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극장에서 예술가와 관객의 자리는 무대와 객석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극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사람들이 좀 더 친근하게 극장을 드나들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고안하거나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예술가 새로운 작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극장은 공연예술생태계의 거점이자 사회적 소통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weekly@예술경영]은  월간 고양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월간 [누리]와 공동기획으로 공연예술생태계의 거점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가는 극장의 운영사례를 싣는다./ 편집자 주

극장 시설 활용이나 각종 주민 프로그램에는 무대예술은 생활의 일부이며 특별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자 코엔지'에 참여하는 많은 연극인들의 생각이 담겨있다. 지역주민의 한사람으로서 문화예술을 함께 나누자는 스기나미구에 거주하는 연극인들의 지역 사랑도 느껴진다.

동경도 서쪽에 위치한 스기나미구(杉並區)는 인구 약 54만 명, 면적 평방 34.02km로 동경에 있는 23개 구 중에서 인구로는 6번째, 면적으로는 8번째로 큰 지역이다. 1991년에는 서울특별시 서초구와 우호도시협정을 체결해서 서로 교류도 하고 있다. 고엔지(高圓寺)는 스기나미구에서도 문화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라이브 하우스 등 젊은이들의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집중되어 있고, 일본 3대 ‘본오도리’1)라 불리는 전통춤 아와오도리(阿波おどり)의 메카이기도 하다. 매년 8월 마지막 주말에 개최되는 ‘고엔지 아와오도리’2) 축제에는 120만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또 주변에는 유래 깊은 사찰과 자연이 많이 남아있다. 도심이면서도 고요하고 살기 편한 스기나미구에는 많은 예술가, 연극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자 코엔지(座&bull;高圓寺)>

소 재 지

동경 스기나미구 고엔지 키타2‐1‐2

연 락 처

TEL 03‐3223‐7500 / FAX 03‐3223‐7501

홈페이지

http://www.za-koenji.jp

극장 시설

자 고엔지1 (소극장 233석) ‐ 연극, 무용 전용극장

자 고엔지2 (소극장 256‐298석) &ndash; 주민들의 무대 발표를 위한 극장

아와오도리 홀 &ndash; 아와오도리 전용 공간

서고 &ndash; 일본극작가협회와 제휴하여 약 500작품의 희곡을 수집

카페 &ndash; 희곡, 어린이 책 등의 낭독공연으로도 사용 가능



연극인들이 운영하는 지역극장, &lsquo;자 코엔지&rsquo;

스기나미예술회관인 '자 코엔지'의 전경2009년 5월이면 스기나미구 고엔지에는 스기나미예술회관 &lsquo;자 코엔지(ZA-KOENJI Public Theatre)&rsquo;가 개관한다. &lsquo;자 코엔지&rsquo;는 개관을 앞두고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개관 준비과정에 극작가 연출가 단체 및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극작가협회 (회장 사카테 요우지), 사이토 린(극작가), 베쓰야쿠 미노루(극작가), 스즈키 사토시 (극작가/연출가), 마기노 노조미(극작가/연출가), 고우가미 쇼지(극작가/연출가), 이노우에 히사시(극작가), 와타나베 에리(극작가/연출가/배우), 와타나베 미시코(배우) 등 스기나미구에 거주하고 있는 연극인들이 비영리법인 &lsquo;극장창조 네트워크&rsquo; (CTN, 이사장/사이토 린)를 결성하여 극장운영과 프로자 코엔지 로비그램에 대한 논의를 구청 담당자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해왔다. 그 결과 극장장에는 극작가 사이토 린, 예술감독에는 &lsquo;세타가야 퍼블릭 시어터&rsquo; 예술감독을 오래 동안 맡아온 연출가 사토 마코토가 선정되었다. &lsquo;극장창조 네트워크&rsquo;는 지정관리자3)로 극장관리와 운영을 맡게 되었고 일본극작가협회도 극장 파트너로 참여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일본을 대표하는 쟁쟁한 연극인들이 대거 극장 운영에 참여하게 된 셈이다.

