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1월 14일은 ‘다이어리 데이(Diary day)’로 통한다. 대개 ‘다이어리를 선물하는 날’ 혹은 ‘새 다이어리에 일 년 계획을 적어놓는 날’로 풀이되는 날이다.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의 일환으로 생겨났을 이 기념일이 아니었더라도 으레 새 다이어리를 펴놓고 신년 계획을 써넣어야 할 것 같은 나날이다. 2014년, 갑오년(甲午年), 푸른 말의 새해가 밝았으니 말이다. 이 마음은 공연계도 마찬가지일 터. 올해 공연계를 좌우할 주요 극장들은 각자의 다이어리에 어떤 계획을 써넣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Weekly@예술경영] 편집팀과 ‘서울 시내 객석 규모 500석 이상의 극장’, ‘기획‧제작 공연뿐 아니라 대관 공연을 실시하는 극장’,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극장’ 등을 기준으로 공공극장과 민간극장을 3개씩 선정하였다. 그리고 각 극장의 연간 스케줄을 훤히 꿰고 있을 대관 담당자들과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를 시도했다. 올해 6개 극장의 공연들을 상세히 소개하기보다는 극장별 운영상 이슈를 전하고자 2014년 공연 라인업을 위시하여 기획‧제작 공연과 대관 공연의 비율, 지난해 객석점유율과 올해 객석점유율에 대한 기대, 타깃 관객, 올해 공연계 경기 전망 등에 대해 물었다.

세종문화회관: 국제적 음악가들의 내한 공연 풍성

1) 세종문화회관은 3,022개 객석을 자랑하는 다목적 공연장 ‘대극장’과 609석 내외의 종합구성물 전문 공연장 ‘M씨어터’, 443석의 실내악 전문 공연장 ‘체임버홀’ 등을 갖춘 공공극장이다.

사진_국악관현악단

▲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세종문화회관1)은 &lsquo;서울시 공연예술의 허브&rsquo;를 표방하며 매년 연극, 무용, 뮤지컬, 오페라, 국악, 클래식,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14년 공연 라인업은 1월 중순 현재 90% 확정된 상황이다.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공연기획팀 신동준 과장에 따르면 &ldquo;작년에 비해 대중음악이 줄고 뮤지컬이 늘었으며, 언론사 주최 작품이 증가세를 보였다.&rdquo; 서울시 9개 예술단(국악관현악단, 무용단, 합창단, 뮤지컬단, 극단, 오페라단, 유스오케스트라단, 소년소녀합창단, 청소년국악단) 공연을 포함한 기획 공연과 대관 공연의 비율은 1대 2로 나타났다. 올해 관객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공연으로 뮤지컬 <모차르트>와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Pat Metheny),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지휘자 크리스티안 예르비(Kristjan Jarvi), 벨기에 합창단 스칼라 앤 콜라쉬니 브라더스(Scala & Kolacny Brothers) 등의 내한 공연을 꼽은 신동준 과장은 &ldquo;타깃 관객은 공연별로 다르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고 문화적 소비욕구가 높은 중장년층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방학시즌 중 청소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rdquo;고 밝혔다. 또 객석점유율에 대한 질문에는 &ldquo;지난해는 80%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공연시장 전반을 전망했을 때 일부 하락할 수 있다&rdquo;면서 &ldquo;공연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어 공연제작사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rdquo;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의전당: 기획 공연 활성화와 자체 공연 브랜드 강화의 해

2) 예술의전당은 2,200여 개 객석을 갖춘 오페라&middot;발레 전용 공연장 &lsquo;오페라극장&rsquo;과 지난해 1,000석 규모로 재개관한 다목적 공연장 &lsquo;CJ토월극장&rsquo;, 최대 300석의 가변식 공연장 &lsquo;자유소극장&rsquo; 등으로 이루어진 공공극장이다.

