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2013년 10월 8일 오후 6시/장  소: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

2013서울아트마켓(PAMS)에 45여 개국 250여 명의 해외 인사가 방문했으며, 올해의 지역 포커스는 &lsquo;아시아&lsquo;였다. 서울아트마켓을 방문한 빅 그룹 중 하나를 꼽자면 말레이시아 인사들이다. 이번 해외쇼케이스에서 말레이시아 국립문화예술무용단(The National Department of Culture and Arts Dancers)과 아스와라 무용단(ASWARA Dance Company)의 공동 작품인 <말레이시아 퓨전>이 소개되었고, &lsquo;다양한 문화의 공존-말레이시아의 공연예술&rsquo;이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열리기도 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의 중심 국가 중 하나로, 다양한 문화적 전통과 경제적 발전 속에서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고, 또한 사회 갈등 속에서도 예술적 씨앗들이 자생적으로 움트고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국가의 공적인 지원체계가 조성되기 시작했으며, 이와 함께 국제무대로의 진출도 모색하며 관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번 서울아트마켓 참가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의 해외 진출에 정력적인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공연예술에이전시(My Performing Arts Agency, 이하 MYPAA)의 창립자 이잔 사트리나 모드 살레후딘(Izan Satrina Mohd Sallehuddin)을 만나 그녀의 활동과 말레이시아의 공연예술 현황 등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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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와 기업, 정부 사이에 다리 놓아

무용을 전공한 이잔 사트리나는 20대 중반까지 무용수로 활동했다. 무용을 그만둔 후 회계학을 공부했고, 회사에 취직하여 마케팅과 브랜딩 업무를 담당했으며, 싱가포르 투어리즘 보드(Singapore Tourism Board)에서도 6년간 일했다. 이후 그녀는 다시 예술계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뒤 말레이시아로 돌아와 뮤지컬, 음악 콘서트, 예술교육 과정 등의 기획자로 일했다. 출산과 양육을 위한 휴지기를 거친 그녀는 말레이시아의 예술환경 조성과 발전을 위해 일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MYPAA를 설립하게 되었다.

&ldquo;무용을 그만두고 회계학을 공부할 때도 아트매니저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회계사인 부모님의 권유로 회계학을 공부하면서도 무용수로 돌아갈 생각을 항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숫자에 밝은 성향을 가졌고, 우리 단체는 마케팅과 행정에 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협력하는 예술가들은 더욱 창작에만 몰두할 수 있다."

▲‘로열 아츠 갈라’ 무대에 초청된 말레이시아 태생인 영화배우 양자경 ▲▲‘우리들의 창조적인 예술 카니발’에 열린 공연 ▲▲▲‘보락 아츠 시리즈’의 객석 모습

▲&lsquo;로열 아츠 갈라&rsquo; 무대에 초청된
말레이시아 태생인 영화배우 양자경
▲▲&lsquo;우리들의 창조적인 예술 카니발&rsquo;에 열린 공연
▲▲▲&lsquo;보락 아츠 시리즈&rsquo;의 객석 모습

