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지난해부터는 경기하락이 멈추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실제 회복되는 정도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외 경제의 향방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완만한 회복, 즉 경기가 지난해보다는 더 좋아지겠지만 개선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를 순항시키는 힘과 함께 제약하는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주도의 세계경기 회복 예상

우선 세계경제 전망을 살펴보자(<표 1> 참조). 긍정적 요인은 금융위기를 가져왔던 요인들이 많이 해결되었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위기를 가져왔던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고 가계부문도 부채를 많이 줄여서 이제 소비를 재개할 여력을 갖춘 상황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위험도 많이 줄어들어 이제 유로존 붕괴 우려와 같은 어구를 신문지상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위기를 유발시킨 요인들이 순차적으로 해소되면서 세계경제는 회복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올해 세계경기를 이끌어가는 지역은 선진국이 될 것이다. 미국은 주택가격이 올해에도 계속 오르면서 주택건설투자를 늘리고 이와 관련된 내구재 수요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산과 고용이 확대되는 경제 선순환을 지속할 전망이다. 유로존도 국가재정위기 부담이 완화되면서 소비, 투자의 점진적 회복세가 예상된다. 지난해 선진국 수요부문 중 건설 및 생산기반 투자, 수출 등이 성장을 이끌었다면 올해에는 상대적으로 소비 증가세가 높아질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도 세계경기 회복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셰일오일 등 비전통원유의 생산능력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수요증가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내외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기 회복에는 제약요인이 존재한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예상치는 3% 중반으로 2000년대 중반 4~5% 성장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실물 경기 부문에서는 제약요인들이 줄어들었지만 이제는 금융부문이 문제다. 그동안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풀어놓았던 통화, 즉 글로벌 유동성이 출구전략으로 인해 점차 회수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국제금리 상승추세가 재개되고 개도국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상승은 자산 가격을 낮추고 소비와 투자 등 전반적인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기우려 개도국의 실물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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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 1>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출구전략으로 세계경기 회복세 느릴 것

다만 출구전략 시행이 세계경기의 방향 자체를 바꾸는, 즉 경기의 기조를 하락세로 떨어뜨리는 수준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양적 완화 축소 시행은 미국의 경제지표 개선이 뚜렷해지는 것을 전제로 할 것이며 미국이 시장의 기대를 크게 벗어나는 모험적인 정책을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도 세계경기의 회복이 과거만큼 빠르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다. 중국은 2000년대 세계경기 회복기에 10% 가까이 성장하며 경기상승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고성장에 따른 후유증을 축소시키지 못하면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중국정부는 투자확대 속도를 조정하고 인위적인 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도, 브라질 등 거대 개도국들도 올해 수준의 부진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개도국 평균 성장률은 올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이 높아져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낮아지는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원자재 가격의 안정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더욱이 출구전략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물가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세계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성장세가 부진한 국가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재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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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세계교역 증가율 크게 둔화

세계경기 상승흐름에도 불구하고 세계교역 확대 추세는 과거만큼 빠르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들이 과거처럼 부채를 과도하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수입보다는 자국 내에서의 생산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글로벌 리밸런스(무역불균형 조정)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달러화 기준 교역액 증가율은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3배 가까이 빠르게 성장한 바 있다(<그림 1> 참조). 그러나 지난해에는 교역액 증가율이 오히려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까지 세계교역 증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계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교역증가율이 크게 높아지지 못할 것이다. 개도국들의 고성장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출구전략에 따른 유동성 회수 작업이 진행되면서 선진국의 개도국 직접투자 둔화 추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경제 성장 속도가 과거 회복기에 비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선진국 성장의 대외 파급효과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수출중심 성장국가들은 세계경기 상승세를 체감하는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다.