사진_국악관현악단

▲작&middot;연출가 장우재의 연극 <환도열차>

&lsquo;복합예술센터&rsquo;를 지향하는 예술의전당2)은 2014년 공연 라인업을 100% 확정했다. 기획 공연 활성화와 자체 공연 브랜드 강화를 위해 오페라하우스(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일 모든 기획 공연이 &lsquo;SAC CUBE 2014&rsquo;라는 이름으로 준비되어 있다. &lsquo;SAC CUBE 2014&rsquo;는 &lsquo;프리미어(Premiere)&rsquo;, &lsquo;클래식스(Classics)&rsquo;, &lsquo;영국(Britain)&rsquo;, &lsquo;패밀리(Family)&rsquo; 등 4개의 키워드를 가지고 연극 7편과 오페라 1편, 발레 1편을 무대에 올린다. 신현주 대관 담당자는 기획 공연이 차지하는 비율이 오페라극장은 26%, CJ 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은 36~55%라고 소개하며, &ldquo;예술의전당은 국립발레단과 국립오페라단를 비롯한 상주단체와 국립현대무용단 등 입주단체가 있어 CJ토월극장과 자유소극장에서 기획 공연을 주로 올리고 있다&rdquo;고 밝혔다. 또 올해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는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메피스토(MEPHISTO)>와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 가족오페라 <어린왕자>, 뮤지컬 <원스(Once)> 그리고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환도열차>, <컨스텔레이션스(Constellations)>, <8월의 크리스마스>, <트라이브스(Tribes)> 등을 추천했다. 끝으로 객석점유율과 올해 공연계 경기에 대한 질문에는 &ldquo;최근 3년간 객석점유율은 모두 70% 이상이었으나, 올해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있어 우려가 된다&rdquo;면서 &ldquo;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많은 해이기에 공연계가 위축될 수도 있지만, 예술의전당뿐 아니라 타 극장에서도 좋은 공연들을 많이 선보일 것이기에 희망적으로 생각한다&rdquo;고 답했다.

한국공연예술센터: 다양한 공연이 준비된 축제극장

3) 한국공연예술센터는 605석의 대극장과 보조석 포함 132석의 가변식 소극장을 갖춘 &lsquo;아르코예술극장&rsquo;, 504석의 대극장과 150석의 가변식 소극장 그리고 163
석의 3관을 포함한 &lsquo;대학로예술극장&rsquo;을 운영하는 공공극장이다.

사진_국악관현악단

▲극단 백수광부의 <과부들>

한국공연예술센터3)의 2014년 공연 라인업은 현재 80%까지 확정되었다. 타 극장과 달리 &lsquo;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rsquo;와 &lsquo;마로니에여름축제&rsquo;, &lsquo;코미디페스티벌&rsquo; 등 공연예술축제들을 매년 운영하고 있어 이에 대한 작품 공모가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연기획부 대관 담당자는 올해 공연 라인업에 대해 &ldquo;사업 건수로 따지면 연극보다 무용이 많은데, 대관 일수로 따지면 반대&rdquo;라면서 &ldquo;극장 제작 공연과 공동 기획 공연이 30%라면 대관 공연은 70%&rdquo;라고 밝혔다. 또한 올해 대관 현황의 특이사항으로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발레단, 국립극단 등 국립예술단체들과의 협업이 강화된 점을 지적하고,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 동아연극상작품상을 수상한 극단 백수광부의 <과부들> 공모를 통해 한국공연예술센터에 처음 입성한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로풍찬유랑극장>과 극공작소 마방진, 극단 이와삼의 신작 등을 언급했다. 아울러 &ldquo;공공극장이기에 객석점유율과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작품들도 공연해야 하고, 연간 400여편의 작품이 공연되기에 타깃 관객이나 대관 공연의 방향성이 광범위할 수 있다&rdquo;면서 &ldquo;성격이 불분명하다거나 특성이 없다고 지적할 수 있지만, 다양성이 곧 특성이 될 수 있다&rdquo;고 덧붙였다. 한편 &ldquo;2012년 59%였던 객석점유율은 2013년 66%로 상승, 한국공연예술센터 설립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rdquo;고 밝혔으며, 올해 객석점유율에 영향을 미칠 외부 요인으로는 역시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꼽았다.

