀장. 그는 공연장 서비스 업무에 대한 직업적 매력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직원만족도라고 덧붙인다. 어찌됐든 서비스 업무를 두고 &ldquo;받을 생각 말고 주는 데 익숙한, 자가발전이 필수&rdquo;라고 말하는 그가 중간관리자로서 직원만족도를 언급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직장이라는 조직 내에서 직원들에 대한 동기부여 체계가 합리적이고 타당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고서야 감히(?) 직원들의 만족도를 궁금해 할 수 있을까. 만약 공연계 꿈의 직장으로 블루스퀘어가 확고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 이것은 충분히 박수 칠 만한 일이다.

물론 한편으로 대기업 공연시장 진출에 대해 공연계의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이에 대한 반작용과 부작용의 폐해에 대한 염려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이나 개인,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어떤 공연장이든 극장은 한 사회의 공공재로서의 역할과 가치를 가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공연장 운영이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든 아니든 간에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이 차라리 좀 더 과감한 투자와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 몫을 발휘했으면 한다.

김영신 / 김영신은 극단미추 마케팅담당(2001), 모다페 홍보팀장(2002), 아르코예술극장 매니저(2003~2008), 사랑티켓 고객지원센터 매니저(2008~2011)를 거쳐 현재 한남동 블루스퀘어 공연장 운영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극장운영과 문화예술 분야 고객서비스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문화예술기관 고객서비스 실무서』, 『하우스매니저 실무』,『장애인 고객응대 매뉴얼』,『공연장 안전관리론』등이 있다. 이메일극단미추모다페사랑티켓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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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원 필자소개
염혜원은 연극을 공부했고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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