국내경기 회복되나 체감폭 크지 않을 전망

세계경제가 다소 회복되면서 국내경제도 지난해보다는 올해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다(<표 2> 참조). 선진국의 소비수요가 회복되면서 내구재와 IT부품을 중심으로 우리 주력제품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수입수요가 크게 부진했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수입수요가 소폭이지만 살아나는 모습이다. 세계교역이 과거만큼 크게 늘어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지난해와 같은 심한 위축에서는 벗어나면서 수출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

▲ <표 2>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


부진했던 소비도 지난해보다는 다소 늘어날 것이다. 경제 불안감이 다소 줄어들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실질소득은 높아지는 효과가 예상된다(<그림 2> 참조 ). 또 지난해에는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이 소비위축 요인이었다면 올해에는 자산가격의 하향추세가 멈출 가능성이 크다.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증가가 어느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높은 가계부채 부담에 금리가 오르는 데다 노후대비가 부족한 고령층이 지갑을 닫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소비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완만한 속도의 소비회복이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 국내경기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환율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올해에도 높은 흑자가 지속될 것이다. 우리 수입의 대부분을 원자재가 차지하고 있는데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못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는 절상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엔저현상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세계 주요 통화중 원화는 가장 빠른 절상추세를 기록하면서 우리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일본기업들이 지속되는 엔저에 적응하게 되면 그동안 높아진 수익성을 바탕으로 점차 가격경쟁의 강도를 높이고 설비투자도 늘려나가게 될 것이다. 과거에도 원화절상은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수출의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 바 있다(<그림 3> 참조). 이에 따라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회복되겠지만 경기를 이끌어 가는 힘은 과거 회복기에 비해 상당히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2> 실질소득 개선으로 소비 완만한 회복

▲<그림 2> 실질소득 개선으로 소비
완만한 회복
▲<그림 3> 원화 절상되면 한국 수출
세계시장 점유율 하락

지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던 설비투자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지만 이는 지난해 미루었던 투자가 재개되는 데 따른 효과가 크며 추가적인 신규투자 활력은 높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의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기업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어 있어 투자여력이 크지 않고 또한 원화절상 추세로 인해 국내보다는 해외에 투자하려는 유인이 커질 것이다. 장기간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지난해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건설투자도 정부의 주택공급 축소방침과 SOC 예산 감소 등으로 올해에는 다시 활력이 낮아질 전망이다.

2014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3.7%로 지난해의 2.9% 수준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그동안경제가 크게 위축되었던 데 따른 반등의 성격이 크다. 전기 대비 경제성장의 속도는 지난해 연율 4% 내외에서 올해 3%대 중반으로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중기적으로도 우리 경제가 평균 4%대 성장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증가, 물가 및 금리 완만한 상승

고용은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올해 40만 명 이상 취업자가 순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00년대 평균 30만 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보건 및 사회서비스업 및 공공부문이 고용확대를 주도할 전망이다. 교육부의 &lsquo;초등학교 돌봄 교실&rsquo;, 보건복지부의 노인돌봄서비스 등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시간선택적 일자리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고용증가에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비해 고용증가가 더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전반적인 노동생산성 저하가 우려된다. 취업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 수요가 늘어서라기보다는 노후대비가 부족한 은퇴연령층이 계속 취업시장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에서의 고용증가는 결국 평균임금 및 근로여건 악화 등 고용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2% 내외의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다. 작년 소비자물가가 1.3% 상승에 머물렀던 것은 기상안정에 따른 이례적인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에 따른 것이다. 올해에는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또 주택공급 부족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공기업 구조조정도 공공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이다. 다만 유가하락과 원화절상으로 수입물가 하락추세가 지속되면서 물가는 안정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향후 시중금리는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외적인 유동성 확대와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채권수요가 크게 늘면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향후에는 경기가 다소 호전되면서 제한적으로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미국 양적 완화 축소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금리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다가 하반기 이후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자료
「2014년 국내외 경제전망」보고서 (LG경제연구원)

이근태 필자소개
이근태는 1989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하고 2006년 미국 버지니아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LG경제연구원에 입사한 후, 현재 경제연구부문 수석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 며 실물경제 분석 및 거시경제 전망을 담당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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