두산아트센터: 동시대 화두를 담은 두산인문극장 시리즈

4) 두산아트센터는 뮤지컬 전문 공연장 &lsquo;연강홀&rsquo;과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공연장 &lsquo;Space111&rsquo;
을 보유한 민간극장이다.

사진_국악관현악단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두산아트센터4)는 연말에 선보일 한 작품을 제외한 2014년 공연 라인업을 모두 확정했다. 올해 &lsquo;연강홀&rsquo;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주로 창작 뮤지컬이며, 총 6편 중 공동 제작 공연 1편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관 공연이다. 이와 달리 &lsquo;Space111&rsquo;에서는 제작 공연이 6편, 공동 기획 공연이 2편 예정되어 있다. &lsquo;두산인문극장 2014: 불신시대&rsquo;를 주제로 한 제작 공연과 창작자 육성 및 지원을 위한 신작들이 대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대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찬종 차장은 두산인문극장 공연으로 예정된 연극 <베키 쇼(Becky Shaw)>와 <엔론(Enron)>, <배수의 고도(제목미정)>를 올해 관객들에게 주목받을 만한 작품으로 추천했다. 아울러 &ldquo;Space111은 두산아트랩,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자 육성과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며, 동시대 화두를 테마로 선정해 작품으로 올리는 기획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rdquo;고 소개했다. 또한 두 극장을 포함한 &ldquo;지난해 객석점유율은 85~90%이며, 주 관객층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고, 제작극장으로서 신작을 많이 올리다 보니 대학생 관람객도 많은 편&rdquo;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올해 공연계 경기는 이렇게 전망했다. &ldquo;제작되는 작품도 많고, 대형 뮤지컬도 많이 올라가고 있어 한정된 관객들이 여러 작품으로 나누어지는 경향을 보일 것 같다. 작품의 양적 팽창에 따른 관객의 편중 현상이 발생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rdquo;

블루스퀘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대형 뮤지컬 릴레이

5) 블루스퀘어는 2011년 11월 4일 개관한 민간극장으로, 뮤지컬 전용 공연장 &lsquo;삼성전자홀(1760석)&rsquo;과 다목적 공연장 &lsquo;삼성카드홀(1000석/ 스탠딩 3000석 가변형)&rsquo;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_국악관현악단

▲뮤지컬 <태양왕>

블루스퀘어5)는 뮤지컬 전문 공연장 &lsquo;삼성전자홀&rsquo;의 공연 라인업을 내년 것까지 완성했다. 작품 한 편당 평균 3개월 이상 장기 공연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홀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무대에 오른 <맘마미아(Mamma Mia)>에 이어 <태양왕(Le Roi Soleil)>, <캣츠(Cats)>, <레베카(Rebecca)>, <지킬 앤 하이드(Jekyll and Hyde)>가 차례로 공연될 예정이다. 인터파크씨어터 공연사업본부 장현기 본부장은 &ldquo;2014년 새롭게 무대에 오르는 4개 작품이 엄밀히 말하면 모두 대관 공연이지만, 지난해 <레미제라블>처럼 인터파크INT와 인터파크씨어터가 공동 제작한 공연들을 고려하면 대관 공연과 공동 기획 공연이 6대 4 정도로 볼 수 있다&rdquo;고 밝혔다. 또 초연작인 <태양왕>이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럽발 뮤지컬로 프랑스의 가장 화려한 시대를 열었던 시대적 배경, 아름다운 음악 등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카드홀 포함한 &ldquo;객석점유율은 2012년 90%, 2013년 85%였으며, 주 타깃 관객은 뮤지컬을 보는 핵심층 20~30대 여성 관객과 대형 뮤지컬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40대 이상 중장년층 관객을 비롯해 가족 단위 관객, 외국인 관객 등 사실상 전 연령층&rdquo;이라고 답했다. 끝으로 올해 공연계 경기는 &ldquo;지난해 뮤지컬 시장은 7% 소폭 성장했고, 올해도 대형 뮤지컬 초연작과 뮤지컬 관객들이 좋아하는 재공연 기대작들이 포진되어 있어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할 것으로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rdquo;고 밝혔다.

