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 예술경영 5대 뉴스’ 설문조사에서 ‘2013 올해의 예술경영인’으로 최다 득표가 있었던 국립중앙극장 안호상 극장장을 만나 지난 해 국립중앙극장의 성과와 신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일시 l 2014년 1월 8일(수) 오후 4시 / 장소 l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실’

겨울의 해가 어둑하니 내려설 즈음 남산을 찾았다. 남산은 사시사철 벚꽃과 아카시아, 녹음(綠陰) 그리고 서울에서 거의 드물게 가을이면 단풍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이 천혜(天惠)의 자연 속에서 봄이면 벚꽃과 어우러지는 소리가, 여름이면 힘찬 대금 선율이, 가을이면 떨어지는 은행잎과 하늘로 오르는 무용수들의 팔짓이 엇그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세월이 가는 것을 모를 것 같다. 그런데 그래서일까? 이 시간이 흐르지 않는 천혜의 공간에 사람들이 찾지 않았다. 그래서 늘 멈춰 있을 것 같은 공간이었는데 이 공간에 급격한 시간의 흐름을 되돌려 놓은 사람이 있다. 2012년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으로 부임해 레퍼토리 시즌제를 실시하며, 관객이 넘쳐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비난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시간이 멈춰 있던 공간을 움직인 안호상 국립중앙극장장이 그 주인공이다. 누구도 전통예술 컨텐츠에 감히 던져보지 못한 ‘동시대성 회복’을 외치며 지난해 공연예술계 중심을 남산으로 옮긴 안 극장장을 만나 국립중앙극장 운영 이야기와 예술경영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황보유미 지난 한 해 어느 누구 보다 바쁘게 보내셨을 것 같다. 2013년을 어떻게 보내셨나?

안호상 그런 얘기가 제일 어렵다. (웃음) 지난 한 해 바쁘기는 했지만 고마운 한 해였다. 2013년이 극장으로서는 2012-2013시즌과 2013-2014 시즌이 같이 걸친 한 해였다. 2012년 9월부터 레퍼토리 시즌을 처음 시작해 일반인에게 시즌이 무엇인지를 알리고, 관객의 반응을 보며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내부적 역량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큰 첫 시즌의 목표였다. 작년 4월부터 <서편제>, <단>, <메디아> 등을 올리면서 관객들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 내부를 추스르기도 전에 관객들 반응이 오니 더 마음이 급해지고 한편 긴장도 되면서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한 숨 돌리고 2013-2014 시즌을 시작해 가을에 다시 <춤, 춘향>, <서편제>와 <묵향>, <단테>, <신들의만찬> 등을 올렸고, 나윤선 콘서트와 제야음악회 등의 기획공연이 있었다. 공연들이 연이어 매진되고, 폭발적 반응을 보여줘 행복한 한 해였다. &lsquo;이런 반응을 받아도 되나&hellip;&rsquo; 하며 좋으면서도 동시에 불안한 한 해였다.

공연을 통해 시대를 공유하고 호흡하고자 한다

사진_안호상

황보유미 방금 언급하셨던 작품들이 지난해 공연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된 공연이었다. 작년 국립중앙극장에서 올린 작품들이 거의 히트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러면 관객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안호상 국립중앙극장 컨텐츠의 기본은 &lsquo;한국적 미학&rsquo;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국무용, 창극, 판소리, 국악이 모두가 다 한국적 컨텐츠이고, 우리 고유의 미학에서 표현되는 예술형태들이다. 멀리 느끼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한국적 컨텐츠들이 어느 정도 완성된 형태로 눈앞에 다가 오니 그 때서야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lsquo;이런 것이 있구나&rsquo;, &lsquo;이것이 우리 것이구나&rsquo;, &lsquo;우리 것도 이렇게 만들 수 있었나&rsquo; 하면서 말이다. 관객들이 그런 가능성을 발견하고 우리 문화, 한국적 예술 형식에 대한 발견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어지면서 기대감으로 표출된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한다.

황보유미 새로운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과감한 안무와 연출이 극장장의 전폭적 지지하에 있었다고 들었다. 현대무용 안무가가 국립무용단의 무용수들과 안무 작업을 하고, 외부 연극 연출가들이 창극단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 말이다.

