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리예술센터 창립총회> 현장한국거리예술센터 창립총회가 지난 2월 2일과 3일 경기도 용인에서 진행되었다. 1월 초 총회준비 당시 약 30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준비했지만 갑작스런 인원증가로 두 차례나 장소를 옮겼고 결국 최종 결정된 총회장소도 100여 명을 수용하기엔 다소 버거운 감이 있었다. 이 날의 행사는 발제와 토론, 분임토의, 총회, 임원선출, 분임토의 결과발표 등의 순서로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은 크게 창작자와 기획자로 나뉜다. 국내에 거리예술이란 개념을 현재까지 오게 한데에 비록 동기와 목표는 조금씩 다르더라도 거리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소수 창작단체들의 노력과 축제를 비롯한 기획부분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 크고 작은 거리예술 축제의 증가, 젊고 실험적인 거리예술단체들의 지속적인 활동 등 예술장르로서의 거리예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예술계 내부에서 증폭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강의 개설 등 학문적인 접근도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추세이다. 무엇보다도 기존 예술과 차별화된 관객과 예술가들의 민주적인 관계, 야외 공간의 특성, 다원예술 성향 등 거리예술의 특징이 빚어낸 새로운 미학에 매료된 예술가 및 관객들의 관심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도시문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거리예술이 주목되고 있다.


관객과의 민주적 관계,야외공간,다원예술
거리예술에 대한 관심 증가

한국거리예술센터는 2006년 소수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발족한 한국거리극연구소가 발전적으로 해체, 재조직된 단체이다. 한국거리극연구소는 지난 2년간 세미나, 워크숍, 웹진 발간 등 주로 과천한마당축제와 연계하여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거리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해 가을부터 센터설립에 대한 욕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몇몇 전문가들이 수차례의 사전 준비모임을 가졌다.

이날의 총회는 「거리예술의 유형분석」이란 주제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본 발제는 프랑스 거리예술진흥협회(Horslesmurs)가 2006년에 제작한 거리예술 DVD영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발제문에서는 거리예술을 8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거리예술이 어떤 표현형식을 보여주는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총회 전에 다소 딱딱한 자리를 마련한 목적은 참석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거리예술에 대한 다양한 접근개념을 풀어 놓기 위해서였다. 즉 거리예술을 단순화시켜 유형화하기보다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거리예술 작품들의 다양성과 거리예술을 바라보는 관점들을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거리예술의 정신, 센터의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흘러나왔다. 거리예술에서의 &lsquo;거리';는 공간개념인지 아니면 정신적인 의미인지, 실제 유럽극단들의 현황을 어떤지, 한국 창작주체들이 경험한 거리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전체토론회 후 진행된 분임토의에서는 그간 거리예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센터가 제시한 네 주제에 대해 보다 자세한 논의와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거리예술센터 창립준비모임은 분임토의를 위해 센터의 사업을 크게 네 유형으로 세분하였다. 전체토론회에 이어 열린 탓인지, 아니면 거리예술 개념에 대한 목마름인지 대부분의 분임토의에서 거리예술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각 분과별 주요 논의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연구 및 교육 : 전체토론회의 연장선에서 거리극과 야외극 등 거리예술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교육문제는 관객, 창작자, 스태프 등 대상을 다양화한 거리극학교의 설립이 필요하다.

② 국내외 정보 교류 : 국내단체의 해외진출과 해외축제 정보 접근의 어려움으로 모아졌다. 축제가 제공하는 정보의 적극적인 활용, 해외정보의 온라인화, 창작자들의 해외축제 방문 활성화 방안들이 대안으로 제기되었다.

<한국거리예술센터 창립총회> 현장

③ 작품 개발 및 자문 : 거리공연 창작이 지나치게 축제에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과 함께 자발적인 창작과 공연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④ 정책 개발 및 홍보 : 일반인뿐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거리예술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거리예술 공공성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제로 총회와 분임토의에서 제안된 사업 모두를 한국거리예술센터가 실행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구체적인 제안을 통해 앞으로 한국거리예술센터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거리예술의 실험,환경개발,연구와 홍보 위해 노력할 것

총회에서 제시된 사업목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센터는 한국 거리예술 창작에 주목하고 이를 지원하는 것을 최선의 목표로 할 것이다. 지난 몇 십년간 축적된 유럽과 서구의 미학과 노하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되, 연구와 작품개발을 통해 한국 거리예술의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지속적인 실험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원시스템, 축제를 비롯한 공연환경 등 창작지원을 위한 환경들을 개발하고 개선하기 위한 연구와 홍보도 필수적이다. 거리예술의 환경은 실내공연보다 훨씬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공동 창작소 운영이나 거리예술창작 공방 운영, 작품 개발 워크숍 및 창작 쇼케이스를 통한 창작과정의 공유, 거리예술 창작 아카데미 상설화 등이 창작환경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으로 제시되었다. 앞으로 거리예술센터는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총회에서 논의되고 제기된 사항들을 실천적 과제로 하나씩 풀어갈 것이다.

<한국거리예술센터 창립총회> 현장

한편 총회에서는 임원진 선출도 진행되었다. 김석만(한국예술종합대학 연극원 교수, 서울시극단 단장), 임수택(과천한마당축제 예술감독)이 공동대표에 선출되었고, 사무국장에는 임인자 변방연극제 사무국장이 선임되었다. 그리고 거리예술센터창립의 준비를 도맡았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7명의 운영위원이 추가로 선임되었다.총회는 참가한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그들이 개진하는 의견과 바람들로 늦은 밤까지 뜨거웠다. 이런 욕구들을 사업으로 반영해야 하는 운영진에게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셈이다. 올해는 한국거리예술 발전의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하는 한국 거리예술의 갈 길은 멀지만 이미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리예술의 발전은 예술과 거리의 변화를 의미한다. 예술이 거리를 변화시키고, 변화된 거리는 새로운 예술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앞으로 거리예술센터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백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어떤 목적으로 한국거리예술총회에 참석했을까? 그들이 가진 거리예술에 대한 생각과 목적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총회말미에 낭독된 창립선언문을 끝으로 1박 2일간의 뜨거운 총회현장을 대신한다.

한국거리예술센터 창립선언문 1. 우리는 옝술의 다양한 공간을 탐험한다. 2. 우리는 새로운 예술의 자리매김을 시도한다. 3. 우리는 '거리'의 관객을 대상으로 작업한다.


조동희필자소개
조동희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하고 프랑스 리용 2 뤼미에르 대학 문화기획석사 학위와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 문화정책 DESS 졸업하였으며, 현재 과천한마당축제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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