연극인들이 결성한 문화 비영리조직이 극장을 관리 운영하는 &lsquo;자 코엔지&rsquo;의 사례는 일본에서는 처음이라 공공극장 운영의 새로운 모델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lsquo;자 코엔지&rsquo;는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예술성과 개성을 가진 작품을 올리는 등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활성화 하는 극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차세대 무대예술가의 인큐베이터, &lsquo;극장창조 아카데미&rsquo;

자 코엔지 객석

<자 코엔지>의 또 하나의 특징은 동경가쿠게이대학(東京學藝大學), 릿쿄대학(立敎大學), 가쿠슈인대학(學習院大學) 등의 교육기관과 공공문화시설과 공동으로 극장관련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차세대 인재를 본격적으로 육성해가는 점이다. 연출, 배우, 무대미술, 조명 등은 물론 문화예술 비영리활동가, 연구자 지망생들이 극장이라는 실천적인 공간에서 무대예술의 기초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lsquo;극장창조 아카데미&rsquo;는 기초 코스와 전문 코스 등 2년제로 운영된다. 전문 코스에서는 연기, 무대연출, 극장환경의 3분야로 나눠 수강생이 지망하는 분야에 대해 전문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오프닝 공연 일인근<화장> 배우 와타나베 미사코또 1991년부터 일본극작가협회가 개최해온 &lsquo;희곡 세미나&rsquo;도 앞으로 &lsquo;자 코엔지&rsquo;로 자리를 옮긴다. &lsquo;희곡 세미나&rsquo;는 극작가 지망생을 비롯해서 취미로 희곡을 쓰고 싶은 아마추어 작가까지 희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1년 코스로 현재 연극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극작가들에게서 다양한 극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 수 있다. 이 세미나를 통해 데뷔한 극작가가 있는 등 그동안 큰 성과를 올린 중요한 세미나이다.

연극 분야 전반에 대한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공공극장도 일본에서는 처음이다. 몇 년 후에는 여기서 일본현대연극을 포괄적으로 이끌어가는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라 기대가 크다.


지역에 밀착한 문화의 광장

고엔지 아와오도리

그렇다고 <자 코엔지>가 전문성만을 추구하는 예술가 중심 극장은 아니다. &lsquo;극장은 거리의 광장이다&rsquo;를 기본 컨셉트로 하여 어른이든 어린이든, 연극을 보고 싶은 사람이든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든, 문화나 예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든, 목적이 있든 없든 지역 주민들이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열린 극장을 지향하고 있으며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향은 극장 시설에도 반영되고 있다. 그 시설 중 하나가 지역 주민들의 문화활동(연극, 무용, 음악 등)과 성과 발표회, 문화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강연회 등에 우선적으로 사용되는 소극장 <자 코엔지 2 >(256-298
고엔지 아와오도리석) 이다. 또 하나는 고엔지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lsquo;고엔지 아와오도리&rsquo;의 연습과 보급사업에 주로 사용되는 아와오도리 홀이다.

그 외에도 극장 카페에서 열리는 어린이에게 직접 배우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낭독회, 근교 초중등학교를 방문에서 실시되는 연극 워크숍 등 다양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들이 준비되고 있다.

극장 시설 활용이나 각종 주민 프로그램에는 무대예술은 생활의 일부이며 특별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lsquo;자 코엔지&rsquo;에 참여하는 많은 연극인들의 이 극장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화예술을 함께 나누자는 스기나미구에 거주하는 연극인들의 지역 사랑도 느껴진다.

지역 주민들을 주역으로 하는 극장 만들기는 관객동원에 고심하는 무대예술계에 있어서 새로운 관객을 꾸준히 창출해가는 길이기도 한다. 극장이나 무대에 친근감을 느끼면 무대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lsquo;자 코엔지&rsquo;는 연극인들이 직접 운영에 참여하면서 수준이 높은 무대예술을 추구하는 전문성과 지역 주민들이 직접 문화예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아마추어성, 그 양쪽을 최대한 융합시켜 무대예술을 더욱 보편화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도가 앞으로 일본 공공극장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떤 새로운 성과를 올릴지 기대가 된다.


