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2013년 10월 18일 오전 10시 30분 / 장    소│ 스타벅스 대학로 홍대점 한때 국악의 대중화를 외치며 밴드를 모방한 ‘퓨전’ 팀 일색이던 창작국악계가 어느덧 탄탄한 실력과 개성 넘치는 젊은 연주 팀들 중심으로 그 지형이 바뀌고 있다. 그간 각 대륙의 다양한 월드뮤직시장과 페스티벌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는 노력들이 이제 하나 둘 알토란같은 결실을 맺으며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10월 초는 수많은 축제들로 전국이 들썩였다. 전통예술 분야 또한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 ‘전주세계소리축제’,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북촌우리음악축제’ 등 곳곳의 무대에서 어느 때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보편적 예술성과 고유의 독창성을 갖추고 세계를 향한 도약을 꿈꾸는 전통예술의 젊은 예술가, 기획자들의 약진이 기대되는 요즘이다. 떠들썩했던 국내 축제 일정들이 얼추 마무리되던 어느 날, 거문고팩토리의 국제교류를 맡고 있는 젊은 기획자 이수진을 만났다. 햇살이 눈부신 맑은 가을 상쾌한 오전,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한 후배와 싱그러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고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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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랭골렌 국제 음악 페스티벌
(Llangollen International Musical Eisteddfod)
의 무대에선 전통연희단 청배.
청배는 이 페스티벌의 민속음악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덴마크 로스킬데 페스티벌에 참여한
거문고팩토리의 공연 모습

전통예술, 알면 알수록 역동적이고 새로운 부분이 많아


김진이 거문고팩토리나 수진 씨에 대해 많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전통음악 전공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어떤 인연으로 전통음악 기획을 하게 되었나? 낯선 분야, 척박한 환경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후회는 없나?

이수진 "대학에서는 그리스어를 전공했다. 우연한 기회에 PAMS에서 청배(Cheongbae) 팀 일을 돕게 되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전통음악, 공연 기획과 인연을 맺었다. 현재는 거문고팩토리(Geomungo Factory)의 국제교류를 책임지고 있다. 올 3월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전문사 과정에 입학하여 극장경영을 공부하고 있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공연에 대한 매력을 더욱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모르는 분야라 어려울 것이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경험을 할수록 공연이 정말 재밌고, 알면 알수록 역동적이고 새로운 부분이 많다. 전통 분야나 민속음악 등은 깊이가 있고, 거문고팩토리를 맡으면서는 기악 쪽에도 너무나 많은 매력이 느껴져 푹 빠져 있다.

김진이 전통음악은 내용 면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전통예술 콘텐츠의 매력은 무엇이며, 세계시장에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수진 처음에는 전통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의 국악이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함께 일하는 친구들이 젊어서 기존 전통의 원형을 재현한 것보다 창작을 통해 실험하는 것을 추구한다. 국악의 역사나 악기를 몰랐기에 개인 과외를 받았다. 개인적으로 연구자분들에게 개론, 통사 등의 이론 레슨을 받기도 하고, 토속 민요나 무속음악, 민속학, 장단 등을 깊이 있게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사실 전통 분야는 국제교류에 있어서 큰 장점을 가진다. 거문고팩토리만 해도 거문고가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진 악기이고, 음악적으로도 가장 베이스가 되는 악기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어떻게 발전시키는가는 젊은 국악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와 전통을 잘 살리면서 현재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 거문고팩토리가 가야 할 길이다. 가장 현대적이면서 전통적인 것이 얼마나 큰 무기인가. 그것이 월드음악시장에서 거문고팩토리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거문고팩토리는 해외 작업이 많고 국제교류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대학원에서 국제교류 관련 논문을 많이 읽어보려 한다.


김진이 또래 아티스트들과 함께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활동하고 있으니 한참 고무되어 일할 것 같다. 실제 활동에서도 기대한 만큼의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가?

