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2 올해도 어김없이「2014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에 관한 연구가 나오고, 새해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산업계에서 이루어지는 라이프 트렌드에 대한 관심은 트렌드가 ‘선호’를 짐작하게 하여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계에서는 왜 문화예술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는 것일까? 아마도 문화예술계를 이룬 많은 점들의 집합체 중 최근 가장 열정적인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변화와 요구의 모습을 살펴보며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 슬쩍 알아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에 사회 전반에 걸친 불안함의 영향 속에 나타났던 키워드가 ’힐링';이었던 것을 기억해본다면, 2014년의 키워드로 ‘간편함’ ‘소소함’을 들 수 있겠다. 2013년 한 해 동안 사회 전반과 문화예술계에서 포착된 변화의 징후들을 분석하여 도출한 2014년 10대 문화예술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그중 몇 가지 트렌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가볍고 편하게 즐기자, 스낵컬처의 유행

스낵컬처(Snack Culture)란, 말 그대로 스낵처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라는 의미이다. 원래 2007년 미국 IT 매거진 와이어드(WIRED)에서 처음 소개된 용어로 IT 업계 등에서 쉽게 빠르게 소비되는 매체의 유행 현상에 집중하며 등장한 용어다. 최근 문화예술소비와 창작, 그리고 여가문화의 모습이 스낵컬처의 양상을 띄게 될 것이라 전망된다. 그 배경에는 스마트문화의 확대로 인해 보다 쉽고 편하고, 적은 돈과 노력으로 문화예술과 여가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선호가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2013년 4월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94.2%가 모바일 영상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소비와 향유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0분 남짓의 시간으로 어디에서나 웹소설, 웹드라마, 웹툰을 볼 수 있고,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 미술관의 작품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이 새로운 모바일 영상콘텐츠를 런칭하면 개봉 몇 주 만에 몇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여가문화의 모습도 자투리 시간과 적은 돈을 활용하여 여가를 즐겼다는 느낌을 즐기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긴 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마라톤대신 동네산책로를 활용한 단기 마라톤 경험을 하는 ‘트레일 러닝’이나 주말에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주중에 잠깐 캠핑문화를 즐기는 ‘데이 캠핑’처럼 일상 속에서 스낵처럼 쉽고 편하게 문화와 여가를 즐기기를 원하는 모습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에게 집중하는 TV, 전략적 타기팅(Targ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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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사진제공_CJ E&M)

국내 가구 구성 형태 다양화 현상이 심화되고, 개인적 취향 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lsquo;개인&rsquo;에게 집중하는 사회현상은 계속되어왔다. 특히 1인 가구의 계속된 증가(현재 약 25.3%에 달하고 2035년이면 35%에 이를 것)는 개인맞춤형의 필요에 대해 사회 전반에서 주목하게 만들고 있고, 문화예술계 중 특히 TV산업 분야에서 심화되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세분화된 시청자 층을 타깃으로 했던 프로그램들의 성공(<응답하라 1994>, <나 혼자 산다>, <식샤를 합시다> 등)들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 원인으로 TV 채널의 다양화로 인해 시청자의 관심도와 라이프 트렌드에 대한 발 빠른 대처의 필요성 때문인 것을 들 수 있고, 스마트TV, 하이브리드TV 등 시청습관이나 선호도 등을 분석하여 개인화된 TV콘텐츠 구성을 돕는 기술적 뒷받침들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TV가 가족들이 모여 함께 보고, 보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매체가 아닌 세분화된 개인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로 변화하는 모습은 올해 보다 심화될 듯하다.