주민들의 극장 투어로 시작되는 개관 행사

스기나미 제8초등학교 워크숍 공연 <도로시에서 온 편지> 연습장면(위) 미나미아소에서 개최된 <그림책 카니벌>(아래)

마지막으로 &lsquo;자 코엔지&rsquo; 오프닝 사업을 소개한다. 오프닝 행사에는 이 극장에 대한 컨셉트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극장 관계자와 스텝들은 오프닝 행사를 어떤 성격으로 구성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유명한 연극인들을 초대한다거나 해외에서 공연단체를 초청하여 크고 화려한 오프닝 행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lsquo;자 고엔지&rsquo;는 지역 주민 중심의 극장이라는 생각 아래, 극장 오프닝 프리 행사 (2009년3월)에서는 건물을 설계한 설계자의 이야기를 듣거나 극장 안을 구경하는 투어 등 극장과 건물을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2009년 5월부터 시작하는 오프닝 행사에서는 주민들이 무대예술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거리 퍼포먼스와 긴 세월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왔던 일인극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결정했다.

&lsquo;자 코엔지&rsquo;의 예술감독인 사토 마코토씨는 &ldquo;일반 사람들에게는 극장은 도서관이나 미술관에 비해 아주 한정된 조건 속에서 한정된 사람만이 사용하는 시설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걸 깨뜨리고 무대예술에 대한 이해를 얻지 않으면 &lsquo;자 코엔지&rsquo;의 존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rdquo;라고 말했다.


[자 코엔지 프리 행사 / 2009년3월] [&lsquo;자 코엔지&rsquo; 개관 행사 / 2009년 5월~10월]

성격

제목

연극 렉처

<프랑스 론 보완 극장 심포지움

- 극작가가 운영하는 극장>

워크숍 발표

스키나미 제8초등학교
<뮤지컬 도로시에서 온 편지>

음악회

<일본 필하모니 교향악단 현악사중주>

강연회

<설계자 이토 토요오 &ndash;
자 코엔지를 말한다>

극장 투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극장
건축탐험>

낭독공연

<연극 조르즈>

성격

제목

미술&거리 퍼포먼스

<여행하는 그림책 카니벌>

연극 일인극

<화장(化粧)>

뮤지컬

URINETOWN〉

연극

〈TAGTAS(Trans-Avant-Garde
Theater Association) 결성
프로젝트〉

연극

<세계를 보자>

연극

<하샤 바이>

전통

동경 고엔지 아와오도리

연극

<여행과 그놈과 공주님>


1. 본오도리 (盆踊り) : 추석 때 쯤, 밤에 많은 남녀들이 모여서 추는 윤무. 본래는 정령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였음.
2. 아와오도리(阿波おどり) : 아와오도리는 도쿠시마(德島)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하는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전통춤.
3. 지정관리자 (指定管理者) : 공공시설의 관리 및 운영은 공공단체과 그 외곽단체가 맡아왔었는데 2003년에 실시된 지방자치법의 일부 개정으로 주식회사를 비롯한 영리기업, 재단법인, 비영리법인, 시민 그룹 등 법인 및 그 이외의 민간 단체에게 포괄적으로 대행하는 지정관리자제도가 생겼다. 이것은 시설 서비스의 향상과 시설운영경비 삭감에 기여하고 있으며 많은 공공시설들이 이 지정관리자 제도를 도입하여 지정관리자를 두고 있다. 이것으로 인해 지방 및 지역마다의 조건과 특색을 살려 운영되는 문화시설들이 많아졌다.


기무라 노리코

필자소개
기무라 노리코는 프리랜서로 연극 및 무용의 한일간 교류를 위한 코디네이터이자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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