LG아트센터: 거장들의 작품으로 무장한 &lsquo;CoMPAS 14&rsquo;

6) LG아트센터는 1,103석의 객석 규모를 갖춘 민간 극장이다.

사진_국악관현악단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풀 문(Full Moon)

기획 공연 시즌 브랜드 &lsquo; CoMPAS(Contemporary Music & Performing Arts Season)&rsquo;를 구축하고 있는 LG아트센터6)는 기획 공연 23편과 대관 공연 20편으로 2014년 공연 라인업을 대부분 확정했으며, 향후 수시 대관을 통해 대관 공연을 3편 추가할 예정이다. 이현정 기획팀장과 이선옥 하우스매니저는 올해 대관 현황에 대해 &ldquo;작년에 비해 순수 클래식 대관 의뢰가 대폭 줄고 타 장르와의 협업이 주가 되는 음악회 신청이 많아졌다&rdquo;면서 &ldquo;기획 공연과 대관 공연의 비율이 유사하나, 공연 일수나 횟수는 장기 뮤지컬 대관으로 인해 대관 공연이 높은 편&rdquo;이라고 말했다. 올해 화제가 될 만한 공연으로는 피나 바우쉬 부퍼탈 탄츠테아터(Tanztheater Wuppertal Pina Bausch)의 <풀 문(Full Moon)>과 니나가와 유키오(Ninagawa Yukio) 연출의 <무사시(Musashi)>, 자코 반 도마엘(Jaco Van Dormael) 연출의 <키스 앤 크라이(Kiss & Cry)>, 유니버설발레단의 <나초 두아토-멀티플리시티(Nacho Duato-MULTIPLICIT)>, 뮤지컬 <프리쉴라(Priscilla)> 초연 등을 추천했다. 한편 &ldquo;지난해 객석점유율은 75%로 올해도 비슷할 것&rdquo;으로 전망했으며, 올해 공연계 경기 전망에 대한 질의에는 이렇게 답했다. &ldquo;경기와 사회적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분야가 문화예술, 특히 공연예술이라 생각하기에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있고, 대형 스포츠 행사에 따른 관객 관심 분산이 염려된다. 많아지는 공연 편수에 비해 관객 증가수는 저조하고 지출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어 공연계 경기가 크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 전망하며, 특히 뮤지컬의 공급 과잉으로 인한 피로도가 누적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dquo;

스포츠만큼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할 2014년 공연

여러 사람이 지적한 대로 올해는 소치 동계올림픽(2월 7일~2월 23일)과 브라질 월드컵(6월 13일~7월 14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 등 대형 스포츠 행사 개최가 차례로 예정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공연계에 대한 관심도 하락과 관객 이탈을 초래해온 이벤트들이기에 이를 경계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먼저 열리는 두 행사는 주요 경기가 새벽 시간대에 진행되어 올해 공연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각 극장들이 마련한 탄탄 공연 라인업 외에도 올해 공연계에는 주목할 만한 이벤트가 한 가지 더 준비되어 있다. &lsquo;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sim;1616) 탄생 450주년&rsquo;이 그것이다. 이를 기념해 국립극단은 이병훈 연출의 <맥베스>, 정의신 연출의 <베니스의 상인>,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를 차례로 무대에 올리고, 국립오페라단은 28년 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기로 했다. 또 국립극장은 연출가 톰 모리스(Tom Morris)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형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Handspring Puppet Company)의 합작품 <한여름밤의 꿈>을 초청했다니 스포츠계만큼이나 꽤 풍성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사진제공_각 극장

사진_김지현_프로필사진 필자소개
김지현은 [한국연극] 기자, [Weekly@예술경영] 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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