MYPAA는 말레이시아 공연예술 발전을 위한 환경 조성과 국제무대로의 진출을 지원하는 민간 예술단체(에이전시)이다. 그러나 영리 사업 영역에 머물지 않고, 공적인 성격의 사업들을 망라하여 수행하고 있다. 단체의 미션은 &ldquo;말레이시아의 공연예술 환경을 조성하고, 국제무대에서 말레이시아 예술가들이 더 조명되도록 노력하는 것&rdquo;이라고 이잔 사트리나는 설명한다. 지난해 5월 설립되었으니 짧은 기간에 많은 활동을 해왔을까 싶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설립 이후의 주요 사업은 예술 후원을 위한 모금행사인 &lsquo;로열아츠갈라(The Royal Arts Gala)&rsquo;, 전국 예술축제의 형식을 띠는 &lsquo;우리들의 창조적인 예술 카니발(Karnival Seni Kreatif Kita)&rsquo;, 예술 담론을 일으키기 위한 컨퍼런스인 &lsquo;보락아츠시리즈(Borak Arts Series)&rsquo; 등이고, 국제 교류의 매개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lsquo;로열 아츠 갈라&rsquo;는 사회 저명인사와 기업인을 초청하여 갈라 형식으로 예술작품을 선보이고, 이들의 후원금을 모금하는 행사다. 첫해인 작년 갈라쇼의 테이블 판매, 물품 경매 등으로 76만 링깃(한화 약 2억6천만 원)를 모금했다. 모금된 기금은 31개 현장 예술단체에 상금으로 수여한 것으로 일종의 공공 기금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2013년 11월에 2회 행사가 말레이시아 왕궁(Istana Negara)에서 왕비의 후원으로 열린다. 주로 뮤지컬, 연극, 무용, 음악 분야의 예술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lsquo;로열 아츠 갈라&rsquo;의 또 다른 목적은 말레이시아의 예술과 예술가들을 정리하는 것인데, 이를 발전시켜 앞으로 말레이시아 예술에 대한 온라인 정보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lsquo;우리들의 창조적인 예술 카니발&rsquo;은 &ldquo;당신 자신의 축제(Your Own Arts Carnival)&rdquo;라는 의미의 전국 단위 페스티벌이다. 말레이시아는 13개 주, 3개 연방직할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국적인 예술 플랫폼으로서 매년 하나의 주를 선정하여 그곳에서 예술축제를 개최하고, 다음 해에는 또 다른 주로 축제를 옮겨가며 개최한다. 말레이시아에는 &lsquo;조지타운페스티벌(George Town Festival)&rsquo;&lsquo;레인포레스트월드뮤직페스티벌(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RWMF)&rsquo;과 같은 국제적인 명성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지만, 예술 인프라는 주로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집중되어 있다. 쿠알라룸푸르와 페낭 등의 도시를 벗어나면 주민들이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lsquo;당신 자신의 축제&lsquo;는 혜택의 범위를 넓혀 지역사회에 예술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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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션은 말레이시아의 공연예술 환경 조성

"우리가 하는 일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많이 닮아 있다. 차이라면 우리는 민간이라는 것. 우리는 예술계와 기업, 정부 기관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서로의 이해를 높여 각각의 세 주체들이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있어 다리 역할을 한다. 정부 관계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접근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우리가 제안하고 추진한 이러한 플랫폼들은 정부가 입양, 즉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로 채택하고 있다.&rdquo;그녀는 스스로 자신은 숫자에 밝고 사람 만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벌이는 활동은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번 서울아트마켓에 정부 측 인사들을 데려온 이유도 그녀의 많은 사업이 앞으로도 정부와의 긴밀한 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ldquo;말레이시아에는 아직 보이지 않는 문화적 검열의 작용이 일어난다. 종교, 젠더, 섹스, 동성애, 인종 문제 등은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주제의 예술 작품들은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후원으로부터 외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 문화계를 상대로 활동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느끼는 어려움은 없다. 말레이시아는 점차 문화적으로 열린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예술을 이야기할 때 문화, 민속, 예술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말레이반도와 보르네오 섬의 13개 주, 3개 연방 직할구의 각 마을마다 풍부한 문화적 자원들이 산재해 있고, 이것은 곧 말레이시아의 예술적 자산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말레이시아의 전통예술극 &lsquo;막용(Makyong)&rsquo;과 함께, 현대예술도 상당히 발전하고 있으며 성장세에 있다."말레이시아는 무용과 음악이 강하다. 아직 국제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단계이기 때문에 실험적 공연보다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작품과 예술가를 중심으로 소개하려한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국제교류에 있어 한국은 그 첫 번째 교류 대상군에 속해 있다고 말한다. 2011년 국제공연예술협회(International Spa Association, ISPA) 서울총회 참가, 보락 아츠 시리즈로의 초대, 그리고 다시 서울아트마켓으로 그 만남이 이어지고 있다. 그녀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 중 하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한-말레이시아 커넥션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다. 커넥션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교류를 설정해 나갈 예정이며, 한국의 축제들이 말레이시아의 작품들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MYPAA가 말레이시아 공연 예술계와 정부, 기업 사이의 가교가 되었듯이, 그녀의 활동을 통해 말레이시아가 한층 우리 공연예술계와 가까워질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이잔 사트리나 모드 살레후딘(Izan Satrina Mohd Sallehuddin) /이잔 사트리나는 20대 중반까지 무용수로 활동한 후, 회계학을 공부했고, 마케팅과 브랜딩 관련 업무 경력을 갖고 있다. 이후 다시 예술계로 돌아와 뮤지컬, 음악 콘서트, 예술교육 등의 기획자로 일했다. 2012년 그녀는 말레이시아의 예술환경 조성과 발전을 위해 일해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MYPAA를 설립하게 되었다.

장소제공_문화역서울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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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주 필자소개
유병진은서울프린지네트워크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다. 현재 한국공연예술 국제교류 플랫폼 [더아프로(theApro)]객원 에디터와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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