문화예술계 성장엔진은 사람이다: 전문 인력 양성의 본격화

그동안 문화예술 창작자에게 집중되어오던 지원과 강조들이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력에 대한 집중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예술향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예술작품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기획/매개인력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들과 전문적 양성시스템 마련의 필요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 예로 최근 큐레이터,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공연기획자, 문화예술교육사, 문화여가사 등 다양한 전문인력 양성 및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움직임들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문화예술 1인 창업의 움직임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1인 창업은 자신이 원하는 일은 하고 싶지만 일할 곳이 없는 젊은 문화예술인력들이 자신의 직장을 직접 만드는 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예술관련 서비스업과 출판 분야에서 1인 기업들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중대형기업들에 비해 손익분기점이 낮아 새롭게 신선한 기획을 하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닌 1인 기업들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련 시장을 다양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문화예술계 갑을 관계 허물기

작년 한해 사회 전반에서 불공정한 갑을관계의 구조적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문화예술계에도 갑-을 관계 개선필요성에 대한 본격화된 논의가 시작되었다. 물론 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특히 문화예술계의 경우 계약서 없이 일하는 관행이나 예술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불합리한 고용 및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사제나 학맥, 인맥으로 이어진 관계가 많아온 특성 때문에 불평등한 계약구조들이 지속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2012년 예술인 복지제도의 시작 이후, 2013년 7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방안>을 발표하면서 예술계 공정거래 환경조성을 그 추진과제에 포함하면서 표준계약서와 저작권 보호강화 등 그 제도적 방안 마련이 본격화되었다. 또한 2013년 12월 예술인 복지법 개정을 통해 우월적 지위를 통한 불공정 계약, 부적절한 수익배분, 부당한 창작활동 방해나 간섭, 예술인 정보의 부당한 이용 등에 대한 과태료 부과제도가 시작될 수 있게 되면서 갑을관계 개선을 위한 세분화된 제도마련과 현장의 노력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히스토리가 스토리로, 문화유산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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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자료제공_문화재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들은 이제 문화유산이 국가적인 문화와 관광의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여겨지는 인식이 확고해졌음을 보여준다. 세계문화유산으로의 등재가 해당 국가, 지역의 국제적 지명도를 높여주어 관광객 증가, 고용기회 확대, 그에 따른 수입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는 문명탐험 여행상품들의 인기를 이의 반증이라 하겠다. 또한 문화유산이 지닌 독창적인 이야기적 가치가 다양한 문화예술, 관광, 콘텐츠 프로그램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인해, 활용가능성이 높은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그 활용방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난중일기, 새마을운동기록물과 같은 기록유산이나 김장문화와 같은 인류무형유산까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이러한 관심 증폭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 국가정책의 키워드가 되다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기조로 문화융성이 선정되고 문화재정 2%를 발표함에 따라 작년 한해 &lsquo;문화&rsquo;자체에 대한 주목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경제발전을 위해, 사회 발전을 위해, &lsquo;문화적 발전과 융성&rsquo;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력을 하겠다는 움직임들은 작년 한해 그 개념과 실제적 활동의 범위와 폭에 대한 많은 토론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올 한해 고민의 지속과 함께 문화의 융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들이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lsquo;창조경제&rsquo;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상상력과 창의성의 발현을 보다 중시하고 &lsquo;문화&rsquo;와 &lsquo;예술&rsquo;이 지니고 있는 잠재적 사회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사회경제적 가치창출의 코드와 만나는 문화의 힘의 발현방안에 대한 고민은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한다.

문화예술 트렌드를 살펴보다보면 관련 현상과 이슈들이 점차 모듈화되고 분절화되는 양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 문화예술의 부가가치에 대한 주목과 문화예술을 소비 혹은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이 개발되면서, 문화예술생태계 자체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 또한 높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올해 가장 대표적 트렌드로 지목한 스낵컬처의 유행의 경우도 그런 문화예술향유와 소비에 익숙해지면서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문화예술생활을 하지 않으려 하는 성향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따라서 문화예술 트렌드를 살펴보는 노력이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함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그 트렌드가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생각하게 하는데 읽혀지기를 기대해본다.

관련자료
「2014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보고서(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혜인 필자소개
김혜인은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현재 문화예술경영 및 정책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예술교육/박물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011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연구실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시각예술, 박물관/미술관, 문화예술트렌드, 국제문화교류, 문화예술교육 분야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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