안호상 국립중앙극장이 60년 넘는 기간 동안 전반 30년은 우리나라 공연의 중심이었다가 이후 30년은 사실상 우리나라 공연계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존재조차 미약한 상태가 됐다. 명색이 국립중앙극장인데 &lsquo;왜 이렇게까지 됐나&rsquo;를 냉정하게 고민했다. 국립중앙극장은 컨템퍼러리를 다루는 극장인데 국민들 대다수가 전통을 하는 곳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다. 그래서 국립중앙극장이 빨리 현대성, 동시대성을 회복해야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립중앙극장 내 예술가들끼리 작업을 하다 더 넓은 차원에서 예술가들과 협업 기회를 잃었다. 국립예술가들은 훌륭한 국가적 문화적 자산이다. 그런데 이들이 여태 왜 관객들한테는 보이지 않았을까. 그 이유 중 하나가 이 예술가들을 차원 높게 끌어줄 예술적 리더십, 대중들을 설득할 리더가 없었다. 또 다른 하나는 시대적으로 국립중앙극장이 담아야 할 예술의 동시대성을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시대성을 대중들과 같이 호흡하기 위한 매개자를 우선 찾아야 했다. 윤호진, 한태숙, 서재형 등의 연출가들을 창극 제작에 참여시킨 것도 이 사람들이 이 시대의 대중들의 언어를 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성수, 정구호씨의 무용을 통해서는 관객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들여다보니 그 안에 새로운 것이 많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해진 거다.

국립 레퍼토리 시즌 포스터_2013 NATIONAL REPERTORY SEASON 국립레퍼토리시즌 2014

▲ 2013~2014 &lsquo;국립 레퍼토리 시즌&rsquo; 포스터 (제공_국립중앙극장)

황보유미 2014년에 계획하시는 일은 무엇인가?

안호상 이제 시작이다. 몇 작품이 좋았다고 해서 국립중앙극장이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국립이 제작극장이고 언제든 관객이 오면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올려야 된다. 그래서 레퍼토리 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국립중앙극장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공연을 올리지만 한국을 찾는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몇 작품 잘 했다고 만족할 수가 없다. 언제고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나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나 국립중앙극장에 오면 적어도 동시대 많은 사람들을 다 만나지는 못하지만 공연을 통해 이 시대를 공유하고, 고민을 같이 호흡할 수 있다면 그게 이런 문화공간이 해야 할 역할이다. 그러려면 작품이 두 세배 더 많아져야 한다. 창극단이 1년에 1~2회 정기공연을 하다가 지금 7~8회 하는데 한 해에 스무 작품 정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예산과 단원의 수자가 한정적이니 신작의 규모는 줄이되 작품의 미술이나 조명적 연출로써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부 단원들만 작품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예술가들도 과감하게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 참여하게 할 것이다. 창극단이 중심이 돼서 다양한 청소년, 어른들을 위한 창극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 공연을 만드는 책임이 있고 그럴 때 어느 궤도에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려면 멀었다. 양적으로 늘리고, 수준을 유지하는 작업을 하는 것은 지금부터다. 그것은 지금부터 더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안하다가 조금 하니까 관객들이 호응을 했는데 더 이상 온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선별적으로 관객들이 반응을 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 잘 만들어야 한다.

황보유미 공연 외적으로 고민하시는 부분들은?