이수진 베뉴(venue)마다 다르겠지만 올해는 영국에서 열린 ‘K-뮤직페스티벌(K-Music Festival 2013)’에 참가했는데 거문고팩토리가 최고 평점을 받았다. 가장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인 음악이라는 평을 받았고, 월드음악시장에서 ‘혁신’적이라는 인상을 전해준 듯하다. 거문고의 원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롭게 거문고를 변형하여 악기를 만들고, 스스로 창작하여 음악을 연주는 면들이 거문고에 대한 자연스러운 발전이며 혁신이라고 보는 것 같다. 영국 신문 [이브닝 스탠더드(London Evening Standard)] 에 좋은 평이 실린 후 유럽에서 입소문이 돌았다. 영국을 다녀온 후, 덴마크 ‘로스킬데 페스티벌(Roskilde Festival)’스웨덴 ‘말뫼 페스티벌(the Malmo Festival)’,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루츠 페스티벌(Amsterdam Roots Festival)’ 등 북유럽 3개국을 투어하면서 계속 좋은 반응을 얻으며 관객들과 만났다. 그런 성과만큼 무척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작년에는 내가 직접 거문고팩토리의 일을 맡지는 않았지만 워멕스(WOMEX)에서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올해 다시 영국 무대를 계기로 좋은 성과가 있어서 멤버들도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다음 주 프로모션 차 워멕스에 간다. 그곳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겠지만, PAMS 때 많은 축제 기획자들을 만나 내년 미국과 동유럽, 캐나다 투어를 계획했다. 올 연말이 되어야 확정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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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분야, 예술경영인과 기획자에 대한 인식 부족해


김진이 전통예술 콘텐츠가 사람들의 주목도 많고 지원도 많지만 상품으로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분야다. 겉에서 보는 활발한 활동과는 별개로 실제 예술가들이 생활하고 창작을 지속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것들을 극복할 만한 어떤 전망과 비전을 갖고 있나?

이수진 사실 그런 어려움은 순수예술계의 전반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월드뮤직시장은 음반과 공연시장이다. 우리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고, 더불어 우리나라 월드음악 시장이나 월드뮤직 페스티벌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다. 그 규모가 반드시 시장의 활성화와 연관되어 있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꾸준한 성장세가 있다고 본다. 사실 대중음악처럼 폭발적 수요는 없지만, 방송 같은 미디어 플랫폼을 개선해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국악이 방송 프로그램이나 광고, 뮤지컬의 소재나 베이스로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처럼 상업시장에도 자주 노출하는 기회를 만들어야한다. 전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것 같고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김진이 예술가와 소통하는 것이 어렵지 않나. 거문고팩토리의 팀원들과 주로 어떤 얘기를 나누는가.

이수진 멤버들과 꾸준히 이야기한다. 모르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프로모션에서 어떤 것에 대해 어필하면 좋을지를 서로 체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거문고팩토리의 멤버들은 친근하고 오픈마인드라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물론 때때로 갈등도 있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비교적 잘 통하는 편이다. 공연을 해외시장에 소개하거나 투어를 잡을 경우 해외 프리젠터들을 위주로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음악적 깊이를 이야기하기보다 축제에서 어떻게 홍보하고 어떤 하이라이트가 좋을지 등 기획과 퍼포먼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쇼케이스나 콘서트를 하고 나서 음악적으로 알고 싶다는 음악 전문가와 이야기할 때는 음악적 깊이의 한계를 느끼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할 땐 최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김진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시장 환경에 있어 아쉬운 점이나 정책적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점과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이수진 국악 분야에서는 예술경영, 기획자에 대한 인식이나 교육이 부족한 것 같다. 국악중․고등학교에서 실기나 이론 위주로 교육을 한다. 하지만 이 친구들이 전통예술의 좋은 기획자나 경영인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와 관련한 교육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전통예술을 공부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기획 일도 좋은 진로 방향인 것 같은데 어디서부터 공부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많다. 전통 음악교육 과정 중 예술경영 기획이 개설돼서 일찍부터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영어를 예로 들면,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영문과, 통역과, 영미지역학 등 여러 분과학문으로 나뉘어 있고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 미리 정보를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통예술 분야 또한 기획과 교육에도 전문적인 요소가 필요할 것이다.

지역문화 발전에 힘쓰는 프로듀서로 성장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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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 현재 거문고팩토리의 일 외에 개인적으로 ‘이수진’이란 프로듀서가 추구하는 욕심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을 구현하고 싶은가?

이수진 사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내가 거문고팩토리와 일하게 될 줄 몰랐다. 계획에도 없었고 ‘대학원에 집중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인연도 있었고 운도 좋은 것 같다. 일단 내년에 논문을 써야 한다. 국제교류와 관련된 논문으로 해외마켓을 중점으로 하기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굳이 장기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지역문화 발전에 힘쓰고 싶다. 현재 서울과 지역의 문화 불균형이 심각한 것 같다. 고등학교 때까지 대전에서 살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지역문화 발전에 힘쓰는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김진이 기획자로서 혹은 사회인으로서 지키고자 하는 철칙이나 좌우명이 있나?

이수진 큰 것들은 아니다. 첫째, 말을 한 것은 바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자에게는 당연하고 보편적인 원칙이겠지만 무엇보다 빈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자료 보내줄게’나 ‘나중에 얘기하자’처럼 가볍게 한 말에도 반드시 책임을 지려 한다. 또한 일처리를 바로바로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루지 않고 바로 처리하는 게 제일 정확한 방법이다. 시간도 당연히 정확히 지켜야 한다. 평소에는 털털한 편이지만 일에서는 정확하고 예민하게 임하려 한다. 그리고 과대 포장은 하지 않는 편이다. 거문고팩토리는 가장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이라 홍보한다. 워멕스에 선정되었을 때 등과 같은 소식은 굵직한 뉴스로, 음악 전문 기획사인 시리어스(Serious)와 함께 작업한 것 등은 간략하게 홍보하는 편이다. 길면 훑어보지 않기에 핵심만 말한다. 다행인 것은 내가 잘 포장한 것은 아니고, 거문고팩토리가 우수하기 때문에 연결만 잘 해주면 홍보가 잘 되는 것 같다. 나의 역할보다는 거문고팩토리가 우수한 팀이다.

김진이 국제교류 전문가가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수진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앞으로 집중하고 싶은 부분인데, 단체의 리서치라든지 목표 설정 등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국제교류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 있다면 ‘왜 국제교류를 하고 싶으며, 어느 권역에 나가고 싶고, 어느 단체와 일하고 싶은지’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사전에 청사진을 디테일하게 세울수록 일할 때 좌절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덜하며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또한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단체에 대한 뚜렷한 목표 설정 등은 사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다.

김진이 [weekly@예술경영]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이수진 전통예술에 기반을 둔 예술활동들이 분명 장기적으로도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느릴 뿐이지 젊은 예술가들의 세대가 달라진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창작 콘텐츠로 해외에 나갔을 때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업무다. 국제교류 전문 기획자들이 자리에 설 수 없는 이유는 전통예술 분야에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해외시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데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가벼운 인식이 문제다. 단순히 영어만 잘하는 투어 매니저로서의 기획자가 아니라, 국제교류를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동료들이 생겼으면 한다. 사례가 적어서 그냥 몸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나는 분명 단순히 영어 강사를 할 때보다 훨씬 더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돈은 조금 덜 벌지만 삶의 가치기준에서 돈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눈에 띄는 통신사 CF가 있다. 아름다운 자태와 구성진 목소리로 민요를 부르는 예쁘장한 소녀, 시선을 붙잡는 화면 속 그녀의 이름 옆에는 ‘국악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국악인?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국악인의 범위와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포털 사이트 속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외) 설명에는 “국악인은 전통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가야금, 해금 등의 국악기를 연주하거나 판소리, 민요 등을 부른다”며 국악연주가, 국악성악가, 국악작곡가 및 편곡가, 국악이론가, 전통예능인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아직 국악기획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국악’,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악인이 촌스럽고 고루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많은 국악인들은 누구보다도 진취적이고 개방적이며, 어느 분야 예술인보다 앞장서서 미래의 문화예술을 이끌고자 열심히 뛰고 있다. 전통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이수진. 그녀는 상쾌한 박하향이 나는 국악인이 되고 있는 중 아닐까?

사진촬영_조석환

이수진/이수진은 한국음악단체의 공연을 기획하고 해외와 교류하는 국제교류 프로듀서이다. 이전에 한국공연예술단체 청배의 공연기획팀장으로 3년간 재직한 바 있으며, 올 3월 종려나무프로덕션을 설립하여 창작연희 아티스트 양보나의 도로시난장굿을 기획하였고, 현재는 거문고팩토리(Geomungo Factory)의 국내외 공연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소개/[weekly@예술경영] 편집위원. 김진이는 가야금을 전공한 후 TBS, 아리랑TV, EBS, K-TV, KBS 등 국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했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문화기획통(Tong Productions)의 대표로서 전통 음악 공연의 기획 및 제작, 연출을 하고 있다. 언제나 다양한 무대를 통해 많은 아티스트들과 만나 새로운 공연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필자소개
[weekly@예술경영] 편집위원. 김진이는 가야금을 전공한 후 TBS, 아리랑TV, EBS, K-TV, KBS 등 국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성작가로 활동했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문화기획통(Tong Productions)의 대표로서 전통 음악 공연의 기획 및 제작, 연출을 하고 있다. 언제나 다양한 무대를 통해 많은 아티스트들과 만나 새로운 공연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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