안호상 지금 극장이 하드웨어가 말도 못하게 열악하다. 처음 국립중앙극장에 와서 단원연습실에 들어가 보고 서글펐다. 어떻게 국립예술단체의 예술가들이 이런 곳에서 연습을 하나. 국립, 민간을 떠나서 서울시문화재단 운영연습실이나,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보던 기준이 있어 그런가 국립 연습실을 보고는 시골 초등학교 강당만도 못한 수준에 안타까웠다. 연습실 자체 시설이 노화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연습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금 블루스퀘어 공연장의 연습실을 빌려서 쓰고 있다. 국립무용단이 한 달에 두 세 번 공연을 하다 보니 한 작품 연습하면 다른 작품 연습할 곳이 없다. 겨우 로비를 막아서 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 하나씩 쓰다 보면 한 단체가 연습하는 동안 다른 단체가있을 곳도 없다. 말하자면 그런 문제들 때문에 달오름극장도 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배우의 연기를 도와주려고 조명과 무대가 있는 것인데 지금은 극장이 배우 덕을 보려고 하는 형편이다. 프로시니엄 높이가 5.7미터, 무대깊이가 11미터밖에 안된다.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연습실은 어렵게 예산을 받아서 올해 공사를 시작해서 내년 초쯤 완성할 것이다. 최소한 인프라가 그 정도는 확충 돼 나가야 한다. 해오름극장은 앉으면 무대가 아니라 앞사람 뒤통수밖에 안보인다. 또한 국립중앙극장에 식사할 곳이 없어서 고생했는데 라운지디 식당을 하나 만들어 확충했다. 이제 공연이 매진되니 가장 부각된 문제가 주차장이다. 관객이 많이 오니 현재 주차장이 그 관객을 다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극장에 손님이 들기 시작하니 허점들이 많이 보인다.

황보유미 개인적으로 이루시고 싶으신 것이 있다면?

안호상 국립중앙극장에 왔으니 창극단을 뮤지컬만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사천가>의 이자람씨가 젊은 관객들한테 통하고, 송소희씨가 TV 스타로 부각된 배경에는 한국말과 판소리의 언어적 결합이 있다고 본다. 한국말의 가장 효과적인 표현형식은 판소리다. 뮤지컬은 우리말로 아무리 잘 번역해서 표현을 해도 낯설고, 우리 안에 소화가 안된다. 그런데 판소리는 저절로 달라붙고, 흥이 난다. 마음이 움직인다. 그동안 판소리, 창극이 고루하고, 촌스럽다는 것 때문에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그 장벽만 거치면 이거보다 좋은 우리말에 잘 맞는 운율은 없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됐다. 예전에는 국악이라는 말 자체가 서양음악의 대립항으로 생겼는데 이렇게 구별하는 순간 국악은 서양음악보다 못한 것이 돼버렸다. 대세가 서양음악이었고, 우리가 배워야 했던 것, 우리가 따라가야 하는 것이 서양음악이었다. 국악이 그래서 마이너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준이 바뀌었다. 월드뮤직에서 국악은 &lsquo;한국음악&rsquo;이다. 나 같은 나이든 세대들은 여전히 국악 하면 덜 과학적이고, 덜 세련됐다는 생각들이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에게는 국악을 세계 음악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예술적 포용력이 생겼다. 그런 세대가 있기 때문에 창극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남이 한 일은 절대 안한다

사진_안호상 사진_안호상 사진_안호상

황보유미 2014년의 국내 문화예술계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안호상 관객들이 욕구나 저변의 형성은 잠재적인 수요가 무척 높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욕구는 폭발하고 있다. 지방이고, 서울이고 젊은이고, 나이든 사람들이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관객들이 원하는 것과 공급자들이 내놓는 것이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뮤지컬이 폭발하는 문화욕구를 혼자 독식하고 있는 형태다. 클래식 음악회나 오페라, 발레도 잘 되는데 이것은 고급 관객들 위주로만 한정돼 있어서 저변이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장르로 보면 뮤지컬에의 편중을 어떻게 다른 장르로 확산시키느냐, 일부 호사가들 위주로 고가의 고급예술 장르인 발레, 오페라, 클래식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대중화시킬 것이냐다. 뉴욕필하모닉, 베를린필하모닉 등 해외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기본 가격이 3~40만원인데 일반인들이 어떻게 보겠나. 그래서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부천필하모닉 등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 오케스크라와 발레 등의 공연을 좀 더 싸게 많이 공연해야 한다. 이것을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에도 동시에 같이 할 수 있게 해야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부응하는 공급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문화 확산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예술적 수요는 제주도, 해남, 강원이든 누구나 최고를 원하지 적당한 수준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국내에서 만들 수 있는 최고를 만드는 것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제작 주체들이 당장의 문제들을 시급한 문제로 인식을 해야 한다. 그래야 가장 큰 편중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나. 뮤지컬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싸고, 쉽기 때문이다.

황보유미 진정한 의미의 &lsquo;문화융성&rsquo;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안호상 그래도 서울에서는 수준 높은 순수예술을 싸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지방으로 갈수록 수준이 떨어지거나 아주 상업적인 경우가 많다. &lsquo;문화융성&rsquo;이 문화적 혜택을 통해 모두가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를 향유함으로써 자긍심을 갖게 하고 마음의 회복, 치유를 갖게 하며, 문화가 가진 고유한 가치와 역할이 전국민들에게 스며들게 하는 것이라면 기본적으로 좋은 고급문화 향유기회를 고르게 갖게 해줘야 한다. 국립예술단체들이 수준이 더 좋아졌으니 전국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법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지방 문화공간 즉, 박물관이나 공연장에서 전문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서울에는 예술경영 종사자들이 1년에 몇 천 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들이 거의 비합리적 근무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다. 다들 서울에만 몰려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인데 인력양성 지원을 통해 예술경영자들이 지방 문화공간에서 매개자들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은 공간, 좋은 예술단체들이 만들어지고, 관객들도 자연스레 들 것이다. 서울의 문화 활성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와 뮤지컬전용극장 등이 생기고, 그곳에 전문예술경영인들이 모여 척박한 환경에서도 관객들을 발굴해내면 예술가들이 또 모여드는 이런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 그렇다고 예전에 예술가들이 없지는 않았다. 예술가와 관객이 각각 많았으나 서로 못만났던 것은 매개자들이 없어서였다고 본다. 그래서 이후에 매개자들이 생기면서 만남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예술경영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서울은 포화상태니 지방의 좋은 환경에서 문화예술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면 예술단체들도 지방으로 모일 것이고, 전체적으로 시장을 활성화 시킬 것이다. 그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이 공급될 때 주민들이 반응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하던 것이 좋아 지방에서도 공연한다고 지역에서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

황보유미 문화예술 경영 철학이 있다면?

안호상 기획자로서의 원칙이 있다. 그 중 몇 개만 얘기하면 첫째, 안전한 선택은 피한다. 둘째, 남이 한 일은 절대 안한다. 예술이라는 것이 가지는 본질적인 성격이 그렇다. 예술을 소비하는 것은 흔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서 내가 일상에서 얻지 못하는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다. 평소에 잃어버렸던 내 안에 있던 잠재성을 예술을 통해 다시 발견하고 싶은 것이니 일상에서는 힘들다. 남이 하던 것을 또 따라 해서는 잘 할 수 없다. 시즌제는 남들이 안하니 한 것이다. 남들이 다 한 것이면 할 이유가 있겠나? 셋째, 가능한 목표를 숫자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직원들한테도 숫자로 표현하라고 한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공연도 출연자수 얼마 이하로 해라, 관람객도 몇 일까지 몇 명 표를 팔겠다 등 전체공연을 통해 얼마를 팔고 얼마를 밑질 것인지 까지도 숫자로 얘기하라고 한다. 목표를 항상 숫자로 정하고 늘 확인 한다. 넷째, 기획자한테 제일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특히 공연예술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고,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간만 있으면 마음이 놓이는데 아무리 좋은 조건에서도 시간을 놓치면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관객은 창조된다고 생각한다. 레퍼토리가 있느냐, 과연 국립중앙극장의 공연에 반응할 관객이 있겠느냐는 질문을 던지지만 그런데 믿으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보다 문화적 선택에 있어서 과감하고,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장르의 소비자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기획자는 기존의 관객을 보고 생각을 하면 할 수 있는 게 너무 제한된다. 남하고 경쟁하는 일, 비슷한 일을 하고 마는 것이다. 새로운 관객을 만들 수 있다고 믿어야 남이 하지 않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안호상/안호상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하고 예술의전당 1기 공채로 입사한 후 약 30년간 공연계에 몸담았다. 서울문화재단 대표(2007~2011)에 역임한 바 있으며, 제43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통령상(문화일반 부분, 2011)과 안전행정부 장관상(2013)을 받았다. 현재 국립중앙극장 극장장으로 일하며 더 뮤지컬 어워즈 집행위원, ISPA 이사,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공연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_황보유미_프로필사진 필자소개
황보유미_[Weekly@예술경영] 책임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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